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STYLE

여경옥 셰프의 중식 예찬
세계적인 미식 가이드 ‘라 리스트 2020’에 롯데호텔서울 도림이 한국에 있는 중식당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한국 최고의 중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롯데호텔서울의 중식당 도림과 롯데호텔 중식 전반을 책임지는 여경옥 셰프에게 물었다.
프랑스 관광청은 매년 전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1,000곳을 선정해 발표한다. 세계적인 미식 가이드 ‘라 리스트(LA LISTE)’다. 지난 연말 공개된 ‘라 리스트 2020’에 포함된 한국 레스토랑은 22곳. 그중 중식당으로는 유일하게 롯데호텔서울의 ‘도림’이 이름을 올렸다. 한식, 일식, 양식의 강세 속에서 홀로 우뚝 선 도림의 성공 비결은 뭘까? 도림과 롯데호텔 중식의 중심에는 여경옥 셰프가 있다.
도림

도림

도림

“셰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좋은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드는 것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매년 새로운 미식 트렌드가 떠오른다 해도 건강과 맛은 비껴가면 안 되거든요. 중국 요리의 역사가 5,000년이 되었고, 또 요리마다 역사가 있습니다. 그 역사에 다른 무언가를 더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죠. 몸과 입은 물론, 귀를 즐겁게 할 이야기도 함께요.”
여경옥 셰프
도림

도림 입구. 단골 고객들의 전용 젓가락이 투명 케이스에 담겨 있다.

우리가 만든 도림의 맛
테이블 위에 오르는 하나의 요리를 완성하는 데에도 팀워크가 필요하다.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교향곡을 연주하는 수십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있는 무대나 포뮬러 원 경기 중 레이싱카를 정비하는 수십 명이 넘는 스태프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피트 스톱은 식사 시간, 레스토랑 내 주방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터. 이들의 공통점은 팀워크를 맞추기 위한 노력과 목표 그리고 이를 이끌 훌륭한 리더가 있다는 것이다.
여경옥

여경옥

여경옥 셰프

여경옥 셰프는 중식 명장으로 광둥(廣東)요리의 대가로 불리는 스타 셰프다. 10대 때부터 중식에 몸담아 4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여경옥 셰프가 롯데호텔에 합류한 것은 2013년이다. 롯데호텔 중식당 도림과 롯데호텔 중식 책임자로서 그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도림의 레시피를 다시 써 내려가는 일이었다. 같은 요리임에도 그날 조리하는 셰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요리들의 레시피를 표준화한 것. 어느 지점의 도림에 가도 고객이 기대했던 것과 같은 맛의 요리를 내놓기 위한 조치였다.
도림

도림

물론 레시피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셰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손과 몸의 기억을 바꾸는 일이 어려웠다. “레시피를 만드는 데만 1년 여가 넘게 걸렸습니다.” 모든 세프가 동일한 메뉴를 각각 만들어 모두 함께 맛보며 최선의 레시피를 선택했다. 거기에 여경옥 셰프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더했다. “메뉴 하나를 개발하더라도 제가 독단적으로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맛을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요. 내부와 외부 사람들의 많은 테이스팅을 거쳐 다수가 좋아할 맛, 그 정점을 찾는 거죠. 제 음식이 아니에요. 우리의 음식입니다.”
도림

도림

도림

그가 주방을 이끄는 법
“주변이 중요하고, 결국 내가 주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해요. 좋은 동료가 있고, 맛있는 음식과 맛있게 먹어주는 고객이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여경옥 셰프는 종일 유쾌했다. 도림의 브레이크타임에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몇 가지 포즈를 취해달라고 요구하고 포토그래퍼와 에디터가 레스토랑 곳곳을 누비며 공간을 촬영할 때조차 곁을 떠나지 않았다. 때론 농담을 던지고 디너 타임을 준비하는 직원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주방 안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40대만 해도 엄격하고 무서운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직원들한테 소리를 지르거나 화내는 사람은 불러서 제가 뭐라 해요. 누군가를 혼내다 보면 그 목적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혼내는 게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목적이 되는 거죠. 그럼 혼난 사람은 혼낸 이가 원하는 것이 뭔지 몰라 한참 시행착오를 겪어요. 장단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자신이 원하는 걸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게 더 효율적인 것 같아요.”
여경옥

여경옥 셰프

전 세계가 인정한 중식,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 중식
지난해 말 도림은 한 차례 화제의 중심에 섰다. 미식 가이드 ‘라 리스트 2020’에 한국 레스토랑 중 중식당으로는 유일하게 도림이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맛을 위한 노력, 여경옥 셰프와 도림 일원의 팀워크가 만든 쾌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경옥 셰프에게 ‘라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소감을 물었다. “도림이 ‘라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도 감사하지만, 저는 사실 고객이 맛있게 먹어주는 게 더 기쁩니다.(웃음)”
그런 그가 요즘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한국 중식의 미래다. “우리나라의 다른 중식당도 ‘라 리스트’에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 중식이 이미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음식은 문화잖아요. 문화는 사실 뭐가 더 낫다, 못하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죠. 그런데 왜 사람들이 아직 우리 중식을 덜 알아줄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불도장

도림의 대표 메뉴 불도장

맛의 기본을 위한 노력
여경옥 셰프는 1년에 두세 번씩 전라도나 경상도, 강원도로 고기와 해산물, 채소 등 새로운 식자재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광둥요리는 원재료의 맛을 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재료가 좋지 않으면 음식이 맛있을 수 없어요.” 식자재의 지역성과 함께 계절성도 고려한다. 현재 도림은 롯데호텔서울, 롯데호텔월드, 롯데호텔부산, 세 개 호텔 지점에 위치한다. 일관된 레시피로 고객이 도림에서 기대하는 맛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각 지역의 식자재를 사용해 계절감을 느끼게 하는 맛 또한 놓치지 않는다. 봄의 기운이 채 스며들기도 전인 지금, 여경옥 셰프는 한발 앞서 나간다. “요즘에는 계절이 빨리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이제 여름을 준비해야죠. 4~5월이 되면 여름 느낌이 오거든요.” 올여름을 준비하는 여경옥 셰프가 추천하는 3월 메뉴는 한우와 그린빈으로 만든 청두탕면과 부용게알소스다. 청두탕면은 봄의 푸른 기운을 담은 그린빈을 사용하고 매콤한 소스로 입맛을 돋우는 국수 요리. 부용게알소스는 도림의 시그니처 메뉴로 게살과 달걀을 볶아 접시에 깔고 게알소스를 올리는데, 게알의 향을 더욱 진하게 업그레이드했다.
도림

도림

창 너머로 N서울타워가 보인다.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런치 타임, 홀을 가득 메운 테이블의 분위기는 저마다 달랐다. 비즈니스를 위해, 가족 또는 친구들과의 모임을 위해, 기념일을 위해 온 사람들. 과거에 비해 도림을 찾는 고객층도 훨씬 다양해졌다. 여기에는 호텔 중식당의 문턱을 낮춰 누구라도 편히 와서 즐길 수 있도록 한 여경옥 셰프의 노력이 숨어 있다. “도림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고급 중식당입니다. 그리고 37층, 고층에 위치하죠.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니 더욱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아는 대중적인 요리를 고급화했습니다. 한우 짜장면, 한우 탕수육처럼 말이죠.” 동그란 테이블에 놓인 메뉴들은 익숙하지만 그 맛은 조금 더 세심하다. 마지막으로 여경옥 셰프에게 도림을 즐기기 가장 좋은 시간이 언제인지 물었다. “계절마다 해가 지는 시간이 다르니 정확한 시간을 말할 순 없지만, 일몰의 창가 자리가 좋습니다.” 맑은 날에는 넓은 창 너머로 N서울타워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서울 중심의 호텔, 37층이라는 문턱을 넘으면 이토록 근사한 풍경과 함께 최고의 중식을 맛볼 수 있다.
도림

도림

롯데호텔서울 도림
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 30, 롯데호텔서울 메인타워 37층
문의 +82-2-317-7101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seoul-hotel/ko/dining/restaurant-toh-lim
2020. 3 에디터:김혜원
포토그래퍼:박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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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3
  • 에디터: 김혜원
  • 포토그래퍼: 박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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