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STYLE

대전, 칼국수에 진심이다
이렇게 다양한 칼국수를 한 도시에서 맛볼 수 있을 줄 몰랐다. 대전 사람들은 왜 칼국수에 진심이 되었을까?
동네마다 하나쯤 자리한 프랜차이즈 분식집에서 김밥과 라면의 조합은 의심할 여지 없는 국룰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대구를 방문하고 김밥과 우동이 가장 일반적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데 대전은 또 다르다. 대전 시민에겐 김밥과 칼국수의 조합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상호에 김밥과 칼국수를 함께 내건 식당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전의 칼국숫집 만세
대전은 칼국수에 진심인 도시다. 밀가루가 흔하지 않아 귀하게 대접받던 시절이 있었지만,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무상 원조와 1960년대 시작된 혼분식 장려운동을 통해 어느 가정에서나 밀가루 음식은 쉽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대전은 그 원조 밀가루의 집산지였기에 교통 중심지이던 대전으로 모여 전국으로 배분됐다. 대전의 자존심으로 여겨지는 빵집 성심당도 그 원조 밀가루 두 포대로 시작했다.
대전에 등록된 1만8000여 개 식당 중 칼국수를 메뉴 중 하나로 내는 식당은 10%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칼국수 전문점은 500여 곳이 넘는다. 3대를 잇는 곳만 해도 28개에 이른다. 칼국수 축제까지 열 정도니 칼국수에 대한 애정을 넘어 자긍심까지 느껴진다.
사골칼국수나 멸치칼국수는 기본이고 바지락, 얼큰이, 추어, 들깨, 팥, 전복, 해물과 어죽, 단호박과 오징어 등 이런 조합이 괜찮을까 하는 궁금함은 불순한 의심이 될 뿐이다. 이렇게 다양한 식자재와 칼국수가 어울릴 줄은 미처 몰랐다.
대전의 이름난 칼국숫집 중에 맛, 재료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꼭 들러야 하는 곳을 선정했다.
대선칼국수
대선칼국수는 대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고 익숙한 메뉴를 모두 내는 식당이다. 기본이 되는 칼국수에 오징어두루치기와 수육을 내는데, 모든 메뉴가 맛있다.

대전시청역 가장 번화한 중심 한복판에서 1958년에 문을 연 대선칼국수는 대전 칼국숫집 중 신도칼국수와 함께 가장 오래된 집으로, 6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반죽을 하고 국수를 썰었다. 노포가 그렇듯, 평일 점심부터 나이 지긋한 손님들로 가득하다. 식당에 들어서면 왼쪽에서는 가지런히 자른 도마 위 수육을 담고 나르는 모습이 이어지고, 주방에서는 오징어두루치기와 칼국수를 쟁반에 담아 내온다. 대부분의 손님은 인원수에 따라 이 세 가지를 거의 모두 시켜 먹는다.

멸치를 기본으로 다시마와 바지락을 넣어 끓인 육수는 짜거나 싱겁지도, 자극적이지도 않다. 콩가루를 섞어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면이 국물과 잘 어울린다. 삼겹살로만 만드는 수육은 고소한 맛과 살짝 기름진 맛이 입안 가득 풍미를 안겨준다. 느끼함과는 다르다. 테이블마다 수육 접시가 괜히 놓인 것이 아니다 싶다. 또 다른 인기 메뉴는 비빔칼국수. 삶은 면을 헹궈 차갑고 쫄깃한 비빔칼국수가 아니라 따뜻한 면을 양념에 비벼 먹는 것이다. 오래 두면 면이 퍼지고 잘 비벼지지 않는데, 내공 있는 단골은 숟가락으로 툭툭 잘라 먹기도 한다. 차가운 비빔칼국수도 있지만, 온면이 오리지널이니 도전해볼 만하다.
주소 대전시 서구 둔산중로40번길 28 오성빌딩 2층
전화 +82-42-471-0316
동원칼국수
대전에서는 뜨끈한 국물과 면이 어우러진 칼국수가 어떤 음식과 어울릴지 찾아보는 것이 일종의 도전 과제 같다. 예를 들면 대구에서는 납작만두를 그냥도 먹고, 떡볶이 국물에 묻혀서도 먹고, 깻잎 대신 회무침에 싸 먹기도 하는 것처럼 대전에서는 칼국수를 대전의 여러 대표 음식과 조합해 먹는 데 공을 들인다.

오징어볶음에 소면 대신 칼국수 면을 삶아 내는 것이 한 예다. 동원칼국수를 비롯해 두부두루치기를 내는 식당은 대부분 자작하고 걸쭉한 국물에 삶은 칼국수 면을 넣어 함께 비벼 먹기도 한다. 누가 그랬던가. 익숙한 맛이 가장 무섭다고. 낯설지만 가장 익숙하고 맛있는 맛의 조합은 젓가락질, 숟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이런 익숙한 맛의 대표가 바로 동원칼국수다. 두부두루치기와 칼국수 조합으로 가장 인기 많은 식당이다. 서해안에서 올라온 바지락으로 만든 육수와 3일간 숙성시킨 반죽을 직접 썰어 일정하진 않지만 탱탱하고 탄력 있는 면의 쫄깃함이 동원칼국수의 특징이다. 두부두루치기는 부드러운 두부와 국산 고추장, 고춧가루, 양파를 넣고 졸인 것이다.

대전의 칼국숫집과 두부두루치기는 가격이 저렴한 편인데, 동원칼국수의 양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저렴하고 배부르게! 대전 칼국숫집들의 장사 모토인지도 모르겠다.
주소 대전시 서구 청사서로54번길 11
전화 +82-42-484-9075
맛집부추해물칼국수
가득한 바지락과 부추, 시원하면서도 담백한 국물, 그리고 쫄깃한 면발. 맛집부추해물칼국수는 우리가 시원한 바지락칼국수에 기대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오이도나 대부도 등 서해안 일대의 바지락칼국수와 거의 같은 구성이라 익숙한 맛이기도 하다. 그런데 부추의 역할이 이렇게 다를 줄 몰랐다. 국물 위에 한가득 올라간 부추는 국물이나 면의 맛이 길게 늘어지지 않고 깔끔하게 끊어주는 역할을 한다. 깊고 시원하지만 느끼하지 않고, 푹 익히지 않아 쫄깃하면서도 밀가루 냄새 없이 적당히 익은 국수의 맛이 좋다.
특히 이곳의 면은 여느 지역과 다른 특징이 있는데, 면에 부추가 촘촘하게 박혀 있다는 점이다. 대개 부추즙을 반죽에 넣는 반면, 이곳은 부추를 잘게 잘라 면 반죽에 함께 넣는다. 그래서인지 면을 먹을 때마다 식감이 재미있다.

이곳의 메뉴판은 단출하다. 칼국수와 함께 쭈꾸미와 맛배기족발을 판매한다. 대전 시내에 있는 노포들과 달리 이곳은 전통이 오래된 식당은 아니다. 대중이 어떤 맛을 좋아하고, 특별하게 생각하는지 연구해 그 맛을 찾아냈다. 면에 박힌 부추가 그 연구의 결과인 셈이다. 줄을 서기 싫다면 점심시간 지나 2시 이후에 방문하는 편이 낫다.
주소 대전시 대덕구 신탄진로804번길 31
전화 +82-42-934-5656
소나무집
30년이 훌쩍 넘은 소나무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쿰쿰한 김치 냄새다. 전통 있는 맛집 치고는 손님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 즈음, 쉬지 않고 사람들이 들어온다. 물론 손님이 넘쳐나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손님이 들고 난다.

작고 긴 직사각형 구조를 띠고 있어 손님을 응대하는 데 다소 불편할 것 같은데, 오랜 노하우와 단출한 메뉴 덕인지 조금 더딘 것 빼고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 소나무집은 칼국숫집이 아니라 칼국수를 삶아 사리로 넣어 먹는 오징어찌갯집이다.
6000원이던 가격이 얼마 전 7000원으로 올랐지만, 여전히 부담없는 가격이다. 소나무집 오징어찌개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시원하고 칼칼한 오징어찌개가 아니다. 푹 익은 총각무김치가 곁들여 나오는데, 가게에 들어섰을 때 나던 쿰쿰한 냄새의 주인공인 이 김치를 찌개에 넣어 자글자글 끓여 먹어야 한다.

풋내기 외지인임을 한눈에 알아본 주인 할머니께서 친절하게 안내해주셨다. 단골들 테이블에 있던 총각무 접시는 이미 깨끗이 비워져 있다. 별것 아닌 이 김치가 찌개 국물의 특별한 감칠맛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의외다. 무를 잔뜩 넣은 오징어찌개가 아니라 심심한 김치찌개에 오징어를 넣어 끓이는 느낌이다. 대전 시민들은 수십 년 동안 소나무집의 이 오징어찌개와 국수를 먹으면서 강렬하고 묘한 뒷맛을 몸에 새겼다. 몸이 기억하는 맛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오래간다.
아, 찌개를 시키면서 고소한 두부부침도 함께 주문해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음식의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새삼 생각하게 된다.
주소 대전시 중구 대종로460번길 59
전화 +82-42-256-1464
오씨칼국수
대전의 한 일간지가 한국관광 데이터랩 내비게이션 검색량을 조사해 대전 내 식음료 부문 검색량 순위를 매겼는데, 대전 칼국수 전문점 중에 1위를 차지한 곳이 오씨칼국수였다. 쟁쟁한 칼국숫집이 넘쳐나는 대전에서도 평일 점심시간에 오씨칼국수 앞은 늘 번호표를 받고 대기 중인 손님으로 가득하다. 특히 전통 있는 식당들과 달리 젊은 층이나 대전 밖 외지인의 줄이 긴 편이다. 그만큼 오씨칼국수는 타 지역민에게도 잘 알려진 식당이다.

오씨칼국수의 대표 메뉴는 손칼국수와 물총(1kg). 무와 멸치, 동죽과 청양고추를 넣어 빨갛지는 않지만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과 우동 면처럼 굵은 면발이 선사하는 쫄깃하고 탱글거리는 식감이 특징이다. 손 반죽을 한 후 비닐 봉투에 담아 2~3시간 동안 숙성시킨 후 면을 뽑는다.

물총을 시키면 냄비 안에 물총조개가 한가득 담겨 있다. 물총조개는 동죽을 말하는데, 입을 벌리며 물을 물총처럼 뿌려대 물총조개란 별칭이 붙었다. 손칼국수에도, 물총에도 동죽이 넘치게 들어 있다. 전북 고창에서 공수하는 동죽을 하루에만 600~700kg 이상 사용한다고 한다.
조개와 오징어가 가득 들어가 있는 파전도 인기 메뉴. 함께 나오는 김치는 많이 매운데, 조금씩 곁들이면 매우면서도 감칠맛이 있어 조화롭다.
주소 대전시 동구 옛신탄진로 13
전화 +82-42-627-9972

대전에서 머문 곳: 롯데시티호텔 대전
대전역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롯데시티호텔 대전이 있다. 롯데시티호텔 대전은 18층 규모로, 총 306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호텔 최고층인 18층에 위치한 뷔페 레스토랑 씨카페(C’café)에서 아름다운 전망을 바라보며 다채로운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밤에는 아늑한 객실에 누워 야경으로 유명한 엑스포 다리를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주소 대전시 유성구 엑스포로 123번길 33
전화 +82-42-333-1000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daejeon-city
2022. 8 에디터:정재욱
포토그래퍼: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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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8
  • 에디터: 정재욱
  • 포토그래퍼: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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