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뉴욕 집에서 박상미 작가 © 박상미

[INSIDER GUIDE] 뉴요커 박상미의 사적인 뉴욕
번역가, 에세이스트, 갤러리스트, 그리고 자신이 살기로 선택한 도시에서 살고 있는 뉴요커. 현재 뉴욕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박상미의 취향이 담긴 뉴욕의 장소들.
“뉴욕은 저에게 새로운 가치를 갖게 해준 도시였습니다. 단순히 잘 먹고 잘 사는 삶이 아닌, 크레이지하고 위대한 일을 꿈꾸는 삶이 가능하다고 말이죠.”
박상미
비오는 뉴욕 거리

비 오는 뉴욕 거리 © Shutterstock

좋아하는 미술관과 갤러리?
미술관은 다 좋아하지만, 그중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언제나 “굿 아이디어”라고 말하곤 합니다. 고야를 보러 갔다가 송나라 때 청자를 발견하고 예상치 못한 기쁨을 얻게 되지요. ‘휘트니 미술관’은 다운타운에 있기도 하고 렌초 피아노가 디자인한 새 건물을 좋아해서 자주 방문합니다.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1000 Fifth Avenue, New York
∙ 휘트니 미술관 99 Gansevoort St., New York
휘트니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전경, 2015 © 사진 에드 레더먼(Ed Lederman), 휘트니 미술관

최고의 식사를 위한 레스토랑?
자주 찾는 레스토랑에서 낯익은 사람이 가져다주는 편안한 요리가 저에겐 최고의 식사인 것 같아요. 윌리엄스버그 제가 사는 동네에 있는 레이나드(Reynard)를 제일 자주 가고요. 제가 운영하는 갤러리 ‘토마스 파크(Thomas Park)’가 있는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팻 래디시(Fat Radish)’도 즐겨 찾습니다. 두 곳 모두 ‘로컬’ 재료를 사용하고 간단한 조리 방법을 사용해서 제가 좋아합니다.
∙ 레이나드 80 Wythe Avenue, Brooklyn (Wythe Hotel)
∙ 팻 래디시 17 Orchard St., New York
좋아하는 바?
윌리엄스버그의 집 근처에 있는 ‘호텔 델마노(Hotel Delmano)’는 오래전부터 자주 가는 바입니다. 주종이 다양한데, 메스칼이 들어간 칵테일을 잘 만들어요. 압생트도 마실 수 있고요. 맨해튼에선 갤러리 토마스 파크가 있는 블록의 긴 골목 끝에 자리한 ‘프리먼스(Freemans)’를 찾습니다.
∙ 호텔 델마노 82 Berry St., Brooklyn, New York
∙ 프리먼스 Freeman Alley, New York(프리먼 앨리 끝에 위치)
호텔 델마노

호텔 델마노 © 호텔 델마노

프리먼스

프리먼스가 있는 골목 © 프리먼스

좋아하는 산책 코스?
산책을 가기도 하지만 걷기는 종종 교통수단이에요. 날씨가 좋으면 차나 지하철 대신 일부러 걷는 걸 택하죠. 로어 이스트 사이드 오처드 스트리트를 따라 14번가 지하철역까지 걸어가거나, 갤러리에서 윌리엄스버그 브리지를 건너가거나, 집에서 그린포인트에 있는 브루스 선생님(갤러리 토마스 파크에서 전시하기도 한 조각가 브루스 가니에) 작업실까지 걷곤 합니다. 다 좋아하는 코스예요. 물론 집에서 강 쪽으로 걸어가 공원에서 햇볕을 쬐며 맨해튼 뷰를 본 후 돌아오는 것도 제가 아주 좋아하는 코스입니다.
윌리엄스버그 브리지

윌리엄스버그 브리지 © flickr

꼭 봐야 하는 공연?
BAM 하비 시어터(BAM Harvey Theater)’에서 하는 공연.
∙ BAM 하비 시어터 651 Fulton St., Brooklyn, New York
좋아하는 카페?
윌리엄스버그에 있는 ‘데보시옹(Devoción)’을 좋아합니다. 콜롬비아의 커피 농장들과 직접 공정거래를 하고 신선한 원두만 사용해요. 커피 체리의 껍질을 햇볕에 말려 우려낸 음료인 카스카라를 마실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죠. 커피도 맛있지만 더운 여름날 카페까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마시는 카스카라는 정말 천상의 음료예요.
∙ 데보시옹 9 Grand St., Brooklyn, New York
데보시옹

데보시옹 © 데보시옹

좋아하는 숍?
저는 숍도 갤러리처럼 보기를 권해요.
∙ 패션 도버 스트리트 마켓(Dover Street Market), 릭 오웬스(Rick Owens), 키스(Kith), 웬디 니콜(Wendy Nichol)
∙ 리빙 ABC 카펫 & 홈(ABC Carpet & Home), BDDW, 그리고 소호에 즐비한 가구 숍들
∙ 서적 놀리타에 있는 맥널리 잭슨 북스(McNally Jackson Books), 스푼빌 앤 슈거타운(Spoonbill and Sugartown)
∙ 문구 정말 재밌는 연필 숍 C. W. 펜슬 엔터프라이즈(C. W. Pencil Enterprise)
숨은 보석 같은 장소?
너무 많아요. 잘 알려진 곳부터 말하자면, ‘뉴욕 공립 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 열람실에 앉아 <뉴욕 타임스>라도 읽어보면 어떨까요? 전시도 만만치 않게 좋습니다. ‘메트로그래프(Metrograph)’는 레스토랑과 작은 서점을 갖춘 영화관이에요. 정말 보석 같은 영화를 벌건 대낮에 만날 수도 있는 곳이죠. 놀리타에 있는 작은 와인 숍 ‘와인 테라피(Wine Therapy)'에서는 친절한 프랑스인들이 추천해주는 오가닉 와인을 살 수 있습니다.
∙ 뉴욕 공립 도서관 476 5th Ave., New York
∙ 메트로그래프 7 Ludlow St., New York
∙ 와인 테라피 171 Elizabeth St, New York
뉴욕 공립 도서관

뉴욕 공립 도서관 © flickr

뉴욕에서 꼭 사야 할 것?
유니언 스퀘어 파머스 마켓에서 파는 뉴욕주의 사과는 어떨까요? 플라이트 클럽(Flight Club)이나 스타디움 굿즈도 추천합니다. ‘L 트레인 빈티지(L Train Vintage)’의 빈티지 티셔츠도요.
영감을 주는 장소?
뉴욕의 회전목마. 이곳에선 시간이 잠시 멈추는 느낌이 들어요. 브루클린 브리지에 있는 제인의 회전목마(Jane’s Carousel), 센트럴 파크의 회전목마, 브라이언트 파크의 회전목마 등이죠.
 
제인의 회전목마

제인의 회전목마 © Shutterstock

가장 뉴욕다운 풍경?
브루클린 브리지 걷기, 밤의 브로드웨이, 월스트리트 지역을 걷다 길 잃기. 빌딩과 빌딩 사이의 길고 좁고 어두운 골목에 서면 어쩔 줄 몰라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맨해튼 섬 한 바퀴를 도는 보트 투어, 1점 소실(회화에서 모든 선이 한군데로 모이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차가 오지 않을 때 길 한가운데에 서보기, 갑자기 비가 오면 노란 택시 잡아보기. 비를 홀딱 맞은채 멈추지 않고 빠르게 지나가는 노란 택시들을 보고 있으면 뉴욕에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1점 소실이 표현된 뉴욕 거리

1점 소실이 표현된 뉴욕 거리 © Shutterstock

About Insider: 예술을 사랑하는 뉴요커, 박상미
1996년 뉴욕으로 건너가 미술과 미술사를 공부한 박상미는 제임스 설터의 소설을 한국에 처음 소개한 번역가이자 <뉴요커>, <취향>, <나의 사적인 도시> 등 예술과 문화에 관한 책을 쓴 에세이스트이며, 갤러리 ‘토마스 파크’를 운영하는 갤러리스트다. 자신을 수식하는 한 단어를 묻자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번역가, 에세이스트, 갤러리스트, 어떤 소개도 괜찮습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박상미는 <나의 사적인 도시>에서 뉴욕을 “내가 살기로 선택한 도시”라고 표현했다. 자신이 선택한 도시에서 사는 삶. 그에게 ‘뉴요커’만큼 잘 어울리는 수식어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뛰어난 안목과 탁월한 취향을 지닌 뉴요커. 뉴요커 박상미의 삶을 조금 더 들여다봤다. 공교롭게도 ‘뉴요커’는 그가 2004년에 낸 첫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박상미

자주 가는 와이트 호텔 레이나드(Wythe Hotel, Reynard)에서 © 박상미

Q. 머물고 있는 동네와 그곳의 주변 풍경이 궁금합니다. 여전히 서울과 뉴욕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나요?
A. 현재 뉴욕에 살고 있고 서울을 자주 찾습니다. 서울에는 창성동에 갤러리 공간이 있어요. ‘온그라운드’라는 대관 갤러리로 운영되는데, 제가 기획한 전시가 있을 때는 갤러리 토마스 파크로, 같은 장소에서 전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뉴욕엔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갤러리가 있고요. 사는 곳은 윌리엄스버그입니다. 창성동, 로어 이스트 사이드, 윌리엄스버그의 공통점이라면 이 동네들의 예전 모습과 지금 일어나는 변화가 드라마틱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일 거예요. 이 대조의 에너지가 주는 긴장감을 즐깁니다.
 
Q. 갤러리 토마스 파크에 대해 조금 더 소개해주세요.
A. 서울에서는 프라이빗 갤러리로 운영했고, 뉴욕에선 다른 로어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들과 비슷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대미술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이에요. 아무래도 제가 글을 써왔기 때문에 주로 문학성 있는 아티스트를 소개하거나 특정한 테마가 있는 전시를 기획‧전시합니다.
갤러리 토마스 파크

갤러리 토마스 파크에서 진행된 전시 전경 © 박상미

Q. 번역가, 에세이스트, 갤러리스트 등 다양한 활동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 있다면 뭘까요?
A. 저에겐 모두 같은 일이에요. 끊임없이 예술을 경험하고 그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죠. 뉴욕에서 미술을 공부하며 미술 책을 번역하다 보니 자연스레 문학작품도 번역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예술∙문화를 주제로 한 에세이를 냈고요. 이런 일들을 하며 패션과 관련한 일도 계속했는데, 2010년 패션 관련 업무차 서울에서 런던으로 출장 갔다가 큰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그 후 치료 때문에 서울에 머물게 되었고, 여러 차례 수술을 받던 기간에 목발을 짚고 다니며 토마스 파크라는 프라이빗 갤러리를 냈지요. 몸이 성하지 않은 제가 오픈 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니 제가 하는 모든 일은 하나의 큰 흐름 속에 있고,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과정이고 맥락인 거지요. 실제로 전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를 지향합니다.

Q. 현재 번역 작업을 하거나 준비 중인 책이 있나요?
A. 번역이 많이 밀려 있어요. (웃음) 일할 시간은 없는데 머릿속은 언제나 여러 기획으로 가득합니다.

Q. 1996년 처음 뉴욕으로 떠났는데요, 그때와 지금의 뉴욕은 많이 다른가요 아니면 같은가요?
A. 도시는 늘 변화하니까 뉴욕도 많이 변했다고 생각해요. 워싱턴이 정치의 도시라면 뉴욕은 금융과 예술의 도시입니다. 예전엔 금융과 예술이 거리를 두고 소통과 소비를 하는 관계였다면, 요즘은 그 둘이 몸을 섞고 있다고 할까요? 금융은 더 예술화되고, 예술은 더 금융화되는.

Q. 작가님에게 지금 뉴욕은 어떤 도시인가요?
A. 뉴욕은 저에게 새로운 가치를 갖게 해준 도시였습니다. 단순히 잘 먹고 잘 사는 삶이 아닌, 크레이지하고 위대한 일을 꿈꾸는 삶이 가능하다고 말이죠. 헬스케어 하나만 보아도 뉴욕은 중산층이 잘 살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거의 정글에 가까워요. 국가도, 제도도 돌봐주지 않는 약육강식의 정글.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한 곳이지만, 그 속에서 모두 삶에 허덕이는 듯하지만, 그렇다고 불행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건 미스터리인데, 그건 아무래도 뉴욕이 세계 최고의 이방인의 도시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출신 성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해방감은 꼭 추상적이거나 낭만적인 감정이 아닌, 매우 현실적인 동력이 아닐까 싶어요. 결국 이방인이어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야성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들이 뉴욕에서 살아남는 것 같습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Shutterstock

Q. 작가님과 뉴욕의 교집합 중 하나는 ‘예술’ 같아요. 예술을 테마로 뉴욕을 여행한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A. 성지순례를 가듯 보고 싶은 것을 마음에 두고 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프릭 컬렉션의 페르메이르를 보러 온다거나, 메트에 걸려 있는 카라바조를, 휘트니에서 호퍼의 작품을 보겠다거나 하는. 다른 대도시처럼 뉴욕엔 볼 것이 아주 많습니다. 그중 지금 내가 보고 싶은 것이 뭔지 생각해보면 내 삶과 연결되는 목표물이 생기고, 목표물이 생기면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거나 놀라운 일도 접하게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갤러리를 가보고 싶다면 시소(See Saw)라는 갤러리 가이드 앱을 다운로드하면 편리합니다. 뉴욕 주요 갤러리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물론 지도 사용이 편리하고, 오프닝 리셉션도 잘 소개되어 있어요. 관심 있는 전시라면 오프닝에도 가볼 것을 권합니다.

Q. 마지막으로 뉴욕을 더 잘 즐기는 방법이 있을까요?
A. 인생을 더 잘 즐기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과 비슷하네요.(웃음) 뉴욕은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만약 뉴욕에 매력을 느낀다면, 왜 그런 매력을 느끼는지 생각해보고, 그런 다음 그 이유를 더 깊게 파고 들어가보는 과정에서 뉴욕을 더 잘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갤러리 토마스 파크
주소 195 Chrystie St. #403D, New York
홈페이지 thomasparkgallery.com
2019. 10 에디터:김혜원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2019. 10
  • 에디터: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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