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함께 그리고 취향껏, 베트남 식문화 트렌드

베트남 하노이의 식당을 찾아 요즘 베트남 사람들이 열광하는 음식 트렌드를 살펴봤다.

“음식이 있어야 도를 논할 수 있다”, “하늘이 벌을 내릴 때도 식사 시간은 피한다”라는 베트남 속담이 있다. 이렇듯 베트남 국민들의 음식 사랑과 식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실로 대단하다. 그에 못지않게 세계인의 베트남 음식 사랑 또한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요즘 베트남 푸드 신에는 어떤 바람이 불고 있을까? 쌀국수와 분짜, 반미 외에 또 맛봐야 할 새로운 음식이 있을까? 현지에선 무슨 음식, 어떤 식당이 가장 인기가 좋을까? 베트남의 최신 음식 문화 트렌드를 찾아 맛 기행을 떠나보자.

취향대로 재료를 넣어 먹는 베트남식 샤브샤브 러우

베트남 사람에게 러우(Lau)란?

몇 해 전 연예인들이 여행을 하며 맛집을 찾는 TV 프로그램에 낯선 베트남 음식 하나가 소개되었다. 이름은 ‘러우’. 식탁 정중앙을 차지한 큼직한 냄비에 온갖 산해진미가 가득 들어 있는 채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영상에 많은 이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음식의 정체를 궁금해했다.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는 분명하다. 러우라는 음식을 처음 보지만 묘하게 친숙했기 때문이다. 이름은 생경할지 모르나 모양새가 너무도 익숙하다. 펄펄 끓는 육수에 각종 먹음직스러운 재료를 잔뜩 넣어 끓여 먹는 음식, 말하자면 샤브샤브라든지 탕이나 전골의 모양새를 꼭 빼닮았다.
베트남 요식업계에는 몇 해 전부터 러우 바람이 거세다. 식당들이 앞 다투어 러우 메뉴를 출시한 것이다. 기존에 소고기를 팔던 식당은 소고기 러우를 메뉴에 올렸고, 해산물 식당은 해산물 러우, 닭고기를 파는 식당은 닭고기 러우, 개구리 고기를 취급하는 식당은 개구리 러우를 만든다. 베트남 내 태국 음식점에선 태국식 국물, 즉 똠얌꿍 같은 국물에 로컬 재료를 넣고 끓여 먹는 태국식 러우를 판다. 그러니 러우는 어떤 특정한 메뉴라기보다 일종의 조리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럿이 모여 국물에 무언가를 양껏 넣어 끓여 먹는다면 그것이 바로 러우다.

하노이의 버섯 전문 러우 식당 아시마

베트남 내 수많은 러우집 중에 조금 특별하고 고급스럽게 러우를 즐길 수 있는 식당을 소개한다. 이름하여 버섯 특화 러우 식당 아시마(Ashima)다. 살면서 이름을 들어본 버섯은 전부 다 있다고 보면 된다. 모두 아시마 농장에서 직접 키운 것이다. 노루궁뎅이버섯처럼 조금은 생소한 버섯은 물론, 자연송이와 동충하초처럼 아주 귀한 버섯까지 모두 맛볼 수 있다. 진한 국물에 각종 버섯과 채소를 가득 넣고 취향에 맞는 고기를 첨가해 한 솥 끓여 먹다 보면 콧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주소 182 Trieu Viet Vuong, Bui Thi Xuan, Hai Ba Trung, Hanoi (외 3개 지점)
홈페이지 ashima.com.vn

늘 사람들로 붐뷔는 뷔페식당 센떠이호

진격의 뷔페 - 당대 현지 식문화의 보고

베트남은 뷔페 열풍이 한창이다. 가격을 조금 더 지불하더라도 먹고 싶은 메뉴를 먹고 싶은 만큼 마음 편히 먹으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뷔페 문화가 확산되었다. 하노이와 호치민의 대형 멀티플렉스는 아예 한두 개 층이 전부 뷔페식당으로 채워지기도 한다. 한국식 바비큐 뷔페, 일본식 뷔페, 러우 뷔페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중 외국인이 베트남을 여행할 때 꼭 한번 방문해보면 좋을 뷔페식당은 센떠이호다.
서호의 연꽃이라는 뜻의 센떠이호는 베트남 음식과 식문화를 두루 경험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에피타이저부터 샐러드, 육류와 해산물 요리, 디저트까지 모든 요리가 전부 베트남식이기 때문이다. 여행지의 식당에서 낯선 음식을 단품 메뉴로 덜컥 주문하기에는 리스크가 따르지만 뷔페에서라면 소량으로 모든 음식에 도전해볼 수 있으니 새로운 음식을 체험하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또한 방문객 대부분이 현지인이고 가족 단위 모임이나 직장 회식 등을 위해 이곳을 찾기 때문에 센떠이호에서 식사를 하면 자연스레 현지인이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식사 예절과 분위기는 어떤지 등 생기 넘치는 베트남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에피타이저부터 메인, 디저트까지 베트남 요리만 있어 여행자들에게 좋은 식당이다.

센떠이호는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뷔페지만 요리사들이 직접 조리해주는 섹션이 많아 음식 퀄리티가 높고 식당 전체에 엄청난 활기가 돈다. 흡사 유서 깊은 재래시장의 먹자골목 같은 분위기다. 디저트 섹션도 특별하니 눈여겨보길 바란다. 팥, 녹두, 코코넛, 리치 등 현지에 풍성한 자연 재료를 이용한 베트남 전통 디저트 쩨(Che)는 오직 베트남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미 중의 진미, 진짜 현지의 맛이다.

주소 614 Lac Long Quang, Nhat Tan, Tay Ho, Hanoi
홈페이지 sentayho.com.vn

월남쌈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사랑받는 음식이다.

월남에서 먹는 월남쌈

지금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베트남 음식점을 쉽게 볼 수 있고 메뉴도 다양하지만, 베트남 음식이 한국에 소개되던 초기에는 메뉴 선택권이 많지 않았다. 그 시절 베트남 음식을 대표한 것은 단연 쌀국수. 명실상부 지금까지 부동의 ‘넘버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넘버투’가 월남쌈이다. 라이스 페이퍼에 채소와 새우, 파인애플, 돼지고기를 올려 돌돌 말아 먹는 음식인 월남쌈은 우리나라에서도 대중적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하노이에서 인기 있는 권 전문점, 꾸온앤롤

현지 월남쌈 맛은 어떨까? 신선한 월남쌈을 원 없이 먹을 수 있는 월남쌈 전문 레스토랑을 소개한다. 돌돌 말아 먹는 요리를 의미하는 ‘권’(현지어 ‘꾸온’) 전문점 꾸온앤롤(Cuon n Roll)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기본으로 라이스 페이퍼와 베트남 전통 젓갈 소스, 채소가 가득 담긴 플레이트가 제공된다. 손님은 롤에 넣어 먹을 메인 메뉴만 주문하면 된다. 이곳에선 특히 메인 재료로 나오는 돼지고기 꼬치구이와 새우튀김이 별미다. 채소 플레이트에서 신선한 채소를 한 움큼 집어 라이스 페이퍼에 올리고 식용으로 먹는 어린 바나나와 초록 망고, 현지 향채들, 고기나 새우 같은 메인 재료를 넣고 야무지게 롤을 말아 젓갈 소스나 땅콩 소스에 찍어 먹으면, 입 안 가득 베트남이 퍼진다. 실컷 먹다가 접시가 바닥을 보인다 싶을 때쯤 직원이 다시 채소가 가득 든 새 플레이트를 들고 온다. 아무리 먹어도 줄지 않는 풍성함과 자꾸만 채워지는 마법의 시스템 덕에 꾸온앤롤에서는 양이 모자랄 일이 결코 없다.

주소 17T6 Hoang Dao Thuy, Trung Hoa, Thanh Xuan, Hanoi (외 3개 지점)
홈페이지 cuonnroll.com

전체 속의 개인

러우와 뷔페, 월남쌈이 인기를 끄는 베트남의 요즘 식문화 트렌드에서 읽을 수 있는 하나의 키워드는 ‘전체 속의 개인’이다. 세 가지 모두 다 같이 모여 앉아 한 상 떡 벌어지게 차려놓고 먹는 음식이지만 개인의 취향을 십분 존중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식사를 함께 하며 ‘먹는 정’은 나누되 내가 먹는 음식 자체의 식재료와 조리법은 얼마든지 내 뜻대로 조절할 수 있다. 그 점에선 나노(nano) 취향을 중시하는 요즘 세계의 트렌드와도 맞물려 있다. 개인의 취향은 존중하며 공동체의 가치는 계속 이어나가고자 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이 녹아 있는 것이 아닐까?

하노이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 하노이

롯데호텔 하노이는 하노이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롯데센터 하노이의 상층부에 위치한다.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수려한 전망을 자랑하며, 318실의 객실은 베트남 전통 문양을 차용해 디자인해 아름답다. 베트남 특산물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공수한 신선한 식자재로 만든 환상적인 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과 하노이의 스카이라인을 조망할 수 있는 루프톱 바 등 여행객의 입을 즐겁게 하는 요소도 가득하다.

주소 54, Lieu Giai St. Cong Vi Ward. Ba Dinh, Hanoi
문의 +84-24-3333-1000
홈페이지 ww.lottehotel.com/hanoi-ho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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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5	에디터:이영주 글: 전혜인
포토그래퍼:전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