FOOD & STYLE

차의 나라, 러시아
흔히 홍차 하면 영국이나 프랑스를 먼저 떠올리지만, 진짜 유럽 홍차의 원조는 러시아다. 사모바르라는 특유의 찻주전자부터 다양한 간식, 그리고 러시안 티까지 러시아만의 독특한 차 문화 속으로.
러시아의 연말과 신년은 다른 유럽과 비교해 특별하다. 러시아의 겨울 명절은 크리스마스 주간인 스뱌트키(Svyatki)로 대변된다. 성탄절이 있는 12월 25일부터 이듬해 1월 5일까지 약 열흘 동안을 스뱌트키라고 하며 이때 사람들은 친척, 지인을 찾거나 전통 놀이를 즐기거나 신년 점을 치기도 하고, 어린이들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축하 노래를 부른다. 스뱌트키에 사람들은 이즈바(Izba, 러시아의 전통 가옥)에 모여 간식을 먹거나 사모바르(Samovar, 러시아 찻주전자)에 담긴 홍차를 나누어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유럽 홍차 문화의 원조
러시아는 차를 사랑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흔히 홍차 하면 영국이나 프랑스를 먼저 떠올릴 수 있지만, 러시아야말로 오래전부터 차 문화가 발달한 곳 중 하나다. 일례로 미국의 시사지 <디 애틀랜틱(The Atlantic)>이 2014년 조사한 ‘세계에서 가장 차를 많이 마시는 나라(The Countries That Drink the Most Tea)’에서 러시아는 1인당 약 1.4kg을 소비해 4위를 차지한 바 있다. 참고로 1위는 약 3.13kg을 마신 터키이며, 영국은 3위, 프랑스는 30위권 밖이었다.

러시아에서 차 문화가 발달한 것은 무엇보다 지리상 아시아와 가깝다는 이유가 크다. 특히 오랜 중국과의 친교가 차 문화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됐다. 1618년 처음으로 명나라 사신이 러시아 황제인 차르에게 홍차를 선물하면서 본격적으로 차 문화가 발전하기 시작했다(영국은 네덜란드 무역상을 통해 17세기 중반에나 홍차를 접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홍차가 1610년 중국 푸젠성에서 처음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러시아는 유럽에서 홍차를 가장 먼저 맛본 나라가 아닐까 싶다.

1727년 캬흐타조약 체결 이후 러시아는 중국과 공식적으로 무역 관계를 맺었고, 러시아의 행상들은 약 6,000km에 달하는 실크로드를 수개월 동안 이동해 중국의 차를 사 갔다. 이때 행상 또는 순례자가 마시던 차에서 ‘러시안 캐러밴(Russian Caravan)’ 홍차가 유래하기도 했다. 중세 시대 러시아는 영국과 더불어 홍차 문화의 중심지였고, 심지어 영국에서는 19세기 빅토리아 여왕이 러시아에서 레몬을 넣은 홍차를 대접받고 즐겨 마셨다는 설이 있다. 이후 레몬을 넣은 홍차를 영국에서는 ‘러시안 티’라고 부르기도 했다.

사모바르, 러시아 차 문화의 상징
러시아의 차 문화는 사모바르라는 특유의 화려한 찻주전자로 대변된다. 러시아 가정에서 사모바르는 필수품이었다. 19세기 사모바르는 5~10루블 정도로 당시 노동자 월급에 가까운 가격이었지만, 가정마다 사모바르 한 대씩은 기본적으로 갖출 정도였다고 한다. 티백이 대중화한 지금도 러시아 가정이나 시장에 가보면 금빛으로 번쩍이는 사모바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모바르의 종류는 다양하다. 일반적인 찻주전자와 비슷한 소형 사모바르도 있지만, 전통적인 가정식 사모바르의 생김새는 수도꼭지 같은 급수전이 앞에 달려 있고, 용량은 무려 수 리터부터 수십 리터에 달한다. 내부에는 화로와 연통이 있어 장작을 넣고 자체적으로 찻물을 끓일 수 있다. 지금은 연통 대신 전기장치를 달았지만, 여전히 전통 장작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도 있다. 또 사모바르의 특징 중 하나는 화려한 장식이다. 번쩍거리는 구리 재질에 꽃이나 덩굴 문양을 조각하거나 러시아풍 그림을 그려 절정의 화려함을 뽐낸다.

러시아의 차 문화는 단순히 차 그 자체만을 음미하기보단 영국의 애프너눈 티(Afternoon Tea)나 스웨덴의 피카(Fika)처럼 다식이나 잼 등을 곁들여 풍성한 느낌으로 즐기는 게 일상적이다. 간식은 러시아식 핫케이크인 블리니나 파이인 피로그를 주로 먹는다. 피로그는 짠맛과 단맛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짠맛 피로그에는 돼지고기, 닭고기, 양배추, 완두콩 등을 넣고, 단맛 피로그에는 과일 잼, 꿀, 견과류가 들어간다.

간식 대신 딸기잼이나 꿀 등을 차와 함께 먹기도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잼을 차에 넣으면 안 된다는 것. 홍차를 한 모금 마시고 찻숟가락으로 잼을 한 입 떠서 음미하는 게 러시아의 차 마시는 방식이다. 잼이나 꿀이 없으면 각설탕을 홍차에 적신 뒤 이빨로 조금씩 갉아 먹으며 홍차의 쓴맛을 중화한다.

모스크바에는 중국풍 찻집이 있다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는 유럽과 아시아의 문화 예술 양식이 혼재돼 있다. 특히 모스크바에는 러시아 차 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찻집이 하나 있다. 바로 19세기 말에 지은 페를로프 찻집(Perlov Tea House)이다. 이 찻집은 차 무역상 세르게이 페를로프가 중국의 대신인 이홍장을 접대하기 위해 지은 건축물이다(결과적으로 이홍장은 그 집에 머물지 않았지만). 페를로프 찻집의 외관은 중국 저택을 모방해 지은 화려한 기둥과 기와 양식이 인상적이며, 내부에 들어서면 붉은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배색과 천장에 그려진 잉어, 봉황 등 각종 동양화가 눈길을 끈다. 이곳은 중국 가구에 진열된 각종 차부터 여러 가지 간식과 찻주전자에 이르기까지 차와 관련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해 모스크바의 관광 명소로도 꼽힌다.

요즘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러시아의 차 문화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물건은 오랜 역사를 지닌 러시아의 홍차 브랜드 그린필드와 러시아 황실 도자기로 알려진 임페리얼 포슬린이다. 특히 임페리얼 포슬린은 로모노소프(Lomonosov)란 이름으로 우리에겐 더 친숙하다. 1744년 엘리자베타 여제가 설립한 황실 도자기 공장이 1925년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아카데미 설립자 이름인 미하일 로모노소프(Mikhail Lomonosov)의 이름을 따면서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오늘은 화려한 푸른 문양에 우아한 금빛 테를 두른 로모노소프 잔에 홍차를 진하게 달여 러시아인처럼 잼과 곁들여 마셔보자. 그 옛날 러시아 귀족이 된 기분을 상상하며.

모스크바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모스크바
2010년 개관한 롯데호텔모스크바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명소인 붉은광장과 크렘린궁전, 볼쇼이극장에 인접한 금융과 쇼핑의 중심지, 뉴 아르바트 거리에 자리한다. 총 300개의 객실은 러시아 특유의 색감과 우아하고 앤티크한 인테리어가 특징이며, 실내에서는 크렘린궁전을 비롯해 시내 명소를 조망할 수 있다. 다이닝은 미셰린 2스타 셰프 카를로 크라코의 ‘OVO by Carlo Cracco’를 비롯해 뉴욕 스타일의 퓨전 일식당 메구미 등 다양한 미식을 즐길 수 있으며, 최고의 휴식과 테라피를 체험할 수 있는 만다라 스파를 구비했다.

주소 2 Bld., 8 Novinskiy Blvd., Moscow, Russia, 121099
전화 +7-495-745-1000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moscow-hotel
2020. 1 에디터:하재경
글: 이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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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1
  • 에디터: 하재경
    글: 이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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