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스타일리시한 애서가를 위하여
패션 하우스 구찌가 책을 매개로 뉴욕 소호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자신의 철학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뉴욕의 구찌 우스터 북스토어에서는 희귀본과 절판본, 중고 도서를 포함해 2,000여 권이 넘는 책을 전시, 판매하며 장르는 패션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개성 넘치는 편집매장부터 유명 디자이너의 부티크, 빈티지 숍, 중저가 캐주얼, SPA 브랜드 숍과 백화점에 이르기까지 패션과 쇼핑에 관한 모든 것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뉴욕 소호. 구찌는 전 세계 명품 브랜드 하우스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소호의 우스터 스트리트(Wooster Street)에 자리한다. 그리고 지난해 자신의 브랜드 스토어 바로 옆에 또 하나의 매력 넘치는 공간을 선보였다. 구찌 우스터 북스토어(Gucci Wooster Bookstore)는 뉴욕 소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음악, 영화, 문학, 패션, 예술에 대한 자유분방한 정신, 구찌의 크리에이티브한 철학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새로운 문화 허브다. 약 930㎡에 이르는 이 공간은 기존의 구찌 매장과 연결되어 있지만 ‘웨스트브로드웨이 375’라는 자체 주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웨스트브로드웨이 쪽으로 전용 입구를 두어 서점으로만 별도로 들어갈 수도 있다. 내부가 연결된 만큼 기존의 기존 구찌 스토어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구찌 우스터 북스토어

구찌 우스터 북스토어 외관

독립 서점의 개성을 지닌 구찌 우스터 북스토어
구찌 우스터 북스토어는 아방가르드한 예술과 사진을 전문으로 다룬다. 구찌 제품과는 아무 상관없이 각지에서 공수한 희귀본과 절판본, 중고 도서를 포함해 2,000여 권이 넘는 책을 전시, 판매한다. 보유 도서도 패션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라이프스타일, 인테리어, 예술, 건축,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인, 영 컬처(Youth Culture)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단행본과 함께 의미 있는 잡지도 갖추고 있다. 소호에서 앤디 워홀이 창간한 잡지 <인터뷰(Interview)>는 구찌 우스터 북스토어의 오픈을 기념해 특별판을 만들기도 했다. 마돈나가 커버를 장식하고 리처드 번스타인이 디자인해 화제가 된 1985년 12월호에 약간의 내용을 더해 특별판으로 출간한 것인데, 이 역시 구찌 우스터 북스토어에서 만날 수 있다.
이러한 구찌 우스터 북스토어의 개성 넘치는 셀렉션은 대시우드 북스(Dashwood Books) 설립자 데이비드 스트레텔(David Strettell)에게서 탄생했다. 본드 스트리트에 2005년 문을 연 대시우드 북스는 작지만 영향력이 큰 독립 서점이다.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 디렉터 출신인 스트레텔의 안목으로 구성된 셀렉션 덕에 아티스트들 또한 즐겨 찾는 서점으로 유명하다. 그의 큐레이션으로 완성한 우스터 북스토어는 구찌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지닌다. 서점에는 사서와 책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갖춘 전문 어시스턴트 ‘북웜(Book Worms)’들이 상주하므로 언제든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구찌 우스터 북스토어

구찌 우스터 북스토어

인터뷰 매거진

인터뷰 매거진

앤디 워홀이 창간한 잡지 <인터뷰(Interview)>

그런데 구찌는 왜 서점을 열었을까?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닌, 취향과 문화를 만나는 공간이다. 많은 예술가와 디자이너가 책에서 영감을 얻는다. 지금은 패션과 쇼핑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본래 소호는 가난한 예술가들이 값싼 임대료를 찾아 모여들던 동네다. 1960년 고속도로가 들어설 예정이었다가 취소된 탓에 1970~1980년대 소호에는 가동을 멈춘 채 방치된 공장이 가득했다. 예술가들은 값싼 공장 건물에 하나둘 터를 잡고 작업실과 주거 공간을 겸한 로프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런 예술가들을 따라 소호 거리 곳곳에는 화랑이 생겨났고, 서점과 레스토랑 등이 문을 열었다. 이렇게 문화〮예술의 거리로 거듭난 소호에는 미술품 거래와 함께 거대 자본이 들어왔다. 자본의 유입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은 당연한 과정이었다. 부동산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예술가들은 다시 외곽으로 떠났다. 덕분에 지금은 브루클린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호에는 장 미셸 바스키아, 앤디 워홀, 키스 해링 등 당대 예술가들이 열정을 불태우던 예술혼이 살아 있다. 구찌 우스터 북스토어는 이러한 1970~1980년대 소호의 예술적 감성을 전하는 공간이다.
구찌 우스터 북스토어

구찌 우스터 북스토어

소호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바이브를 느낄 수 있는 공간
구찌 우스터 북스토어는 이전에 연필 공장이었던 155년 된 건물에 들어서 있다. 겉모습은 공장으로 사용하던 당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오래된 유럽 도서관에서나 보았을 법한 스탠딩 독서대, 앤티크 가구와 책장으로 연출한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운 브랜드의 분위기를 잘 드러낸다. 유서 깊은 건물에 첨단 기술을 결합한 점도 인상적이다. 서점과 맞닿아 있는 스크리닝 룸은 3D 영화 시설을 갖춘 공간이다. 구찌는 소호의 역사를 기념하고 보존하는 소호 메모리 프로젝트(SoHo Memory Project)와 협업해 오는 몇 달간 1970~1980년대 소호의 감성을 담은 다큐멘터리도 상영할 계획이다.
구찌 우스터 북스토어

구찌 우스터 북스토어

구찌의 서점 오픈은 여러모로 인상적이다. 구찌는 당시 신예 디자이너이던 톰 포드, 무명에 가까웠던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세우는 등 실력 있는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거나 기존 브랜드들이 엄두도 내지 못한 파격적 디자인을 선보이며 명품 브랜드가 놓인 위기를 극복해왔다. 고루한 옛 명품의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동시대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변화를 꾀한 덕에 BTS가 입고, 10대, 20대들마저 열광하는 핫한 브랜드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오래전 구찌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명품 브랜드 중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명성이 퇴색되어버린 브랜드도 여럿 있다. 단순히 고가의 옷과 가방만 선보이는 게 아닌 문화를 창조해내고 트렌드를 바꾸는 힘, 이렇듯 새로운 시도가 지금의 구찌를 있게 한 저력이 아닐까. 얼핏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브랜드의 서점 오픈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소 375 W Broadway, New York, NY 10012
전화번호 +1-212-710-8980
2019. 5 에디터:김혜원
글: 오영제
자료제공: 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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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5
  • 에디터: 김혜원
    글: 오영제
  • 자료제공:
    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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