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활기차게 움직이는 하노이 시내 모습 ⓒ Shutterstock

[DAYTRIP] 하노이 레트로 시티 투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베트남 하노이에는 동서양의 노스탤지어가 뒤섞여 있다. 가장 원시적 여행법인 ‘걷기’를 통해 하노이의 레트로한 풍경을 만났다.
누구나 지나온 시간에 대한 향수를 품고 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는 자신이 원하는 시대로 데려다주는 마차가 등장한다. 주인공 길은 자신이 황금시대라고 믿는 1920년대 파리로 돌아가 행복감에 젖지만, 그곳에서 만난 아드리아나는 1890년대인 벨 에포크 시대에서 살아보기를 갈망한다. 그리고 벨 에포크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르네상스 시대야말로 파리의 진정한 황금기라고 입을 모은다. 어쩌면 디지털 시대를 살며 아날로그 감성에 환호하는 우리의 모습도 이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현실에서 시간을 여행할 수는 없어도, 공간을 이동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가끔 동시대를 사는 낯선 도시에서 그리운 정서와 마주하기도 한다. 베트남의 천년고도인 하노이에는 아시아 전통 시장에 온 듯한 푸근함과 ‘인도차이나의 파리’로 번성하던 시절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공존한다. 도시의 중심지를 온종일 누비며, 현대인의 향수를 자극하는 삶의 모습과 마주했다.

호안끼엠 호수 위 붉은 다리 ⓒ 이예은

[8AM] 호안끼엠 호수를 거닐며 아침을 깨우다
하노이 최대 상업 지구인 호안끼엠 한가운데에는 도심 속 여유와 낭만을 선사하는 호안끼엠 호수(Hoan Kiem Lake)가 자리한다. 면적 9만7,000㎡에 달하는 이곳은 주변 관광 명소를 잇는 지리적 거점이자 현지인의 휴식처다. 이른 아침부터 호숫가는 신선한 바람을 맞으며 조깅이나 배드민턴을 하는 사람, 나무 벤치에 앉아 사색을 즐기는 사람, 그리고 노상 카페에서 연유를 듬뿍 넣은 베트남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로 활기를 띤다.

그러나 현지인에게 호안끼엠 호수가 지니는 의미는 그보다 훨씬 더 각별하다. 15세기 호수에서 황금빛 거북이 물고 온 검으로 훗날 황제가 된 레러이 장군이 명나라를 물리쳤다는 전설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나라를 지켜낸 그는 호수로 돌아가 거북에게 검을 돌려주었고, 이는 한자로 ‘환검(還劍)’을 뜻하는 ‘호안끼엠’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 지금도 물 한복판에 떠 있는 작은 거북탑이 도시를 수호해주는 듯하다.

응옥선 사당 입구 ⓒ Shutterstock

호수 북쪽으로 향하자 18~19세기 사이에 들어선 응옥선 사당(Ngoc Son Temple)이 눈에 들어온다. 13세기 몽고의 침략을 막아낸 영웅 쩐흥다오(Tran Hung Dao)를 비롯한 세 명의 성인을 모신 곳으로,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뜻을 지닌 붉은 다리, 테훅(The Huc)을 통해 육지와 연결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베트남의 고대 건축양식을 대표하는 응옥선 사당은 호안끼엠 호수에 예스러운 멋을 더한다.

응옥선 사당
주소: Dinh Tien Hoang Street, Hang Trong Ward, Hoan Kiem District, Hanoi
관람 시간: 8:00~17:00

하노이 올드 쿼터에서 맛본 반미와 쌀국수 ⓒ 이예은

[9AM] 올드 쿼터에서 길거리 음식을 맛보다
응옥선 사당에서 대로를 건너면 구시가지인 올드 쿼터(Old Quarter)다. 11세기에 리타이또(Ly Thai To, 리태조) 왕이 하노이를 베트남의 수도로 삼으면서 예술가를 중심으로 번성하기 시작했으니,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도시의 문화를 견인해온 셈이다. 크게 36개로 나뉘는 거리에는 대대로 이어져오는 다양한 공예품 가게가 촘촘히 늘어서 있으며, 현대식 주택뿐 아니라 야자수잎으로 지붕을 만든 전통 가옥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베트남을 대표하는 길거리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쌀국수 요리인 포(Pho)나 바게트 빵에 파테와 현지 채소를 넣은 반미(Banh Mì) 샌드위치는 아침 식사로 제격이다. 거리의 미식을 제대로 맛보려면, 길바닥에 놓인 간이 플라스틱 의자에 쭈그려 앉아 먹는 것이 정석. 보행객이 지나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 어린 시절 전통 시장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하노이의 랜드마크, 성요셉 성당 ⓒ Shutterstock, 이예은

[11AM] 성요셉 성당에서 120년 전 파리의 정취를 느끼다
1873년 하노이를 점령한 프랑스는 낯선 도시에 본국의 색채를 입히기 시작했다. 리 왕조 시대에 건설된 바오티엔(Bao Thien) 석탑을 허물고 고딕 양식의 성당을 지은 것이 그 시발점이었다. 베트남어로 ‘나토론(Nha Tho Lon)’이라고 불리는 성요셉 성당은 1886년에 웅장한 자취를 드러냈다. 정면에는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닮은 31.5m 높이의 사각 탑 두 채를 세우고, 안쪽은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와 아치형 천장으로 꾸몄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거무스름한 외관은 중세 유럽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프랑스 식민 지배가 완전히 막을 내린 1954년 이후, 하노이 시민들은 성요셉 성당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현재 이곳은 로마 가톨릭 대주교구 소속의 성당으로서 정기적으로 미사를 개최하며,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대형 트리가 들어서 축제의 장이 되기도 한다. 주말에는 예식장으로도 인기다. 성당을 둘러싼 세련된 부티크와 카페 역시 젊은 하노이언들의 낭만을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주소: 40 Nha Chung Street, Hang Trong Ward, Hoan Kiem District, Hanoi
관람 시간: 8:00~12:00, 14:00~18:00
 

레스토랑 그린 탠저린 ⓒ Green Tangerine

[12PM] 프랑스 저택에서 퓨전 요리를 맛보다
이제 하노이의 일부가 된 유럽의 앤티크한 감성은 다이닝 문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식 빌라를 개조한 퓨전 레스토랑, 그린 탠저린(Green Tangerine)이 그 예다. 레스토랑 입구는 서민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도로 한편에 자리하지만, 문을 통과하면 우아한 정원식 다이닝 공간이 나타난다. 1928년에 지은 저택 내부에는 보다 격식 있는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로컬 풍미를 더한 독창적인 프렌치 오트 퀴진을 맛보기 위해 전 세계 여행객이 이곳을 찾는다.

주소: 48 Hang Be Street, #Hang Bac, Hoan Kiem District, Hanoi
전화: +84-243-825-1286
홈페이지: greentangerinehanoi.com
이용 시간: 11:00~23:00
 

보기만 해도 아슬아슬한 기찻길 마을 ⓒ Shutterstock

[2PM] 기찻길 마을에서 롱비엔 철교까지, 철길 따라 걷는 산책길
약 70년간 이어진 식민 지배 기간 동안 프랑스인은 단순히 유럽풍 건축물을 세운 것이 아니라 도시 구조 자체를 개조했다. 근대식 직선 도로와 그리드 패턴을 사용해 하노이를 재정비했으며, 베트남을 가로지르는 철도도 놓았다.

1902년에 완공된 하노이역(Ga Ha Noi)과 롱비엔역(Ga Long Bien) 사이에는 기찻길을 따라 형성된 작은 마을이 있다. 철길 양옆에 서서 팔을 뻗으면 닿을 법한 거리에 사람이 산다. 창문 밖에는 빨래가 널려 있고, 아이들은 자갈밭을 놀이터 삼아 뛰어다닌다. 지금도 평일에 하루 두 번, 주말에는 여섯 번 기차가 마을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한다. 멀리서 요란한 경적 소리가 들리면, 주민들이 재빨리 철길에 놓아둔 물건을 치우고 몸을 피한다. 기차가 지나가면, 잠시 멈췄던 생활의 리듬이 다시 재생된다. 원래 하노이의 빈민가였던 이곳은 대도시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색적인 풍경이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기찻길 마을을 관통하는 기차와 롱비엔 철교 ⓒ 이예은

기찻길을 따라 20분쯤 걸으면, 롱비엔역의 상징인 롱비엔 철교(Long Bien Bridge)가 나온다. 에펠탑을 디자인한 귀스타브 에펠(Gustave Eiffel)이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899년에서 1902년 동안 3,000여 명의 인력이 건축에 동원됐다. 개통 당시에는 베트남 최초의 철교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긴 다리로 주목을 받았다. 베트남전쟁 때 수차례 폭격을 당했음에도 지금까지 원형을 유지한 채 사용되고 있다. 육교를 걷다 보면 녹슨 철근과 다리의 흔들림이 위태롭게 느껴지지만, 빈티지한 매력과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주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주소: Cau Long Bien, Ngoc Thuy Street, Long Bien District, Hanoi

쿠킹 클래스가 열리는 로즈 키친과 재래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정감 있는 모습 ⓒ 이예은

[3PM] 재래시장 투어와 쿠킹 클래스를 통해 현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다
현지에서 제공하는 문화 체험은 이방인이 겪는 정보와 소통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준다. 미식의 천국인 베트남에서는 당연히 쿠킹 클래스가 인기다. 로즈 키친(Rose Kitchen)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단순히 요리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전통 시장에서 식자재를 구경하고, 가정집에서 요리와 파티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하노이의 부엌인 전통 시장에서는 토속적인 삶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상인들의 함성과 닭 울음소리로 왁자지껄한 분위기,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펼쳐진 형형색색의 과일과 채소, 그리고 어디선가 풍기는 고소한 튀김 냄새는 잃어버린 줄 알았던 과거의 향수를 자극한다. 상인들은 전통 모자인 논(Non)을 쓰고 과일이나 채소를 대나무 지게에 이고 다니기도 한다. 베트남 식문화에 해박한 강사는 식자재 고르는 법을 설명하고, 여행객과 상인 사이의 의사소통을 돕는다.
 

로즈 키친 쿠킹 클래스에서 완성한 바나나꽃샐러드와 에그커피 ⓒ 이예은

재료가 준비되면 아늑한 주택에서 요리가 시작된다. 여행자들의 서툰 손에서 바나나꽃 샐러드와 스프링 롤, 돼지고기 숯불 구이를 곁들이는 비빔 쌀국수 분짜(Bun Cha) 등 수준급 현지 요리가 탄생한다. 달걀노른자와 연유, 설탕으로 크림을 만들어 올리는 하노이식 에그 커피도 빠질 수 없다. 직접 만든 베트남 음식으로 풍성한 만찬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하노이의 일부가 된 기분마저 든다.

주소: 294 Kim Ma Street, Ba Dinh District, Hanoi
전화: +84-1645-508-508
홈페이지: rosekitchen.com.vn

하노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루프톱 바, 톱 오브 하노이 ⓒ 롯데호텔하노이

[8PM] 톱 오브 하노이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속 주인공이 시간 여행을 마치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듯, 레트로한 낭만에 한껏 취한 뒤에는 하노이에서 가장 현대적 공간인 ‘톱 오브 하노이’로 향한다. 도시에서 가장 높은 루프톱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발걸음이 닿은 장소를 눈으로 더듬어본다. 해가 질수록 빛을 발하는 화려한 스카이라인은 하노이가 결코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왕조시대와 프랑스 지배, 그리고 전쟁과 통일에 이르기까지, 역사가 남긴 다채로운 유산을 품은 채 발전하고 있는 하노이는 그 어느 곳보다 미래지향적인 도시인지도 모른다.

주소: 54 Lieu Giai Street, Cong Vi Ward, Ba Dinh District, Hanoi
전화: +84-24-3333-3016
이용 시간: 17:00~23:00
 

레트로한 낭만에 한껏 취한 뒤에는 하노이에서 가장 현대적 공간인 ‘톱 오브 하노이’로 향한다. 도시에서 가장 높은 루프톱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발걸음이 닿은 장소를 눈으로 더듬어본다.

롯데호텔하노이 로비와 객실 ⓒ 롯데호텔하노이

하노이에서 머문 곳: 롯데호텔하노이
롯데호텔하노이는 지상 65층에 이르는 하노이의 랜드마크, 롯데센터하노이 상층부에 자리한다.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수려한 전망과 베트남 전통 문양을 차용한 객실 디자인, 톱 오브 하노이와 에비앙@스파를 포함한 고급스러운 부대시설은 여행자의 니즈를 완벽하게 충족시킨다.

주소: 54 Lieu Giai Street, Cong Vi Ward, Ba Dinh District, Hanoi
전화: +84-24-3333-1000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hanoi-hotel/
2019. 7 에디터:하재경
글: 이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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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7
  • 에디터: 하재경
    글: 이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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