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STYLE

한국의 아이웨어 브랜드가 살아가는 법
만약 젠틀몬스터의 선글라스가 얌전한 쇼윈도 너머에 진열되어 있었다면, 전 세계가 젠틀몬스터라는 아이웨어 브랜드에 이렇게 열광했을까? 사람들은 새로운 전시의 개막을 기다리듯 그들의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기다리고, 유명 브랜드들은 그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원한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독특한 이미지 저 너머, 젠틀몬스터가 궁금해진다.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 한복판에 이상한 백화점이 문을 열었다. 백화점 1층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수십 마리의 로봇 양 떼가 손님을 맞이했다. 이 초현실적 백화점은 베이징 최고의 럭셔리 백화점 SKP-S. 백화점 1층부터 3층까지, 총 9,900㎡(3,000평)의 공간 곳곳은 미래에서 불시착한 듯한 오브제로 가득했다. 그렇다면 누가 이곳에 미래를 가져다 놓았을까? 이쯤에서 등장할 이름이 있다. 바로 젠틀몬스터. SKP-S의 공간 아트 디렉팅을 맡아 곳곳을 채운 주역이다. 젠틀몬스터는 2011년 론칭한 한국의 아이웨어 브랜드. 안경과 선글라스를 만드는 브랜드의 가늠할 수 없는 행보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2013년, 논현동에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며 20여 년간 사용되던 배를 뭍으로 가져온 그들의 시작을 떠올려보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젠틀몬스터

젠틀몬스터가 아트 디렉팅한 백화점 SKP-S 내부

젠틀몬스터가 아트 디렉팅한 백화점 SKP-S 내부

드넓은 세상 속 수많은 아이웨어 브랜드 가운데 젠틀몬스터의 이름을 기억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2014년 드라마에서 배우가 쓰고 나온 독특한 스타일의 선글라스로 처음 화제가 된 젠틀몬스터는 완성도 높은 제품의 품질과 미적 가치를 만족시키는 디자인에, 제품이 보여지는 공간을 독특하게 연출하며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서울, 대구, 부산, 그곳이 어디든 그들은 자신의 브랜드를 담는 공간을 초현실적인 복합 예술 공간으로 바꿔놓았다. 플래그십 스토어가 판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브랜드를 경험하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나누는 공간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젠틀몬스터

젠틀몬스터

젠틀몬스터가 아트 디렉팅한 백화점 SKP-S 내부

젠틀몬스터가 아트 디렉팅한 백화점 SKP-S 내부

25일을 주기로 플래그십 스토어의 콘셉트를 바꾼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의 ‘퀀텀 프로젝트(Quantum Project)’, 50년 된 목욕탕의 원형을 그대로 살려 문을 연 서울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 일상적인 콘텐츠를 재해석해 신사동 가로수길에 어디에도 없던 공간을 탄생시킨 ‘BAT 프로젝트’ 등 변화하는 공간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젠틀몬스터라는 브랜드 하나였으니, 누구라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채 볼거리로 가득 채운 갤러리 같은 매장. 이러한 공간 디자인은 젠틀몬스터에 소속된 직원들이 직접 진행하는데, 그들이 창조한 공간은 젠틀몬스터의 색깔이 되었다.
젠틀몬스터와 펜디의 협업 컬렉션 ‘젠틀 펜디’의 캠페인 이미지

젠틀몬스터와 펜디의 협업 컬렉션 ‘젠틀 펜디’의 캠페인 이미지

젠틀몬스터와 송민호가 함께한 아트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버닝 플래닛’ 현장

젠틀몬스터와 송민호가 함께한 아트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 ‘버닝 플래닛’ 현장

젠틀몬스터와 앰부쉬의 협업 컬렉션 팝업 이벤트 현장

젠틀몬스터와 앰부쉬의 협업 컬렉션 팝업 이벤트 현장

세계적인 브랜드와 아티스트, 셀러브리티와의 컬래버레이션 또한 젠틀몬스터의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이탈리아 브랜드 펜디, 주얼리 브랜드 앰부쉬, 배우 틸다 스윈턴과 선보인 협업 컬렉션, 래퍼 송민호와 함께한 아트 컬래버레이션 ‘버닝 플래닛’ 등 트렌드와 아트의 경계를 넘나들며 브랜드에 새로움을 더하고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현재 젠틀몬스터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미국의 뉴욕과 L.A., 영국의 런던, 두바이,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 등 다양한 나라와 도시에 20개 매장이 분포돼 있다. 한국의 백화점과 면세점을 합하면 매장은 약 50개 정도. 전 세계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 관리 중이다. 저마다 다른 콘셉트로 연출한 플래그십 스토어, 그 안을 채운 혁신과 새로움을 모토로 한 안경과 선글라스들. 젠틀몬스터의 상상에는 한계가 없다.
농장 속 카페를 콘셉트로, 신사동 가로수길의 2층 건물을 옥수수밭으로 만든 ‘BAT’ 프로젝트

농장 속 카페를 콘셉트로, 신사동 가로수길의 2층 건물을 옥수수밭으로 만든 ‘BAT’ 프로젝트

젠틀몬스터의 2019 컬렉션 캠페인 ‘13’

젠틀몬스터의 2019 컬렉션 캠페인 ‘13’

Interview with Gentle Monster
젠틀몬스터는 그들의 크리에이티브를 제품, 공간,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 등으로 녹여낸다. 젠틀몬스터의 ‘몬스터’ 들 중 본사인 한국과 더불어 중화권 국가의 브랜딩 기획 및 마케팅 전반을 담당하는 구진영 파트장을 만났다.
Q. 젠틀몬스터의 초창기로 돌아가, 아이웨어 브랜드임에도 설치미술 작품 같은 조형물이 가득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들고, 25일을 주기로 공간을 완전히 새롭게 변화시켰던 퀀텀 프로젝트 등을 진행한 이유가 궁금해요. 이를 통해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 싶었나요?
A. 젠틀몬스터의 핵심 가치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입니다. 부서에 상관없이 조직 내에 있는 모든 구성원이 이 핵심 가치를 근간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어요. 아이웨어 제품, 제품이 놓이는 공간, 제품을 보여주기 위한 이미지 및 영상, 제품을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 등 모든 분야에서 끊임없이 ‘새로움’을 보여주고자 했죠. 그러한 과정에서 독특한 공간의 플래그십 스토어와 퀀텀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젠틀몬스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서울 신사 플래그십 스토어

서울 신사 플래그십 스토어

부산 플래그십 스토어

부산 플래그십 스토어

대구 플래그십 스토어

대구 플래그십 스토어

Q. 젠틀몬스터의 플래그십 스토어와 프로젝트는 어떤 방식으로 기획하나요?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궁금합니다.
A.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줄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의 공간은 각기 다른 주제로 표현돼 있어요. 각 공간 프로젝트는 브랜딩 본부의 공간팀 내에서 담당자들의 끝없는 토론을 통해 주제를 좁혀가며 시작됩니다. 매년 초 새로운 아이웨어 컬렉션을 출시하는데, 컬렉션 주제에 맞춰 공간 주제가 정해지기도 합니다. 컬렉션을 넘어선 주제가 나오기도 하고요. 제품부터 공간과 이미지, 영상,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젠틀몬스터의 세계관을 보여주고자 해요. 갓 입사한 직원도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브랜드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젠틀몬스터

젠틀몬스터

25일을 주기로 플래그십 스토어의 콘셉트가 바뀌었던 ‘퀀텀 프로젝트’

25일을 주기로 플래그십 스토어의 콘셉트가 바뀌었던 ‘퀀텀 프로젝트’

Q. 그중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세요.
A. 아무래도 지속적으로 새로움을 보여준 퀀텀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2014년 4월 오픈한 젠틀몬스터의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 1층에는 아이웨어 제품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리고 그 공간은 25일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죠. 플래그십 스토어 앞을 지나던 사람들은 이곳이 어떤 공간인지 궁금해했어요. 많은 이들이 그때부터 “젠틀몬스터는 독특하다”, “젠틀몬스터는 특별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30여 회가 넘는 퀀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30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젠틀몬스터의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는 홍대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을 뿐 아니라 서울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해요.

Q. 최근 젠틀몬스터가 진행한 중국 백화점의 공간 디렉팅은 어떻게 시작된 프로젝트인가요?
A. 그 프로젝트는 오픈 약 1년 반 전 백화점의 제안으로 시작됐어요. 젠틀몬스터는 백화점 SKP-S의 1층 입구부터 백화점 내 공용 공간, 아트 스페이스, 편집 숍 등의 전체 디렉팅을 담당했는데요, 두 회사의 구성원들은 매주 ‘미래의 백화점’에 대해 논의하며 생각의 끝에 있는 생각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미래의 리테일’은 어떤 것일지, 과연 고객은 어떤 공간에서 쇼핑할 때 ‘새로움’을 느낄 것인지 말이죠. 그 결과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로봇 농장이 보이는 백화점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젠틀몬스터

젠틀몬스터가 아트 디렉팅한 백화점 SKP-S 내부

젠틀몬스터가 아트 디렉팅한 백화점 SKP-S 내부

Q. 백화점 공간 디렉팅부터 최근 론칭한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NUDAKE)까지, 젠틀몬스터의 영역은 아이웨어 브랜드의 경계를 넘어선 것 같은데요, 젠틀몬스터라는 브랜드를 스스로 어떻게 정의하나요?
A.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속한 회사명은 ‘아이아이컴바인드(IICOMBINED)’입니다. 상상력(Imagination)과 이해, 해석(Interpretation)을 의미하는 두 단어가 결합된 이름으로, 새로운 것(생각)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소속돼 있어요.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디저트의 판타지를 그리는 누데이크도 생겨났고, 백화점의 공간 디렉팅도 나오게 되었습니다. 젠틀몬스터는 내부 인원들조차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브랜드를 만들어나가고자 해요. 새로운 생각이 계속되어 즐거움을 만들고, 그것은 고객에게 예측하지 못한 놀라움으로 다가가며, 이것이 쌓여 고객이 젠틀몬스터를 기대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저희조차 미래를 기대하게 되는 브랜드,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미래예요.

Q. 앞으로 젠틀몬스터가 보여주고자 하는 미래도 예측할 수 없겠군요.
A. 맞아요. 앞으로 1년 뒤 혹은 2년 뒤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어요.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새로우면서도 멋진 생각을 하고 이를 실현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거예요.
2020. 4 에디터:김혜원
자료제공: 젠틀몬스터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트위터로 공유
  • 페이스북으로 공유
  • 핀터레스트로 공유
  • 링크URL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