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상트의 젊은이들은 노바야 골란디야에 간다
‘러시아 클래식의 상징’으로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의 섬이 있다. 현재 상트의 젊은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인 노바야 골란디야다.
노바야 골란디야(Novaya Gollandiya)는 영어 뉴 홀랜드(New Holland)의 러시아식 표기다. 단어 그대로 ‘새 네덜란드’라는 뜻이다. 왜 네덜란드일까? 배경을 알면 노바야 골란디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러시아 전성기의 서막
17세기 러시아는 유럽의 변방이었다. 그런 러시아가 유럽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은 표트르대제가 서구화 정책을 시작하면서다. 그가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인 나라는 네덜란드와 영국이었다. 표트르대제는 1697~1698년 약 18개월간 300여 명의 사절단을 이끌고 유럽 시찰을 떠났는데, 그 기간 중 무려 10개월을 네덜란드에 머물렀을 정도다.
당시는 네덜란드의 황금시대였다. 아메리카 대륙뿐 아니라 극동의 일본까지 진출해 무역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고, 이를 바탕으로 군사와 경제, 예술, 학문 등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국토 4분의 1이 물에 잠기는 작은 나라가 어떻게 잘사는 나라가 되었을까?
러시아를 강대국으로 만들고 싶었던 표트르대제가 네덜란드에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먼저 시행한 것은 번역 작업이었다. 이로써 네덜란드의 조선술, 항해술, 의학 서적이 러시아어로 번역됐다. 대제 자신이 나서서 대학교 해부학 실습에 참여하기도 할 만큼 의지가 강했다.
사실 그가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군사 제도 개혁이다. 대양을 누비며 큰 부를 거머쥔 네덜란드의 힘은 강력한 해군에 있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역을 하려면 경쟁국과 싸워야 하고 해적으로부터 상선을 보호해야 했기에 강한 해군은 필수였다. 영토는 넓지만 부동항을 갖지 못한 러시아. 그렇기에 흑해로 눈을 돌렸지만, 터키가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눈물을 머금고 새로운 개척지를 찾아 나선 곳이 발트해의 네바강 삼각주 지역이다. 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시작인 것이다.
“그들은 희망에 부풀어 이 새로운 도시의 기초를 놓았습니다. 언젠가 제2의 암스테르담이나 베네치아가 될 거라 기대하면서 말이죠.”

주러시아 초대 영국 대사 찰스 휘트워스(Charles Whitworth), 1710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네바강 일대

상트페테르부르크 건설과 노바야 골란디야의 시작
1703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건설이 시작될 당시 표트르대제는 암스테르담 해군성을 본떠 러시아 해군성을 만들고, 네바강 왼쪽 기슭에 조선소를 건립함과 동시에 네덜란드 엔지니어들을 초청했다. 그 장소와 분위기가 네덜란드 항구를 연상시킨다는 의미로 ‘골란디야(Holland)’로 불리기 시작한다. 이후 골란디야는 모이카강, 크류코프 운하, 아드미랄테이스키 운하로 둘러싸인 지금의 노바야 골란디야섬을 가리키는 이름이 된다.
18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노바야 골란디야는 창고 단지로 사용됐다. 이후 새로운 건물들이 등장하긴 했는데, 첫 건물이 하필 감옥이었다. 19 세기 중반에 들어선 이 해양 감옥은 건물의 둥근 모양 때문에 ‘병(bottle)’이라고도 불렀다.
노바야 골란디야는 러시아 함대의 발전사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 세기 말 주기율표로 유명한 드미트리 멘델레예프(Dmitry Mendeleev)의 주도로 러시아 최초의 대형 실험 수조를 만들기도 했다. 이 수조는 현재 노바야 골란디야 공원의 중앙 연못이 되었다.
화재와 전쟁의 폭격을 거치며 노바야 골란디야의 창고는 손상되고 복원되기를 반복하다, 이제는 세월의 흔적을 비껴갈 수 없다는 듯 서서히 붕괴되어갔다. 그러다 1977년 건축가 베니아민 파브리츠키(Veniamin Fabritsky)가 이 건축물을 문화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하지만, 소비에트연방의 해체로 이마저 중단된다. 이렇게 방치되다 보니 섬의 건물은 허물어지고 훼손되어갔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들은 이 섬을 귀신이 나온다며 외면했다.

영화 페스티벌의 관람객들

새 조형으로 가득한 키네틱 아트 설치

북 페스티벌에서 독서를 즐기는 시민들

귀신 나오는 섬의 변신
귀신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횡행했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복판에 있는 작고 아름다운 이 섬을 그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었다. 2010 년 11 월에 섬 공간 복원 및 리모델링을 위한 입찰이 진행됐다. 전 세계 유명 건축가와 도시계획가 사이에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동시에 ‘Summer in New Holland’라는 임시 프로그램을 통해 잠재 고객에 대한 연구도 수행됐다. 공사 현장에서 떨어진 중앙 공터가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하는 여름 공원으로 활용된 것이다. 효과는 놀라웠다. 이 방치되고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섬에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무려 7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다녀간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노바야 골란디야는 문화, 예술, 공연, 휴식을 위한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리모델링의 주요 목표는 건물 외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성공적으로 변신시키는 것이었다. 주재료인 붉은 벽돌을 최대한 보존하되, 필요한 경우 똑같은 규격의 벽돌을 생산해 사용해야 했다.
섬 시설은 크게 공원(Park), 대장간(Foundary), 사령관의 집(Commandant’s House), 병하우스(Bottle House), 하우스 12(House 12)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곳은 공원으로 섬 전체를 아우른다. 공원에는 중앙 연못, 놀이터, 갈대 숲, 야외 무대, 페탕크(프랑스식 구슬치기), 파빌리온, 키오스크, 산책길 등이 조성되어 있다. 겨울에는 아이스링크도 설치된다.

Season greetings

19 세기 중반에 들어선 이후 심한 손상을 입은 대장간은 복원 1순위였다. 천장 한가운데가 높고 길게 굽은 궁륭과 건물 정면을 복원하기 위해 대규모 작업을 시행했다. 지붕은 완전히 교체했고, 두 개의 입구는 모두 주물 기둥과 주철 캐노피로 대체했다.
현재 대장간 건물에는 소셜 및 문화 활동의 중심이 된 클럽과 레스토랑이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이런 장소는 사람들에게 제2의 집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곳에서는 먹고 마시는 것은 물론 회의와 업무를 하고 휴식을 취하는, 하루의 모든 일과가 이루어진다.

사령관의 집은 현재 가족 방문객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 중이다.

사령관의 집
섬에서 가장 나중에 들어선 '사령관의 집'은 이전에는 사령관 가족이 여기에 살았으며, 소비에트 시대에는 해군 사무실로 사용되다 2013년 문화재로 지정됐다.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주철 캐노피, 개방형 화재 탈출구 및 현대적 인테리어로 변신했다. 사령관의 집 리모델링의 핵심은 가족 간 소통이다. 1 층은 5 세 이하 아동과 부모의 '어린이 대화'를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교육용 장난감이 있는 넓은 방에서 아이들은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전문 교사와 함께 공부도 하고, 실용적 기술이나 예술 활동을 배우거나 책을 읽으며 편안한 환경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복합 체험 공간으로 사용하는 병하우스

병하우스
원래 감옥으로 건축한 병하우스는 지금은 전혀 감옥임을 짐작할 수 없는 현대적 인테리어를 선보인다. 1층은 요리에 집중하는 공간으로, 오랜 기간 테스트를 거친 신생 레스토랑 프로젝트를 실험한다. 2층은 음반을 고르고, 사진 작품과 코믹스를 훑어보고, 티셔츠 프린팅을 하고, 친환경 장난감과 의자 등을 구입할 수 있는 공간이다. 3층은 건강, 미용, 스포츠와 관련한 공간으로 꾸몄다. 여기서는 머리를 손질하고 네일 케어를 받고, 요가나 발레를 배우고, 복싱을 하고, 사이클링 페달을 밟을 수 있다. 특히 이곳에는 마린스키 프리마 발레리나였던 디아나 비슈네바(Diana Vishneva)가 운영하는 발레 및 현대무용실 '스튜디오 컨텍스트(Studio Context)'가 있어 많은 발레 꿈나무가 드나든다.

하우스 12는 미술관으로 주로 사용한다.

하우스 12
하우스 12는 노바야 골란디야에서 복원된 네 번째 건물이다. 노동광장과 아드미랄테이스키 운하를 마주보고 있는 코너 빌딩 12a와 크류코프 운하 제방을 따라 서 있는 빌딩 12로 구성된다. 복원 작업에는 대장간, 사령관의 집, 병하우스와 동일한 기술을 적용했다. 정면, 내부 벽체 및 궁륭 작업에 40만 개의 붉은 벽돌을 사용했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섬답게 섬 입주자를 위한 기계화 주차 시스템이 설치되어 '자동차 없는 섬'이라는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현재 하우스 12에는 개러지 현대 미술관(Garage Museum of Contemporary Art), 치페르가우즈 가즈프롬 네프트(Tsifergauz Gazprom Neft) 디지털 홈 그리고 코코코(Cococo) 레스토랑이 입주해 있다.

늘 공연과 강연이 이어지는 파빌리온 일대

공원과 파빌리온
공원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게 될까? 겨울에는 NHI.FM 라디오 소속 DJ들이 상주하며 아이스링크 배경음악을 틀어준다. 매일 일정 시간에 주제별로 방송이 진행된다. OST, 클래식 교향곡, 소련 팝음악, 고전 작곡가들의 동요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맞춰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다.
다양한 문화 강연이 진행되는 파빌리온도 있다. 야외 무대에서는 가수들의 공연이나 클래식 콘서트가 진행되며, 예술영화 상영이나 연극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아이들은 프리깃함(작은 군함) 뼈대 모양의 놀이터와 야외 탁구장, 농구대, 체스장 그리고 페탕크장에서 운동과 놀이를 즐긴다.

노바야 골란디야를 방문한다면 꼭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해보자. 노바야 골란디야의 역사, 건축적 특징, 섬의 현재 활동과 미래 변화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기계를 빌릴 수 있으며, 러시아어와 영어로 제공된다.
이렇게 노바야 골란디야는 화려하고 찬란한 백야 시기뿐 아니라, 추운 겨울에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서구화라고 하는 표트르대제의 원대한 꿈이 오늘날 이루어졌음을 노바야 골란디야에서 여유롭게 산책하며, 문화생활을 즐기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의 모습을 통해 생생히 증명하고 있다.

NEW HOLLAND

운영시간 월~목요일 9:00~22:00, 금~일요일 9:00~23:00
주소 2, Admiralteysky Canal Embankment, Saint Petersburg
전화번호 +7-812-245-2035
홈페이지 www.newhollandsp.ru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 상트페테르부르크
롯데호텔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유명한 곳인 성 이삭 광장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다. 호텔은 1851년에 지은 역사 깊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으며, 인근에는 넵스키 프로스펙트 주요 거리와 예르미타시미술관, 마린스키 극장 등이 자리한다.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총 10개 타입의 객실 150실을 갖춘 호텔 내부에는 다양한 레스토랑과 시설이 들어서 있다.

주소 2, Antonenko Lane, Saint-Petersburg, Russia, LOTTE HOTEL ST. PETERSBURG
전화 +7-812-336-10-00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stpetersburg-hotel 
2021. 1 에디터:정재욱
글: 이현희
자료제공: 뉴 홀랜드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2021. 1
  • 에디터: 정재욱
    글: 이현희
  • 자료제공:
    뉴 홀랜드
  • 트위터로 공유
  • 페이스북으로 공유
  • 핀터레스트로 공유
  • 링크URL 공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