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2개 층으로 이루어진 ‘TRANSCENDENCE’. Courtesy SUMMIT One Vanderbilt

상공 위의 사색, 서밋 원 밴더빌트
맨해튼에 다섯 번째 전망대가 추가됐다. 피오르처럼 차분한 사색의 시간을 제공하는 곳, 바로 노르웨이 건축회사 스뇌헤타가 설계한 ‘서밋 원 밴더빌트’다.
맨해튼에 ‘서밋 원 밴더빌트’(이하 서밋)의 오픈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 하나. 전망 시설이 다시금 새로운 어트랙션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뭔가 전통적으로 전망대에 기대하던 기능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맨해튼은 때아닌 전망대의 풍요를 누리고 있는 도시. 허드슨 야드에 아찔한 삼각 덱 전망대 ‘엣지’가 등장하고 그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듯한데, 얼마 전 미드타운의 원 밴더빌트 빌딩에서 ‘서밋’을 공개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들 신규 전망대에는 공통점이 있다. 방문객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종류의 스릴을 맛보게 하는 것이다. 이는 높이는 물론 형식과 재료 면에서도 더욱 도전적이고 과감해지는 현대 건축의 특징과 맞물린다. 결국 우리가 발 딛고 서는 최신 전망대들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모던 건축과 엔지니어링, 테크놀로지의 결정체인 셈이다.  

카페 ‘APRÈS’의 실내는 북유럽 스키 산장에서 영감을 얻어 캐주얼한 분위기로 디자인되었다. Photo by Michael Grimm

서밋은 원 밴더빌트 빌딩 내 전망 복합 시설이다. Photo by Michael Grimm

미드타운에서 가장 높은 뷰를 제공하는 93층의 카페 ‘APRÈS’. Photo by Michael Grimm

원 밴더빌트의 화룡점정
밴더빌트가에 있는 초고층 오피스 타워 원 밴더빌트는 최근 내부 4개 층을 아우르는 전망 복합 시설 서밋을 공개했다. 2020년 완공 후 1년도 더 지난 시점이다. 화룡점정이란 바로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 원 밴더빌트는 427m 높이로 맨해튼에서는 네 번째, 미드타운에서는 첫 번째로 높다. 원 밴더빌트는 롯데월드타워와 도쿄 롯폰기힐스, 뉴욕 허드슨 야드 등을 설계한 뉴욕의 건축회사 KPF에서 맡았지만, 그 위의 서밋은 노르웨이 오슬로 기반의 건축회사 스뇌헤타에서 완성했다. 스뇌헤타는 노르웨이 국립 오페라하우스, 뉴욕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9·11 메모리얼 뮤지엄 파빌리온,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신관 등 명상적 아름다움을 지닌 공간을 선보여온 바 있다.
굳이 세계적 건축 사무소 두 곳으로 역할을 나눈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건물 소유주인 부동산 개발 회사 SL 그린의 회장 마크 홀리데이는 앞서 CNN과 한 인터뷰에서 뉴욕 시티의 전경을 활용해 ‘생애 최고의 인터랙티브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도대체 무엇이 다르다는 걸까?

온통 거울로 이루어진 ‘TRANSCENDENCE’. Photo by Michael Grimm

실시간 하늘의 컬러와 톤, 밝기를 재창조하는 빛의 홀(Hall of Light). Photo by Michael Grimm

감각을 리셋하는 경험
서밋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는 독특하게도 옆 건물인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중앙 홀을 거쳐 지하로 내려가 탑승한다. 랜드마크 속 또 다른 랜드마크로 들어서는 흥분도 잠시. 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복도는 칠흑 같은 어둠이다. 당혹스럽다. 번개 치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가끔 틈새로 들어오는 가느다란 빛에 의지해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감각이 깨어나는 경험. 알고 보면 이 설정은 소란스러운 바깥세상을 잊고 이제부터 펼쳐질 신세계를 받아들이기 위한 리셋 과정이다. 당신은 이미 서밋의 세계로 들어선 것이다.

쿠사마 야요이의 ‘Clouds’ 작품으로 연출한 갤러리. © Snøhetta

모든 것이 거울에 반사되어 화려한 야경과 어우러진 전망대 © shutterstock

엘리베이터를 타고 91층까지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43초. ‘빛의 홀’에서는 실시간 하늘의 색과 톤을 반영해 표현되는 화려한 조명이 번갈아 바뀌면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이윽고 다다른 곳은 말 그대로 아트 갤러리다. 여기에서부터 3개 층에 걸쳐 뉴욕 기반의 아티스트 겐조 디지털(Kenzo Digital)이 기획한 몰입형 아트 설치 전시 ‘AIR’를 만나볼 수 있다. 서밋의 특별함 중 하나다. 뉴욕 5개 자치구를 아우르는 시원한 파노라마 뷰를 단독 주연으로 제시하기보다는 오히려 무대로 활용,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처음 들어선 갤러리는 천장과 바닥은 물론이고 사방이 온통 거울로 이루어졌다. 반사된 도시 풍경과 함께 무한대로 확장하는 스스로를 발견한 사람들은 경계도 구조도 없는 가운데 끝없이 위로 상승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곳을 계획한 겐조 다카시는 서밋의 오프닝 세리머니에서 말했다. 도시의 오아시스로서 “현실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을 느끼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라고. 이곳에서만큼은 스마트폰 세상보다 더 화려한 현실의 생생한 감각을 느껴보라는 의미다. 2개 층에 걸쳐 이루어진 이 거울의 방 ‘TRANSCENDENCE’ 외에도 주변을 반사하는 구체들(orbs)이 떠다니며 몽환적 느낌을 연출하는 ‘AFFINITY’, 구름의 형상을 이용해 방문객의 초상화를 실시간 그려내는 월 디스플레이 ‘UNITY’ 등이 마련되어 있다.

건물 외벽을 오르는 유리 엘리베이터 ‘ASCENT’. Courtesy SUMMIT One Vanderbilt

스릴과 고요의 교차 지점
이쯤 되면 누군가 슬며시 아티스트 쿠사마 야요이를 떠올릴 것이다. ‘호박’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반복과 무한 확장을 콘셉트로 한 그의 ‘무한 거울의 방' 아니던가. 아니나 다를까. 또 하나의 갤러리는 오직 쿠사마 야요이의 설치 작품을 위한 곳이다. 바닥에 깔린 메탈릭한 ‘Clouds’(2019년) 조각들이 이전 공간과는 달리 차분한 명상적 시간을 제공한다. 높은 고도가 전해주는 짜릿한 스릴 말고도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고요함이 있지 않던가. 바로 그 평온함에 대한 주목. 이것이 서밋의 두 번째 특별함이다. 스뇌헤타는 갤러리 간 연결 통로 역시 차분하고 연속적 느낌으로 연출해 드라마틱한 뷰와 고요함 사이의 균형을 꾀했다.
최상층인 93층 역시 아래 층들의 떠들썩한 전시 이벤트에 비하면 오히려 차분하고 사색적인 느낌이 든다. 아프레스 카페와 ㄱ자형 야외 테라스인 서밋 테라스로 구성된 이곳에서는 쉐이크쉑 버거를 설립하기도 한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 사업가 대니얼 메이어의 유니언 스퀘어 이벤트 팀이 제공하는 칵테일과 음식 메뉴를 맛볼 수 있다. 경치가 빼어난 높은 산 위의 스키 산장에서 영감을 얻어 꾸민 덕분에 의외로 따뜻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풍긴다.

외부에서 바라본 서밋 © shutterstock

아직 하이라이트가 남아 있다. 전체를 투명한 유리로 만든 엘리베이터 ‘ASCENT’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랙앤피니언(rack and pinion, 톱니바퀴와 톱니 막대가 맞물려 돌아가는) 엘리베이터로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상상할 수 있겠는가? 당신은 지금 맨해튼의 중심, 300m 넘는 상공 위에 떠 있다. 그 무엇도 당신을 가로막지 않으며, 온 세계의 중심은 당신이다. 놀라운 일은 바로 그때 일어난다. 경탄이 절로 터져 나오는 황홀한 경치 앞에서 우리는 오히려 스스로의 내면에 집중하게 되는 것.

주소 45 E 42nd St., New York
홈페이지 summitov.com

Courtesy SUMMIT One Vanderbilt

뉴욕에서 머물 곳: 롯데뉴욕팰리스
롯데뉴욕팰리스는 19세기 말에 지은 금융가 헨리 빌라드의 맨션과 55층의 현대식 타워가 공존하는 호텔이다. 미국 드라마 <가십 걸>을 비롯해 여러 영화에 등장하며 뉴욕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총 909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15세기 이탈리아 대성당을 모티프로 한 아름다운 정원과 레스토랑 빌라드, 고급 살롱인 래리티스, 칵테일 바 트러블스 트러스트 등 레스토랑과 바를 갖추고 있다.

주소 455 Madison Avenue at 50th St., New York
문의 +1-800-804-7035
홈페이지 www.lottenypalace.com
2022. 1 에디터:정재욱
글: 한예준
자료제공: 스뇌헤타, 서밋 원 밴더빌트

Where to st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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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1
  • 에디터: 정재욱
    글: 한예준
  • 자료제공:
    스뇌헤타, 서밋 원 밴더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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