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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ss photo

지붕에서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감상하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다양한 관광 상품 중에서도 건물 지붕에 올라 시내 전경을 바라보는 상트 도심 지붕 투어가 인기를 얻고 있다. 거리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것도, 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도 아닌 건물과 같은 눈높이로 도심을 바라보는 매력이 가득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선포한 팬데믹이 장기적으로 세상의 질서와 사람들의 가치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개인에게 국가와 영토는 어떤 의미인가? 이런 궁금증과 질문이 인터넷 세상을 떠돌며 답을 구한다. 아마도 요즘 시대에서는 처음 겪는 존재론적 위기감이기 때문일까? 전쟁 상황에서라면 이런 질문은 낯설지 않다. 특히 세계대전처럼 거대한 전쟁이라면 질문 속 함의는 더더욱 커질 터다.

지붕에서 바라본 상트 구시가지 © Shutterstock

상트 곳곳에 남은 전쟁의 흔적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레닌그라드 포위전(Siege of Leningrad) 또는 레닌그라드 봉쇄라 불리는 군사작전이 펼쳐졌다. 독일군이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옛 이름)에서 감행한 장기간의 포위전이었다. 독일군은 남쪽에서, 독일과 연합한 핀란드군은 북쪽에서 레닌그라드를 포위했다. 이 골치 아프고 험난한 포위전은 전투가 시작하고 872일 만에야 끝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상자만 해도 약 400만 명. 역사상 최장기 전투이자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남긴 것으로 기록되었다. 이 정도 기간이면 당연할 것이다.
독일군의 공세에 밀린 레닌그라드 안 저항군은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전열을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요새를 건설했고, 독일군의 항공기 공격을 막기 위해 수백 개에 이르는 방공대를 세웠다.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시민군이 상당수였지만 다른 시민의 목숨을 지켜내기 위해 밤낮을 교대하며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그렇게 레닌그라드, 지금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지켜냈다.
전쟁이 끝나고 75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상트에서는 방공대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도심 곳곳에 160여 개의 방공대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방공대는 지금 어떤 용도로 사용되고 있을까?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방공대가 이제는 관광 상품으로 운영된다. © Tass photo

과거 도시의 상처가 현재 도시의 상품으로
바로 관광 상품이다. 다소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스릴 넘치는 지붕 투어의 소재가 되었다.
투어의 이름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지붕 산책’ 혹은 ‘지붕을 따라 산책’. 말 그대로 한 무리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정해진 도심 건물 지붕까지 올라가, 지붕을 따라 건물과 건물을 건너며 산책하는 것이다. 지붕을 따라 건물을 넘나들 수 있는 것은 상트페테르부르크가 겨울에는 워낙 춥고 바람이 많은 도시여서 난방 효과를 얻기 위해 건물 사이에 빈틈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도심 상당수의 건물이 18~19세기 근대 건축물인 구도심의 이 같은 건축 형태가 지붕 투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물론 모든 건물을 이런 방식으로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붕 위에서 시내를 감상하는 여행자들 © Shutterstock

이 관광 상품이 언제 처음 생긴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젊은이들 사이에서 상트 시내 곳곳의 방공탑에 올라 도심을 바라보는 것이 일종의 놀이였는데, 이것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여행자를 위한 관광 상품으로 발전했다는 의견이 설득력 있다.
그래서 초기에는 주로 방공탑을 중심으로 지붕 투어를 실시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방공탑 유무에 상관없이 지붕 투어 허가를 받은 건물에 올라 투어를 하는 상품도 늘었다.
방공탑이라는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끼면 더 좋겠지만, 이 상품의 핵심은 상트 시내 조망이다. 도심 자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를 거리에서 올려다보는 것도, 수십 층 높이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아닌, 도시와 같은 눈높이로 관람하는 것이 지붕 투어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는 고층 빌딩이 거의 없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붕을 걷고 있는 여행자 © Shutterstock

더없이 낭만적인 프로그램
평균 관람 시간은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코스나 비용은 상품마다 다르다. 보통 여행사 웹사이트나 트립어드바이저 같은 여행 프로그램 앱을 이용해 예약할 수 있다. 예약자는 지정 건물 앞 거리에 모여 인원을 확인한 후에 건물로 들어선다.
깜깜한 계단 끝까지 올라 작은 다락 같은 출입문을 열면 환하고 확 트인 상트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넵스키 대로를 중심으로 클래식한 건물들이 종횡으로 나열돼 있다. 건물 저 멀리 상트를 상징하는 카잔 성당의 지붕이 보이고, 옆으로는 성 이삭 대성당의 황금 지붕이, 뒤로는 삼위일체 성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보기와 달리 위험하지는 않다. © Shutterstock

지붕 위를 걷는 프로그램인데 스릴이 없을 리 없다. 비스듬한 지붕 위에 올라가자마자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다. 가이드 안내에 따라 지정된 루트로만 다니고 대부분의 지붕 끝에는 안전막이 설치돼 있으니 말이다. 여행 프로그램에 따라 안전모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물론 운동화를 신기를 권장한다.
시원하고 아름다운 상트 도심 풍경을 관람하다 보면 로맨틱한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일몰에 맞춰 아름다운 상트 도심 지붕 위에서 프러포즈를 하는 커플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렇게 낭만적인 프러포즈를 할 수 있는 건 이곳이 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심 한복판이기 때문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낭만적인 기운과 풍경이 가득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이기에.
전 세계를 공포에 빠뜨린 팬데믹으로부터 자유로운 날이 온다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건물 지붕 위에서 일몰을 감상하며 오랜만에 찾은 마음의 여유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방공대에서 보면 상트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 Tass photo

© Shutterstock

추천 프로그램
파노라믹 루프사의 루프톱 투어
러시아 정부의 허가를 받은 최초의 지붕 투어 회사로 가장 안전한 안전장비 설치를 갖췄다. 안전모와 안전벨트를 갖춰 위험 없이 투어를 즐길 수 있다.
문의 +7-812-966-05-69
홈페이지 panoramicroof.ru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상트페테르부르크
롯데호텔상트페테르부르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유명한 곳인 성 이삭 광장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다. 호텔은 1851년에 지은 역사 깊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으며, 인근에는 넵스키 프로스펙트 주요 거리와 예르미타시미술관, 마린스키 극장 등이 자리한다.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총 10개 타입의 객실 150실을 갖춘 호텔 내부에는 다양한 레스토랑과 시설이 들어서 있다.
주소  2, Antonenko Lane, Saint-petersburg, Russia, LOTTE HOTEL ST. PETERSBURG
전화 +7-812-336-10-00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stpetersburg-hotel
2020. 5 에디터:정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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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5
  • 에디터: 정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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