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물과 식물로 채운 거대한 놀이공원, 서울식물원
서울식물원이 문을 열었다. 총면적 50만4,000㎡로, 축구장 70개 크기에 달한다. 온실은 국내 최대 규모다.
“열대지방이 이렇게 덥다는 얘긴가?” 아이가 말했다. “나무 기둥이 이상해.” 뒤따라가던 남자가 이어 말했다. 식물문화센터의 온실 열대관 안이었고 사람들은 더운 나라에서 온 낯선 식물들을 보며 저마다의 감상을 덧붙였다. 2월의 평일 오후 2시, 온실 안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온실 열대관의 천장을 가로지르는 스카이워크는 때때로 꽉 막힌 혈관 같았다. 마곡동에 위치한 서울식물원은 3년 여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18년 10월 11일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정식 개원이 아님에도 첫 한 달 동안 60만 명 이상이 서울식물원을 다녀갔다. 지금까지 집계된 방문객은 약 211만 명(3월 24일 기준). 서울식물원은 시작부터 엄청난 환대를 받고 있다.
서울식물원

온실 지중해관

호수 공원 속 식물원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 3번 출구로 나오는 순간, 서울식물원이 시작된다. 서울식물원이 위치한 강서구 마곡지구는 2007년 마곡도시개발사업의 일환으로 한강 물을 끌어들여 뱃길을 만든다는 워터프런트 계획을 추진하던 곳이었으나 이후 개발 방향이 변경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서울식물원은 여가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원과 식물 보전과 연구 및 교육 기능을 수행하는 식물원이 결합된 형태로, ‘열린숲’, ‘주제원’, ‘호수원’, ‘습지원’으로 구성된다. 주제원이 전통적 식물원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공간이 공원 역할을 하며 24시간 개방한다. 이러한 의미를 담아 통상적으로 식물원을 뜻하는 ‘보태닉 가든(Botanic Garden)’ 대신 ‘보태닉 파크(Botanic Park)’를 서울식물원의 공식 영문명으로 사용한다. 지하철 입구와 맞닿은 곳이 바로 열린숲. 식물원에 방문한 관람객을 맞이하는 ‘방문자 센터’와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잔디 마당’, 그리고 성인 가드닝 전용 교육 공간인 ‘숲문화원’이 열린숲에 포함되며, 축제와 전시 등 다양한 볼거리가 이곳에서 펼쳐진다.
서울식물원

서울식물원 내에서 진행 중인 전시 <서울식물원 탄생 기록>의 일부

호수원과 습지원의 존재에서 짐작할 수 있듯 서울식물원은 물과 식물을 주제로 조성되었다. 넓은 부지에 호수와 습지, 공원과 식물원이 들어선 것이다. 마곡지구는 오랫동안 논농사를 지어온 지역으로, 굴곡 없는 평평한 지대였다. 심심하던 땅에 인공 호수와 언덕을 만들어 풍경에 변화를 꾀했다. 호수와 그 주변의 산책로, 덱 등을 포함한 호수원은 식물원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습지원은 서울식물원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함으로써 생물을 그대로 보존해 교육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습지원과 이어진 한강 나들목을 통해 자전거를 타고 쉽게 식물원을 찾아올 수 있도록 재정비했다(습지원은 5월 정식 개원에 맞춰 공개할 예정이다).
서울식물원

식물문화센터 로비

서울식물원

식물문화센터 2층의 기프트 숍

이국적 온실과 한국적인 정원
서울식물원의 랜드마크는 주제원의 ‘식물문화센터’에 속한 ‘온실’이다. 지름 100m, 높이 25m. 대략 아파트 8층 높이의 온실 안에 열대와 지중해에 위치한 세계 12개 도시의 낯선 식물들을 모아놓았다. 서울식물원 온실은 외관부터 남다르다. 온실 하면 돔 형태를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곳은 돔형이 아니라 오목한 그릇 형태다. 돔형은 흔히 중앙에 키가 큰 나무를 식재하고 관람객이 중앙을 바라보며 온실을 도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식물원 온실은 반대로, 가장자리에 키 큰 나무를 배치해 시선을 밖으로 두며 관람하도록 꾸몄다. 외관의 차이는 이렇게 시선의 차이를 만들기도 하는데, 덕분에 식물과 함께 투명한 온실 너머 바깥 풍경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형태가 지닌 단점도 있다. 중앙이 오목하다 보니 빛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구조적 단점은 소재로 보완했다. 육각형 식물 세포 모양으로 만든 천장에 빛 투과율이 유리보다 우수한 신소재 ETFE를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온실을 구성하는 흥미로운 요소가 된다.
서울식물원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본 열대관

서울식물원

열대관 초입에 있는 식물로 둘러싸인 동굴

온실은 크게 열대관과 지중해관으로 나뉜다. 지하 1층 열대관으로 입장해 두 전시관을 모두 관람한 후 열대관 천장에 마련된 스카이워크를 거쳐 지상 1층으로 나오는 것이 일반적인 경로. 열대관 입구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을 반기는 것은 커다란 벵골고무나무다. 아래로 늘어진 가지가 땅에 닿아 뿌리내려 새로운 줄기가 되는 벵골고무나무는 뿌리와 줄기가 엉켜 있어 한 그루 이상의 나무처럼 보이는 특징이 있다. 열대지역에서는 옆으로 끝없이 부피를 키우는 거대한 나무다. 벵골고무나무 뒤쪽에는 석가모니를 상징하는 나무인 인도 보리수가 있는데, 국내 서식하는 보리수 중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한다. 열대관을 지나 지중해관으로 들어서면 다양한 모양의 선인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탈리아 양식으로 꾸민 작은 분수 광장이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내는데, 바로 이 분수 앞이 지중해관의 포토 스폿이다. 이곳에서는 먼저 사진을 찍기 위한 눈치작전이 펼쳐진다. 지중해관의 마지막 부분에는 호주에서 온 바오바브나무가 기다린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로 잘 알려진 바오바브나무는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나무다. 지중해관까지 다 돌아봤다면 중앙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층 위로 올라가 스카이워크를 걸어보자. 이는 열대우림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고안한 장치로, 열대관을 내려다보노라면 식물들을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와는 또 다른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서울식물원

지중해관의 호주 바오바브나무

서울식물원

지중해관의 선인장들

서울식물원

열대관을 즐기는 아이와 부모

서울식물원

벵골고무나무의 기둥

식물원에 이렇듯 이국적 식물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온실 앞쪽의 ‘주제정원’에서는 여덟 가지 주제로 한국의 식물과 정원 문화를 보여준다. 한국 자생식물로 전통 정원을 재현한 것. 예를 들어 ‘사색의 정원’은 정자 등의 요소를 통해 자연경관을 끌어와 정원으로 삼던 한국 정원의 특징인 차경(借景)을 표현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되 소박하지만 아름답던 전통 한국 정원의 미학에 푹 빠질 좋은 기회다. 현재 주제정원은 정식 개원 일정에 맞춰 새로운 화초 등을 식재하고 정돈하는 중이며, 개원 후 주제정원을 포함해 온실과 함께 유료로 운영할 예정이다.
서울식물원

서울식물원

온실 열대관

아이들과 함께 자라날 미래
서울식물원에서 또 하나 돋보이는 공간은 식물문화센터 내 1층에 있는 ‘씨앗도서관’이다. 서울식물원은 아이들이 자연을 가까이하고 생물종 다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및 연구처의 역할에도 비중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한 장소가 여럿 있는데, 씨앗도서관이 그중 하나다. 씨앗도서관에서는 씨앗을 책처럼 대출해줘 관람객 누구나 대출받은 씨앗을 집으로 가지고 돌아가 직접 키워볼 수 있다. 대출 가능 씨앗은 우리 토종으로만 구성되어 더욱 특별하다. 대출받은 씨앗은 소중히 키운 식물 사진으로 반납할 수 있으며, 이러한 반납이 이루어져야 계속해서 씨앗을 대출받을 수 있다. 온실 다음으로 많은 이가 식물도서관을 찾아 우리 토종 씨앗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공간을 즐긴다고. 식물문화센터의 ‘식물전문도서관’에서 식물도감을 읽는 아이, 상설 전시관에서 기후대별 환경과 식물의 이야기를 놀이처럼 즐기는 아이들을 보노라니, 서울식물원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서울식물원

씨앗도서관

서울식물원

식물전문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아이

서울식물원

씨앗도서관

많은 사람이 정식 개원 전부터 서울식물원을 찾았다. 경험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터. 하지만 서울식물원은 아직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분명 사계절 다른 풍경을 그릴 것이다. 열린숲을 채운 봄의 벚나무, 호수원 쉼터에 자리한 여름의 버드나무, 호수가 가로수 길에 늘어선 가을의 단풍나무와 코스모스 등이 이를 증명할 것이다. 서울식물원은 공항철도 마곡나루역과도 연결되어 있다.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거나 입국하는 여행객, 스톱오버로 한국을 찾은 여행객에게도 좋은 여행지가 될 것이다. 온실은 오후 5시에 입장을 마감해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인파에 휩쓸리지 않고 조용히 여유롭게 관람하고 싶다면 입장 마감 시간에 임박해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온실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오면 노을이 지는 호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서울식물원

꽃의 암술과 수술을 연상케 하는 온실의 외관

서울식물원

열대관과 지중해관을 나누는 틈은 야외에서 근사한 산책로가 된다.

서울식물원

서울식물원 온실 전경 © 서울식물원

주소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로 161
홈페이지 botanicpark.seoul.go.kr
2019. 4 에디터:김혜원
포토그래퍼:해란

Where to st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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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4
  • 에디터: 김혜원
  • 포토그래퍼: 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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