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뉴요커의 새로운 안식처
약 150년 전의 설탕 제국이 21세기 뉴욕을 대표하는 재생 공원으로 재탄생했다. 도미노 파크는 지금 뉴욕 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휴식처이자 핫 플레이스다.
뉴욕 시민이 사랑하는 새로운 명소
뉴욕, 맨해튼 남부의 소호는 이제 트렌디한 패션의 메카가 되었지만, 예전의 소호는 공장 지역이었다. 수많은 공장에서 매연을 뿜어댔고 대기 질은 최악에 가까웠다. 언제까지나 경제가 잘 돌아갈 줄 알았던 기대감은 대공황 이후 처참히 무너졌다. 수많은 공장과 창고가 폐허처럼 도시에 남았고, 빈집에는 가난한 예술가들이 둥지를 틀었다. 지금 할리우드 스타와 세계 최고의 부호들이 모여 산다는 뉴욕 로프트(Loft)의 시작이었다.
세계경제를 주무르는 뉴욕은 화려한 명성과 다르게 오래된 것을 보존하고 새롭게 고치는 데 능한 도시다. 틈만 나면 허물고 재개발하던 우리네 모습과 달리 뉴욕은 과거의 유산을 허투루 보지 않고 개선하고 유지해왔다. 그렇게 로프트를 비롯해 첼시 마켓(Chelsea Market)과 미트패킹(Meatpacking), 그리고 그 유명한 하이라인(The High Line) 파크 등이 태어났다. 21세기 뉴욕은 세계를 대표하는 도시재생 건축 도시가 되었다.
뉴욕의 도시재생 건축을 대표하는 1번지는 하이라인 파크다. 2009년 오래된 고가 철도가 공원으로 탈바꿈해 재탄생한 이곳을 뉴욕 시민들은 자랑스럽게 여긴다. 다만, 하이라인 파크가 뉴욕시의 랜드마크가 되면서 관광객이 바글바글 몰린 지금, 뉴욕 시민의 핫 플레이스는 또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있다. 수년 전부터 뉴욕 시민들은 하이라인 파크를 대체할 새로운 휴식처를 원했고, 최근 새로운 공간이 생겼다. 바로 2018년 8월, 브루클린 리버 스트리트에 개장한 재생 공원, 도미노 파크(Domino Park)다.
도미노파크

주말이면 뉴요커들로 북적이는 도미노 파크 © Shutterstock

설탕 제국, 공원으로 태어나다
도미노 파크의 전신은 설탕 공장이었다. 도미노 파크가 있는 브루클린 리버 스트리트 15번지는 앞서 언급한 하이라인 파크에서 차로 고작 20분 거리에 있는 곳. 하이라인 파크가 이미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진 뉴욕의 명물이라면, 도미노 파크는 현지인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막 주목받기 시작한 공원이다. 1856년에 들어선 도미노 설탕 공장은 이 일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가장 규모가 컸다. 매일 약 1,800t이 넘는 설탕을 만들어 팔았고, 한때 미국 설탕 생산량의 98%를 생산해 ‘설탕 제국’이란 별명까지 얻기도 했다. 호황은 약 100여 년 동안 이어졌다. 그러나 대공황에서도 살아남은 도미노 공장이지만, 시대의 흐름마저 거스를 순 없었다. 2004년 결국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공장을 폐쇄하고 만 것이다.
도미노파크

개발되기 전 도미노 설탕 공장 © Gwen Fran_flickr

일견 흉물스러워 보이는 붉은 벽돌과 고철덩이로 이뤄진 거대한 공장 단지의 빈자리는 또 한 번 예술가들이 채웠다. 그들은 그 옛날 이곳에서 희생당한 흑인 노동자를 기린 거대한 설탕 조각 작품 등을 만들어놓았고, 이에 수많은 대중이 몰려들었다. 그렇게 예술가로부터 촉발된 영향은 버려진 공장에 새로운 온기를 불어넣었다.
본격적으로 이곳을 공원화하겠다는 계획은 2012년 뉴욕 브루클린에 본사를 둔 부동산 개발 회사 투 트리스 매니지먼트 컴퍼니(Two Trees Management Company)가 도미노 공장 부지를 매입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이곳에 대규모 부지를 사들이며 저소득층 700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주거 단지를 짓는 동시에 약 2만㎡의 공원과 2,700여 명의 직원이 머무를 사무실을 짓는 재개발 계획을 세웠다. 공원의 유지‧보수 및 운영은 시가 아닌 투 트리스 매니지먼트 컴퍼니가 맡아 무료로 개방하기로 했다.
도미노파크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 Shutterstock

과거와 현재, 미래가
새롭게 재생 공원이란 타이틀을 얻은 도미노 파크는 기존의 건축물을 살린 이색적인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부지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정제 공장의 대부분은 사라졌지만, 그곳의 유물들, 이를테면 시럽 탱크와 계류장, 외팔보(한쪽 끝은 고정으로 지지되고, 다른 쪽은 자유로운 보), 그리고 나사 컨베이어 등은 그대로 남아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을 주름잡던 설탕 제국의 흔적을 보여준다. 그 흔적은 공원 북쪽 끝에 있는, 24.3m에 이르는 거대한 두 개의 옥색 크레인에서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설탕을 운반한 스크루 컨베이어와 배를 매어두는 말뚝(계선주)에는 크레인과 더불어 겉면을 옥색으로 칠해 통일감을 선사한다. 그러나 그중에 가장 돋보이는 존재는 다름 아닌 공원 중앙 옆에 우뚝 서 있는 정제소(Refinery) 건물이다.
불순물을 제거하는 필터 하우스(The Filter House)와 정제된 설탕을 결정화하는 팬 하우스(Pan House) 그리고 마무리 작업을 하는 피니싱 하우스(Finishing House) 세 채가 상호 연결된 형태로 이루어진 이 거대한 건축물은 19세기 산업 시대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고전미와 어마어마하게 높은 굴뚝 그리고 거대한 벽돌 구조 등으로 인해 2007년 뉴욕시의 랜드마크로 선언된 곳이다. 도미노 파크에서 기존의 공장 건물은 대부분 뼈대나 흔적만 남았지만, 외관까지 고스란히 보존한 건물은 정제소 건물이 유일하다.
도미노파크

도미노파크

뉴욕 시민들의 휴식처 © Shutterstock

해 질 무렵, 뉴욕은 일과를 마친 시민들로 활기를 되찾는다. 도미노 파크 역시 이즈음 휴식을 즐기려는 시민으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공원 한쪽의 놀이터에는 브루클린의 예술가인 마크 레이글먼(Mark Reigelman)이 원심 분리기를 모방해 만든 놀이 기구가 있는데, 이곳에서 아이들이 마치 설탕처럼 튜브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온다. 어둑해질 무렵에는 쉐이크쉑 버거의 창업자인 대니얼 마이아(Daniel Meyer)가 연 타코치나(Tacocina)에서 전통 멕시코 음식을 살사 소스에 곁들여 맥주와 와인, 테킬라 등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인다.
도미노파크 놀이터

항상 아이들로 북적이는 놀이터 © Shutterstock

도미노 파크를 관통하는 긴 산책로에서는 리버 스트리트의 자랑, 윌리엄스버그 다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20세기 전설적인 재즈 색소폰 연주자인 소니 롤린스(Sonny Rollins)는 누구보다 윌리엄스버그 다리를 사랑해 그곳에서 홀로 산책을 즐겼다는 후문이 있다. 롤린스는 이곳에서 색소폰을 즐겨 불었으며, 명반으로 꼽히는 <색소폰 콜로서스(Saxophone Colossus)>의 앨범 재킷에는 그가 다리 위에서 연주하는 사진이 쓰이기도 했다. 지금도 올드팬들은 그 추억을 되새기며 이곳을 거닐곤 한다.
도미노파크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뉴욕의 밤을 즐기는 사람들 © Shutterstock

인간이 머문 모든 공간에는 어디든 그 세월의 흔적과 추억이 깃들어 있다. 그러므로 최근 재생 건축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환경보호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고 새롭게 가꾸는 일이야말로 현대 건축이 미래 세대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행위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곳의 산책로를 걸으며 근현대를 주름잡은 설탕 제국의 영광을 돌이켜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질곡의 세월을 이겨낸 잡초 같은 노동자의 인생을, 또 누군가는 소니 롤린스의 색소폰 소리를 떠올릴 수도 있다. 오늘도 도미노 파크에는 그 시간을 곱씹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오간다.

 
2019. 3 에디터:하재경
글: 이시우
자료제공: 도미노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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