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뉴욕의 새로운 아이콘, 모이니핸 트레인 홀
모이니핸 트레인 홀은 기존 펜 스테이션의 역할을 분담하며 더욱 만족스러운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탄생했다. 펜 스테이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서반구에서 가장 분주한 도시 간 기차역이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몇몇 전문가는 뉴욕에서 무려 800가지 가까운 언어가 사용된다고 추정한다. 세계적 성공을 상징하는 도시이기에 앞서 성실한 이민자들의 서민적 삶을 바탕으로 이뤄진 곳. 그것이 바로 뉴욕이다. 뉴요커의 자부심과 애정은 그래서 더 남다르다. 그런 이 도시에 모처럼 뉴욕다운 시민 공간이 완성되었으니, 올해 초 문을 연 모이니핸 트레인 홀(Moynihan Train Hall)이다.
맨해튼의 미드타운. 모이니핸 트레인 홀은 맞은편에 있는 펜 스테이션(Penn Station)의 확장 개념이다. 오픈과 동시에 모이니핸 트레인 홀은 앰트랙(Amtrak)의 새로운 보금자리이자 롱아일랜드 레일로드(Long Island Railroad, LIRR)의 승객 서비스를 지원하는 공간이 되었다. 앰트랙은 누구나 알고 있듯 미 대륙을 횡단하는 가장 대표적 열차 시스템이고, 롱아일랜드 레일로드는 맨해튼과 그 남동부의 롱아일랜드 전체를 이어주는 뉴요커들의 주요 통근 수단이다. 보통 때 같으면 매일 60만 명의 승객이 오가는, 서반구에서 가장 분주한 도시 간 기차역이 바로 이 맨해튼 펜 스테이션이다.  

홀의 중간부. 바닥과 벽의 메인 재료로 사용한 퀘이커 그레이 대리석이 안정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연출한다.

승객들이 길을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포물선 형태로 이루어진 유리 천장과 이를 지지하고 있는 스틸 트러스

미국 대호황 시대의 영화
현재 매디슨 스퀘어 가든 지하에 자리 잡은 펜 스테이션은 한때 3만2,000㎡ 이상 규모의 건물 전체를 사용했던 화려한 시절이 있었다. 잠깐 20세기 초로 돌아가보자. 맨해튼에서 철도를 타려면 페리에 올라 저지 시티까지 가야 했다. 여기서 새로운 가능성을 읽은 펜실베이니아 레일로드의 주인 알렉산더 커샛(Alexander Cassatt)은 맨해튼의 미드타운에 펜실베이니아 스테이션을 지었다. 오늘날 ‘오리지널 펜 스테이션’이라고 불리는 건물이다.
건물이 오픈한 것은 1910년. 덕분에 지역 간 이동이 편리해져 큰 호응을 얻었는데, 무엇보다 디자인이 화제였다. 미국의 대호황 시대였던 만큼 공 들여 지은 건물은 보자르 양식을 띠고 있었다. 당시 디자인을 맡은 건축사무소 매킴, 미드 & 화이트(McKim, Mead & White)는 로마의 카라칼라 욕탕(Baths of Caracalla)을 모델로 삼았다. 고급스로운 밀퍼드 핑크 화강암, 벌집 모양의 격자 천장, 아치형의 우아한 회랑, 웅장한 대리석 기둥들과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창까지. 하나하나가 뉴요커들의 자랑거리였다. 
이렇게 사랑받던 오리지널 펜 스테이션은 1963년 허무하게 철거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철도 이용객이 줄어든 것이 이유였다. 서비스를 축소하는 방안으로 그 자리에 복합 건물이 지어졌으며, 지상을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 내어주고 펜 스테이션은 지하를 차지한다. 

거대 작품 속에 담긴 7만2천 개의 LED 조명이 은은한 빛을 발하며 황홀경을 이룬다. / Elmgreen & Dragset, The Hive, 2020, Stainless steel, aluminum, polycarbonate, LED lights, and lacquer, Commissioned by Empire State Development in partnership with Public Art Fund for Moynihan Train Hall. Photo: Nicholas Knight, courtesy Empire State Development and Public Art Fund, NY

새로운 기회를 약속하는 건축물
이 일은 뉴요커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줬다. 이후 역사적 건축물을 보존하자는 의식까지 생겨났다. 다행스러운 점은 오리지널 펜 스테이션 맞은편에도 그 우아한 건축적 유전자를 지닌 건물이 있었다는 것. 현재까지도 건재해 우체국으로 사용되던 제임스 A. 팔리 빌딩(James A. Farley Building)이다. 이는 오리지널 펜 스테이션의 완공 후 같은 건축가들이 지은 것으로 1914년에 오픈했다. 바로 이 건물이 초특급 리노베이션을 거쳐 오늘날 펜 스테이션의 오른팔인 모이니핸 트레인 홀로 탄생한 것이다. 기차 홀의 이름은 1990년대 초 이 리노베이션 아이디어를 처음 낸 상원의원 대니얼 P. 모이니핸(Daniel P. Moynihan)의 이름에서 가져왔다.
사실 제임스 A. 팔리 빌딩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8번가와 9번가 사이, 31번 스트리트와 33번 스트리트의 슈퍼 블록 두 개를 차지하는 초대형 건물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과제였다. 2016년, 프로젝트를 다시 수면 위로 올린 이는 뉴욕 주지사 앤드루 M. 쿠오모(Andrew M. Cuomo). 공기업과 사기업이 함께 윈윈하는 모습으로 건물과 기차 홀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희망은 현실이 됐다. 빌딩은 철도 서비스 외에도 쇼핑, 다이닝 등 다양한 목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장소로 기능할 것이다. 현재 건물은 모이니핸 트레인 홀 위주로 열려 있지만 올 하반기에는 남은 6만8,000 터에 여러 매장이 들어서게 되며, 이미 확정된 페이스북을 비롯해 차차 여러 회사의 오피스 공간으로도 자리 잡을 예정이다.
“이곳은 뉴욕 시민의 삶의 개선과 부활을 약속하고, 앞으로 주어질 기회를 암시합니다.”
뉴욕 주지사 앤드루 M. 쿠오모

중앙 홀의 시계는 네 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약 8m 높이에 걸려 어디서나 잘 보인다.

스틸 기둥과 연결된 대리석 베이스. 포인트로 사용한 대리석은 이탈리아산 코벨라노 실버 대리석(Covelano Silver marble)이다.

열차 플랫폼을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정면에 보이는 대리석은 이탈리아산 코벨라노 실버 대리석이다.

새 시대가 원하는 편의와 럭셔리
그러고 보면 모이니핸 트레인 홀은 오늘날 건축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개념인 역사적 건축물 재사용의 대표적 사례다. 리노베이션은 이 100년 넘은 건물이 본디 지니고 있던 1만8,580㎡의 스톤 파사드, 700개의 유리창, 구리 지붕, 웅장한 스틸 트러스와 테라코타 천장 돌림띠 등을 완벽하게 복원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세계적 건축 사무소 SOM(Skidmore, Owings & Merrill)이 키를 잡았고, 이들은 과거 펜 스테이션으로부터 사람들이 기억하고 싶은 요소들을 현대적이고 절제된 우아함으로 풀어냈다.
현재 펜 스테이션과는 현저히 차이가 나는 모이니핸 트레인 홀의 넉넉하고 여유로운 공간 구성, 빛이 부유하는 환경은 자연스레 안전과 위생의 감각을 상기시킨다. 중앙 홀은 시선을 가로막는 기둥이 없어 더욱 넓고 쾌적하다. 그 안에서 바닥과 벽을 이룬 퀘이커 그레이 대리석(Quaker Grey Marble)은 은은한 빛과 함께 따뜻한 느낌을 만들어준다. 이 대리석은 100년 전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을 위해 사용한 테네시산 대리석과 원산지가 같다. 세월이 흘러도 그 견고함이 변함없는 미국산 대리석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간을 빛으로 가득 차게 하는 28m 높이 유리 천장은 전체 면적이 무려 4,046㎡다. 자동으로 작동하는 조명이 둘러 있어 시간대에 따라 빛의 조도가 달라진다. 저녁 러시아워에는 보다 따스한 하얀색 조명이 들어온다. 부드럽고 따뜻한 빛을 뿜는 것은 중앙 홀 중심에 놓인 시계도 마찬가지다. 네 개의 대칭면을 지닌 이 시계는 피터 페노이어 아키텍츠(Peter Pennoyer Architects)에서 디자인했다. 노스탤지어를 자아내는 매력적인 서체 디자인은 길과 철로의 신호 체계에서 가져왔다.

티켓 발매를 마친 승객들을 위한 대기실에 걸린 작품 / Stan Douglas, 1 March 1914 and 2 March 1914, from Penn Station’s Half Century, 2020, Ceramic ink on glass. One of nine photographic panels from Penn Station’s Half Century, Commissioned by Empire State Development in partnership with Public Art Fund for Moynihan Train Hall ©Stan Douglas. Courtesy of the artist, Victoria Miro and David Zwirner. Photo: Nicholas Knight, courtesy Empire State Development and Public Art Fund, NY

미술관 부럽지 않은 예술적 경험
영구 설치되는 예술 작품에도 특별히 정성을 기울였다. 뉴욕의 높은 예술적 기준을 만족시키는 세 그룹의 작품들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들과 협업한 결과다. 우선 로그웰 그룹(The Rockwell Group)이 디자인한 티켓 구매 승객용 대기실(Ticketed Waiting Room)을 보자. 견고한 호두나무로 완성한 빌트인 벤치 배경으로 캐나다 출신 아티스트 스탠 더글러스(Stan Douglas)의 작품이 걸렸다. ‘펜 스테이션의 반 세기(Penn Station’s Half Century)’ 시리즈다. 작가는 오리지널 펜 스테이션에서 벌어진 중요한 순간들을 오늘날 공연자들의 사진과 합성해 현대적으로 재창조해 작품 9점을 완성했다. .
그런가 하면, 31번 스트리트 중간 지점의 입구에는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스칸디나비안 아티스트 듀오 엘름흐레인 & 드라그세트(Elmgreen & Dragset)의 ‘Hive’를 만날 수 있다. 종유석처럼 뒤집혀 천장에 매달려 있는 작품은 약 100개의 빌딩이 이룬 도시 경관. 작가들이 거울처럼 반짝이는 재료로 베이스를 만들고 그 위에 작품을 올린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방문객이 그 안에 자신을 투영시키며 가상의 도시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면 해서다. 제목이 ‘벌집’인 이유는 도시가 결국 여러 사람이 함께 살기 위해 특정 룰을 수용함으로써 완성되는 거대한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의미다. 

천장 프레스코화와 스테인드글라스의 형식으로 현대 흑인들의 모습을 담았다. / Kehinde Wiley, Go, 2020 © Kehinde Wiley. An original work of art commissioned by Empire State Development in partnership with Public Art Fund for Moynihan Train Hall. Photographer: Nicholas Knight.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Sean Kelly, New York, Empire State Development and Public Art Fund, NY

맞은편 33번 스트리트의 중반 입구에서는 과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초상화를 그린 것으로 잘 알려진 미국 화가 케힌데 와일리(Kehinde Wiley)의 천장 프레스코화가 있다. 타이틀은 ‘Go’. 작가는 이번 회화에서는 컨템퍼러리 아트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스테인드글라스를 사용하고 천장 프레스코화의 형식을 취해 역사적 공간과의 소통을 꾀했다. 그 대신 그림 속에는 전통 프레스코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천사들이 아니라 하늘 위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현대적 흑인 남성과 여성들이 있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건 가장 순수한 즐거움이다. 
“흑인 문화의 미는 모든 엄청난 것들이 일어나는 와중에도 생존하는 미, 낙관하는 미, 두드러지는 미, 그리고 떠오르는 미입니다.”
아티스트 케힌데 와일리
뉴요커들은 모이니핸 트레인 홀이 더 많은 변화를 불러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의 음침한 펜 스테이션의 공간 리노베이션, 복잡한 철로의 개선 같은 철도 서비스 관련 변화의 촉매는 물론이고, 이웃한 첼시, 헬스 키친, 가먼트 지구, 타임 스퀘어와 미드타운을 잇는 역동적인 다리가 되어주길 바라는 것이다.
변화는 시작되었다. 덕분에 우리는 뉴욕에서 더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뉴욕에서 머물 곳: 롯데뉴욕팰리스
롯데뉴욕팰리스는 19세기 말에 지은 금융가 헨리 빌라드의 맨션과 55층의 현대식 타워가 공존하는 호텔이다. 미국 드라마 <가십 걸>을 비롯해 여러 영화에 등장하며 뉴욕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총 909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15세기 이탈리아 대성당을 모티프로 한 아름다운 정원과 레스토랑 빌라드, 고급 살롱인 래리티스, 칵테일 바 트러블스 트러스트 등 레스토랑과 바를 갖추고 있다.

주소 455 Madison Avenue at 50th St., New York
전화 +1-800-804-7035
홈페이지 www.lottenypalace.com
2021. 6 에디터:정재욱
글: 한예준

Where to st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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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6
  • 에디터: 정재욱
    글: 한예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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