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걸음
백패커 사이에서 ‘꿈의 트레일’로 불리는 미국 3대 트레일 코스 중 하나인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은 멕시코과 미국 국경에서 시작, 오리건주와 워싱턴주를 거쳐 캐나다 국경에 이르는 약 4,300km의 긴 여정이다. 3대 트레일 코스를 모두 완주한 두두부부(양희종, 이하늘)가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의 경이롭고 아름다운 여정에 관해 글을 남겼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여정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 이하 PCT)이란 미국 서부 태평양 해안을 따라 형성된 크레스트(마루금)를 연결해 만든 트레일로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도시 캄포(Campo)에서 시작해 캘리포니아, 오리건 그리고 마지막 워싱턴주를 지나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 모뉴먼트 78(Monument 78)까지 약 4,300km에 이르는 장거리 트레일이다.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영화 <와일드(Wild)>로 많이 알려진 바로 그곳이다.

마운트 레이니어 국립공원 풍경 © shutterstock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의 안내판 © shutterstock

트레일 중에는 어디에서든 곰이나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다.

길 혹은 트레일이라고 해서 대부분 사람들에게 익숙한 산티아고 순롓길이나 지리산 둘레길, 제주 올레길을 상상한다면 조금 당황할 수도 있다. 커다란 배낭 안에 야영에 필요한 모든 캠핑 장비뿐 아니라 마을과 다음 마을 사이에 먹을 4~5일분의 물과 식량도 짊어지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40℃에 육박하는 뜨거운 모하비 사막을 지나야 하고, 시에라 산맥에서는 눈이 허리까지 쌓인 4,000m 높이의 커다란 산들을 넘어야 한다. 또한 곰이나 엘크, 여우, 방울뱀 등의 야생동물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많으며, 매 순간 위험한 상황을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고 PCT를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이 이 길을 걸어왔으며 수많은 사람이 이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트레일 매직(트레일 위에서 봉사나 도움을 주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나 트레일 에인절(트레일 매직을 행하는 사람, 길 위의 천사)이라는 장거리 트레일만의 독특한 문화가 생겨났으며, 그렇기에 해마다 수천 명에 이르는 사람이 이 길을 걷고 있다.
“'자기 스스로의 길을 걸어라(Hike your own hike)'라는 말처럼 길을 걷는 행위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거나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만족에 의해 이뤄진다.”

눈 덮인 애팔레치아 트레일을 걷고 있는 하이커들 © shutterstock

미국의 장거리 트레일 문화
PCT 이외에 미국 3대 장거리 트레일에 포함된 다른 2개의 트레일은 컨티넨털 디바이드 트레일(Continental Divide Trail, 이하 CDT)과 애팔래치아 트레일(Appalachian Trail, 이하 AT)이다. CDT는 미국 중서부의 대륙 분수령을 따라 나 있는 트레일로, 우리나라의 백두대간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뉴멕시코주의 멕시코·미국 국경에서 시작해 로키산맥이 위치한 콜로라도, 와이오밍, 아이다호와 몬타나주를 지나 미국·캐나다 국경까지 이어진 약 5,000km의 트레일이다. AT는 미국 역사의 시작이라고 할 동부 애팔래치아 산맥을 따라 나 있는 트레일로,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뉴저지, 뉴욕, 메사추세츠, 뉴햄프셔, 메인 주 등 14개 주를 관통하는 약 3,000km의 트레일이다. 역사로 보면 동부의 AT가 약 80년으로 가장 먼저 만들어졌으며 이후 PCT, CDT 순으로 조성되었다고 한다.
 

마운트 레이니어 코스 중 함께 지도를 보고 있는 두두부부

PCT, CDT, AT를 모두 걸으면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영광이 주어지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하이커를 ‘하이킹 트리플 크라우너’라고 부른다. 미국의 장거리 하이킹 협회(American Long Distance Hiking Association-West, ALDHA-WEST)에서 인증하는 이 타이틀을 얻는 것이 수많은 장거리 하이커에게는 일생의 꿈이다. 여기에는 다른 인증 시스템과 차별점이 있는데, 3개의 트레일을 실제로 걸었는지 특별한 검사나 확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몇 장의 사진과 시작하고 종료한 날 등 기본 정보를 제출하지만 이에 대해 특별히 사실 확인을 하지 않는다. 이를 ‘명예 시스템(Honor System)’이라고도 하는데, 장거리 트레일에서 흔히 하는 말 중 “자기 스스로의 길을 걸어라(Hike your own hike)”라는 표현처럼 길을 걷는 행위가 누군가에게 보여주거나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닌 스스로의 만족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두두부부에게는 트레일 자체가 기나긴 신혼여행인 셈이다.

‘두두부부’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 부부는 2016년 6월, 미국 본토에서 가장 높은 휘트니산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린 뒤 신혼여행으로 현재까지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나는 2015년 PCT를 처음 걷고 2016년 CDT, 2017년 AT를 걸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아내 이하늘은 2016년 결혼 후 나와 함께 CDT의 와이오밍, 아이다호, 몬태나 구간을, 2017년 AT, 2018년 PCT를 걷고 2019년 CDT의 나머지 구간인 콜로라도와 뉴멕시코 구간을 걸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이로써 우리는 한국인 최초로 하이킹 트리플 크라우너 부부가 되었다.
 

나치스 피크 트레일에서 보는 듀이 호수 전경 © shutterstock

트레일은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다.

텐트 밖으로 보이는 시에라 고원 지역 풍경

PCT 그리고 워싱턴주 구간의 아름다움
PCT 중 가장 유명한 구간은 아무래도 존뮤어 트레일이나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유명한 시에라 구간일 것이다. 물론 그 구간도 정말 아름답지만 사실 우리 부부가 좋아하고 누군가 PCT에 대해 물어보면 추천하는 구간은 따로 있다. 바로 트레일 코스의 마지막 주인 워싱턴 구간인데, 워싱턴은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다. 스타벅스가 탄생한 시애틀이 워싱턴주에 속해 있다.
워싱턴주를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에라 못지않은 아름다운 트레일과 자연환경도 한몫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곳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PCT에서 워싱턴주의 고트록스 야생보호구역(Goat Rocks Wilderness)을 가장 좋아한다. 이곳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시에라와 달리 혼잡하거나 복잡하지 않으며, 고트록스 능선에 올라 바라보는 360도 파노라마 뷰는 지금까지 걸었던 세상의 어떤 트레일보다 아름답다.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캐스캐이드 지형이어서 트레일 능선에 오르면 우뚝 솟아 있는 커다란 설산들을 만날 수 있으며, 특히 만년설과 글레시어로 뒤덮인 레이니어산(Mount Rainier)을 바라보며 걷는 구간은 구름 위를 걷는 신선이 된 것 같은 상상에 빠지게 한다.
 

뮤어 패스 구간의 설산을 걷고 있는 두두부부

또 대부분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시에라와 달리 트레일 주변에 스키장이나 리조트 등이 형성돼 있어 식량 보급 등이 시에라에 비해 좀 더 수월하며, 미국의 독특한 문화를 간직한 소도시나 작은 마을들을 둘러볼 수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마지막으로 커피와 문학, 음악과 예술의 도시라고 불리는 시애틀이라는 매력적인 도시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져 PCT에서 워싱턴주를 빼놓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두두부부의 신혼살림

자, 결심했다면 준비하자. PCT를 걷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준비
1 미국 장기 체류 비자 신청
4,300km를 걷는 데 평균 6개월 정도의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3개월 이상 미국에서 체류할 수 있는 비자가 필요하다. 외국인은 미국에서 6개월까지 체류 가능한 B1/B2 관광비자를 미국 대사관에서 유료 신청하면 된다. 그리고 PCTA(Pacific Crest Trail Association)에서 발급하는 PCT 퍼밋을 발급받아야 한다. PCTA 홈페이지를 통해 10월에 1차, 1월에 2차 모집을 한다. 트레일과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하루 50명 제한을 두고 있다(안타깝게도 2021년 PCT 퍼밋 신청은 코로나19로 무기한 연기되었다).
 
2 출발 지점 교통편 확인
출발 지점으로 가는 교통편을 찾자. 장거리 트레일은 남쪽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진행하는 노스바운드(Northbound), 북쪽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진행하는 사우스바운드(Southbound)로 나뉜다. 노스바운드는 캄포에서 시작하는데 보통 로스앤젤레스로 들어가 샌디에이고로 이동한 후 캄포로 향한다. 사우스바운드의 출발점인 모뉴멘트 78에는 차도가 없다. 가장 가까운 도로인 하츠패스(Harts Pass)까지 간 후 하이킹으로 시작점인 모뉴멘트 78까지 가서 다시 남진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3 장비 그리고 몸과 마음의 준비
장비를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안전에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자신에게 맞는 장비를 찾아 사용한다. 현재 보유 중인 장비가 있다면 최대한 그걸 활용하고, 부족한 장비는 한국보다 미국에서 구매하는 것을 더 추천한다. 훨씬 많은 선택권이 있으며 몇몇 장비는 더 저렴하다. 또 제품에 문제가 생기거나 고장이 나 A/S가 필요한 경우, 현지에서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다.
 
2020. 10 에디터:정재욱
글: 양희종
자료제공: 양희종, 이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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