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STYLE

세상으로 나온 수행자 정관 스님과 두수고방
사찰 음식의 대가, 정관 스님은 지금 수원 광교에 있다. 그곳에 ‘두수고방’이 있기 때문이다. 스님은 이곳에서 세상과 만나며 수행 중이다.
2017년 봄, 정관 스님의 등장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다. 넷플릭스에서 만든 음식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Chef’s Table)>에 한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출연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셰프를 조명하는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에 등장한 유일한 한국인 셰프라는 점도 놀라웠지만, 영상에 담긴 스님의 음식에 대한 철학과 풍경은 과장을 조금 보태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수행자죠. 셰프가 아닙니다”라는 스님의 말로 시작한 다큐멘터리는 5월, 부처님오신날을 전후로 보름 동안 전라남도 장성군 백양사 천진암에서 촬영되었다.
정관 스님은 백양사 천진암의 주지다. 다큐멘터리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영상에 담긴 천진암의 초여름 풍경은 한국인이 보기에도 초현실적인 모습이었으며, 스님이 만들고 이야기하는 사찰 음식은 음식과 자연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먹는 행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사찰 음식은 향이 강한 오신채(파, 마늘, 달래, 부추, 홍거)와 고기, 해산물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식물성 식품을 다양하게 활용해 영양이 부족하지도 않다. 현대에 와서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커지면서 채식 식문화와 함께 사찰 음식과 사찰 음식이 추구하는 가치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은둔 고수를 찾아 산행을 떠나는 무림 입문자처럼, 건강한 식생활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백양사 천진암으로 정관 스님을 만나러 갈 날을 그려본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월요일 오후, 천진암이 아닌 수원 광교의 아파트 단지에서 정관 스님과 마주했다. “음식에는 경계가 없어요. ‘음식’이라는 주제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유하고자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정관 스님이 말했다. 스님은 넓은 탁자 중앙에 앉았다. 전날 중국에서 수행을 마치고 돌아왔으며 감기 기운이 있어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했지만, 작은 체격이 커 보일 만큼 눈과 몸에서 강한 에너지가 풍겨 나왔다.
정관스님

정관스님

정관 스님

“사찰 음식은 수행하는 스님이 먹는 음식입니다. 음식에 따라서 나의 마음이 변해요. 올바르지 않은 식재료와 조리 방법으로 만든 음식이 몸으로 들어오면 반란을 일으킵니다. 소화가 안 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수행에 방해가 되는 것처럼요. 식재료와 내가 하나 되는 음식을 만들고, 그 음식이 몸에 들어갔을 때 내 몸을 살리는 약이 됩니다.”
정관 스님
정관 스님과 마주한 이곳은 ‘두수고방’이다. 두수고방은 경기도 앨리웨이 광교 내에 자리한다. 작년 10월 문을 연 두수고방은 종교를 넘어 사찰 음식을 매개로 많은 사람과 소통하겠다는 마음이 담긴 곳이다. 그동안 특별한 행사가 있지 않고는 도심에서 스님의 음식을 만날 수 없었다. 두수고방은 정관스님의 세컨드 스튜디오로, 스님이 직접 음식을 만드는 공간이자 스님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며 다양한 이벤트와 채식 쿠킹 클래스가 열리는 공간이다.
두수고방

두수고방

두수고방

두수고방

두수고방에서는 음식을 하루에 30인분만 준비한다. 정관 스님이 직접 담근 장과 양념을 천진암에서 가져와 사용하기 때문에 판매량에 제한을 뒀다. 이곳에선 사찰 음식을 백반처럼 구성해 스님들이 사용하는 그릇인 ‘발우’에 담아낸다. 오늘은 국과 밥, 시그니처 반찬인 녹두전과 버섯강정을 기본으로, 절기별로 바뀌는 삼색나물과 세 가지 반찬, 그리고 대체육으로 만든 불고기로 구성되었다. 전형적인 채식 요리를 생각하고 온 손님이라면 ‘불고기’라는 이름의 반찬에 놀랄 수도 있다.
두수고방

두수고방

하루에 30인분만 준비되는 ‘오늘의 공양’ 메뉴

하지만 모두 100% 채식 메뉴로, 이 반찬은 채식 문화를 알리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곳은 종교 시설이 아니에요. 우리 음식과 채식 문화를 알리는 문화적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죠. 채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대체육처럼 가정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채식 음식을 하나씩 선보이고 있어요.” 오랜 기간 정관 스님과 사찰 음식을 연구하고 현재는 두수고방의 운영을 담당하는 오경순 디렉터의 설명이다. 오경순 디렉터는 또한 두수고방에서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닌 정신을 채우는 음식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두수고방

두수고방 한쪽에는 스님들이 사용하는 그릇인 발우가 진열되어 있다.

두수고방을 찾은 당일, 이곳에서는 김치 담그기 클래스가 진행됐다. “모든 주체는 나입니다. 내가 올바른 식재료로, 올바르게 음식을 만들어서, 올바른 식사법으로 먹고 난 뒤, 이 음식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오늘 맺은 이 인연을 행복하게 생각하며, 함께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스님의 인사로 시작된 클래스는 1부와 2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 요리를 하고, 2부에서 만든 요리를 함께 맛본다. 그러면서 올바른 음식을 만들고 먹는 것의 의미와 소중함을 나눈다.
두수고방

두수고방

두수고방

두수고방

정관 스님과 함께한 김치 담그기 클래스

정관 스님과 나눈 짧은 대화

Q. 사찰 음식이 뭔가요?
A. 말 그대로 수행하는 스님들이 먹는 음식을 사찰 음식이라고 합니다. 수행을 하려면 정신적인 에너지와 육체적인 에너지가 있어야 해요. 저는 이 둘을 연결해주는 고리가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을 먹어야만 내가 어떤 행위를 할 수 있죠. 사찰 음식은 궁극적으로 수행의 음식입니다. 또 음식을 먹고 수행해서 깨달음으로 가야 하니 깨달음의 음식이기도 하죠.

Q. 그 모든 것이 먹는 것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나요?
A. 물론이죠. 세상살이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것과 수행하는 스님들이 깨달음을 향해 가는 길에서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라고 해요. 만드는 과정도 수행이고 먹는 것도 수행입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을 알아가려면 눈도 맞추고 얘기도 몇 마디 나눠야 하잖아요. 식재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어요. 식재료가 가지고 있는 원래의 맛과 향, 식감 등 그 본질을 알아야 하죠. 그러려면 나 자신을 알아야 합니다. 그게 바로 수련이에요.

Q. 그래서 작물을 기르고 채취하는 것까지 직접 하시는 거군요.
A.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 씨앗을 뿌려야 하고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쳐 언제 먹을 시기가 되는지, 그 시절 인연을 알아차려야 해요. 그 인연을 바라봐야 하죠. 계속해서 바라봐야 내가 그 식재료의 에너지를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온전히 가져와서 나의 에너지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거예요.

Q. 직접 작물을 기르는 일이 고되지는 않나요?
A. 자연이 알아서 하죠. 저는 그냥 자연이 웃으면 따라 웃고, 햇볕은 내리쬐는데 비가 안 와서 말라가면 “너 말라 가서 큰일 났다" 하고 물을 갖다 주고 보아주는 것 정도죠.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자연이 하고 식물 스스로가 하지 제 힘으로 하는 게 아니에요. 식재료와 저의 세월이 함께 가는 것뿐이죠.
두수고방

두수고방

Q. 사찰 음식이 곧 스님의 요리고 요리법인데요, 레시피가 따로 없다고 하셨어요. 평소 어떤 방식으로 조리하나요?
A. 예를 들어 어떤 꽃이 피어서 열매를 맺었습니다. 이 열매를 먹기까지는 7일에서 9일이 걸립니다. 3~4일이 지나면 세월의 인연과 환경에 따라서 맛과 식감이 변해요. 껍질이 두꺼워진다거나 하죠. 그럴 때는 아주 기본적인 소금 간을 합니다. 거기서 일주일이 더 지나면 식물도 살고자 하는 의욕이 생겨요. 색상이 짙어지고 가죽이 두꺼워지고 열매에 씨앗이 맺히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때는 소금 간에 집간장과 참기름을 조금 보태는 거죠.

Q. 요리가 지루할 틈이 없을 것 같아요.
A. 예. 그 삶을 끝까지 함께하죠. 씨앗에서 시작해 다시 땅에 떨어질 때까지, 한 식재료를 가지고 5~6개월을 보내요.

Q. 다큐멘터리나 해외 방문 경험이 스님의 일상이나 음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왜냐하면, 그 일이 아니면 다른 수행을 했을 거예요. 행주자와 어묵동정(行住坐臥語默動靜). 행하거나 머무르거나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 말하거나 침묵하거나 움직이거나 고요하거나 모두가, 일과가 수행이에요. 그 안에 음식이 들어가 있는 것이고, 음식을 만드는 것이 수행이죠.

Q. 사찰 음식을 알리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현대인에게 사찰 음식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A. 보통 음식은 먹고자 하는 욕구만 있어요. 먹는 즐거움의 행위로 그치죠. 하지만 우리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음식이 나를 어떻게 형성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어떻게 하게 만드는지를 생각해야 해요.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목표는 없어요. 이 순간이 있는 거죠. 이 자리가 목표예요. 목표를 정해놓으면 머리 아프잖아요. 어깨에 짐을 왜 지어요? 인연이 주어지면 수용하고 함께해서 그 순간 최고의 인연을 만들어내는 거죠.
두수고방

두수고방

두수고방

두수고방
주소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호수공원로 80 앨리웨이 어라운드 라이프 3층
문의 031-548-1912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doosoogobang
2020. 3 에디터:김혜원
포토그래퍼:안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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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3
  • 에디터: 김혜원
  • 포토그래퍼: 안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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