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STYLE

인천, 중식당의 보물 창고
인천의 중식당들은 요즘 가장 힙한 맛집이다. 이 중 몇 곳을 골랐다. 개성과 세월과 맛을 모두 갖춘 식당들이다.
서울에 세련되고 멋진, 레스토랑이나 다이닝이라고 말한 만한 중식당이 많다지만 그래도 중식당 최고수들이 모인 접전지는 인천이다. 인천과 군산, 목포와 부산 등 조선 말 개항 이후 중국 상인들이 주로 정착한 도시에는 어김없이 중식당이 들어섰다. 원래 유통업을 주로 해오던 이들은 자국 음식을 먹기 위해, 때론 팔기 위해 중식당을 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음식도 자연스럽게 한국화되었고, 청요릿집으로 불리던 중식당은 식사와 안주로 가장 각광받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청·일조계지 경계계단. 계단을 경계로 오른편이 일본, 왼쪽이 청나라 조계지였다.

인천 조계지의 중국인
지금은 화교라 부르는 중국인들이 가장 활발하게 정착한 곳은 인천이었다. 개항과 더불어 청나라와 일본, 미국 등 여러 강대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터를 이뤄 사는 조계지가 형성되고, 외교 인사들이 모이는 공간인 구락부가 인천 제물포에 최초로 생겼다. 당시 동인천 지역은 외국 그 자체였다.
청나라 조계지(개항장에 외국인이 자유롭게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구역)는 지금의 인천 차이나타운에 형성되었다. 조계지에 사는 화교 대다수는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산둥성 출신이다. 칭다오 맥주의 그 칭다오와 연태고량주의 옌타이가 산둥성 도시들이다. 이들은 산둥성의 국수 ‘자장몐(炸醬麵)’을 재해석해 짜장면을 내놓았다. 농사를 짓는 화교들은 당시 조선에 없던 양파나 당근, 토마토 등을 들여와 직접 키우고 납품했다.

인천 거주 외국인들의 사교클럽이던 제물포구락부. 드라마 <도깨비>의 배경 장소였다.

개항기 때 분위기를 내는 전동차 투어도 있다.

차이나타운을 벗어난 고수의 요리
인천의 상당수 중식당은 여전히 화교와 그 자손들이 운영한다. 차이나타운에도 많지만, 그곳을 벗어나도 내공 있는 식당이 도처에 자리한다. 이들은 모두 최소 40~5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 밖으로 떠밀린 식당이 많은데, 일부는 SNS와 방송에 힘입어 다시 사람들이 찾고 있다.
인천의 중식당을 화교 출신이 운영한다는 사실은 보통 입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입구 앞에 대만 1대 총통 장제스의 글씨가 표구되어 걸려 있거나, 식당의 연혁과 함께 중화민국(中華民國) 문구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인천의 화교 대다수가 대만 국적을 가진 화교들이기 때문이다.
인천의 오랜 중식당 중 입소문 난 곳을 꼽자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미디어에 자주 소개되면서 인천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신성루를 비롯해 중화루, 신승반점 등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높은 식당들이다.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중식당도 빼놓을 수 없다.
중식은 용화반점처럼

일부 중식 마니아는 인천 최고의 중식당이라고 찬사를 보낸다. 서울 강남이나 시내 맛집도 아니고 동인천의 배다리 이면도로 골목에 있는 작은 중식당인데, 점심 장사를 시작하기 30분 전부터 손님들이 대기 중이다.
짬뽕이나 볶음밥 같은 식사류, 난자완스나 팔보채 같은 요리 모두 수준급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요즘 중식당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렵지만, 한 방송에 나와 인기를 얻고 있는 자춘걸도 이곳에선 예전부터 그랬듯 하루 전에만 주문하면 맛볼 수 있다. 처음 방문했다면 볶음밥과 탕수육을 꼭 맛봐야 한다. 특히 볶음밥은 이곳의 대표 메뉴다. 밥알마다 들러붙은 느낌 없이 탱글탱글 살아 있다. 밥알 사이사이 불맛을 입힌 기름으로 코팅되어 있는데, 기름져 보이지만 기름맛은 사라지고 간이 잘 밴 불맛만 입안에 남는다. 시간이 만들어준 내공을 볶음밥이 증명해준다. 당연히 짬뽕 국물 대신 달걀국이 함께 나온다. 짜장 소스가 함께 나오지만 굳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소스에 살짝 볶아내는 탕수육은 살짝 묽은 듯하지만 적당한 단맛과 중식 특유의 향이 배어 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도 오랫동안 바삭하다. 젊은 커플은 대부분 볶음밥과 탕수육을 맛본다. 저녁이 되면 식사 대신 양장피와 탕수육, 난자완스 등 청요릿집 메뉴들이 용화반점 테이블마다 자태를 뽐낸다. 그만큼 요리도 함께 인정받은 식당이다.
1972년에 문을 연 이래 지금도 같은 자리에서 운영 중이다. 인천의 중식당 체험을 계획한다면 일단 용화반점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주소 인천시 중구 참외전로174번길 7
문의 +82-32-773-5970
운영시간 11:30~20:00(월요일 휴무)
 
내공이 낡은 것은 아니다, 혜빈장

인천에서도 이렇게 외진 곳을 왜 가느냐고 묻지만, 한번 맛보면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 바로 혜빈장이다.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유명 셰프들이 이곳에 들러 요리와 술을 거하게 즐겼다는 소문도 전해진다. 붉은 간판이 퇴색해 분홍색으로 변했을 정도로 오랜 시간의 흔적이 가득한 곳이지만, 노사장님의 50년 넘는 내공이 깃든 웍질은 현역 종사자의 모습 그대로다. SNS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점심 때가 되면 젊은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혜빈장은 간짜장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유니짜짱까진 아니지만, 재료를 잘게 썰어 진하게 볶았다. 요즘 짜장 특유의 단맛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춘장 특유의 짠맛이 있는데, 예전 짜장은 다 그랬다고 한다. 매운 고추를 함께 넣고 볶아 감칠맛과 매운맛이 잘 섞여 있다. 처음부터 시도한 것은 아니고, 매운맛을 선호하는 요즘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변화를 준 것이란다.
군만두도 회자되는 메뉴다. 전문점에서 납품 받아 구워내는 여느 중국집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만두도, 구워낸 정도도 달라 마치 교자 같은 느낌이 든다. 예전에는 거의 다 구웠는데 요즘엔 귀찮으니까 튀기는 거라고, 이곳에선 다른 곳과 달리 만두를 직접 구워서 낸다고 사장님이 말을 거든다. 메뉴판에 적힌 ‘군’의 진정한 뜻은 혜빈장 만두에서 입증된다.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꼭 난자완스를 주문해보라. 자극적이지 않고 심심한데, 제대로 익히기 어려운 두꺼운 완자를 적당히 익히는 내공을 보여준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대부분의 손님은 이른 저녁에 혜빈장의 난자완스와 고량주를 함께 맛본다. 노사장님 부부의 손맛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

주소 인천시 중구 참외전로13번길 21
문의 +82-32-772-1928
운영시간 11:00~19:30(월요일 휴무)
정말 맵지만 맛있는 국물, 동락반점

고추짬뽕 맛집으로 이름난 집들이 고춧가루와 함께 고량주를 넣어 볶으면서 맵고 깔끔한 국물 맛을 낸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법이다. 동락반점은 신성루와 함께 인천 최고의 고추짬뽕 맛집으로 손꼽힌다. 정말 고추의 매운맛이 강렬하다.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면 주문하지 않는 편이 낫지만, 한번 맛보면 숟가락을 멈추기 어렵다. 이를 알고 온 손님이 대부분이라 식탁마다 매운 짬뽕이 놓인다. 기름진 국물에서는 매운맛과 깔끔함이 느껴진다. 짬뽕에 함께 넣은 바지락과 오징어가 신선하기 때문이다. 홍합이 아닌 바지락이 가득해 해물 맛이 진하다. 껍질 하나 없이 깨끗하게 손질된 오징어와 잘 다듬어진 채소를 보면 음식에 대한 이곳의 자세를 짐작할 수 있다. 처음부터 짬뽕밥을 시킨다면 잠시 놀라게 된다. 맨밥이 아니라 달걀볶음밥이 나오기 때문이다. 밥은 간이 안 되어 심심하지만 고소하다. 그 밥을 매운 짬뽕에 말아 먹으면 고소하면서도 깔끔한 매운맛이 완성된다. 이 맛에 동락반점을 찾는다고 한다.

요리는 탕수육과 고추잡채가 인기 메뉴다. 우리가 기대하는 맛 그대로다. 고추잡채에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재료가 모두 아삭하게 살아 있다. 강한 불로 재빠르게 볶아내는 것이 핵심이라는 중식요리의 기본이 동락반점 고추잡채에 담겼다.
몇 년 전만 해도 1대 사장님이 연로해 요리를 예약해야 맛볼 수 있었다고 하지만, 현재는 젊은 2대 사장님이 운영하며 예전 맛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주소 인천시 미추홀구 독배로 473
문의 +82-32-882-7104
운영시간 11:00~21:00(월요일 휴무)
 
2021. 11 에디터:정재욱
포토그래퍼: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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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11
  • 에디터: 정재욱
  • 포토그래퍼: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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