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STYLE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쓰는 참기름
참기름은 한식에만 어울릴까? ‘넥스트 올리브 오일’을 꿈꾸는 쿠엔즈버킷의 참기름은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
그동안 참기름은 한식에서 꽤 존재감 있는 조연이었다. 나물을 무칠 때나 비빔밥을 만들 때, 참기름 몇 방울만 넣어도 고소한 향이 넘쳐흘렀다. 어린 시절 동네 방앗간에서 참기름을 짜는 날이면 고소한 냄새가 마을 초입부터 풍겨 나왔다. 강한 향의 독보적 존재감. 그래서 참기름은 재료 고유의 맛을 살려야 하는 요리에는 잘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다 샐러드에 사용하는 참기름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취나물과 참나물 같은 한국 나물뿐 아니라 로메인, 루콜라, 케일과도 잘 어우러진다고 했다. 바로 쿠엔즈버킷의 참기름이다.

쿠엔즈버킷 참기름

“기존에 먹던 참기름처럼 향이 강하지 않았고 신선한 참깨의 맛이 그대로 났어요. 이런 참기름을 찾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박정용, 쿠엔즈버킷 대표
고소하지 않은 참기름
“처음부터 참기름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에요. 그저 참기름 짜는 기계에 관심이 많았죠.” 쿠엔즈버킷은 3년여간 지방 특산품 소싱 일을 하던 박정용 대표가 획일화된 국내 참기름 생산 방식에 의문을 품으면서 시작한 사업이다. 식품 산업이 기계화하면서 일반화된 착유법이 바로 고온압착 방식. 참기름은 참깨의 섬유조직으로부터 지방을 분리한 것인데, 물리적 압력만으로 이 둘을 떨어뜨리기는 힘들다. 그래서 참깨를 볶는 과정을 통해 열을 가한다. 이때 온도에 따라 결과물에도 차이가 발생하는데, 높은 온도에서 볶은 참깨는 참기름의 생산 효율이 높고 특유의 고소한 맛과 향이 짙어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소한 참기름이 이렇게 탄생한다. 하지만 높은 열로 인해 참깨가 지닌 좋은 영양소가 함께 파괴되기도 하고, 탄 참깨에서 유해 성분이 발생하기도 하는 등의 단점이 있다.

쿠엔즈버킷의 도심형 공장에서 참기름 제조 공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박정용 대표가 떠올린 것은 저온압착 방식이다. 이는 올리브 오일을 추출하는 방법과 비슷하다. 그는 독일과 덴마크 등의 기계 회사를 직접 방문해 착유 기계를 알아본 후, 가장 적합한 기계를 수입해 2012년부터 1년여간 테스트와 시행착오를 거쳤다. 생산 설비 구축부터 기계의 설정까지 하나하나 새롭게 맞춰나가는 과정이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으나 결과물은 성공적이었다. 자체적으로 도입한 필터로 침전물이 생기지 않았고 색 또한 투명한 노란빛을 띠었다. 깨가 타지 않을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볶아 참깨가 지닌 좋은 영양소의 파괴도 최소화했다. “처음 짜서 맛본 참기름 맛이 너무 좋았어요. 기존에 먹던 참기름처럼 향이 강하지 않았고 신선한 참깨의 맛이 그대로 났죠. 이런 참기름을 찾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고소하지 않은 참기름과 함께 2013년, 역삼동 아파트 단지 내 골목에 작은 규모의 동네 방앗간이자 프리미엄 기름 브랜드 쿠엔즈버킷이 문을 열었다.

도심형 공장 1층 내부

참기름도 기호식품이 될 수 있을까
향이 강하지 않은 쿠엔즈버킷의 참기름을 처음 맛본 손님 중에는 자신이 기존에 알던 참기름과 다르다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 저온압착 방식으로 추출한 참기름은 마치 참깨를 씹는 것과 같은 맛이 난다. 고소함이 강조되는 고온압착 방식과 다르다. 원재료의 맛과 향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박정용 대표는 참기름을 커피에 비유한다. “우리가 커피를 즐기게 되면서 커피가 다양한 맛과 향을 지녔다는 걸 알게 되었잖아요. 같은 품종이라도 산지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사실도요. 깨도 빈(Bean)의 성격과 물성을 띠고 있어요. 커피처럼 품종과 산지에 따라 맛이 다르죠.” 쿠엔즈버킷은 국내 농장과의 계약 재배를 통해 종자부터 재배까지 관리하며 일관된 맛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 전문성 있는 소량 생산으로, 로컬의 색깔이 드러나는 다양한 상품을 만들려고 한다. 현재 쿠엔즈버킷의 상품은 크게 참기름과 들기름으로 나뉘며, 그 안에 볶지 않은 참깨와 들깨에서 착유한 생참기름과 생들기름, 그리고 검은깨를 이용한 검은깨 참기름이 있다.

비건 베이커리 온스(Oon's)의 참깨와 들깨 쿠키도 준비되어 있다.

쿠엔즈버킷의 참기름은 매우 낯설지만, 한번 맛본 사람들은 계속 이곳의 참기름을 찾았다. 이들은 주변에 쿠엔즈버킷을 소개하며 자발적으로 입소문 대열에 합류했다. 현재 일반 가정은 물론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밍글스’와 ‘권숙수’ 같은 한식 레스토랑, 심영순 요리연구가의 ‘담미’ 등에서도 쿠엔즈버킷의 기름을 사용한다. 박정용 대표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먼 미래를 그린다. 참기름이 식물성 건강 오일의 대명사인 올리브 오일을 대신할 ‘넥스트 올리브 오일’이 되는 날을 꿈꾼다. “참기름과 들기름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지방(Fat)’이라는 카테고리가 더욱 전문화되었으면 좋겠어요. 지방을 좋지 않게만 생각하는데, 지방은 사람의 뇌와 성장, 면역력 등을 구성하는 데 기본이 되는 요소잖아요. 사실 외국에는 지방 산업이 굉장히 많이 성장했어요. 질적으로요. 참기름은 올리브 오일만큼이나 건강식품이에요. 우리도 지방의 가치를 새롭게 생각하고 동시에 ‘기호식품’으로서 참기름을 구매하는 시장이 형성되었으면 해요.”

한식과 양식에 두루 활용되는 쿠엔즈버킷 참기름과 들기름 © 쿠엔즈버킷

아침에 짠 참기름을 저녁 식탁에
외국에서도 참기름에 대한 반응이 긍정적이다. 그동안 강한 향 탓에 참기름은 다른 문화권 퀴진에서는 식재료로 즐겨 쓰지 않았다. 그러나 쿠엔즈버킷의 참기름을 테스트해본 서양 셰프들은 쿠엔즈버킷의 참기름을 마치 견과류를 씹는 것과 비슷하다며 친숙해한다고 박정용 대표는 말한다. “식물성 오일이면서도 동물성 지방의 느낌이 있어요. 땅콩 같은 느낌이 나지만 알레르기 제한성이 없기 때문에 땅콩의 대체품으로도 쓸 수 있죠.” 쿠엔즈버킷 참기름의 깻묵으로 만든 스프레드(이들은 ‘깨버터’라고 불렀는데, 현재 판매하고 있진 않으며 쿠앤즈버킷의 매장에서만 시식해볼 수 있다)는 더욱더 땅콩버터와 같은 식감과 맛이 난다. 쿠엔즈버킷은 참기름과 들기름의 활용을 한식에 국한하지 않고 시판용 참기름 바질 페스토를 만드는 등 이수구 셰프와 함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1층에 진열된 참기름과 들기름

2019년 3월 쿠엔즈버킷은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동대문에 ‘도심형 작은 공장’을 만들었다. 지하 1층, 지상 4층의 총 5층 규모로, 방문한 사람들도 참기름과 들기름이 생산되는 전 과정을 볼 수 있다. 공장의 대량생산과 유통 단계를 거쳐 마트에서 구입하는 기름이 아닌 눈앞에서 만든 신선하고 건강한 기름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아침에 짠 참기름으로 저녁 식탁을 꾸리는 생활, 식품을 구매하는 행위가 단순히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만이 아닌 생활의 기쁨이 되는 시대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참기름의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샐러드드레싱으로, 파스타로, 생식으로 먹는 참기름과 들기름, 혹은 차세대 올리브 오일이 궁금하다면 지금 쿠엔즈버킷을 찾아가 보자.

쿠엔즈버킷 참기름으로 요리하는 모습 © 쿠엔즈버킷

쿠엔즈버킷
주소 서울시 중구 광희동 퇴계로64길 5-4
전화 +82-2-538-0441
홈페이지 queensbucket.co.kr
2019. 7 에디터:김혜원
포토그래퍼:박성영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2019. 7
  • 에디터: 김혜원
  • 포토그래퍼: 박성영
  • 트위터로 공유
  • 페이스북으로 공유
  • 핀터레스트로 공유
  • 링크URL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