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잠수교를 달리는 러너 © 이강선

한강의 기적
달리면서 바라보는 한강의 풍경은 지하철이나 자동차를 타고 지나갈 때 바라보는 풍경과 다르다. 내 발로 달릴 땐 나도 풍경 속 일부가 되니까. 그때 바라보는 한강의 풍경은 기적처럼 예쁘다.
기분이 좋아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러닝’이다. 돈도 들지 않고, 한번 달리고 나면 그 순간만 행복한 게 아니라 종일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게다가 달리기를 했다는 핑계로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도 있다. 운동했으니까! 짧은 거리를 달리든 긴 거리를 달리든, 달리기는 크고 작은 도전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운동이라서 성취감도 생긴다. 그래서 달리는 건 언제나 좋지만 특별히 더 좋은 순간을 꼽으라면 한강을 달릴 때다. 해가 질 때, 혹은 한강을 가로지르는 큰 다리들의 조명이 켜졌을 때, 어디에서 바라보든 그 풍경은 무조건 아름답다. 나는 축구도 좋아하고 야구도 좋아하고 요가도 좋아하지만 달리기가 제일 좋은데, 이유는 간단하다. 풍경 때문에. 강물과 바람, 커다란 다리와 자동차 불빛들, 강아지와 사람 그리고 풀과 나무들. 만약 달리기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있다면, 나는 자신 있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당신에겐 아직 어마어마하게 행복한 순간이 남아 있어요.” 물론 그건 한강 달리기다.
시인이자 러너, 미남컴퍼니 대표 이우성이 추천하는 한강 러닝 코스
동호대교와 N서울타워, 동부간선도로가 보이는 바람의 언덕 © 김은규

동호대교와 N서울타워, 동부간선도로가 보이는 바람의 언덕 © 김은규

멀리 성수대교가 보인다. © 김은규

멀리 성수대교가 보인다. © 김은규

러너들의 포토 존이 되는 터널 © 김은규

러너들의 포토 존이 되는 터널 © 김은규

서울숲 바람의 언덕
서울숲에서 바람의 언덕을 따라 성수대교 근처 한강으로 진입하는 코스.
서울숲에서 한강 변으로 나가는 길은 여러 개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 굳이 그렇게 안 해도 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강이 보인다. 음, 여기로 가면 한강이 나올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드는 길로 가면 된다. 못 찾으면 길을 잃겠지만, 뭐, 그땐 지도를 보면 되니까 별문제는 아니다. 나는 가볍게 서울숲을 한 바퀴 돌고 한강으로 향한다. 내가 자주 이용하는 길은 바람의 언덕 쪽이다. 처음 이곳을 가보고 와 이렇게 멋진 곳을 왜 몰랐을까, 생각했다. 아무래도 서울숲 안쪽에 있는 길이라 일부러 찾아오지 않으면 굳이 올 일이 없기 때문이겠지. 이곳에는 한강으로 넘어가는 보행전망교가 있다. 약간 흔들리는 다리인데, 멀리 성수대교와 동호대교가, 더 멀리 롯데월드타워와 N서울타워가 보인다. 보행전망교 아래로는 강변북로와 동부간선도로 진입부가 마구 섞인다. 서울이 내 시야 아래 있는 느낌, 그래서 호연지기의 마음이 샘솟는 것 같은 기분이다. 바람도 세게 불어서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당당하게 달려서 강변북로와 동부간선도로를 가로지르고 나면 한강에 도착한다. 나는 거기서 2km를 달렸다가 돌아오는 편인데, 그때마다 느끼는 건 성수대교가 매우 아름답고 정교해 보인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다리가 무너진 후, 다시 지은 거라 그럴까? 성수대교는 보면 볼수록 건축미가 느껴지는데, 기분 탓인지 정말 그런지 그것까진 잘 모르겠다. 충분히 달린 후 바람의 언덕을 통해 서울숲으로 돌아와도 좋고, 강변을 따라가다 보면 작은 터널이 있는데 그 터널로 돌아올 수도 있다. 이 터널도 포토 존이니 사진을 충분히 찍으며 숨을 돌리고 서울숲을 한 바퀴 정도 도는 걸로 러닝을 마무리하면 대략 6km다. 숲 공기를 좋아한다면 서울숲을 더 달려도 좋다.
잠수교를 달리는 러너 © 이강선

잠수교를 달리는 러너 © 이강선

한밤의 잠수교 © 이강선

한밤의 잠수교 © 이강선

잠수교로 가는 중간 길목 © 이강선

잠수교로 가는 중간 길목 © 이강선

잠수교
한강공원 잠원지구 혹은 이촌 한강공원 근처에서 반포대교를 향해 달리는 코스.
잠수교는 반포대교 아래 있는 교량이다. 가운데 차가 다니고 양쪽 보행로로 사람이 다닌다. 걷는 사람과 달리는 사람이 모두 다닐 수 있을 만큼 넓다. 머리 위 반포대교로 당연히 차가 다닌다. 그래서 뭐랄까, 마치 사람인 나도 자동차처럼 달리는 느낌이 든달까. 길이는 약 800m다. 아치 형태로 생겨서 절반은 서서히 오르막이고, 절반은 서서히 내리막이다. 그러니 오르막 훈련과 내리막 훈련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보통은 잠수교를 반환점 삼아 반포, 용산, 이촌 쪽에서 달려온다. 나는 이태원을 가볍게 ‘시티런’한 후 보광동 주민센터 근처에서 한강 변으로 진입해 강을 따라 반포대교로 달린다. 강은 달리는 나의 왼쪽에서 흐른다. 밤의 한강은 어디에서 봐도 아름답지만, 이곳은 묘하게 고요가 깊고 잔잔하다. 그래서 명상하는 기분이 든다. 잠수교도 좋지만 잠수교로 향하는 길도 충분히 즐겁다. 빨리 달리지 않고 느리게 강이 흐르는 속도에 맞춰 달리는 게 좋다. 반포대교가 서서히 가까워지면 다 왔어, 라고 혼잣말을 하게 된다. 잠수교에 도착하면 반포대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충분히 행복을 만끽한 후 다시 달린다. 오르막길은 약간 숨이 찰 정도다. 굳이 엄청 빨리 뛴다면 숨이 많이 차겠지만, 설마 그곳에서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까? 달려서 강을 건너는 건 언제나 묘한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천천히 느끼자. 잠수교를 건너면 달빛광장과 반포 한강 시민 공원이 나온다. 봄엔 이곳에 늘 사람들이 있다. 돗자리를 깔고 맥주를 마시는 사람도 있고 반포대교에서 달빛무지개분수를 보며 뽀뽀하는 연인도 있다. 물론 러너도 많다. 날씨가 좋을 때 이곳에선 아무도 외롭지 않다. 희망이 마치 거기서 시작되는 것 같아서.
상공에서 바라본 노들섬 동쪽 © 노들섬

상공에서 바라본 노들섬 동쪽 © 노들섬

노을이 지는 노들섬 풍경 © 노들섬

노을이 지는 노들섬 풍경 © 노들섬

노을이 지는 노들섬 풍경 © 노들섬

한강대교 노들섬
여의도 한강공원, 반포 한강공원에서 한강대교를 바라보며 달려 노들섬에 도착하는 코스.
새로운 노들섬은 작년 9월에 개장했다. 카페도 있고 서점도 있다. 넓은 잔디밭도 있고,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는 푸드 트럭도 많다고 한다. 나는 겨울에 가서 다소 황량하긴 했지만 와, 예쁘네, 라는 말을 계속 하게 될 정도로 감성적인 곳이다. 특히 입구가 계단식의 넓은 광장 형태여서 달리다가 앉아서 쉬기 좋다. 밤에는 크고 작은 여러 조명이 들어오는데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밤의 조명은 언제 어디서든 아름답다. 새로운 노들섬에선 러너들이 달리다가 쉬며 사진을 찍기 용이하고, 스트레칭을 할 만한 넓은 공간도 있으며, 당연히 화장실도 있고, 시원한 아메리카노도 마실 수 있다. 여의도 한강공원, 반포 한강공원, 이촌 한강공원 즈음에서 한강대교를 바라보며 달려서, 한강대교에 도착하면 계단을 올라간다. 노들섬은 한강대교의 중간 즈음에 있다. 한강대교에서 멀리 내려다보면 강과 하늘이 맞닿은 것처럼 보인다. 나는 해가 질 무렵 이촌 한강공원에서 출발해 한강대교로 올라갔는데, 마침 해가 멀리서 내 시야 높이까지 내려와 있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해가 강 속으로 들어갈 것 같은 때였다. 혼자 감상에 빠지기에 더없이 좋았다. 그 풍경을 충분히 바라보고 노들섬에 도착하면 직구로 구매한 택배 상자를 손에 들고, 아 이걸 어떻게 열어야 더 행복할까, 하는 순간과 아주 비슷한 감정이 몰려든다. 카페 건물 가장 위까지 올라가면 서울이 한눈에 보인다. 한강대교 좌측과 우측에 서로 마주 보는 카페도 있는데, 견우 카페와 직녀 카페다. 애틋한 이름만큼이나 카페 안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풍경은 더 애틋하다. 애인이 러너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어느 거리에서 출발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노들섬은 도착지보다 반환점으로 삼는 게 좋다. 주차가 안 되고, 교통편은 버스 정도라서. 믿을 건 러너의 다리뿐.
2020. 4 에디터:김혜원
글: 이우성

TOPICS IN THIS ARTICLE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2020. 4
  • 에디터: 김혜원
    글: 이우성
  • 트위터로 공유
  • 페이스북으로 공유
  • 핀터레스트로 공유
  • 링크URL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