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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환상숲 곶자왈 공원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방 한계 식물과 남방 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숲, 제주의 ‘곶자왈’. 곶자왈을 가꾸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가족이 있다. ‘환상숲 곶자왈 공원’을 찾았다.
숲을 보러 제주에 갔다. 제주에 ‘곶자왈’이 있기 때문이다. 곶자왈은 과거 화산활동 중 분출된 용암이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석 지대에 형성된 제주의 숲이다. 크고 작은 바윗돌이 널린 이곳의 지형은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이 공생하는 독특한 환경을 만들어냈다. 땅이 척박해 경작할 수 없어 오랫동안 버려진 땅으로 존재한 덕분에 현재까지 천연의 생태계를 유지해올 수 있었다. 곶자왈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의 동서 방향으로 발달했는데, 조천읍과 구좌읍, 애월읍 등 중간 산 지역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다. 그리고 곶자왈을 경험할 수 있는 곳 중 하나로 ‘환상숲 곶자왈 공원’(이하 환상숲)이 있다.
환상숲 곶자왈

새벽의 환상숲

“환상숲은 제가 어릴 적부터 보아오던 숲이에요. 아버지가 서른네 살 때 빚을 내어 산 땅이죠. 나무에 빠진 아버지는 귤밭을 사달라는 엄마의 부탁을 뒤로하고 이 돌밭을 샀어요. 그 땅이 환상숲이 된 건 아버지가 아프시고 난 뒤였어요.” 환상숲의 숲 해설가이자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이지영 부대표가 이어 설명했다. “마흔네 살에 뇌경색으로 쓰러지신 후 오른쪽 몸이 마비된 아버지가 사람들을 피해 들어간 숲이죠. 그렇게 왼쪽 손으로 기어서 낸 길이 산책로가 되었고, 3년이 지나서는 몸도 완쾌되었어요. 어느 정도 몸을 쓸 수 있게 되자 아버지는 숲의 가치를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2011년 4월 관람객이 구경할 수 있도록 숲을 공개했습니다.”
환상숲 곶자왈

환상숲 곶자왈

환상숲 곶자왈

환상숲 입구와 동화 같은 숲속 풍경

기계가 아닌 손으로 일군 최소한의 산책로, 창문을 닫으면 안방이 되던 집 겸 매표소가 환상숲의 시작이었다. 환상숲은 대략 33만㎡ 정도의 규모로,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식물인 개가시나무를 비롯해 녹나무, 감탕나무 등 79과 202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환상숲을 제주 최고의 곶자왈 공원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환상숲에는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환상숲은 가족이 함께 가꾸고 운영한다. 이지영 부대표에게 숲과 가족의 이야기를 들었다.
환상숲 곶자왈

이지영 해설가

Q. 환상숲의 시작부터 함께했나요?
A. 저는 2012년 1월부터 숲 해설을 시작했어요. 그전까지는 서울의 연구소에서 자연과 농촌을 바탕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을 했고요.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의도 하고 컨설팅도 했는데, 정작 저희 집은 신경 쓰지 못했다는 생각에 한 달 휴가를 내고 부모님 집에 내려왔죠. 한 달이 6개월 휴직 연장, 1년 휴직 연장이 되고, 결국 자연의 매력에 빠져 눌러앉게 되었어요.

Q. 어릴 적부터 보아온 숲이잖아요. 숲의 첫인상이 궁금해요.
A.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숲을 무서워했어요. 숲 자체를요. 뱀이나 벌레가 무서웠던 건 아니에요. 씩씩한 촌아이였거든요. 어린 시절 이 숲은 가시덤불로 덮여 있었어요. 숲에 들어가 상동열매라도 따먹을라치면 낫을 든 아버지 뒤에 꼭 붙어 들어갔죠. 생각해보니 가족이나 친구 등 항상 누군가와 함께 숲에 들어갔더라고요. 2012년 제주에 내려와서야 혼자 처음으로 숲에 들어갔어요. 정말 큰 용기를 낸 거죠. 당시에도 숲은 여전히 무서웠어요. 그런데 이제는 밤에도 별 사진을 찍겠다고 숲속에 들어가는 사람이 되었네요.
환상숲 곶자왈

가을의 환상숲

Q. 환상숲 하면 곶자왈만큼이나 이곳을 만들어가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매력적이에요.
A. 맞아요. 사실 환상숲보다 규모가 크고 멋진 풍광을 지닌 곶자왈도 많아요. 환상숲은, 환상숲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에요. 모든 가족 구성원이 기본적으로 숲 해설을 진행하고 있어요. 오랜 시간, 매일 숲을 바라보며 살아온 사람들이 직접 숲 해설을 하니까 식물 전문가가 하는 것보다 더욱 사람 냄새 나는 해설일 거예요. 규모가 작은 숲이지만 천천히 동행하며 둘러보기에도, 처음 곶자왈을 접하기에도 좋을 거고요. 험하고 인적인 드문 곶자왈도 많거든요. 이곳은 아이도 노인도 함께할 수 있는 입문자용 코스에, 정시마다 숲 해설을 진행하기 때문에 누구든 곶자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Q. 매시간 숲 해설을 진행하는 이유가 있나요?
A. 숲은 홀로 산책할 때도 참 좋은 공간이에요. 하지만 그 숲을 오랫동안 지켜봐오고 그 안의 생명을 관찰해온 이가 전달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면, 걷고 있는 그 길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보여요. 다른 계절과 다른 시간, 그 숲에 얽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숲을 오랫동안 오간 것처럼 친근해지는 법이죠. 그러니 한 번쯤은 꼭 해설을 들어보길 권해요.

Q. 직접 경험한 건가요?
A. 그럼요. 저는 환상숲에서 자랐지만 그 숲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았어요. 성장한 뒤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매일 보던 숲의 모습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그 경험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왜 숲이 중요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은 어떤 모습인지. 누가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겠구나, 모르면 행동하지도 못하겠구나, 그런 생각들을 해요.

Q.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죠.
A.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죠. 그렇지만 숲을 안다는 것이 꼭 식물의 이름이나 학명을 뜻하는 것은 아니에요. 사람들은 식물의 이름을 맞히면 자신이 숲을 잘 안다고 착각해요. 많은 분이 숲에 오면 이것만 물어요. “이 식물의 이름은 뭐예요?” 무슨 나무라고 답해주면 더 알려고 하지 않아요.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세요. 한 사람의 이름을 안다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해 다 아는 것이 아니잖아요. 성격은 어떤지,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 어떤 과거를 가졌는지 알았을 때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듯 숲도 마찬가지예요. 숲을 제대로 알고 걸으면 숲과 대화할 수 있어요.
환상숲 곶자왈

숲 해설을 진행 중인 이지영 해설가

환상숲 곶자왈

해설을 경청하는 사람들

Q. 해설을 진행할 때 사람들이 가장 흥미로워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A. ‘갈등’ 이야기를 인상적으로 들어요. 칡덩굴과 등나무가 얽혀 있는 모습에서 나온 말이 우리가 흔히 쓰는 ‘갈등’이라는 말이에요. 칡덩굴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감아 올라가고 등나무 덩굴은 시계 방향으로 감아 올라가요. 서로 엇갈리고 부딪힐 수밖에 없는 운명이죠. 하지만 갈등이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갈등이 있기에 숲이 더욱 아름다워지고 비옥해지는 것을 볼 수 있어요.
환상숲 곶자왈

칡덩굴과 등나무

Q. 환상숲에는 총 몇 분의 해설가가 활동하나요?
A. 8명의 숲 해설가가 안내하고 있어요. 일단 환상숲에서 숲을 일구며 병이 낫게 된 아버지 이형철 해설가님이 있죠. 몸이 아팠던 분들은 아버지의 해설을 듣고 싶어 해요. 곶자왈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숲 구석구석의 매력을 잘 알고 있고,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에 애착이 남다르시죠. 엄마 문은자 해설가는 이 동네 토박이예요. 그래서 아주 오래전 곶자왈의 모습부터 잘 알고 계시죠. 연륜과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듣는 이들을 휘어잡으세요. 저는 숲을 알기 쉽게, 그리고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숲 해설가예요.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제 남편 노수방 해설가는 관광객으로 바라보던 숲의 모습과 살면서 바라보는 숲의 모습의 차이를 설명해줄 수 있는 숲 해설가예요. 그리고 초창기부터 저희와 함께해온 배영숙 해설가님과 제주 토박이 오정실 해설가님, 김주경 해설가님이 계세요.

Q. 후기를 살펴보니 무료입장인 줄 알고 찾아온 분도 있더군요. 유료 입장으로 운영하는 이유가 있나요?
A. 저희는 도나 어떤 기관의 지원을 받고 운영하는 곳이 아니에요. 숲을 운영하는 수입으로 유지, 관리를 하고 있죠. 8년 전 오픈한 이후에 한 번도 입장료를 올리지 않았어요. 단 한 사람이 와도 해설은 진행하고요. 이러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금액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료를 원하는 분은 바로 조금만 더 가면 볼 수 있는 곶자왈도 많으니, 오히려 안내를 해드려요. 숲 해설을 들을 준비가 된 분만 받아야 숲도 관리가 되고 자연의 훼손도 막을 수 있는 것 같아요.
환상숲 곶자왈

환상숲 곶자왈

환상숲에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Q. 진정성이 결국 통했네요. 지금은 꽤 많은 관광객이 환상숲을 찾고 있어요.
A. ‘한 명이 방문하더라도 숲 해설을 한다’. 처음부터 이 원칙은 지키자고 마음먹었어요. 1,000명의 사람이 숲을 보고만 가는 것은 훼손만 부를 뿐이라고 생각했죠. 단 한 명이라도 제대로 알고 보는 것, 그게 곶자왈을 위한 길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러한 마음이 해설을 듣는 사람들에게도 전달되었나 봅니다. 사실 지금은 많이 가꾸어 정돈된 상태지만, 초창기 환상숲의 모습은 이러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그 모습을 사랑하는 환상숲의 진정한 팬들도 있지요. 그분들은 당시 제주의 어떤 특별한 가족과 만나 그들이 사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사는 숲을 소개받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어요.
환상숲 곶자왈

풍혈에서 땀을 식히는 사람들

Q. 환상숲에서 꼭 봐야 하는 게 있다면 뭘까요?
A. ‘지질관측소’라는 곳이 있어요. 해설 마지막 지점에 있는데, 지하에서 공기가 나오는 풍혈이에요. 한여름에도 온도가 17℃ 이상 오르지 않는 곳이죠. 그곳에 있으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을 몸소 체험할 수 있어요.
환상숲 곶자왈

겨울의 환상숲

Q. 환상숲을 찾기 좋은 계절이나 시간이 있나요?
A. 숲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어떤 분은 새벽 물안개가 올라오는 뿌연 숲이, 어떤 분은 비가 온 다음 햇살에 반짝이는 숲이, 어떤 분은 눈이 쌓인 겨울에도 푸르른 곶자왈이 아름답다고 해요. 개인적으로는 장마철, 특히 사람들 발길이 뜸한 이른 아침의 곶자왈을 좋아해요. 모든 식물이 오동통하게 올라와 있는 느낌이거든요. 빗물에 잎이 통통 튀면 살아 있다는 느낌이 한층 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장마철 새벽 시간, 물안개가 껴 있는 그 순간을 좋아해요.

Q. 숲을 찾는 여행자가 갖춰야 할 태도가 있다면 뭘까요?
A. 숲을 걷고 싶다면, 그 전에 스스로 ‘좋은 사람’인가 생각해주세요. 모기가 많다고 불평하고 있나요? 약으로 모기를 없앨 수 있지만 그러면 반딧불이가 사라져요. 뱀이 무서운가요? 뱀에겐 인간이 불청객이죠. 숲길이 평탄했으면 좋겠나요? 가시나 덤불을 걷어내고 싶은가요? 인간의 편의를 위해 숲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늘 기억해주세요. 우리는 숲을 필요로 하지만 숲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자연을 존중하는 사람에게 숲을 걸을 자격이 있어요.

환상숲 곶자왈 공원
주소 제주시 한경면 녹차분재로 594-1
문의 +82-64-772-2488
홈페이지 www.jejupark.co.kr
2019. 10 에디터:김혜원
자료제공: 환상숲 곶자왈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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