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 지현정

[INSIDER GUIDE] 요가하는 패션모델 지현정이 안내하는 매력적인 도시 서울
20년 차 패션모델 지현정은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스스로를 패션모델이자 요기니라고 소개한다. 화려한 패션 산업의 정점에서 일하며 고요하고 명상적인 일상을 추구하는 수행자. 패션과 요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 둘 사이를 숙련된 서퍼처럼 능숙하게 오가는 지현정이 서울에서 즐겨 찾는 곳은 어디일까.
“세계 어디를 보아도 서울만큼 매력적인 도시는 없다고 생각해요. 잘 갖춰진 교통 시스템, 서비스, 편리함과 쾌적함, 다양한 문화와 시민 의식 수준, 모든 게 평균 이상이죠.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이 옛것을 지키고 부흥시키는 노력이 더해져 더욱 빛나는 도시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지현정, 패션모델
앤트러사이트 한남 © 앤트러사이트

앤트러사이트 한남 © 앤트러사이트

펠트 창전동 쇼룸 © 팰트

펠트 창전동 쇼룸 © 팰트

펠트 창전동 쇼룸 © 팰트

즐겨 찾는 카페?
‘앤트러사이트 한남’은 1층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오픈형 공간으로 인테리어도 굉장히 세련되죠. 맛있고 다양한 종류의 원두를 판매해 원두를 사러 자주 방문하기도 하지만, 요즘 20대 사이에서는 어떤 게 유행일까 구경하러 가는 재미도 있어요. 그들의 패션, 애티튜드, 언어를 1층 야외 공간에 앉아서 지켜보면 굉장히 흥미롭고 다이내믹함을 느껴요. 마포구에 있는 ‘펠트’도 즐겨 찾는 카페예요. 피아노 학원 간판이 그대로 남아 있는 작은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며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어요. 직원이 한 번씩 LP 판을 교체해주는데, 선곡이 너무 좋아요.
· 앤트러사이트 한남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40
· 펠트 창전동 쇼룸 서울시 마포구 창전동 서강로11길 23
서울숲 산책 코스

서울숲 산책 코스

좋아하는 산책 코스?
‘서울숲’을 좋아해요. 특히 봄의 서울숲은 정말 아름답죠. 산책 코스도 깔끔하고 쾌적하게 잘 조성되어 있는데, 크게 인위적이지 않아서 더 좋아요. 서울숲 인근으로 요가를 하러 자주 가는데요, 날씨가 따뜻한 날에는 수련을 마치고 서울숲에 가서 책도 읽고 일광욕도 해요.
· 서울숲 서울시 성동구 뚝섬로 273
가볍고 맛있는 한 끼?
평소 빵을 즐겨 먹어요. 특히 한남동에 있는 ‘아티장 베이커스’의 빵은 소화도 잘되고 아주 맛있죠. 그중에서도 감자 양파 치아바타가 정말 맛있는데, 아침에 나오자마자 품절될 정도로 인기가 많아요. 저는 보통 공복으로 수련을 해요. 요가할 때는 3시간 전부터 공복 상태여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수련할 때 속이 매우 불편하거든요. 그래서 주로 가방에 빵을 넣어뒀다가 수련을 마치고 먹어요.
· 아티장 베이커스 한남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18길 26
즐겨 찾는 식당?
‘엘피노323’. 제가 타코를 좋아해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을 동시에 섭취할 수 있는 것도 마음에들고, 무엇보다 제 입맛에 맞아서 자주 먹는 편이죠. 주로 타코집에 가면 가장 먼저 까르네 아사다를 주문해서 먹어봐요. 까르네 아사다가 맛있으면 대체로 다른 메뉴도 합격점을 줄 수 있어요. 생각보다 타코 맛집 찾기가 쉽지 않은데, 제 입맛에는 엘피노323이 제일 잘 맞는 것 같아요.
· 엘피노323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220, 2층
챕터원 에디트

챕터원

챕터원 에디트 © 챕터원

챕터원 에디트 © 챕터원

좋아하는 숍?
요즘에는 가구, 조명, 테이블웨어 등에 관심이 많아요. 잠원동에 위치한 ‘챕터원 에디트’는 가격대도 다양하고 매력적인 상품이 가득해요. 오프라인 매장 1층에 자리한 레스토랑과 야외 카페 공간이 특히 인상적이고, 4층에서 진행하는 전시도 아주 흥미롭죠. 트렌디한 디자인 제품도 많지만, 국내 작가와 챕터원이 협업해 만든 공예품도 근사해요.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온라인 사이트도 자주 방문하죠.
· 챕터원 에디트 서울시 서초구 나루터로 65
향연 © 국립무용단

향연 © 국립무용단

<향연> 공연 모습 © 국립무용단

서울에서 꼭 봐야 하는 것?
국립무용단의 <향연>이라는 공연을 잊을 수가 없어요. 서울에서 이 공연이 또 한번 열린다면, 관람하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의상, 조명, 무대, 음악, 모든 게 아름다웠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이 없는 공연이에요. 중간에 무용수가 마치 비보잉하듯 춤을 추며 관객의 흥을 돋우는 부분에서는 일어나서 함께 춤추고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였죠. 굉장히 간결하고 멋지고 우아하고 세련되면서도 한국적인 공연이에요.
· 국립무용단 www.ntok.go.kr
가장 서울다운 풍경?
가장 서울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은 ‘을지로’인 것 같아요. 요즘 을지로는 힙한 공간으로 여겨지지만, 오래전 서울의 모습 또한 그대로 남아 있잖아요.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의 흔적이 드러나는 낡은 외관의 냉면집에서 냉면 한 그릇 먹고, 골목골목을 따라 걸으며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해가 지면 오래된 건물 안에 자리한 바에 앉아 위스키 한잔 마실 수 있는, 그런 곳이에요.
© 지현정

© 지현정

About Insider: 요가 하는 패션모델, 지현정
서울은 변화가 빠르고 유행에 민감한 도시다. 서울의 패션 신 또한 그렇다. 해외 브랜드들이 새로운 라인을 서울에서 가장 먼저 선보이며 이 도시를 안테나숍처럼 활용하는 이유기도 하다. 지현정은 오랜 시간 이 다이내믹한 서울 패션 신 중심에 서 있었다. 그는 2002년 패션 매거진 <보그걸(Vogue Girl)>로 데뷔해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베테랑 패션모델이다. 늘 새로운 얼굴을 찾는 패션 신에서 20년 동안 현역으로 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가 어떤 모델인지 설명해주는 듯하다. 20년 차 패션모델의 일상은 어떨까. 그는 SNS에 자신의 일상을 공유한다. 화장을 지운 맑은 얼굴로 수련에 몰입한 모습. SNS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은 한눈에도 어려워 보이는 요가 동작을 취한 사진이다.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갖고 있는 그는 지난해에 끌로에, 코스 등의 브랜드와 함께 온라인 요가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패션모델과 내면에 집중하는 요가, 양립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둘 중 어느 것 하나도 대충하는 법이 없다. 그리고 그가 요가와 함께하는 단정한 일상은 화려한 패션 화보만큼 아름답다.
Q. 요즘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A. 시즌이 조금 지난 시기라 그동안 보살피지 못했던 몸과 마음을 돌보며 느리게 지내고 있는 중입니다. 일을 하지 않을 때의 일상은 다른 분들과 비슷할 것 같아요. 친구들을 만나 맛있는 것을 먹고, 책을 읽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드라마나 영화를 몰아보기도 하고요. 또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해 요가 수련과 테니스 레슨을 틈틈이 받습니다.

Q. 올해로 모델 일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었어요. 그동안 일해오면서 가장 흥분되었던 순간은 언제인지 궁금해요.
A.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저의 의견을 궁금해할 때, 그리고 스태프들과 환상의 호흡을 맞췄다고 느껴질 때예요. 제가 일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죠. 제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모델들의 의견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매력적인 마스크와 몸매를 유지하고 멋지게 워킹하고 포즈를 취하는 게 모델의 사명이었죠. 하지만 저는 그 이상이 되고 싶었어요. 프로젝트의 일원으로서 프로젝트의 목적과 취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함께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었죠.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던 당시, 어리고 서툰 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준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일은 저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대부분 여러 사람이 함께 의기투합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죠.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잘해내면서 큰 마찰 없이 같은 곳을 바라볼 때, 정말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남들의 평가와 상관없이 그 결과물 자체가 너무 소중하고요.
© 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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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가에 빠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요가를 제대로 접해보기 전에는 요가를 나와 맞지 않는 지루한 운동이라고 생각했어요. 흥미가 없었죠. 당시 웨이트트레이닝을 즐겼는데, 트레이너 선생님이 저에게 요가를 추천해주셔서 한번 해본 거예요. 첫 요가 수업을 잊을 수 없어요. 요가는 제가 생각하던 것과 많이 달랐어요. 그래서 더 깊이 알고 싶었고, 수련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지도자 과정을 듣게 되었죠. 그렇게 여기까지 왔네요. 요가의 궁극적 목적은 신체 운동이 아닌 정신적인 부분, ‘명상’이라는 점이 제 마음에 큰 울림을 줬어요.

Q. 요가를 시작한 뒤 생각이나 생활에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A. 오랜 시간 프리랜서로 불규칙한 생활을 지속하다 보니 불안함이나 공허함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 전에는 그런 흔들리는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요가 수련을 통해 호흡과 내면에 집중하며 감정의 파도가 점점 잦아드는 걸 느꼈어요. 마음이 예전보다 많이 편안해졌죠. 또 매트 위에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내 몸과 마음을 관찰하고 느끼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게 되었어요. 수련을 하다 보면 내가 가진 장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거든요. 그럴 때 또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보게 되고, 나를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타인에 대한 이해도 전보다 깊어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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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패션계는 역동적이고 변화가 빠르잖아요. 패션모델이라는 직업과 요가의 이미지는 꽤 상반적인데요.
A. 확실히 성질이 다른 건 맞아요. 그래서 충돌이 있기도 하지만, 예술이든 패션이든 인간관계든, 양 극단에 있는 둘이 만나 조화를 이루었을 때 예상치 못한 매력적인 것이 탄생하기도 하잖아요. 저는 그런 걸 좋아해요. 패션과 요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건 외줄 타기처럼 힘든 일이에요. 이 둘의 균형을 맞추고 살아가는 제 자신이 기특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해요. 그리고 요가만 두고 보아도 힘이나 유연성 둘 중 하나만 가지고는 동작을 해내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힘과 유연성이 균형을 이루고 적절히 맞아떨어졌을 때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죠.

Q. 모델 일과 요가도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일과 일상의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워라벨’과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요?
A. 제 삶도 평온하지만은 않아요. 걱정과 근심으로 가득할 때도 있고,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는 날들도 있죠. 워라벨을 잘 지킨다는 건,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일 같아요. 저는 일을 시작하고 10년간 앞만 보고 달리느라 제 자신을 돌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쓴맛을 정말 많이 봤죠. 몸과 마음, 다 아팠어요. 그때 우연히 읽은 책이 워라벨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그 책에서 강조하는 게 일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말라는 거였죠. 일은 나와 평생 함께하지 않을 텐데, 그렇다면 일이 사라졌을 때, 나라는 존재도 함께 사라지는 걸까?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내 삶에 다른 중요한 것을 많이 만들고 거기에서 행복을 찾기로 결심했어요. 그후 좌충우돌하는 시간이 꽤 있었고, 이제야 조금씩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닥이 잡히는 것 같아요. 20년 차니까, 거의 10년이 걸렸다고 볼 수 있죠.(웃음)
© 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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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가도 행복을 주는 것 중 하나일 것 같아요.
A. 맞아요. 이제 요가는 삶을 지탱해주는, 제 삶의 일부가 되었어요. 몸과 마음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운동 이상의 것이에요. 살아가다 보면 제 주변 환경이 바뀌고 저의 역할이 많아지거나 줄어들기도 하며 잠시 요가에 소홀해지는 순간이 올 거예요. 하지만 저는 분명 다시 요가로 돌아올 거라 믿어요. 요가는 결국 마음 수련이기 때문에 나이 들어 몸을 잘 쓰지 못할 때도 충분히 할 수 있거든요. 평생 함께하고픈 바람이에요.

Q. 모델로서든 요기니로서든,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뭔지 궁금해요.
A. 저는 언제나 뚜렷한 계획이 없는 사람이에요. 흘러가는 대로 산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이렇게 얘기하면 멋지지 않은 것 같지만, 솔직히 그래요. 하지만 패션 인더스트리에, 그리고 요가 인더스트리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모델로서, 요기니로서, 제가 살아가면서 얻은 것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나누고 싶어요.

지현정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iamzeessi
2021. 1 에디터: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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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1
  • 에디터: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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