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STYLE

© 모모스커피

부산 커피 로드
요즘 커피 잘하는 도시를 묻는다면, 답은 부산이다. 한국인 최초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인 전주연 바리스타가 소속된 모모스커피를 비롯해 개성 있는 카페가 많다. 커피를 키워드로 부산을 여행해보는 건 어떨까.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 <실용 커피 서적>을 쓴 커피 칼럼니스트 조원진의 안내로 떠나보자.
승강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 소금기 묻은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계단을 따라 대합실로 향하는 길에는 별빛을 가득 품은 영도의 야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부산역을 등지고 오른쪽으로는 영도와 자갈치시장, 국제시장이 있고, 왼편으로는 전포동 카페 거리와 광안리, 해운대가 자리한다. 볼거리, 먹거리, 마실 거리가 넘쳐나는 부산은 교통과 여행을 즐기는 문화의 발전을 등에 업고 한국에서 손꼽히는 관광도시가 되었다.
여행의 도시로 변모한 부산은 동시에 커피의 도시로도 성장해왔다. 몰려드는 관광객의 이목을 집중할 수단으로 카페가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잠재력과 가능성은 충분했다. 초량과 영도, 전포동 골목길에는 옛 모습을 간직한 건축물이 즐비했다. 새로운 것을 찾는 관광객에게 의외성과 다양성을 지닌,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공간에 들어선 카페들은 순식간에 관광 명소가 됐다. 부산역 앞 1920년대에 지어진 병원 건물을 활용한 ‘브라운핸즈’, 1940년대 적산가옥을 현대식으로 개량한 ‘카페 초량 1941’, 1950년대 쌀 창고를 새롭게 개조한 ‘노티스’ 등이 대표적이다.

모모스커피의 바리스타가 커핑을 하고 있다. © 모모스커피

모던한 인테리어의 모모스커피 신세계센텀시티몰점 © 모모스커피

독특한 매장 분위기로 주목받은 베르크로스터스 © 조원진

부산항을 통해 다양한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역사가 새로운 문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도, 가장 적극적으로 커피를 소비하는 2030 인구가 다른 도시에 비해 많은 것도 부산 커피 문화 발전에 한몫했다. 한때 철물점과 공구 상가가 전부였던 전포동 카페 거리는 개방적인 부산 특유의 문화와 카페에 적극적인 세대의 꾸준한 소비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2019년에는 최고의 바리스타를 뽑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 모모스커피의 전주연 바리스타가 한국인 최초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자는 미국의 커피 잡지 <바리스타 매거진>의 표지 인물로 선정되는데, 광안리 바다를 배경으로 트로피를 들고 있는 전주연 바리스타의 모습 덕분에 부산은 세계적 커피 도시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제 부산은 커피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밀면과 돼지국밥을 먹지 않아도, 광안리와 해운대를 찾지 않아도 카페를 따라 부산을 한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부산의 카페를 제대로 즐겨보지 못했다면, 지금부터 소개하는 부산의 대표 카페와 개성 넘치는 소규모 카페들을 먼저 둘러보면 좋겠다.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카페, 모모스커피

모모스커피 본점 내부 전경 © 모모스커피

로스팅 룸 © 모모스커피

한옥의 매력을 살린 모모스커피 본점 © 모모스커피

2007년 이현기 대표가 부모님이 운영하던 음식점 창고에서 테이크아웃 전문점 형태로 문을 열었다. 이후 매년 조금씩 확장해나가면서 현재는 음식점 공간이던 2층 규모의 건물 전체를 카페로 바꾸었다. 200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기 시작했고, 현재 부산을 대표하는 카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9년에는 창업 멤버로 15년간 함께해온 바리스타 전주연이 모모스커피 소속으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 출전해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대표 메뉴는 1년에 절반 이상을 해외 산지에서 보내는 이현기 대표가 직접 선별해 공수한 스페셜티 커피로 만든 핸드 드립 커피.
주소 부산시 금정구 오시게로 20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momos_coffee
 
전포동 터줏대감 로스터리, FM커피

© FM커피

FM커피 내부 전경 © FM커피

FM커피 내부 전경 © FM커피

커피와 잘 어울리는 디저트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 조원진

2000년대 초반부터 부산 지역에 꾸준히 커피를 납품하며 이름을 알린 강무성 로스터가 2008년 전포동에 문을 연 카페. ‘정석(Field Manual)’이라는 의미의 이름답게 빼어난 커피 맛으로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매년 코스타리카, 파나마 등의 해외 산지에서 직접 커피를 골라 와 판매한다. 계절에 따라 최상의 컨디션으로 제공하는 스페셜티 커피 외에도, 강하게 볶아 진한 초콜릿 같은 단맛이 특징인 다크 블렌딩으로 만든 라테와 아메리카노도 매력적이다. 콜드 브루를 활용한 메뉴 ‘투모로우’와 녹차 라테를 응용한 ‘전포숲’은 카페를 찾는 이들이 꼭 한 번씩 마셔보는 음료다.
주소 부산시 부산진구 전포대로199번길 26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fmcoffee__
 
떠오르는 스타 카페, 베르크로스터스

© 베르크로스터스

주문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2층 공간 © 베르크로스터스

베르크 팀 © 베르크로스터스

부산 출신의 젊은 바리스타와 로스터 4명이 합심해 만들었다. 국가대표 바리스타 선발전 심사위원 출신의 로스터 박현동과 브랜딩을 담당하는 바리스타 송찬희가 모모스커피에서 근무한 인연으로 창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재무와 운영을 담당하는 바리스타 김석봉과 인테리어와 시공 등을 관리하는 바리스타 이상용이 합류해 ‘긍정적 삶의 변화’를 모토로 베르크 팀을 구성했다. 2018년 5월 전포동 주택가에 오픈했는데, 기존 카페들과 달리 1층에는 사무실과 로스터리를 두고 지하에는 주문을 받고 커피를 제조하는 공간을 꾸몄다. 2층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베르크 팀이 전국을 돌며 모아둔 의자와 은은한 간접조명을 활용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표 메뉴는 시그니처 블렌드 베이비로 만든 ‘베이비 라테’와 계절에 따라 꾸준히 바뀌는 싱글 오리진 브루잉 커피다.
주소 부산시 부산진구 서전로58번길 115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werk.roasters
 
작지만 개성 넘치는 카페, 커피어웨이크

© 커피어웨이크

2012년 5월 로스터이자 바리스타인 김지용 대표가 부산대 앞에 문을 연 카페. 커피가 단순히 쓴맛을 지닌 음료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좋은 재료를 엄선, 추출한 커피를 제공하고자 한다. 초창기에는 여러 스페셜티 커피 매장의 원두를 매입해 판매하는 편집숍 형태를 띠었다. 이후 매장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자, 로스팅 공장을 마련하고 직접 커피를 볶기 시작했다. 두 종류의 블렌드와 매주 바뀌는 싱글 오리진 커피로 에스프레소 음료를 즐길 수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브루잉 커피 와 원두를 판매한다.
주소 부산시 금정구 부산대학로63번길 46-4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coffeeawake
 
부산 스페셜티 로스터리의 편집숍, 커피스페이스바

CSB 라운지 © 커피스페이스바

말 그대로 키보드의 스페이스 바를 닮은 건물에 자리 잡은 카페. 오랫동안 부산 지역 카페에서 바리스타와 로스터로 실력을 쌓은 김태완 대표가 2017년 문을 열었다. ‘인앤빈’, ‘베르크로스터스’, ‘히떼로스터리’ 등 부산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로스터리의 커피를 소개하는 일종의 편집숍. 지난 5월에는 남천동에 플래그십매장 CSB(Coffee Space Bar) 라운지를 오픈했다. 라운지는 본점보다 넓고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며, 지하에는 부산 지역 작가들과 협업해 정기적으로 전시회를 운영하고 있다. 커피스페이스바에서는 걸쭉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핫초코가, CSB 라운지에서는 차와 과일 음료를 칵테일처럼 섞은 믹솔로지티가 시그니처 메뉴다.
주소 부산시 남구 황령대로74번길 95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coffee_space_bar
 
보석 같은 커피 한 잔, 트레져스커피

© 조원진

© 조원진

좀처럼 보기 힘든 다양한 품종, 원산지, 가공 방식의 스페셜티 커피를 꾸준하게 선보이는 곳. 그야말로 보석 같은 커피를 원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항상 7~8개 종류의 부티크 커피 라인업을 유지하고 있다. 2016년 수영구에 문을 열었다가 1년 반 만에 영업을 종료한 이후, 전포동으로 자리를 옮겨 2019년 재오픈했다. 좋은 커피를 합리적 가격에 선보여 오픈 초기부터 부산 지역 커피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왔는데, 매장은 늘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헤비 드링커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주소 부산시 부산진구 전포대로216번길 28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treasurescoffee
 
북유럽 스타일의 커피, 히떼 로스터리

히떼 로스터리의 로스터 정효재와 바리스타 최희윤 © 조원진

© 조원진

© 조원진

© 조원진

로스터 정효재가 동갑내기 아내인 바리스타 최희윤과 운영하는 로스팅 전문 매장. 2013년 양산에 처음 문을 열었으나, 더 많은 커피를 경험하고자 카페 문을 닫고 호주와 북유럽 등으로 커피 여행을 다녀왔다. 이후 2018년, 북유럽 스페셜티 카페들을 중심으로 퍼진 ‘노르딕 로스팅’에 영감을 받아 남천동에 로스터리 카페를 열었다. 원두가 옅은 황색이 날 만큼만 약하게 볶는 노르딕 로스팅은 강하게 볶은 커피보다 산미가 높으며 밝고 선명한 꽃향기, 과일 향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히떼의 ‘스탑오버’는 노르딕 로스팅 스타일을 잘 반영한 블렌드로, 부드러운 산미와 향긋한 꽃향기가 매력적이다. 2019년 10월부터 카페 운영을 중단하고 로스터리만 이어가고 있는데, 서울, 제주, 경기, 강원 등 각 지역에서도 히떼의 커피를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부산에서는 기장 공극샌드커피, 전포동 어라이크커피, 노베이커노베이커스 등에서 히떼 로스터리의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hytte_roastery
 
부산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 부산과 시그니엘 부산
전포동 카페 거리에서 도보로 약 15분 거리에 위치한 롯데호텔 부산은 여행의 목적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650실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부산의 도심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모던한 디자인의 룸부터 야구 선수 추신수를 테마로 삼아 추 선수의 야구 물품 등으로 꾸민 추신수 스타룸까지 다양하다.

롯데호텔 부산의 추신수 스타룸

시그니엘 부산의 시그니엘 프리미어 룸

시그니엘 부산

시그니엘 부산은 시그니엘 서울에 이은 시그니엘의 두 번째 호텔로, 해운대의 랜드마크인 엘시티(LCT) 타워에 위치한다. 총 260실 규모로, 광안대교가 보이는 해운대의 환상적 오션 뷰를 자랑한다. 시그니엘 부산은 세계적 수준의 미식을 경험할 수 있는 호텔로, 미쉐린 3스타 셰프 브루노 메나드(Bruno Menard)가 컨설팅한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홈페이지 롯데호델 부산, 시그니엘 부산
 
2021. 2 에디터:김혜원
글: 조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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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2
  • 에디터: 김혜원
    글: 조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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