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이삭 성당과 예르미타시 박물관, 겨울궁전이 한눈에 들어오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 풍경 ⓒ Shutterstock
겨울 여행자를 부르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세계 3대 박물관과 러시아를 대표하는 발레 극장, 그리고 화려한 건축물들이 위용을 뽐내는 곳. 러시아 제2의 도시이자, 옛 수도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여행자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즈드랏스부이체, 안녕하세요
끝없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수많은 운하와 400여 개의 크고 작은 다리 덕분에 ‘북쪽의 베네치아’라 일컫는 곳이자,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 현지에서는 줄임말로 ‘빼째르’라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는 18세기부터 약 200년간 러시아의 수도였다. 러시아 황제 표트르 1세는 스웨덴의 영토이던 이곳을 수도로 정하고 유럽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삼았다. 이후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약 200년 동안 로마노프 왕조의 수도로서 정치, 경제, 문화, 예술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당대 러시아 최대의 무역항이던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수많은 예술가와 문학가가 몰려들었다.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은 이곳을 일컬어 ‘유럽으로 열린 창’이라 부르기도 했다. 단지 지리적 이유만은 아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통해 유럽의 수많은 지성인과 문화, 예술이 흘러 들어왔기 때문이다.

러시아 제국을 상징하는 쌍두 독수리 문장으로 장식된 펜스 © Shutterstock
흔히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예술과 낭만의 도시로 부르곤 한다. 19세기부터 20세기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수많은 문학가와 예술가의 요람이었다. 그중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물론, 안톤 체호프,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알렉산드르 푸시킨 같은 대문호와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 등 전설적인 음악가도 섞여 있었다. 도스토옙스키는 센나야(Sennaya)의 작은 쪽방에서 소설 <죄와 벌>을 집필했고,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는 마린스키 극장 인근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학교(The St. Petersburg State Conservatory)에서 음악의 기반을 쌓았다. 이곳에는 지금도 그들을 기리는 기념비와 조각물이 보존돼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들이 사랑하는 작가, 푸시킨 동상 © Shutterstock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라는 명언을 남긴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흔적은 동상뿐 아니라 아예 그의 이름을 딴 지명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남아 있을 정도다. 또 문학을 사랑하는 이곳에서는 2018년 6월,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에 한국 소설가 박경리의 동상을 세웠다(반대로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는 푸시킨의 동상이 있다). 1980년대에는 러시아의 전설적 록 가수 ‘빅토르 최’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촬영되기도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한다면 러시아말로 “즈드랏스부이체(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보자. 한국인임을 알아본 사람들이 친근하게 말을 걸어올지도 모른다.

예르미타시 박물관 외관

예르미타시 박물관 전시실

예르미타시 박물관의 화려한 내부
상트페테르부르크 하면 떠오르는 것이 전설적 문화‧예술인만은 아니다. 철저한 계획도시로 발전한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물이 즐비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지에서 초빙한 수많은 건축가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미관을 완성해나갔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자리한 박물관, 미술관, 극장의 수만 해도 무려 100여 개가 넘는다. 가히 ‘러시아의 문화 수도’라 불리는 곳답다. 우선 1764년에 지은 예르미타시 박물관(The State Hermitage Museum)은 영국의 대영 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뛰어난 건축미를 자랑한다. 매년 전 세계에서 약 400만 명의 관광객이 예르미타시 박물관을 보러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찾는다. 박물관은 예르미타시 극장부터 구 예르미타시 박물관, 소 예르미타시 박물관, 그리고 겨울궁전과 신 예르미타시까지 총 5채의 건축으로 구성되는데, 흔히 우리가 예르미타시 박물관으로 알고 있는 곳은 본관인 겨울궁전이다. 이 옥색빛의 거대한 건물에는 전면에 수십 개의 우아한 이오니아식 오더(Order, 고전 건축에서 기둥과 그에 연결되는 부분을 일컫는 말)와 금빛으로 빛나는 화려한 장식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내부에 들어서면 1000여 개의 방에 피카소,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고갱, 르누와르 등 세계적인 예술가의 작품을 비롯해 이집트 미라, 고대 유물 등 약 300만 점의 소장품이 전시돼 있다.

마린스키 극장
음악과 무용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극장과 공연장 또한 수십 개가 넘는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마린스키 극장(Mariinsky Theater)이다. '마린스키 극장에 가지 않았다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가봤다는 얘기를 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만큼 이곳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의 발레와 오페라가 연일 열린다. 또 황실의 금은보화를 비롯해 황실과 귀족들이 소장했던 값비싼 달걀 장식품을 볼 수 있는 파베르제 박물관(Faberge Museum)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초기 건축물인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Petropavlovskaya Fortress)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중 하나다. 특히 페트로 파블롭스크 요새에서는 1인당 5,000루블(한화 약 8만1,000원)을 내면 다목적 헬기인 Mi-8을 타고 약 10~15분 동안 상트페테르부르크 상공을 날아다닐 수 있는 항공 여행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눈 쌓인 성 이삭 성당 © Shutterstock
스파시바, 감사합니다.
이렇게 수많은 건축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지만, 2018년 라흐타 센터(Lakhta Center, 유럽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높이가 462m에 이른다)가 완공되기 전까지 가장 유명한 전망대는 다름 아닌 성 이삭 성당(Saint Isaac’s Cathedral)이었다. 1858년에 들어선 높이 102m의 성 이삭 성당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성당 가운데 가장 높고 거대한 건축물로, 이 도시의 오래된 랜드마크 중 하나다. 프랑스 출신 건축가 오귀스트 드 몽페랑(Auguste de Montferrand)이 설계한 성 이삭 성당은 공사 기간만 40여 년, 공사에 동원된 시민은 무려 50만 명이 넘을 정도로 규모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상단의 황금빛 돔에는 실제로 무려 100kg 이상의 금이 쓰였다. 성당 내부에도 황금빛 장식과 동상이 있을 정도로 화려함의 극치를 선보인다. 특히 이곳의 백미는 메인 돔의 천장화인데, 열두 제자의 모습을 담아내 규모나 미적인 면에서 다른 유럽의 성화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매우 뛰어난 수준을 자랑한다.

성 이삭 성당의 정교한 천장화
성 이삭 성당이 있는 성 이삭 광장 인근에는 우리나라 5성급 호텔로는 유일하게 롯데호텔상트페테르부르크가 있다. 롯데호텔상트페테르부르크는 지상 6층 규모에 총 150실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고, 실내는 러시아 특유의 우아함과 고풍스러움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다이닝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몇 안 되는 모던 재패니스 퀴진을 선보이는 일식당 ‘메구미’부터 아름다운 이탈리아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아래 조식부터 만찬까지 즐길 수 있는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인 ‘더 라운지’가 자리한다. 최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루프톱 투어가 인기다. 건물 옥상과 지붕 위를 걸으며 도시에 숨은 문화와 역사를 찾는 루프톱 투어는 도전을 사랑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단,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롯데호텔상트페테르부르크의 루프톱 바 ‘엘 테레사’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롯데호텔상트페테르부르크 6층에 자리한 이 루프톱 바에서는 누구보다 편안하게 백야와 도시의 경관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Video © Lotte Hotel St.Petersburg

라흐타 센터 © Ninara

마린스키 극장 © Sergejf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 © Ninara
세계 3대 박물관인 예르미타시 박물관부터 러시아 발레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마린스키 극장 그리고 유럽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성당으로 손꼽히는 성 이삭 성당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의 문화와 예술이 집대성된 아름다운 도시다. 바로크 양식과 러시아 전통문화가 혼재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그 어떤 유럽의 도시보다 각별한 인상을 남긴다. 좀처럼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고, 유럽과는 또 다른 이국적인 모습에 절대 움츠러들지 말자. 오히려 먼저 마음을 열고 그들에게 스파시바(감사합니다)를 외쳐보자. 무뚝뚝해 보이던 그들이 어느새 소박하고 따뜻한 미소로 당신을 반기고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