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골든 이글 럭셔리 시베리아 횡단 열차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해 모스크바까지 이어지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은 아시아를 지나 유럽까지 거대한 여정에 대한 로망을 꽃피우는 여행이다. 시베리아를 횡단할 때도 땀 냄새 대신 와인의 달콤한 향기가 열차에 가득한 호화 여행을 소개한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꽉 막혀버린 한 해였다. 마스크에 갇히고 국경에 갇혀 갑갑한 날들이 이어졌다. 다행히 백신이 개발되었다는 반가운 뉴스가 꽉 막힌 숨통을 그나마 틔어주고 있다. 닫힌 세계에서 한 해를 보내다 보니 전 세계를 하나로 이은 출발점은 언제였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아마도 그 답은 산업혁명 이후일 것이다. 증기기관은 산업혁명을 낳았고, 증기기관차와 증기선은 세상의 물리적 거리를 없애버렸다.

증기를 내뿜으며 바이칼 호수 일대를 달리는 열차

1804년 세상에 처음 선보인 이후 증기기관차는 꾸준히 개량되었다. 그리고 188310, 오리엔트 특급열차가 개통하면서 단순한 이동 수단과 운송 수단을 넘어서 화려한 여행 그 자체로 변모했다. 열차가 이동하는 나라나 도시의 특색을 담아낸 요리는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했다. 유럽에서 아시아로 대륙을 이동하며 즐기는 호화 여행은 가장 화려한 유희로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꿈의 대륙 횡단 열차로 불린 오리엔트 특급열차는 1977년 마지막 운행을 마치고 엔진을 멈췄다. 그렇다고 꿈의 대륙 횡단 열차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러시아의 동쪽과 서쪽 끝을 넘나드는 호화로운 시베리아 횡단 열차, 골든 이글 시베리안 익스프레스(Golden Eagle Trans-Siberian Express)가 운행 중이기 때문이다.

골든이글 시베리안 익스프레스의 고급스러운 외관과 실내

러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열차의 시작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1893년에 처음 개통했다.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의 약 9,300km를 연결하는 초장거리 노선인 만큼 철로 건설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완전 개통은 1916년에야 이루어졌다. 1893년에 노선이 처음 개통된 블라디보스토크역에는 지금도 당시 사용된 증기기관차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제정러시아의 최대 숙원 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미국이 서부를 개척하고 그곳의 금광으로 큰돈을 번 것처럼, 러시아는 시베리아를 개척하고 그곳에서 나는 모피로 황실 자금을 축적했다. 시베리아의 목재도 유용한 자원이었다. 러시아의 차르, 알렉산드르 3세는 러시아의 국력을 신장할 목적으로 프랑스에 돈을 빌려 시베리아 횡단철로를 깔기 시작했다. 공사는 아들 니콜라이 2세 대에 완공됐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러시아 황실의 몰락을 가속화했다. 러시아 혁명군의 수송 수단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도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러시아의 동서를 연결하는 핵심 수단이다. 블라디보스토크와 상트페테르부르크 항구의 화물을 내륙과 반대쪽 방향으로 수송한다. 사람들도 저렴한 비용으로 열차를 타고 드넓은 러시아를 이동한다.

바이칼 호수 주변을 운행하는 열차

영국인이 운영하는 러시아 횡단 열차
그리고 시베리아 횡단철로 위에는 세계에서 가장 의미 있는 호화 열차도 놓여 있다. 바로 골든 이글이 그 주인공이다. 골든 이글의 설립자인 팀 리틀러는 영국인이다. 그의 가문은 1788년부터 와인 사업을 운영해왔다. 팀 리틀러는 가문의 사업에 매진하면서도 어린 시절부터 마음을 뒤흔든 철도 사업의 꿈을 접지 못했다. 리틀러는 16세에 증기기관차를 임대해 350명의 손님을 태우고 맨체스터에서 에든버러까지 투어를 진행하기도 했을 정도로 철도 여행에 애정을 갖고 있었다.
1989, 리틀러는 철도 여행 사업에 도전했다. 가족 사업의 창시자 이름을 따와 사명은 ‘GW Travel Ltd.’로 정했다. 1992, 러시아가 외국인에게 시장을 개방하자 리틀러는 코카서스와 크림반도의 철도 투어에 도전했다. 1996525일에는 첫 시베리아 횡단 투어에 나섰다. 베를린에서 출발해 블라디보스토크까지 28일간 1만3,000km를 달리는 이 도전에는 72대의 증기기관차가 동원되었다. 게다가 열차를 옮겨 탈 때마다 복잡한 서류 작업과 복잡한 물류 시스템을 돌파해야 했다. 수많은 난관이 가로막았지만 리틀러의 첫 시베리아 횡단 투어는 도착 시간에 단 10분 늦으면서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2000년에는 난도를 한 단계 더 높인 투어에 도전했다. 먼저, 러시아의 서쪽 끝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출발한 열차는 중부 시베리아에서 바이칼-아무르 철로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에 들어왔다. 열차는 다시 사할린섬까지 북상한 후 시베리아를 횡단해 바이칼 호수와 이르쿠츠크를 거쳐 종착역인 모스크바에 입성했다. 42, 2만5,630km의 여정이었다.

골든 이글 시베리안 익스프레스 안에 있는 레스토랑

열차에 스며든 상류사회의 품격
최고급 와인을 전 세계로 수출하던 영국인 사업가는 서유럽 상류사회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다. 직접 러시아의 모든 철로 위를 달리며 현지 특성을 꼼꼼히 파악했다. 럭셔리여행의 모든 요소가 제대로 결합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2007년에는 놀랄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왕실의 일원이자, 켄트 가문의 마이클 왕자가 골든 이글 트랜스-시베리안 익스프레스(Golden Eagle Trans-Siberian Express)에 직접 투자하고 나선 것이다. 마이클 왕자의 투자 이후 골든 이글은 2,500만 달러 규모의 21량 전용 열차를 구비하게 되었다. 열차 안에는 66개의 화려한 객실이 만들어졌다. 2012, 회사의 이름이 골든 이글로 변경되었고, 2015년 동유럽의 다뉴브 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면서 규모도 커졌다. 매년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골든 이글로 몰려왔다.

열차 안의 바 라운지

골든 이글 시베리안 익스프레스의 서비스는 호화스럽다. 하지만 여기에는 돈으로만 치환할 수 없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담겨 있다. 여행 프로그램 중 유명 인사가 여행의 호스트가 되어 함께 여행하기도 한다. 2019년 여름에 있었던 여행에는 카탸 갈리친(Katya Galitzine) 공주가 호스트 역할을 했다. 갈리친은 러시아에서 가장 전통 있는 귀족 가문 가운데 하나로, 카탸 갈리친은 예카테리나 대제의 직계 후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녀가 선조의 핏줄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인정받는 러시아 역사책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는 골든 이글의 열차 안에서 능숙한 영어와 러시아어로 행선지 하나하나의 역사를 되짚어줬다.

열차의 임페리얼 스위트 실내

열차의 실버 클래스 실내

시베리아 횡단의 긴 여정 동안 열차에선 다양한 특식과 공연을 제공한다. 하지만 골든 이글은 귀한 음식이나 아름다운 공연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그건 기본 전제이기 때문이다. 골든 이글 시베리아 익스프레스의 가장 큰 매력은 유럽 귀족 사회의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카잔에 위치한 쿨 샤리프 모스크

유럽과 아시아를 종횡하다
골든 이글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일정은 15일로 짜여 있다. 여행 출발지는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만남의 날, 승객들은 샴페인 리셉션에 초대받는다. 모스크바건 블라디보스토크건 동일하다. 세계 각국에서 엄선한 와인을 곁들인 저녁 식사로 공식 일정이 시작된다. 그리고 호텔에서 첫날 밤을 보내게 된다. 모스크바에서 출발하는 승객이라면 둘째 날에 러시아의 수도를 돈다. 크렘린과 붉은광장, 바실리성당, 제정러시아 시대에 건립된 굼 백화점, 박물관 등을 살펴보고 19세기 러시아의 전통 요리를 맛본다. 그리고 카잔스키 열차역의 임페리얼 대기실에서 짧은 샴페인 파티를 벌인 후 열차에 오른다. 달리는 열차에서 눈을 붙이고 일어나면 타타르스탄의 수도이기도 한 카잔이다. 카잔은 러시아와 동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다. 15~16세기에는 러시아를 지배하던 몽골의 카잔칸국 중심지였다. 중앙아시아의 몽골제국 대부분이 그렇듯 카잔칸국도 점차 이슬람 국가로 변모했다. 지금의 카잔은 러시아정교회와 이슬람교가 공존하기 때문에 모스크바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풍긴다.

예카테린부르크의 피의 성당 전경

이르쿠츠크의 목조 건물

4일 차에는 우랄의 예카테린부르크에 도착한다. 우랄산맥은 2,000km나 이어져 러시아를 좌우로 가른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카잔 등 우리에게 익숙한 대부분의 러시아 도시는 우랄산맥 서쪽에 있다. 산맥의 동쪽으로는 광활한 시베리아가 시작된다. 예카테린부르크에는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를 알려주는 오벨리스크도 있다. 5일 차 방문지인 노보시비리스크는 현대 소련의 산업도시다. 6일 차에는 열차에서 내리지 않고 시베리아의 서부를 계속 달리고, 7일 차에는 시베리아의 파리로 불린 이르쿠츠크에 들른다. 돌이 귀한 이곳에는 200년 넘은 목조 저택이 즐비하다. 8일 차에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인 바이칼을 여행한다. 세계 담수의 5분의 1을 담은 바이칼 호수는 바다처럼 넓다. 실제로 바이칼 호수의 한쪽은 큰 바다’, 다른 한쪽은 작은 바다로 불린다. 열차는 호수를 낀 절벽을 따라 5시간 동안 질주한다. 바이칼 호숫가에 열차가 멈추면, 승객들은 호숫가에서 러시아식 바비큐 샤슬릭과 바이칼 호수에만 존재하는 물고기 오물의 훈제 요리를 즐긴다.

열차가 바이칼 호수에 멈추면 승객들은 꼬치구이 샤슬릭과 수영을 즐긴다.

9일 차에는 부랴트공화국의 수도인 울란우데를 여행한다. 토속신앙이 강한 부랴트족 문화는 러시아보단 몽골에 가깝다. 울란우데에서 열차는 시베리아의 동쪽으로 달리는 대신 방향을 틀어 남하한다. 10일 차,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도착한다. 몽골이라면 누구나 칭기즈칸을 떠올릴 것이다. 울란바토르의 거대한 칭기즈칸 동상에 놀라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시골 곳곳에 흩어져 있는 몽골 천막 게르와 양 떼가 나타난다. 중앙아시아의 유목 문화는 러시아와 완전히 다른 느낌을 풍긴다. 이제 사흘 동안 열차는 아무르강을 따라 시베리아의 동쪽으로 달린다. 차창 밖 풍경은 계절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겨울이라면 하얀 설원이 끝도 없이 펼쳐질 테고, 여름이라면 자작나무 숲과 야생화가 이어지다 끊기길 반복한다. 14일 차면 러시아의 동남쪽 끝 항구도시인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다. 승객이 아쉬운 마음을 접고 호화 열차에서 하차해야 하는 시간이다.

울란바토르 시내 전경

울란우데 시내의 한 여성

승객들은 작별 만찬을 한 후 블라디보스토크 최고의 호텔인 롯데호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롯데호텔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숙박은 동쪽 방향으로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열차를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5일 차에는 아침 식사 후 블라디보스토크를 둘러본다. 그리고 공항으로 이동하면 모든 일정이 마무리된다.
15일 운임은 약 2,000만 원 이상이며, 예약 보증금만 150만~500만 원이 든다. 하지만 지구의 4분의 1을 가장 호사스럽게 돌아보는 금액이자, 동양과 서양, 유럽과 아시아를 함께 경험하는 비용이기도 하다. 그렇게 본다면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가격 15일 일정 1만7,695달러부터 시작
전화 +44-161-928-9410
홈페이지 www.goldeneagleluxurytrains.com

© Golden Eagle Luxury Trains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머문 곳: 롯데호텔 블라디보스토크
롯데호텔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 연해주 정부가 연해주 최고 호텔로 선정한 바 있는 블라디보스토크 최초의 5성급 호텔로, 비즈니스 및 문화의 중심지에 위치한다. 한식당과 실내 수영장, 사우나, 피트니스센터 등 다양하고 안락한 시설을 즐길 수 있고, 객실에서 도시 중심과 금각만, 아무르만을 조망할 수 있으며, 스카이라운지에서 바라보는 블라디보스토크의 모습을 비롯해 시내 어디로도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입지를 자랑한다.

주소 29, Semenovskaya St., Vladivostok
전화 +7-423-240-22-33
홈페이지 롯데호텔 블라디보스토크 

 
2021. 2 에디터:정재욱
글: 이중한
자료제공: 골든이글럭셔리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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