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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스티커 파는 가게, 서울 스티커 샵
서울 삼청동에는 다양한 스티커만을 전문으로 파는 서울 스티커 샵이 있다. 이곳은 서울에서 서울을 홍보하는 스티커를 선보이는 숍이다.
고대 그리스나 이집트 시대에는 물건에 누가 만들었는지 표식을 했다. 또 오래전 북유럽에서는 키우던 가축에 주인이 누구인지 표식을 남겼다. 그들은 이런 행위를 ‘bran(브란)’이라고 불렀다. 이것은 ‘burn(번)’과 같은 의미였고, 이는 현대사회에서 브랜드(brand)라고 부르는 단어의 어원이기도 하다.
브랜드를 생각해보자. 좋은 브랜드란 무엇일까? 서울은 좋은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서울 스티커 샵을 방문하고 나니 브랜드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스티커 샵

서울 스티커 샵은 지역에 대한 정체성이 분명하다.

서울이란 브랜드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 광화문을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 오른쪽 동십자각에 나 있는 편도 이차선 작은 길은 삼청로로 불린다. 그 길로 들어서서 경복궁 담길을 마주하며 산책하듯 걷다 보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비롯해 여러 크고 작은 갤러리와 숍을 만난다. 십수 년 전부터 서울의 가장 대표적인 사립미술관이 모여 있던 길이다.
삼청로를 쭉 걸어 들어가 삼청파출소에 다다르면 옆 건물 2층에 있는 서울 스티커 샵을 발견하게 된다. 이름만 들어도 무엇을 팔지 예상이 되는 너무나도 직관적인 이름. 그런데 이름을 가만 보고 있자니 문득 궁금증이 인다. ‘서울에서’ 스티커를 파는 상점이라는 걸까, 아니면 ‘서울을 소재로 한’ 스티커를 파는 상점이란 의미일까.
스티커 샵

스티커 샵

스티커로 일상 소품을 다양한 느낌으로 꾸밀 수 있다.

스티커 샵

서울에 관한 스티커 외에도 다양한 자료들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서울 스티커 샵은 아워스(ours)의 이동훈 디자이너가 지난해 말 문을 연 곳으로, 스티커를 파는 가게다. 평소 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모아왔는데, 이러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 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외국에서는 도시마다 스티커나 기념품을 판매하는 숍에서 자연스럽게 스티커를 구매하는 여행자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여기에 자신의 본업인 그래픽 개념을 스티커에 반영하면 아주 재미있는 작업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삼청로

삼청로 거리에서 바라보면 이 창이 보인다.

그렇게 문을 연 삼청동 가게는 삼청로 관광안내소 건물 2층에 있다. 거리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한번 발견하면 ‘아, 스티커를 파는 곳이구나’ 할 만큼 명확하게 개성을 보여준다. 가게 안에는 스티커와 여러 제품이 빽빽하게 장식돼 있다. 현재 가게에서 판매하는 스티커는 대략 300여 종이다. 전시 제품마다 창작자인 디자이너의 이름이 함께 걸려 있다. 제품을 둘러보면 디자이너마다 지니고 있는 개성과 함께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서울이란 도시의 형상화다. 디자이너들이 서울이란 도시를 자신만의 고유한 그래픽으로 표현한 것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서울에서 서울에 관한 스티커를 파는 숍이라는 생각. 처음 이름을 보았을 때 궁금했던 질문의 답을 찾은 느낌이다.
하얀 점퍼 차림에 턱수염이 인상적인 이동훈 디자이너는 스티커와 서울이란 도시가 품은 브랜드, 디자인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이동훈

이동훈 디자이너는 서울이란 도시의 브랜드화에 대해 관심이 많다.

Q. 서울 스티커 샵이라는 이름이 재미있어요. 그렇게 지은 이유가 있나요?
A. 여행을 가면 스티커나 기념품을 많이 사곤 했어요. 제 전공인 디자인을 살려 그래픽으로 풀어볼 수 있고, 이름도 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이름 자체에서 어떤 곳인지를 누구나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길 바랐고요. 서울에서 하는 것이니 서울이란 단어가 들어가고, 스티커를 파니까 숍도 넣고. SSS(Seoul Sticker Shop)라고 불러서 재미와 의미가 모두 있다고 본 거죠.

Q. 특별히 스티커인 이유가 있나요?
A. 제가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서울 사람이다 보니 서울에 관해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것도 의미 있다고 봤어요. 일본이나 여러 나라를 가면 작은 단위의 지역에서 디자인을 이용해 지역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저마다의 방식이 많잖아요. 그런데 그게 열쇠고리나 한복 입은 인형이나 대한민국이란 글자가 써 있는 무언가도 있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스티커라면 디자이너들만의 방법으로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는 요소가 많다고 생각했어요.
알라킴

알라킴

서울 스티커 샵의 마스코트 알라킴

Q. 평소 지역 브랜딩이나 기념품에 관심이 있었나요?
A. 처음에 브랜딩 회사에서 디자이너 일을 시작했어요.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지방의 특산물을 통합해 브랜드화하는 작업을 했죠. 다른 나라를 보니 그런 작업이 잘되어 있더라고요. 당시만 해도 우리는 그런 것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되었죠.

Q. 이 숍도 그런 연장인가요?
A. 제가 기념품 사는 것을 진짜 좋아해요. 이것저것 다 사요. 여행자에게 그런 재미있는 숍이었으면 했어요. 일본에서 무척 세련되고 힙한 느낌의 매장인데 전통적인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봤어요. 그런 숍이 몇 개씩 모여 있으니 문화적 영향력이 매우 커 보이더라고요. 우리도 유치해 보이지 않고 사람들이 가볍게 좋아하는 새로운 기념품을 선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Q. 외국에 가면 그런 숍을 흔히 볼 수 있죠.
A. 맞아요. 서울에서도 가능해요. 서울 안의 강남, 그 안의 논현동. 이런 식으로 해외에서도 작은 단위의 지역을 대상으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죠. 제가 직접 향초나 모자 브랜드를 만들고, 서울 길거리 음식 캐릭터를 만들기도 했는데, 막상 서울에 대해 설명을 하기가 쉽진 않더라고요.
서울

서울을 표현한 다양한 스타일의 스티커들

Q. 서울과 스티커의 조합인 셈인데, 서울이라는 지역을 나타내고 싶었나요?
A. 그런 점도 있어요. 서울에 있는 것도 될 수 있고, 서울을 나타내는 의미도 있는 약간 중의적 표현이랄까.
 
Q. 작업 방식은 어떤가요?
A. 스티커를 제작해 팔아야 하는데 왠지 엄청 많아야 할 것 같았어요. 제가 10개, 20개 그려서 될 일이 아니었죠. 그래서 주변 디자이너들에게 부탁했어요. 그들이 작품을 만들면 제작은 무조건 제가 하고, 판매 금액의 일정 부분을 그들에게 주는 거예요. ‘같이 재미있는 작업을 해보자’라는 개념이 강했던 것 같아요. 대신 아티스트 작품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스티커의 품질은 책임지겠다고 했어요.

Q. 처음에 디자이너는 몇 명이 모였나요?
A. 시작할 때는 친분 있는 디자이너 예닐곱 명이 있었어요. 이후 함께 하고 싶은 아티스트에게도 메일을 보냈죠. 작품을 설치할 때는 최대한 아티스트가 돋보이도록 작가를 소개하는 방식을 취했어요. 저도 디자이너인 만큼 일부 라인을 작업하고 있으며, 현재 29명 정도가 함께하고 있어요. 추가로 합류할 분도 있고요.
불량상회

불량상회

이동훈 디자이너가 작업한 ‘불량상회 1969’의 아카이브 북과 스티커로 꾸민 스케이트보드

Q. 스티커를 평소에 많이 모았나요?
A. 여행지에 가면 스티커나 개성 있는 기념품을 사곤 했어요. 스티커도 티셔츠 문구처럼 그래픽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카페에서 노트북을 폈을 때, 노트북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보면 그 사람의 성향을 조금 파악할 수 있잖아요. 저희 매장에 해골 스티커가 있는데, 외국인 여행자 중 하드코어 스타일의 액세서리를 하거나 그런 느낌의 여행자들이 이걸 사 가요. 스티커가 자신을 나타내는 그래픽인 셈이죠.

Q. 스티커를 제작할 때 일부러 한국적인 느낌이 나는 것을 만들기도 하나요?
A. 처음엔 작가들에게 어떤 스타일의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기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서울의 느낌이 직관적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서울을 상징하는 것이 들어가도록 요청하고 있어요. 외국인 여행자도 서울이나 한국 느낌이 나는 걸 좋아하고요.

Q. 한국 스타일이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요?
A. 서울이라는 브랜드 인지도가 매우 높아졌어요. 그걸 유명 스포츠 매장에서 깨달았죠. 로고 아래에 서울이란 단어가 붙어서 나오더라고요. 이제 서울이란 타이틀이 적힌 옷을 서울 사람이나 한국 사람이 입어도 전혀 어색하거나 창피하지 않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에게도 서울이 하나의 브랜드, 스타일로 소비되는 것 같아요.
스티커 샵

서울 스티커 샵에서는 한국에 관한 다양한 일러스트와 그래픽 작업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Q. 예전에는 부끄러워하기도 했죠.
A.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서울이라는 글자나 그래픽이 있는 프린트 혹은 디자인이 많이 판매되고 있어요. 독립서점에서도 서울을 소재로 작업을 하죠. 아티스트들도 서울을 매력 있는 도시로 생각해요. 부산이나 제주도 그렇게 된 것 같아요.

Q. 스티커 외에도 제품군을 확대할 생각인가요?
A. 조금씩 제품 범위를 확대할 생각이에요. 개인적으로 컬렉션한 제품도 선보이려고 하고요. 해외 여행객이 1988년 서울올림픽 호돌이 배지나 예전 OB베어스 제품도 좋아해요. 그래서 팝업처럼 작은 단위로 설치할 수 있도록 제작할 계획도 세우고 있어요. 예를 들어 박물관에서 박물관과 관련한 스티커 팝업 제품만 모아서 판매하는 것처럼요.

Q. 별도로 준비하는 것이 있나요?
A. 지금 이 매장은 서울 스티커 샵인데, 약자가 SSS거든요. 그래서 다른 SSS, 즉 Self Souvenir Service란 버전으로 다른 작업도 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포스터나 스티커 북을 만들 수도 있죠. 1년에 한 번씩 모으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카페랑 결합해서 패스트푸드 어린이용 해피밀처럼 일정 기간에 스티커를 증정하는 방식도 있고요. 너무 급하게 않게 천천히,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SEOUL STICKER SHOP

2020. 6 에디터:정재욱
포토그래퍼:박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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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6
  • 에디터: 정재욱
  • 포토그래퍼: 박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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