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STYLE

세상에서 가장 기발하고 예술적인 만찬
음식을 만들어 먹는 단순한 과정에 상상력이란 재료를 첨가하면 특별하고 독특한 만찬이 된다. 평소 접할 수 없었던 실험적인 정찬! ‘슈텐바이저스 익스피리멘탈 개스트로노미’가 보여주는 세상에서 가장 기발하고 예술적인 만찬.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미식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2017년 10월 6~8일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한 음식 축제는 평소 접할 수 없던 비건 메뉴와 파격적인 플레이팅으로 가득했다. 여러 개의 포크가 서로 체인처럼 연결되는가 하면, 50cm에 가까운 긴 호두나무 스푼 위에는 토마토 프티 파르시(Petits Farcis)가 아슬아슬하게 담겼다. 그야말로 틀을 깨는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정찬! 바로 ‘슈텐바이저스 익스피리멘털 가스트로노미(Steinbeisser's Experimental Gastronomy, 이하 슈텐바이저)’의 풍경이다. 

“평범한 16세 소녀와
사회적으로 아주 부유한 80대 커플이
나란히 앉아 모험하듯 식사를 즐기는 모습,
그것이 바로 슈텐바이저가
목표로 하는 지점이에요.”
이 이벤트가 단순히 맛 좋은 음식을 선보이는 데 그친다면 전 세계 음식 축제와 크게 다를 바 없을지 모른다. 행사가 주목받는 데에는 예술가들의 식기가 한몫한다. 뭉게구름이 연상되는 입체적 접시에 아티초크와 올리브를 얹고, 조각난 접시들을 자유자재로 포개고 늘어뜨려 타파스 메뉴를 내놓는다. 어디 식기뿐일까. 행사의 화룡점정은 커틀러리다. 스푼에는 선인장 가시처럼 여러 갈래 돌기가 나 있어 음식을 뜨는 데 여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게 아니고, 이 외에도 삽과 작은 총을 모티프로 한 스푼, 재봉 가위를 활용한 스푼, 포크 상부에 현미경을 단 커틀러리도 있다. 어떻게 쥐고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식사 자체를 새롭게 받아들이고 시도해야 하는 낯선 경험이 바로 슈텐바이저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 Eric Wolfinger for steinbeisser.org

2009년 요우 비인스마(Jouw Wijnsma)과 마르틴 쿨리크(Martin Kullik)가 의기투합해 설립한 슈텐바이저는 음식과 관련한 일종의 크리에이티브 집단이다. 이들은 2012년부터 ‘실험적인 미식을 즐긴다’는 슬로건 아래 ‘익스페리멘털 가스트로노미’라는 독특한 음식 축제를 열어왔다. 암스테르담에서 고정적으로 매년 1회, 식문화가 발달한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매년 2회 열린다. 특히 셰프와 아티스트의 협업으로 유명한 이 프로젝트에는 철저한 기본 원칙이 있다. 모든 식자재와 음료는 엄격하게 채식, 비건 식단으로 구성하며, 특히 로컬 푸드와 바이오다이내믹 재료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협업을 이룰 아티스트들이 보내온 식기와 커틀러리 디자인을 받아 든 셰프들은 그것에 어떤 음식을 담을지 레시피를 고민한다.

© Fabian Haefeli for steinbeisser.org

아티스트를 선정하는 데도 명확한 기준이 있다. 기본은 ‘음식을 즐기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일러주거나 미식의 경험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디자인이어야 하며, 정형화된 식사 룰을 따른 식기와 커틀러리는 제한한다는 것. 셰프와 아티스트의 협업 아래 제공되는 식사는 그야말로 디자인, 미식, 자연 3박자가 균형을 이루는 매력적인 경험을 선물한다. 단 5년 만에 전 세계 미디어의 높은 호평을 얻어왔으며, “경험적인 축제”(<더 뉴요커>), “생각을 위한 음식”(<인디펜던트>) 등의 수사가 뒤따랐다.

© Tina Sturzenegger for steinbeisser.org

슈텐바이저는 2017년 론칭한 온라인 쇼핑몰 Jouw를 통해 행사 이후 아티스트와 대중을 지속적으로 연결하는 플랫폼도 선보였다. 이 쇼핑몰에서는 지난 5년간 25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선보인 작품을 쉽게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다. 이 행사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그들이 궁긍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무엇일까? 공동 대표 마르틴 쿨리크(Martin Kullik)가 이 모든 궁금증에 답했다.

© Caroline Prange for steinbeisser.org

Q. 검색을 해봐도 ‘슈텐바이저’에 대한 명확한 의미를 찾을 수 없던데, 어떤 뜻이 담겨 있나요?
A. 어렸을 때 읽은 소설 <네버 엔딩 스토리>에 나오는 몬스터의 이름이에요. 슈텐바이저는 돌을 먹는 괴물로, 우리가 미식과 예술을 연결시켜주는 독특한 방식을 담은 상징적인 의미예요. 사람들이 우리의 낯선 음식을 먹는 행위를 돌이라는 딱딱하고 낯선 이물질을 한 번쯤 베어 먹어본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싶었어요.
Q. 슈텐바이저는 어떤 집단이며,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A. 저와 제 파트너가 공동 대표로 운영하고 있으며, 푸드 이벤트마다 게스트 셰프와 그릇을 디자인하는 아티스트를 선정해요. 셰프는 보통 행사당 3명 정도 섭외하는데, 그중 한 명은 미쉐린 셰프와 같이 유명한 사람을 포함합니다.

© Caroline Prange for steinbeisser.org

Q. 유기농과 비건, 바이오메트릭 푸드를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열일곱 살 때부터 채식주의자로, 비건으로 생활하면서 식당에서 메뉴를 따로 주문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특별한 주문을 통해 음식을 맛볼 때면 마치 집에서 음식을 먹는 느낌을 받았지요. 슈텐바이저가 제공하는 페스티벌 정찬에서는 게스트가 그런 편안함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습니다.
Q. 슈텐바이저스 익스피리멘털 가스트로노미가 진행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우리는 대체로 본능에 기대는 편이에요. 과거 경험했던 레스토랑을 토대로 평소 접하고 싶던 음식을 찾아가 맛보며 셰프를 선정합니다. 그 가운데는 비건 요리만 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고사하는 이도 많습니다. 셰프가 결정되면 그때부터 구체적으로 섬세하게 행사 큐레이팅을 시작합니다. 우리 주변의 아티스트 작품을 사진으로 담아 셰프에게 전달하고, 시제품을 보내기도 하죠. 셰프와 아티스트가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어떤 음식을 만들지, 어떻게 디자인하는 것이 더 나을지 협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박주형 작가의 커틀러리

Q. 전 세계 여러 음식 축제가 있는데, 이들과 슈텐바이저를 구분 짓는 특징은 무엇일까요?
A. 음식을 즐기는 행위에 창조적 방법을 제시하는 행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찬은 보통 6~8가지 테이스팅 코스로 진행하는데, 매번 다른 요리를 받아 든 게스트는 어떻게 먹어야 할지 끙끙대며 난감해하죠. 문제를 풀 듯, 자신만의 방식으로 답을 찾아보는 음식 축제가 바로 슈텐바이저만의 특색이 아닐까 싶어요. 보통 식사당 50~60명의 게스트가 참석하며, 열리는 도시에 따라 식사 가격도 다릅니다.
Q. 아티스트를 선정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A. 자연 재료만 쓰거나 리사이클이나 업사이클 작업 방식을 추구하는 작가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지속적으로 쓰임 가능한 작품, 틀에 박히지 않는 디자인, 때로는 어떻게 식사를 해야 할지 몰라 게스트들을 놀랍고 화나게 만들기도 하는, 그런 작가를 선호합니다.

토노 페레즈(Tono Perez)의 티팟

Q. 지난 5년간 많은 정찬을 기획했는데,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나 식사가 있나요?
A. 2년 전 아티스트 닐스 힌트(Nils Hint)가 소개한 커틀러리가 생각나네요.펜치, 스패너 등 다양한 연장에 포크, 스푼, 나이프를 한데 연결한 작품이었는데, 너무 크고 무거워 하나의 기능을 이용하는 동안 다른 커틀러리는 식탁 바닥에 두고 고개를 낮춰 사용해야 했어요. 너무 비효율적이라 게스트의 원성이 자자했는데, 점차 그 커틀러리에 익숙해지면서 서로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보다 사교적이 되더군요.우리가 추구하는 식사와 사람 간의 ‘연결 고리(conection bits)’를 제공했다는 면에서 만족스러웠습니다.

Q. 한국 작가의 작품도 소개된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A. 박주형, 김희주, 공새롬 총 3명이 참여했는데, 그들 모두 주얼리 아티스트였어요. 그들은 모두 식기를 디자인했고 반응도 꽤 좋았죠. 특히 슈텐바이저의 5주년 행사에서 소개한 박주형 작가의 우든 커틀러리는 게스트들의 구입 문의가 많았던 걸로 기억이 나요.

마리 에크룬드(Marie Eklund)의 커틀러리

© Caroline Prange for steinbeisser.org

Q. 슈텐바이저 익스피리멘털 가스트로노미를 찾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A. 다양한 연령대와 여러 직군의 사람이 모여요. 그중 한 16세 소녀가 우리 게스트의 성격을 대표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녀는 요리사와 파인 다이닝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소녀로 매년 50유로씩 돈을 모아 한 번씩 축제를 즐기러 오죠. “돈이 별로 없지만 비건이 정말 좋아요”라고 말하는 16세 소녀와 사회적으로 아주 부유한 80대 커플이 나란히 앉아 모험하듯 식사를 즐기는 모습, 그것이 바로 우리가 목표로 하는 지점이 아닐까 싶어요. 향후에는 음식을 제공하는 ‘푸더리 센터(Foodery Centre)’와 음식과 농장을 결합한 ‘푸드 앤 파밍(Food & Farming)’을 슈텐바이저의 이름으로 만들길 희망하고 있어요.
2018. 12 에디터:정재욱
글: 박나리
자료제공: 슈텐바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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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12
  • 에디터: 정재욱
    글: 박나리
  • 자료제공:
    슈텐바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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