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DAYTRIP] 부여, 백제의 흔적을 따라서
삼국시대를 이끈 나라 중 하나로 660년에 멸망한 고대국가 백제, 그리고 백제의 마지막 수도인 부여. 백제와 함께 시간이 멈춰버린 역사의 도시, 부여로 향했다. 그리고 백제의 흔적을 따라 하루 동안 부여를 여행했다.
“부여.” 조그맣게 말해본다. 지금도 여전히 쓰이는 지명이건만 어쩐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름을 읊조리는 기분이 든다. 부여는 한때 사비라고도 불렸다. 백제는 538년 사비성으로 도읍을 옮겼고 그 후 122년간 사비성은 백제의 흥망성쇠를 같이했다. 1,400여 년도 훨씬 전의 일이다. 그러나 부여는 현대로 와서도 수십 년 동안 백제의 수도로 자신을 알렸다. 실제 부여에서 백제 이외의 이미지를 떠올리기는 어렵다. 아닌 게 아니라 부여 지역 대부분이 문화재보호법에 묶여 수십 년간 개발이 제한됐다. 이곳에선 지역의 풍경을 바꾸는 고층 건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 건물을 지으려고 땅을 팠다가 유물이 나와 다시 덮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곳이었다. 작고 한적한 시골 읍내. 그것이 지금의 부여에 대한 솔직한 감상이다. 넓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사는 사람들은 급할 게 하나도 없다는 듯 도로에서 경적을 울리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부여가 어떤 곳인지 가장 알기 좋은 방법은 지금의 부여 이면에 잠든 백제의 흔적을 기꺼이 더듬는 일일 것이다.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

[2 PM] 능산리 고분군에서 백제로의 여행을 시작하다
미술평론가이자 교수인 유홍준은 국내 여행의 바이블로 일컫는 그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다음과 같이 썼다. “서울에서 출발하든 광주 혹은 대구에서 출발하든, 또 공주를 거쳐 오든 곧장 오든 오후 서너 시에는 부여 초입에 있는 능산리(陵山里) 고분군을 들르는 것으로 부여 답사를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만 왕도에 들어가는 기분을 느끼며, 비로소 백제행을 실감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의 가르침에 따라 부여 여행의 첫 목적지로 능산리를 찾았다. 능산리 산자락에는 백제 시대의 무덤 여럿이 모여 고분군을 이루고 있다. 그중 7기의 고분이 잘 정돈되어 있다. 고군분은 3기씩 두 줄이 나란히 놓여 있고 그 위에 1기를 올린 모습이다. 능산리 고군분은 왕의 무덤으로 전해지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왕의 무덤이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산자락을 타고 위로 올라가 고분군을 내려다보면 그렇게 한적할 수 없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볼록한 언덕 같은 무덤들뿐이지만, 그 무덤들 사이사이에 어떠한 시간이 고여 있는 것 같아 자연스레 삶과 죽음을 떠올리게 된다. 이렇게 차분하게 여행을 시작해도 괜찮을까? 부여를 찾은 이라면 누구나 금방 깨달을 것이다. 여행의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먼저 사색하는 방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부여

능산리 고분군

여행 팁 무덤은 백제 후기의 묘제를 알 수 있는 전형적 석실분으로, 내부는 고분군 내 능산리유적 모형 전시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무덤의 서쪽으로 걷다 보면 나오는 절터인 능산리사지에서 그 유명한 백제금동대항로가 발견되었다. 능산리사지는 나성의 줄기와도 맞닿아 있다.
주소 충남 부여군 부여읍 능산리 388-1
부여

능산리사지

[4 PM] 부소산성에 올라 낙화암에서 노을을 바라보다
일몰 시각을 확인하고, 그보다 2시간 빠르게 부소산성으로 향했다. 부여에서 마주하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해가 지는 시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부소산성은 백제 시대의 산성으로, 부소산에 위치한다. 수도인 사비를 보호하기 위해 축조하기 시작해 605년경에 현재의 규모를 갖추게 된 것으로 추정한다. 성안에는 영일루(迎日樓), 반월루(半月樓) 같은 누각과 백제 마지막 왕인 의자왕의 전실이 깃든 낙화암(落花巖) 등이 있다. 부소산문을 통과해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자연스럽게 삼충사(三忠寺), 영일루, 군창터, 반월루 등을 거쳐 낙화암과 고란사(皐蘭寺)에 이른다. 부소산성 옆으로는 백마강이 흐른다. 부여 부근을 흐르는 금강을 백마강이라고 부르는데, 반월루나 낙화암, 고란사에서 백마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가 질 때 백마강, 그러니까 금강을 바라보면 이곳을 왜 금강이라 부르는지 그 이유를 실감할 수 있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물결’이라는 고루한 수식어를 그대로 붙이고 싶을 만큼 말이다. 조용히 울리는 새소리, 소나무의 푸른빛, 금빛으로 빛나는 백마강. 어쩌면 부여의 진정한 기념물은 부소산성에서 보낸 시간일지도 모른다.
부여

저녁노을이 지는 낙화암

부여

낙화암

여행 팁 부소산성은 해발 106m의 낮은 산인 만큼 산책하듯 편안하게 산을 오를 수 있다. 다만 낙화암으로 내려가는 돌계단이 가파른 데다 이곳을 모두 둘러보는 데는 2시간 정도가 소요되므로 여행에는 편안한 신발을 신는 게 좋겠다. 낙화암 절벽의 모습은 고란사의 선착장에서 황포돛배를 타고 보는 게 가장 잘 보인다.
주소 충남 부여군 부여읍 관북리 일원
[7 PM] 궁남지의 야경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다
궁남지는 백제 시대에 조성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연못이다. <삼국사기>에 궁궐 남쪽에 못을 파 20여 리 밖에서 물을 끌어다 채우고, 주위에 버드나무를 심었으며, 못 가운데 섬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연못 중앙에는 ‘포룡정’이라는 정자가 떠 있는데 이곳은 다리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해가 지면 포룡정과 다리, 그리고 궁남지 주변으로 은은한 조명이 들어온다. 조명으로 밝혀놓은 궁남지의 야경을 바라보며 부여 여행을 잠시 마무리하기 적당하다. 궁남지는 여름이 되면 연꽃으로 가득해진다. 연꽃으로 대표되는 부여의 이미지 또한 궁남지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부여

궁남지의 야경

여행 팁 매년 7월 궁남지 일대에서 ‘부여서동연꽃축제’가 열린다.
주소 충남 부여군 부여읍 궁남로 52
부여에서 머문 곳: 롯데리조트부여
궁남지에서 출발해 차를 타고 20여 분 달리면 롯데리조트부여에 도착한다. 지하 1층, 지상 10층, 310개 객실 규모의 롯데리조트부여는 부여에서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웅장한 건물일 것이다. 말굽 형태로 휜 형태의 건물 외관에는 300개가 넘는 색색의 패널이 붙어 있다. 독특하지만 우리나라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색깔들을 조합해 단정하면서도 아름답다. 또한 해가 저무는 것과 동시에 하나둘 불이 꺼지는 읍내의 건물들과 달리 리조트 인근의 프리미엄 아울렛은 저녁 늦게까지 환하게 불을 밝힌다. 리조트 안에는 가족 단위 여행객이 레스토랑 본디마슬에서 늦은 저녁 식사를 하며 활기차게 대화를 나눈다. 부여의 또 다른 면을 롯데리조트부여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과 현대, 고요함과 떠들썩함이 오묘하게 뒤섞인 분위기에서 잠시 가라앉았던 여행의 설렘이 다시 살아난다. 내일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편안한 잠자리에 들 수 있다.
롯데리조트부여

롯데리조트부여 디럭스 룸(패밀리 트윈) © 롯데리조트부여

롯데리조트부여

롯데리조트부여 로열 룸(클린형 55평형) © 롯데리조트부여

롯데리조트부여

롯데리조트부여 전경 © 롯데리조트부여

주소 충남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400
전화 +82-41-939-1000
홈페이지 www.lottebuyeoresort.com
[9 AM] 정림사지 오층석탑에서 백제의 미학을 느끼다
부여에 오지 않으면 정림사지 오층석탑이 이렇게 웅장하고, 이렇게 멋지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흔적만 남은 정림사 절터 중앙에 오층석탑이 서 있다. 본래 회랑 안에 서 있는 석탑으로 중문을 열고 들어가야만 마주할 수 있던 모습이지만, 모든 게 사라진 지금에는 멀리서부터 석탑을 눈에 담을 수 있다. 그렇기에 처음 오층석탑을 보고서는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 가까이 다가가야 비로소 웅장함이 느껴진다. 석탑은 높이가 8.33m로, 어른이 탑 옆에 서면 1층 끄트머리에도 머리가 닿지 않으며 전체적으로 기품과 우아한 멋을 풍긴다. 지붕돌은 수평으로 뻗어 나가다가 끝에만 섬세하게 위로 들려 있으며, 1층부터 5층까지 각층의 높이 비례에서도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유홍준 교수는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았다는 백제 미학의 상징적 유물”이자 “위대한 명작”으로 이 오층석탑을 꼽았다. 부여에 와서 정림사지 오층석탑을 보지 않는다면 백제의 흔적을 보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

여행 팁 정림사지 오층석탑 옆에는 정림사지 박물관이 있다. 이곳에선 백제 불교의 정점에 있던 정림사와 백제 불교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주소 충남 부여군 부여읍 정림로 83
[11 AM] 국립부여박물관에서 백제의 문화를 마주하다
이제 정림사지 오층석탑을 보고 느낀 백제 문화의 아름다움에 더 깊이 빠져들 시간. 정림사지 건너편에는 국립부여박물관이 있다. 규모는 작지만 이곳은 일본의 문화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친 우수한 백제의 문화와 미학을 이해할 수 있는 유물로 가득하다. 국립부여박물관은 1929년 발족한 부여고적보존회와 역사를 같이한다. 1970년 처음 부소산에 박물관을 개관했으나 유물의 양이 많아지며 지금 위치로 옮겼다. 국립부여박물관은 종합 박물관이 아닌 부여 지역을 중심으로 백제문화권의 문화와 역사를 집약한 특색 있는 박물관이다. 기증유물전시실을 포함해 총 4개의 상설 전시장으로 구성된다. 1전시실은 부여 지역의 선사와 고대 문화를 볼 수 있는 유물을 전시하며, 2전시실은 백제의 생활 문화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그리고 이곳에 백제금동대향로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93년 흙 속에서 기적적으로 발굴되어 사람들의 시선을 다시금 백제 문화로 돌리게 만든 금빛 국보 말이다. 세심하게 묘사한 연꽃 봉오리 형태의 몸체와 그 위에 앉은 봉황이 근사하다. 3전시실은 불상이나 벽돌 등을 통해 다시 한번 백제의 우수하고 세련된 공예 기술을 보여준다. 국립부여박물관을 둘러보면 이렇게 찬란했던 백제의 모습이 지금은 왜 이렇게 희미해졌는지, 아쉬운 마음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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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부여박물관 로비

부여

3전시실의 금동관음보살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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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전시실

여행 팁 기증유물전시실에 있는 항아리를 잊지 말고 꼭 봐야 한다. 기증된 유물 중 일부는 고려나 조선 시대에 부여 지역에서 출토된 것으로 50여 명이 기증한 것이다. 여기에서 아름다운 항아리들을 보고 있으면 사라진 백제 문화에 대한 아쉬움이 마음속 깊이 차오른다.
주소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산16-9
[1 PM] 백제문화단지에서 백제의 거리를 걷다
백제문화단지는 백제 역사와 문화를 알리기 위해 1994년부터 2010년까지 17년간 조성한 문화 단지로, 그전까지는 흔적과 유물로 감상하던 백제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약 330만 ㎡ 규모로 단지 내에 백제 왕궁인 사비성과 능산리 고분군 옆 터만 남아 있던 능산리사지의 대웅전, 오층목탑 등이 복원되어 있다. 그뿐 아니라 백제의 초기 왕성인 위례성의 모습과 백제 시대의 신분별 주거 형태도 재현했다. 백제의 문화를 집약해놓은 이곳의 랜드마크는 능산리사지의 오층목탑. 실제 중요무형문화재 장인들이 목탑 복원에 대거 참여해 백제의 뛰어난 기술을 엿볼 수 있는 건축물로 재탄생했다. 또한 복원된 사비성 안에서는 백제 의복 체험과 활쏘기 체험이 가능하며, 인근에 백제문화역사관에서는 각종 사료를 통해 백제의 문화와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해 아이와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다. 실물 크기로 복원하고 재현해놓은 백제 시대, 이곳을 걷다 보면 1400여 년 전으로 훌쩍 시간 여행을 떠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럴 땐 그냥 그 기분을 만끽하자. 그리고 백제를 느껴보자. 이보다 더 부여다운 부여는 없을 테니 말이다.
부여

사비궁과 능산리사지 오층목탑

부여

재현된 능산리사지의 대웅전

여행 팁 롯데리조트부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백제문화단지가 있다. 롯데리조트부여 투숙객에게는 입장료가 할인되니 놓치지 말고 방문할 것.
주소 충남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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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문화단지 내 백제 시대의 주거 형태를 재현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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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건국 초기의 위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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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궁 내 백제 의상 체험 존

2019. 4 에디터:김혜원
포토그래퍼:안가람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2019. 4
  • 에디터: 김혜원
  • 포토그래퍼: 안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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