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제주 겨울 여행 마무리는 동백꽃
제주의 2월은 만개한 동백꽃을 볼 수 있는 시기다. 제주 여행 중이라면 서귀포 일대 동백꽃 명소를 찾아 인생 사진을 남겨보자.
지난 계절이 푸르고 따뜻해서일까. 제주도의 겨울은 다른 계절에 비해 더욱 황량하고 스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게다가 바람이 거세고 날씨가 흐려 체감온도가 영하를 밑도는 날이 많다. 그런 제주의 거리를 걷다가 붉은 동백꽃을 만나면 반갑기만 하다. 하얀 눈 속에서도 생기를 잃지 않고 버티고 있는 모습이 경이롭고 보는 이로 하여금 치유와 위로를 건네주는 듯하다. 동백꽃은 매서운 겨울을 함께 버티는 든든한 이웃 같은 꽃이다.
동백꽃

애기 동백부터 홑동백까지, 다 같은 동백이 아니다
동백꽃에는 향기가 없다. 만개한 동백꽃 사이를 걸어도 코끝에 닿는 향기는 무취에 가깝다. 반면에 색은 자기주장이 분명하다. 동백꽃의 선명한 붉은색은 흐린 날이 많은 제주의 잿빛 겨울에 유독 도드라져 보인다. 봄의 유채, 여름의 수국, 가을의 억새가 지나간 자리에서 제주의 긴 겨울 내내 거의 석 달 이상 즐길 수 있는 동백은 따뜻한 남쪽 지역에서 자라는 꽃이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수백 종이나 되는 동백이 존재한다고 한다. 꽃의 색깔도 빨강, 분홍, 자주, 하양의 단색 품종부터 두 가지 색이 어우러져 일종의 무늬처럼 보이는 점무늬, 줄무늬 패턴을 띠는 품종 등 무척 다양하다. 그중 제주도에서는 핑크빛 애기 동백과 붉은 토종 동백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 애기 동백은 12월부터 2월까지 꽃을 피우며, 토종 동백은 3월부터 4월까지 만개한다. 겨울 꽃이자 봄꽃인 셈이다.
동백꽃

동백꽃

겨울이 지나면서 제주 곳곳에서 동백꽃을 볼 수 있다.

겨울 동안 제주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애기 동백은 일본에서 원예용으로 개량되어 우리나라로 건너왔다. 애기 동백은 겹동백이다. 겹겹이 쌓인 꽃잎이 뒤로 누울 만큼 크게 피고, 한 겹 한 겹 떨어지며 진다. 반면 제주도 토종 동백은 홑동백이다. 3월에서 4월 사이에 만개한다. 만개했을 때에도 봉오리를 모두 틔우지 않고 꽃잎이 반 정도만 벌어져 있다가 질 때는 꽃송이가 통째로 떨어진다. 겹동백이 떨어진 자리는 꽃잎이 켜켜이 쌓여 마치 주단을 깐 것처럼 붉게 빛난다. 반면 홑동백이 꽃송이째 떨어진 자리에서는 꼿꼿한 기품이 느껴진다. 토종 동백꽃은 제주 4·3 사건의 상징이기도 하다. 4·3 사건 70주년을 맞은 2018년에는 도(道) 차원에서 동백꽃 추모 배지를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4·3 사건 당시 제주 곳곳에서 소리 없이 희생된 이들의 모습이 송이째 차가운 땅에 떨어진 동백꽃을 연상케 한다고 제주도는 설명했다.
동백꽃

크고 붉은 꽃은 새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다. 꿀의 양도 많아 동박새가 즐겨 찾는다. 동백과 동박은 공생 관계다. 동백이 우거진 곳에서는 벌 대신 새소리가 들린다. 동백나무 사이를 거닐다 작고 노란 동박새를 만나는 것은 소소한 기쁨 중 하나지만 작고 날랜 탓에 모습을 쉬이 보여주지 않는다.
동백나무 한 그루에는 수백 송이 꽃이 앞다투어 핀다. 그래서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종종 마음이 벅차오른다.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룬 곳에서 나무마다 꽃들이 쏟아지듯 핀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다. 화려한 무도회를 보는 것 같다. 서귀포에는 이런 동백나무 군락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카멜리아 힐, 휴애리 등 전통적으로 유명한 식물원부터 자체적으로 크고 작은 동백나무 숲을 조성해둔 카페까지. 서귀포 어디를 가더라도 동백나무를 감귤나무처럼 흔히 볼 수 있지만, 본격적인 꽃구경을 원한다면 서귀포 중에서도 남원읍을 추천한다.
동백꽃

위미동백나무군락에는 돌담을 따라 붉은 동백꽃이 늘어서 있다.

위미동백나무군락과 토종 동백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 자리한 위미동백나무군락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열일곱 살에 결혼해 위미리에서 살기 시작한 현맹춘 할머니(1858~1933)가 평생 모은 돈으로 황무지를 산 뒤 땅을 일구며 바람을 막기 위해 한라산의 동백 씨앗을 따다가 뿌렸고, 그렇게 100년이 지나 울창한 동백나무 숲이 만들어져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자연유산 기념물로 지정된 것이다. 군락 입구에 들어서면 돌담을 따라 거대한 동백나무가 연이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토종 동백나무로 가득 찬 이곳은 꽃이 필 때나 질 때나 기묘한 매력을 뽐낸다. 바람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한 곳답게 마치 벽처럼 느껴질 만큼 나무의 밀도가 높은데, 그 사이사이로 붉은 동백꽃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꽃이 질 때는 도로변이 반쯤 핀 꽃송이로 가득하다.
동백꽃

동백꽃

거리 곳곳에서도 동백이 보인다.

현재 위미동백나무군락은 외부에서만 볼 수 있으며, 아쉽게도 내부는 개방되어 있지 않다. 한동안 감귤 하우스 농사를 짓다가 최근 모두 철거하고 새로 동백나무를 식재하며 탐방로를 조성 중인 까닭이다. 오래 자란 동백나무는 멀리서도 보일 만큼 키가 크고 꽃은 경계가 없이 핀다. 그러니 담 너머로 보는 것만으로도 사실은 충분하다. 그 대신 찾아가 볼 만한 곳으로 제주동백수목원이 있다.
위미동백나무군락에서 약 700m 거리에 위치한 이 수목원은 현맹춘 할머니의 고손자가 조성한 곳이다. 무려 4대를 이어온 동백 사랑이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중앙로300번길 23-7
동백꽃

제주동백수목원의 잘 정돈된 동백나무 행렬

동백꽃

동백꽃

다양한 색의 동백이 있다.

제주동백수목원과 애기 동백
제주동백수목원은 애기 동백나무 군락지다. 애기 동백은 11월 말부터 피기 시작해 1월에 절정을 맞는다. 수목원도 이에 맞춰 겨울에만 한정적으로 운영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유지였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소정의 입장료를 받으며 관람을 허가하고 있다. 카멜리아 힐, 휴애리 등 동백을 볼 수 있는 다른 관광지도 많지만 수령 45년 이상의,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애기 동백나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제주동백수목원의 강점이다. 다만 매년 입장료의 상승 폭이 매우 가파른 점은 아쉽다.
내부에 들어서면 동그랗게 잘 손질된 동백나무 사이로 운치 있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 동백이 가득 차 있다. 만개한 동백에서 겨울답지 않은 생명력이 느껴진다. 문득 봄이 왔나 싶다가도 고개를 들어 보면 멀리 눈 덮인 한라산의 백록담이 눈에 들어온다.
중간중간 포토 스폿도 잘 마련되어 있다. 굳이 멍석을 깔아준 자리가 아니더라도 연인과 가족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방법으로 추억을 남기는 데 여념이 없다. 만면에 가득한 미소와 해맑은 웃음소리가 동백을 타고 번진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경험한 이후 사람들이 많은 곳을 의식적으로 피해왔고 어쩔 수 없이 붐비는 곳을 찾게 되면 다소 조심스럽기도 했는데, 여기서는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다. 이토록 많은 사람이 이렇듯 한결같이 환하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 것이 정말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929-2
문의 +82-64-764-4473
인스타그램 @jeju_camellia_arboretum
동백꽃

남원읍에는 마을마다 다양한 동백나무가 있다.

신흥리 동백마을과 동백 체험
동백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동백마을을 찾아보자. 3월부터 4월까지 피는 토종 동백이 대규모 군락을 이루는 곳으로, 마을이 생긴 지 30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2007년 주민들이 토종 동백나무를 심고 ‘동백마을’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제주도 지방기념물 제27호로 지정된 동백나무 군락을 만날 수 있다. 마을 가로수도 동백나무라 꽃이 만발한 3~4월에 신흥리를 찾으면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장관을 목도할 수 있다.
동백마을에서는 단순히 동백을 눈에 담는 것 외에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봄에 피어 ‘춘백’이라 불리기도 하는 토종 동백나무에서는 식용 가능한 동백 열매가 열린다. 열매가 완전히 익어 나무에서 떨어지면 마을 사람들이 아침저녁으로 한 알 한 알 주워 모아 기름을 짠다. 동백마을방앗간에서 생산된 생동백 오일을 활용한 동백 비누 만들기 체험, 식용 동백 기름을 맛볼 수 있는 동백 음식 체험 등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연인이나 친구, 가족들과 작은 기념품을 직접 만들며 특별한 추억을 쌓는 것도 좋겠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신로531번길 22-1 동백마을 방문자 센터
롯데호텔 제주

롯데호텔 제주

롯데호텔 제주

제주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 제주
롯데호텔 제주는 500개의 객실을 갖춘 리조트 호텔로 중문관광단지에 자리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리조트 호텔 ‘더 팰리스 오브 더 로스트 시티’를 모델로 한 설계와 제주 천혜의 자연이 어우러져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 난다. 호텔 셰프들이 엄선한 최상의 제주 현지 식자재로 요리한 140여 종의 메뉴를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더 캔버스(THE CANVAS)’에서 맛볼 수 있다. 사계절 온수풀과 헬로키티 캐릭터 룸 등 다양한 시설로 가족과 연인에게 사랑받는 호텔이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72번길 35
전화 +82-64-731-1000
홈페이지 롯데호텔 제주
2023. 2 에디터:정재욱
글: 정다운
포토그래퍼:박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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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 2
  • 에디터: 정재욱
    글: 정다운
  • 포토그래퍼: 박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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