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STYLE

부산의 다양한 맛, 골목 기행
부산에는 골목이 많다. 그 골목 사이마다 참을 수 없는 맛의 유혹이 가득하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부산으로 몰려들었다. 부산은 지형적으로 산지가 많아 산으로 향하는 길 곳곳에 자연스럽게 피란민들의 동네가 형성되었다. 그러다 보니 산복도로로 길게 뻗은 계단마다 작은 골목과 동네가 이어진다. 
위쪽을 향하는 골목이 동네를 만들었다면 아래 길을 잇는 골목은 시장을 만들었다. 큰 바다를 끼고 있는 환경은 항만뿐 아니라 자갈치시장 같은 해산물이 풍부한 시장을 탄생시켰다. 전쟁으로 피란 온 사람들이 몰리면서 물자를 거래하는 시장도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많아지면서 이들을 먹일 식당도 필요했다. 부산 곳곳에 엇비슷한 종류의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모여 있는 일명 ‘먹거리 골목’이 유난히 많은 이유도 그래서다.
무역 물자가 모인 지역, 바다가 가까운 지역, 축산물이 거래되는 지역 등 부산에서 이뤄지는 상업 형태를 토대로 다양한 먹거리 골목도 형성됐다. 최근 들어 구 단위 지역에는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테마 골목도 조성 중이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부산의 음식 테마 골목은 대략 41곳 정도가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락동 회초장 골목, 해운대 소고기국밥 골목, 초량 돼지갈비 골목, 동래 파전 골목, 기장 곰장어 골목 등 잘 알려진 음식도 있지만 이름만 들어선 어떤 음식인지 낯선 골목도 있다. 부산에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각각의 골목을 형성할 만큼 사람들이 몰린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도 하다.
부산의 많은 먹거리 골목 중에서 고유한 역사와 이야기를 지닌 먹거리 골목 네 곳을 찾았다.
기장 연화리 해녀촌

부산에도 해녀가 있다. 해녀 문화는 제주뿐 아니라 부산이나 포항 등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방식 중 하나로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이다. 제주처럼 큰 조직이 모여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부산도 자율적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작은 포구나 관광지 등에서 해녀촌이라는 이름의 소규모 어업 시장을 형성해 해산물을 채취 및 판매한다. 식당을 직접 운영한다는 얘기다. 부산에는 약 840명 정도의 해녀가 등록되어 있는데, 이 중 기장군의 해녀가 550명 내외로 가장 많다.

연화리 해녀촌은 기장군 해녀들이 갓 잡은 해산물과 전복죽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선 연화 포구 앞 바다를 따라 포장마차가 죽 늘어선 형태로 장사를 한다. 메뉴나 판매 방식이 거의 같아, 어느 가게든 바다가 잘 보이는 좋은 자리를 선택하면 된다. 주로 해물 모둠을 주문하는데 산낙지, 전복, 조개, 해삼, 소라 등 주문과 동시에 손질하는 싱싱한 해산물이 한 상 가득 채워진다. 인원에 따라 소ᆞ중ᆞ대로 주문한다. 보통 소 자가 3만 원에서 시작해 만 원 단위로 올라간다. 해물 모둠 외에 바다 향 가득한 전복죽도 유명하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는 이곳을 방문한 일본인 여행자 사이에 연화리 해녀촌 전복죽이 필수 코스였다고 한다.
노점 형태의 포장마차로 운영하다 보니 예전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여전히 전기 수급은 불편해 전등 없이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대개는 해 지기 전까지만 영업하는데, 주로 점심 시간에 사람이 몰린다. 여러 이유로 거의 모든 가게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니 현금을 꼭 준비하도록 하자. 저녁 시간에는 포장마차 뒤쪽에 들어선 반듯한 식당들에서 즐기면 된다. 카드 사용이 가능하며, 가격은 포장마차에 비해 다소 비싸지만 편리함이 장점이다.

위치 부산 기장군 연화1길 184 어선등제소
문현동 곱창 골목

부산을 다니다 보면 문현동이란 이름을 내걸고 곱창 파는 식당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만큼 부산에서 문현동은 곱창으로 유명한 동네다. 부산의 중심지 서면에서 남구청 쪽으로 가는 길에 문현동 곱창 골목이 있다.
원래 문현동 일대는 일제강점기부터 재래시장과 가축 시장이 형성되어 있던 지역이다. 당시 소고기, 돼지고기는 통조림으로 만들어 만주 같은 전쟁 지역으로 공급했다. 남은 부산물은 인근 시장으로 보내졌다. 사람들이 시장에 장을 보러 오면서 자연스레 이들을 상대로 하는 음식점들이 생겨났다. 도축장에서 나오는 자투리 고기를 부산물과 함께 섞어 파는 식당이 많이 들어섰는데, 특히 돼지 곱창을 파는 식당이 인기가 좋았다. 지역민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이곳이 외지인도 찾는 먹거리 골목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은 영화 <친구>의 영향이 크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 칠성식당과 문현동 곱창 골목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찾게 된 것이다. 이제는 20여 곳 남짓 식당이 남아 있지만, 한때는 곱창거리 축제까지 열 정도로 활기를 띠었다.  

이곳의 곱창은 손님에게 내기 전에 초벌구이를 하고, 테이블에 있는 연탄불에서 구워 먹는데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다. 잘 익은 곱창은 함께 나온 소스에 찍어 상추에 겉절이와 함께 얹어 먹는다. 국내산 돼지 곱창구이 1인분에 8,000원 내외로 가격은 저렴한 편. 외지인보다는 주위의 젊은 청년들이나 주머니가 가벼운 노동자들이 많이 찾다 보니 쉽게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고 이 골목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오고 있는 연일곱창의 사장님은 말한다.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골목의 노포들이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한결같다. 먹는 사람의 사정을 먼저 생각해서다. 그 마음이 지금의 골목을 유지하고 있는 힘이다.

위치 부산 남구 문현동 315-35
 
암남공원 조개구이촌

부산 송도해수욕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설 해수욕장, 그러니까 나라에서 직접 단장해 문을 연 곳이다. 1913년 부산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이 송도유원주식회사를 설립하고 개발한 것이 시작이다. 그만큼 송도는 부산 관광산업의 시초이자 한때 전국 최고의 관광지로 꼽히며 찬란한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가 있었다. 암남공원은 그런 송도해안의 아름다움을 바로 조망할 수 있도록 조성한 공원이다.
암남공원에서 동섬쪽 산책로 아래 공영 주차장 공터에는 개미집, 갈매기, 이모집, 희자매 등 포장마차촌에서 흔히 등장하는 이름의 가게 20여 곳이 모여 있다. 송도스카이파크에서 야경을 즐긴 관광객들이 참새방앗간처럼 들러 가는 코스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기장 연화리 해녀촌이 싱싱한 해산물 그대로 손님상에 내놓는다면, 암남공원 조개구이촌은 해산물을 연탄불에 구워 먹는다는 점이 다르다.
 

메뉴는 조개구이를 기본으로 해물 모둠과 전복죽 등이 있다. 조개구이는 보통 6만 원 정도부터 시작한다. 메인 메뉴인 조개구이는 가리비 위에 치즈를 얹는 것을 기본으로 전복과 낙지탕탕이, 새우구이 등이 푸짐하게 올라간다. 메뉴가 엇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구성이 조금씩 다르다. 어느 집은 가리비 위에 치즈를 얹어 내놓는 것이 메인이고, 또 다른 집은 모둠조개와 새우구이 등을 더 강조하기도 한다. 볶거나 구워서 먹는 우리 음식의 마무리는 역시 볶음밥이다. 은박 용기에 담긴 새우, 낙지, 잘게 썬 채소와 초고추장 양념을 잘 섞어 볶아 먹다가 남은 양념에 밥을 넣고 고소한 김 가루까지 더하면 약간 질퍽하면서도 상큼하고 매콤한 맛이 여느 볶음밥과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암남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먹어야 하며, 주차 요금은 별도다.

위치 부산 서구 암남동 620-24 암남공원 주차장 내
초량 돼지갈비 골목

초량 돼지갈비 골목은 부산역 인근 초량동의 산복도로 입구에 형성된 골목이다. 한국전쟁 당시 초량동은 도심지와 피란민 거주지의 중간 지점에 위치했다. 전쟁이 끝난 후 부산항으로 원조 물자가 들어오고 부두 노동자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초량동 산복도로 산동네는 부두 노동자들의 거주지가 되었다. 이들은 일을 마치고 초량시장 앞에서 돼지갈비와 소주, 막걸리 한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고 집으로 향했다. 이렇게 모인 식당들이 하나둘 모여 1960년대 후반에 이르러 지금의 초량 돼지갈비 골목을 이룬 것이다.
대부분의 구이 식당이 그랬듯, 초량 돼지갈비 골목의 식당 역시 초기에는 연탄불 위에 석쇠를 두고 고기를 구웠다. 하지만 이젠 굽는 방법이 많이 바뀌었다. 이곳의 오래된 식당 중 하나인 은하갈비를 비롯해 많은 식당이 연탄불 위에 은박지를 깐 두꺼운 철판을 놓고 갈비를 얹는다. 육즙이 빠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다. 

개업한 지 30여 년이 넘은 싱싱숯불갈비는 몇 해 전 리모델링을 하면서 참숯 불판으로 교체했다. 보다 담백한 맛을 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가스 불판으로 교체한 곳도 있다. 연탄불이 운치 있긴 하지만 그것이 갈비의 맛을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듯, 전통 깊은 식당들도 저마다의 이유로 굽는 방법을 달리했다. 돼지갈비 1인분 가격은 대부분 9,000원씩으로 거의 같다. 돼지갈비마저도 수입산이 난무하는 수도권의 갈빗집들과 달리 오직 국내산 갈비로 양념을 재어둔다.
전성기에 비해 식당 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이가 초량 돼지갈비 골목을 찾는 이유는 오랜 역사와 더불어 이어져온 맛과 추억 때문이다. SNS 덕분인지 최근에는 젊은 세대도 다시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SNS의 순기능이 발휘된 순간이다.

위치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에서 머물 곳: 시그니엘 부산과 롯데호텔 부산

시그니엘 부산은 시그니엘 서울에 이은 시그니엘의 두 번째 호텔로, 해운대의 랜드마크인 엘시티(LCT) 타워에 위치한다. 총 260실 규모로, 광안대교가 보이는 해운대의 환상적 오션 뷰를 자랑한다. 시그니엘 부산은 세계적 수준의 미식을 경험할 수 있는 호텔로, 미쉐린 3스타 셰프 브루노 메나드(Bruno Menard)가 컨설팅한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전포동 카페 거리에서 도보로 약 15분 거리에 위치한 롯데호텔 부산은 여행 목적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650실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부산 도심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모던한 디자인의 룸부터 야구 선수 추신수를 테마로 추 선수의 야구 물품 등으로 꾸민 추신수 스타룸까지 다양하다.

홈페이지 시그니엘 부산, 롯데호텔 부산

BUSAN GOURMET TOUR

2021. 6 에디터:정재욱
포토그래퍼:김준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2021. 6
  • 에디터: 정재욱
  • 포토그래퍼: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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