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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마다 돌아오는 별들의 전쟁,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
클래식 음악을 사랑한다면 6월의 러시아에 가보라. 이 시기 차이콥스키 콩쿠르가 열리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클래식 선율이 가득하다.
1958년 소련 정권에서 처음 시작한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그리고리 소콜로프,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등 쟁쟁한 음악가들을 배출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4년마다 열리며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성악(남녀) 부문으로 진행된다.
한국인 첫 입상자는 1974년 피아노 부문에서 준우승(1위 없는 2위)을 한 정명훈이다. ‘반공’을 외치던 시절에 적국(敵國)의 한복판에서 우승기를 쟁탈해 왔으니 그는 국가적 영웅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입국하던 날에는 김포공항에서 광화문까지 카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차이콥스키

“6월 17일부터 27일까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참석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지원서가 날아든다. 참가자는 만 16~32세. 변성기가 지나야 제 목소리를 갖는 성악은 만 19세부터 지원이 가능하다.”
2011년, 러시아를 장악한 한국 음악가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드문드문 입상자가 나왔다. 1990년 최현수(성악 우승), 1994년 백혜선(피아노 3위), 2002년 김동섭(성악 3위)과 임동민(피아노 5위)이 그 역사를 이어갔다.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은 2011년이었다. 6월 30일 모스크바의 차이콥스키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한국 참가자들의 이름이 연이어 호명된 것이다. 남녀 성악에 나란히 우승한 박종민과 서선영, 피아노에서 각각 2·3위를 차지한 손열음과 조성진, 바이올린 3위에 입상한 이지혜. 19명의 입상자 중 한국 음악가가 다섯 명이었다. 훗날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조성진은 당시 열일곱 살로 한국 수상자 중 가장 어렸다. 서선영과 박종민은 각각 2만 유로, 손열음과 조성진은 각각 1만9,000유로, 이지혜는 1만2,000유로의 상금을 받았다. 주최국인 러시아는 피아노 부문에서만 다닐 트리포노프가 1위를 차지했다. 2015년 콩쿠르에는 한국인 3·4·5위가 나왔다. 유한승(바리톤)이 남자 성악 3위, 클라라 주미 강과 김봄소리가 각각 바이올린 4·5위, 강승민이 첼로 5위에 입상했다.
첼로

성악

첼로와 성악 부문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다.

음악도 취재도 뜨거운 현장
2019년, 제16회를 맞은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6월 17일부터 27일까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다. 2월 29일, 앞으로 격전지가 될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콩쿠르 개최를 앞둔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로써 올해의 콩쿠르가 시작된 셈이다. 4월까지는 세계 각국에서 지원서가 날아든다. 참가자들은 만 16~32세. 변성기가 지나야 제 목소리를 갖는 성악은 만 19세부터 지원이 가능하다. 
약 2주간 진행하는, 러시아의 대표적 공연장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과도 같다. 아무에게나 무대를 쉽게 내주지 않기 때문에 접수를 한다고 참가 자격이 무조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엄격한 영상물 심사를 통과한 피아노 30명, 바이올린 25명, 첼로 25명, 성악 부문 남녀 각각 20명은 예선, 본선, 결선의 경연을 벌인다. 세계적 음악가로 구성된 심사위원은 물론 청중에게도 경연 과정을 모두 공개한다. 심사위원단석에 위원들의 국기가 꽂혀 있는 것도 흥미롭다. 
클라라 주미 강

2015년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4위를 차지한 클라라 주미 강

세 번째이자 최종 단계인 결선에 오르는 이들은 피아노 6명, 바이올린 6명, 첼로 6명, 성악 부문 남녀 각각 4명이다. 참가자와 반주 피아니스트만 함께하는 예선·본선과 달리 결선은 체급부터가 다르다. 러시아 국립 교향악단(스베틀라노프 심포니 오케스트라),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러시아의 메이저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가 결선 진출자들과 호흡을 맞춘다. 결선 진출자 중 러시아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본 이들은 거의 없다. 그래서 주최 측은 참가자들이 호흡을 맞추는 리허설 시간도 공평하게 분배한다.
참가자들만큼이나 취재 경쟁도 치열하다. 콩쿠르 현장을 전 세계로 중계한 2015년에는 경연장마다 첨단 방송 장비가 총출동했다. 쉬는 시간이면 전 세계 방송사에서 참가자 및 심사위원과 인터뷰하느라 분주했다. 연주자들의 얼굴이 전 세계 음악 애호가에게 알려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가자들에겐 더 없이 좋은 기회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콩쿠르의 오프닝

별들의 전쟁터,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원래 모스크바에서만 열리던 콩쿠르는 2011년부터 예술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부문은 모스크바, 첼로와 성악 부문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한다. 2019년 신설되는 목관악기와 금관악기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릴 예정이다. 두 도시의 거리는 약 700km. 고속 열차 ‘삽산(Sapsan)’으로 3시간 40분가량 소요된다.
모스크바에서의 결전은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내 그레이트홀과 소극장, 그리고 시내에 위치한 차이콥스키 콘서트홀과 자랴디예 콘서트홀에서 진행한다. 1866년에 설립된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은 차이콥스키가 교편을 잡기도 한 곳으로, 현재는 차이콥스키 음악원으로도 불린다.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영지(領地)와도 같은 그레이트홀 무대에는 별들의 전쟁이 진행되는 내내 차이콥스키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결전지는 마린스키 2극장과 필하모닉홀 대극장(쇼스타코비치 상트페테르부르크 아카데믹 필하모니아 홀)을 중심으로 총 7개의 공연장에서 진행한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심사 발표 현장

러시아와 차이콥스키 유산을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
차이콥스키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성악 분야에서 주옥 같은 작품을 남겼다. 이 악기들과 성악을 주제로 콩쿠르가 열리는 이유도 그래서다. 참가자들은 예선, 본선, 결선 레퍼토리에 포진된 차이콥스키의 작품을 통해 음악의 왕국 러시아와 차이콥스키의 유산에 흠뻑 취하게 된다. 특히 결선에서 선보이는 협주곡은 오늘날 가장 많이 연주되고 사랑받는 작품들이다. 그래서 입상하지 못하더라도 참가 경험으로 쌓은 노하우만으로도 큰 공부가 된다.
그런데 올해 처음 개설한 목관과 금관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 차이콥스키는 딱히 떠오를 만한 관악기를 위한 작품을 작곡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6곡의 교향곡에서도 금관악기가 맹활약했지만 금관악기를 위해 남긴 명곡은 없다.
목관악기 부문 결선곡으로는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중 ‘렌스키의 아리아’가 공통으로 들어가 있다. 차이콥스키의 이 명선율은 오늘날 사람의 목소리를 넘어 여러 악기로 편곡되어 연주된다. 금관악기 부문의 결선곡 목록에도 차이콥스키의 기존 작품을 편곡한 곡들이 들어가 있다. 결국 이 콩쿠르에서 차이콥스키는 넘어야 할 산이자,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할 도착지인 셈이다.
6월 17일에 시작한 콩쿠르는 27일까지 진행한다. 모스크바에서 시상식을 개최한 후 28·29일에 각각 모스크바 국립음악원과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입상자들의 갈라 콘서트가 열린다. 콘서트는 마지막 순위의 입상자부터 시작해 영광의 우승자가 대미를 장식한다.
벤 클리번

1958년에 있었던 1회 콩쿠르 피아노 부문 1위에 입상한 벤 클리번

콩쿠르는 ‘시작’일 뿐
과거 선배들이 ‘입상’에만 그쳤던 해외 콩쿠르에서 오늘날의 청춘들이 ‘우승’과 ‘석권’의 타이틀을 따오고 있다. 199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이 개원한 이후에는 ‘토종’이라는 단어도 생겼다. 어린 시절부터 해외 유학을 통해 음악적 자양분을 흡수한 이들과 달리 국내 음악 교육만으로 승부를 내고 있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러한 콩쿠르 입상에 대한 분석도 다양하다. 엄마들의 높은 교육열 때문이라는 ‘클래식 맹모삼천지교론’, 노년에 접어든 유럽 클래식 문화와 시장의 대안으로 아시아와 한국이 떠오르고 있다는 ‘클래식 시장 개척론’, 기교 전수의 예술 교육에서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개념 예술로 중심을 이동시키는 유럽 교육과 달리 한국은 기교 전수에만 힘쓰고 있다는 ‘예술 교육 변동론’ 등등.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1995년 1차 예선 진출자 중 한국인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2011년에 22명이나 진출하자 벨기에 국영 방송은 전문가들을 한국에 파견해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어쩌면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뒤인 2020년, 서양 음악사 책에는 이런 대목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한국은 더 이상 클래식 음악의 변방이 아니라 새로운 중심국이다.”
흔히 콩쿠르를 올림픽에 비유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 한 번의 금메달을 거머쥠으로써 스타덤에 오른 올림픽 스타는 그것이 하나의 ‘결론’이자 영광의 마침표이며 화려한 은퇴로 이어진다. 하지만 젊은 예술가에게 콩쿠르 입상은 ‘결론’이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관문 중 하나일 뿐이다. 그들은 이제 시작이다.

Information: 제16회 차이콥스키 콩쿠르
기간
2019년 6월 17~27일
장소 모스크바(피아노·바이올린 부문)_모스크바 국립음악원 내 그레이트홀 극장 외
상트페테르부르크(성악·첼로 및 목관악기, 금관악기 부문)_마린스키 2극장 외
홈페이지 tchaikovskycompetition.com
롯데호텔모스크바

모스크바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모스크바
롯데호텔의 첫 해외 체인 호텔이자, 국내 호텔 사상 해외로 진출한 최초의 체인 호텔인 롯데호텔모스크바는 여행 매거진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가 선정한 ‘러시아 베스트 시티 호텔’을 2년 연속 수상한 바 있다. 크렘린 궁전과 볼쇼이 궁전이 인접한 뉴 아르바트 거리에 자리하며, 총면적 7,117㎡에 지하 4층, 지상 10층으로 구성되고, 객실 수는 무려 304개에 달한다. 이탈리아 미쉐린 2스타 셰프 카를로 크라코의 ‘OVO by Carlo Cracco’를 비롯해 뉴욕 스타일의 퓨전 일식당 메구미 등 4개 식음업장에서 환상적인 미식을 즐길 수 있다.

주소 2 Bld., 8 Novinskiy Blvd., Moscow, Russia, LOTTE HOTEL MOSCOW
전화 +7-495-745-10-00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moscow-hotel
롯데호텔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상트페테르부르크
롯데호텔상트페테르부르크는 2017년 9월, 국내 호텔 브랜드 최초로 러시아에 연 두 번째 호텔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가장 유명한 명소인 성 이삭 성당 광장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다. 인근에는 세계 3대 박물관 예르미타시 박물관을 비롯해 마린스키 극장 등이 있어 관광지로서 최적의 입지를 자랑한다.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총 10개 타입의 객실 150실을 갖추었다. 모던 재퍼니스 퀴진을 선보이는 일식당 ‘메구미’ 외에 조식부터 만찬까지 가능한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더 라운지’, 6층 루프톱에서 아름다운 백야를 감상할 수 있는 ‘엘테라사’가 있다.

주소 2, Antonenko lane, Saint-petersburg, Russia, LOTTE HOTEL ST. PETERSBURG
전화 +7-812-336-10-00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stpetersburg-hotel
2019. 6 에디터:정재욱
글: 송현민
자료제공: 차이콥스키 콩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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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6
  • 에디터: 정재욱
    글: 송현민
  • 자료제공:
    차이콥스키 콩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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