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여러 빛깔의 봉은사 단청, 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회색 빌딩

1박 2일 봉은사 템플스테이
도심 한복판에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는 법. 봉은사 템플스테이를 통해 얻은 것들.
높은 빌딩 사이로 매일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강남을 오간다. 그 가운데 천 년 역사를 간직한 고찰 봉은사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불자나 관광객, 혹은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는 이들이다. 봉은사는 신라 시대의 연회국사가 견성사(見性寺)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사찰이다. 조선 시대 성종의 무덤인 선릉을 지키는 능침사찰이 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기고, 이름 또한 성종의 은혜를 받는다는 뜻의 봉은사(奉恩寺)로 불리게 되었다. 템플스테이는 사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불교문화를 체험하고 싶거나 자신을 성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팬데믹의 긴 터널을 통과하며 지친 몸과 마음에 쉼과 활력을 주고자 봉은사를 찾았다. 코엑스 건물 맞은편, 대로변 가까이에 선 봉은사의 일주문 너머로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며 알록달록 화려한 연등이 가지런히 걸려 있다.
봉은사는 도심 속에 자리한 고찰이다.

봉은사는 도심 속에 자리한 고찰이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수월관 2층에 머문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수월관 2층에 머문다.

사찰 예절을 배우는 모습

사찰 예절을 배우는 모습

[2 PM] 사찰 예절을 배우는 오리엔테이션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기 30분 전, 템플스테이 체험관인 수월관으로 향했다. 수월관은 봉은사의 삼층석탑 오른편에 있는 한옥 건물이다. 그곳에서 봉은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유남경 팀장을 만났다. 그에게 하루 동안 머물 방을 안내받은 뒤 체험복으로 갈아입고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는 수월관 대실로 이동했다. 템플스테이를 체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20~30대로 보였다. 실제 템플스테이에 참여하는 80% 이상이 20~30대라고 한다. “템플스테이는 단순히 사찰에 머무는 것이 아니에요. 사찰에서 수행자의 삶을 경험하는 것이죠.” 유남경 팀장의 말을 들으니 왠지 모르게 들떠 있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봉은사의 웅장한 미륵불. 봉은사에서는 양복을 입은 직장인도 쉽게 볼 수 있다.

봉은사의 웅장한 미륵불. 봉은사에서는 양복을 입은 직장인도 쉽게 볼 수 있다.

[2:50 PM] 이야기가 있는 사찰 안내
“사찰에는 4개의 문이 있어요. 일주문, 사천왕문, 금강문, 불이문. 봉은사에서는 사천왕문을 진여문이라고 불러요.” 봉은사 안을 걸으며 사찰 안내를 맡은 자원봉사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판전의 현판은 여러분도 잘 아시는 추사 김정희가 썼어요.” 일주문에서 시작된 흥미로운 이야기는 봉은사 곳곳을 돌아 대웅전에서 마무리됐다. 거대한 미륵불을 바라보고, 대웅전 외벽에 그려진 벽화도 눈에 담는다. 은은한 향냄새에 이곳이 사찰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미룩불 미룩불을 둘러 보고 아래로 내려가는 길

미륵불을 둘러보고 아래로 내려가는 길

처마에 달린 풍경과 빌딩이 한 프레임에 담긴다.

처마에 달린 풍경과 빌딩이 한 프레임에 담긴다.

정갈한 반찬들로 가득한 저녁 공양

정갈한 반찬들로 가득한 저녁 공양

[4:50 PM] 저녁 공양
저녁 공양을 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 같기도 하지만, 사찰을 한 바퀴 돌면 허기가 진다. 공양이란 끼니에 먹는 밥을 의미한다. 보우당 대중공양간에 밥과 국, 반찬이 차려져 있었다. 두부부침, 버섯볶음, 콩나물무침, 각종 쌈 채소와 쌈장 등을 먹을 만큼 그릇에 담아 자리로 가져왔다. 공양을 하기 전에는 참가자 모두 오관게를 읽는다. 오관게에는 음식에 대해 감사하고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정진을 다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섯 문장을 그저 따라 읽었을 뿐인데, 눈앞의 음식이 정말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지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식이 정말 맛있다. 처음 하는 공양에 걱정되었던 마음도 잠시, 금세 한 그릇을 비웠다.

오관게(五觀偈)
① 계공다소량피래처(計功多少量彼來處):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② 촌기덕행전결응공(村己德行全缺應供):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③ 방심이과탐등위종(防心離過貪等爲宗):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④ 정사양약위료형고(正思良藥爲療形枯):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⑤ 위성도업응수차식(爲成道業膺受此食): 보리를 이루고자 공양을 받습니다.
 
종루에서 스님이 법고를 치고 있다.

종루에서 스님이 법고를 치고 있다.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예불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예불

[5:40 PM] 범종 소리를 듣고 예불을 드리다
저녁 공양을 끝낸 스님들, 그리고 사찰에 있는 모든 이가 대웅전에 모여 예불을 드린다. 저녁 예불의 시작은 5시 40분, 종루에서 알린다. 종루에는 범종, 법고, 운판, 목어, 네 가지 법구가 있다. 시간이 되면 스님이 천천히 종루로 걸어와 법고를 시작으로 범종, 목어, 운판을 차례로 친다. 범종은 지옥 중생을 위해 그리고 각각 땅 위, 허공, 물속의 생물을 제도하기 위해 친다고 한다. 운이 좋으면 스님의 지도 아래 타종 체험을 할 수도 있다. 범종 소리가 멎기 전 대웅전으로 발걸음을 서두른다. 예불이 시작되기 10분 전에는 대웅전에 앉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불이 시작되고, 스님을 따라 예불문을 읊는다. 스님의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음성에 마음이 경건해진다.
해가 지며 연회다원에도 조명이 켜졌다

해가 지자 연회다원에 조명이 켜졌다.

연희다원의 수정과와 호박 식혜

연희다원의 수정과와 호박 식혜

[7:00 PM] 차 한 잔의 여유와 밤 산책
저녁 예불을 마치면 휴식형 템플스테이의 공식 일정도 끝이 난다. 참가자들은 오후 10시, 수월관의 모든 불이 꺼지기 전까지 사찰 내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마침 봉은사 내에 여유를 즐기기 좋은 곳이 있다. 전통 찻집 연회다원이다. 작은 꽃나무로 꾸며놓은 연회다원의 정원에 앉아 수정과나 식혜를 마시며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한적한 풍경에 한시도 손에서 놓은 적 없던 스마트폰도 잠시 내려놓게 된다. 봉은사는 도심에 위치한 덕분에 야경이 정말 근사하다. 한가로이 밤 산책을 하고 수월관으로 돌아왔다. 따뜻한 목화솜 이불에 누워 10시가 되기도 전에 잠이 들었다.
대웅전 중앙의 문으로는 스님만 입장할 수 있다.

대웅전 중앙의 문으로는 스님만 입장할 수 있다.

아직 어두운 이른 새벽, 예불이 시작된다.

아직 어두운 이른 새벽, 예불이 시작된다.

대웅전 내부

대웅전 내부

[4:00 AM] 새벽 예불로 시작하는 하루
사찰의 하루는 해가 뜨기 전 시작된다. 이른 새벽, 범종 소리가 사찰을 깨운다. 휴식형 템플스테이에서 아침 예불은 공식 일정이 아니나, 전날 새벽 예불이 템플스테이의 꽃이라던 유남경 팀장의 말에 몸을 일으켰다. 이른 시간임에도 대웅전은 이미 스님과 불자로 가득했다. 어떤 마음이 이 새벽, 이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았을까. 저녁 예불과는 또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예불을 마치고 대웅전을 나설 때도 아직 주변은 어두웠다. 차가운 새벽 공기, 일정하게 들려오는 목탁 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하루의 시작으로 더없이 좋은 선택이었다.
사찰 내부의 꽃과 나무가 아름답다.

사찰 내부의 꽃과 나무가 아름답다.

밥과 반찬을 접시에 가득 담은 아침 공양

밥과 반찬을 접시에 가득 담은 아침 공양

[7:00 AM] 아침 공양
새벽 예불을 마치고 아침 산책을 했다. 봉은사 뒤편에 자리한 수도산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가 배경음악이 되었다. 봉은사는 규모가 꽤 큰 사찰이다. 사찰 곳곳을 둘러보는 데 30분이 훌쩍 지났다. 높은 빌딩과 사찰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여전히 기묘했다. 아침 공양이 시작되는 7시에 맞춰 수월관 지하 공양간으로 향했다. 호박죽과 잡채 등 저녁 공양보다 화려한 메뉴가 준비됐다.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은 것 같은 정갈한 반찬과 국, 역시 신기하게 맛있었다. 배식대 한편에는 고추장과 참기름이 늘 준비돼 있어 원하면 언제든 맛있는 비빔밥을 맛볼 수 있다.
차를 사이에 두고 정오스님과 마주 앉았다.

차를 사이에 두고 정오스님과 마주 앉았다.

[8:00 AM] 스님과의 차담 시간
“종교를 떠나서 그냥 휴식을 취한다는 마음으로 언제든 와도 좋아요.” 정오스님이 국화차를 건네며 말했다. 아침 공양 후 봉은사 템플스테이 사무국장인 정오스님과 가진 차담 시간에서다. 차담은 본래 템플스테이의 공식 일정이지만, 현재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템플스테이 참가자가 4인 이하일 경우에만 진행하고 있다. 템플스테이의 소감을 나누고 여러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시간으로, 참자가의 연령, 성별 등 구성원에 따라 내용과 분위기가 다르다고 한다. 직장, 일상, 연애… 경계 없는 이야기가 한 시간가량 즐겁게 오갔다.
봉은사 곳곳을 수 놓은 연등들

봉은사 곳곳을 수놓은 연등들

봉은사 일주문 너머의 풍경

봉은사 일주문 너머의 풍경

[9:30 AM] 다시 일상으로
머물던 방을 정돈한 후 처음 템플스테이를 시작한 대실로 다시 모였다. 간단한 소감문을 작성하며 템플스테이를 마무리했다. 모두 같은 옷을 입고, 공양 시간에 맞춰 밥을 먹고, 정해진 취침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던 1박 2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적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자유로웠다. “내가 주도적으로 행하든 강제적으로 행하든 내 마음의 주인은 나예요. 그것을 익혀가는 게 수행이고요. 모든 것을 버리고 훌훌 여행을 떠나야 자유롭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실제로 여행을 가면 자유롭지 않아요. 맛집이 어디에 있나 찾아보고, 다음엔 어딜 가나 찾아보고, 여전히 정보 속에서 살죠. 생활 속에서, 불편한 상황 속에서, 이런 모든 조건을 떠나 자유로워지는 게 진정한 자유죠.”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 마음 깊은 곳에 닿았던 정오스님의 음성이 다시 떠올랐다.
나무들로 둘러 싸인 봉은사에서는 언제나 마음이 편안하다.

나무들로 둘러싸인 봉은사에서는 언제나 마음이 편안하다.

봉은사 템플스테이
매년 2만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던 봉은사에서는 외국인과 내국인 템플스테이를 함께 진행한다. 코로나19로 현재는 내국인 전용으로 1박 2일 동안 수월관에 머무는 ‘휴식형 템플스테이’와 개별 텐트에 머물며 2박 3일간 진행되는 '참선' 수행 집중 프로그램인 ‘봉은사 상월선원 템플스테이’, 두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531
문의 +82-2-3218-4826
홈페이지 temple.bongeunsa.org
 
2021. 6 에디터:김혜원
포토그래퍼: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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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6
  • 에디터: 김혜원
  • 포토그래퍼: 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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