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STYLE

제철의 맛이 모이는 곳, 마르쉐@
지금 서울에서 가장 맛있는 채소를 맛보려면 마르쉐@ 시장으로 가면 된다. 장 보고 밥을 짓는 일상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과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농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농부들이 이 시장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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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쉐@의 시장 풍경 © 마르쉐@

전날 종일 산을 돌아다니며 딴 토종 다래를 차에 실은 박진호 농부는 아침 8시, 강원도 횡성에서 집을 나섰다. 비슷한 시간, 경기도 가평에서 부모님과 함께 농장을 운영하는 황진옥·유봉호 부부는 3일 전부터 만든 바질 페스토와 밤밀크잼, 레몬 커드, 전날 수확한 토종 오이와 토종 노각, 유정란, 그리고 몇 가지 채소를 차에 실었다. 매월 넷째 주 화요일 11시, 마포구 합정동에서 열리는 마르쉐@의 ‘채소시장@합정’에 출점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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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옥·유봉호 농부. 매진을 앞둔 채소 판매대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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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다래를 손에 든 박진호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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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래의 씨앗

마르쉐@의 시작과 현재
2012년 10월 종로구 혜화동에서 첫 장을 연 마르쉐@은 ‘장터, 시장’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마르쉐(Marché)에 전치사 ‘at(@)’을 더한 것으로, 어디서든 열릴 수 있는 시장을 의미한다. ‘사람, 관계, 대화가 있는 시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우리가 먹고 사용하는 식자재가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작은 시장을 만들었다.
현재 마르쉐@은 다섯 명으로 구성된 기획자 그룹인 ‘마르쉐친구들’이 크게 두 개의 시장으로 나누어 운영한다. 2012년부터 시작해 농부, 요리사, 수공예가가 참여하는 마르쉐@의 대표 시장인 ‘농부시장’과 2019년 4월부터 새롭게 열리기 시작한 ‘채소시장’이다. 농부시장의 경험을 토대로 날씨의 영향을 덜 받는 시장을 만든 것이 바로 채소시장.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농부시장이 ‘햇밀’, ‘뿌리’, ‘풀’ 등 하나의 큰 주제 아래에서 펼쳐지는 축제 같은 시장이라면, 채소시장은 농부 20여 팀과 마르쉐친구들이 초청한 요리사 한 팀으로 구성된 작은 동네 시장이다. 20여 팀의 농부가 각자의 방식으로 키워낸, 가장 맛있는 시기의 채소를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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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농부시장 전경

마르쉐@은 다른 시장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마르쉐@ 농부시장의 출점팀은 농부팀과 요리팀, 수공예팀, 이벤트팀으로 나뉜다. 이들이 시장에서 손님들과 마주하려면 몇 가지 기준에 통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농부팀이라면 지속 가능하고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농법, 자가 채종 농산물, 유전자조작 우려가 없는 농작물을 생산하는 농부일 것. 그리고 시장 판매가 어려운 소규모 생산자의 작물을 우선한다. 음식을 판매하는 요리팀의 기준도 비슷하다. 수입보다 국산 재료 및 도시와 도시 근교 지역에서 재배한 농작물을 활용한 요리와 가공품,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요리여야 한다. 이러한 기준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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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시장@합정. 채소시장은 실내 및 실외 공간을 모두 사용한다.

대화가 오가는 시장
“토종 오이예요. 드셔보셨어요? 그냥 일반 오이처럼 먹으면 되는데, 오이 본연의 향과 맛을 확연히 느낄 수 있어요. 시중에서 파는 오이와 다르죠. 저희 어머니가 수십 년간 채종해온 씨앗으로 오이를 심고 있어요. 수확량이 많지 않아 상업적 판매를 위해서는 심지 않죠. 밭만 차지하니까요. 그래서 많이 못 보셨을 거예요. 저희는 저희가 먹기 위해 심어요.(웃음) 토종 오이로 오이지를 담그면 식감도 훨씬 아삭하고 단단하답니다.”
손바닥만 한 작은 오이에 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마르쉐@은 생산자가 직접 판매에 참여해 손님을 만난다. 농부가 판매까지 도맡는 것이다. 덕분에 농부와 손님은 자유롭게 대화하고 이를 통해 서로를 알아간다. 황진옥 농부가 이어 말했다. “손님들이 대부분 마르쉐@이 어떤 시장인지 알고 오시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어요. 그래서 더 잘 통하는 느낌이죠. 상인과 손님의 관계가 아닌 친근한 이웃 같달까요.” 2015년부터 마르쉐@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박진호 농부도 ‘대화’를 마르쉐@ 시장의 장점으로 꼽았다. “도매로 납품하려면, 열매가 깨끗해야 해요. 약을 사용하며 관행대로 키우라는 거죠. 이곳에서는 대화가 돼요. 어떤 방식으로 키웠는지, 열매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게 자연스럽다는 것을 잘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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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요리사, 수공예가가 함께 만드는 농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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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직접 키우고 만든 음식도 판매한다.

마르쉐@에는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들, 다양한 식문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이들은 농부, 요리사와 만나 땅에 따라 채소의 맛이 달라진다는 것, 같은 작물이라도 모양이 서로 다르다는 것, 이들을 가장 자연스럽게 맛보는 것, 이 모든 것을 대화를 통해 배운다. 시장에서 나눈 대화가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마르쉐@ 시장을 만드는 사람: 마르쉐친구들의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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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연에 따른 변수가 많을 것 같은데, 시장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A. 많죠. 오늘도 새벽에 비가 무척 많이 왔잖아요. 항상 조마조마해요. 올해 채소시장을 시작하게 된 것도 예측할 수 없는 날씨 때문이에요. 70~80여 팀이 농부시장을 준비하다가 갑작스러운 폭염, 미세먼지, 강추위, 돌풍 등을 맞닥뜨리게 되면∙∙∙. 실내에서 안정적으로 시장을 열고 싶어 찾아보니 큰 규모로 진행하긴 어렵겠더라고요. 그래서 규모를 줄이고 작은 시장을 기획하게 되었죠. 또 출점팀과 손님들이 작은 시장에서 조금 더 천천히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바랐고요.

Q. 농부님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 같아요.
A. 시장을 한 번 열 때마다 농부님들의 품목을 꼼꼼하게 확인해요. 대화도 많이 나누고요. 예를 들어 작년에 사과를 들고 나온 농부님의 올해 품목에 사과가 없으면 전화해서 여쭤봐요.(웃음) 시장도 관계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만큼 커뮤니티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들도 있죠. 시장을 마치면 모두 함께 모여 뒤풀이를 하고, 1년에 두 번 전체 출점팀이 모여 시장의 중요한 사안을 논의해요. 출점팀 중에서 운영위원을 꾸려 같이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요.

Q. 마르쉐@가 시작한 지 햇수로 8년째예요. 체감한 변화가 있을까요?
A. 채소 장을 보는 손님이 정말 많이 늘었어요. 농부님들도 손님을 만나면서 많이 변했고요. 농법이 바뀌기도 하고 재배 품종이 다양해지기도 했죠. 시장 자체도 처음에는 친구들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한국에서 농부시장의 역할까지 고민하게 됐어요. 꾸준히 정기적으로 시장을 열어서 소비자와 농부, 요리사가 계속해서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요.

Q. 요리사가 농부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네요.
A. 요리사가 정말 중요해요. 저희도 시장을 운영하며 깨달았어요. 집에서 요리를 잘 안 하는 시대잖아요. 마치 탤런트처럼 요리사에게 주목하는 시대고요. 사람들이 요리사가 하는 말이나 장을 보고 요리하는 모습에 영향을 받아요. 그리고 저희가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농부님들이 요리사와 대화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굉장히 많이 변한다는 점이에요. 요리사가 채소에 관해 정확한 피드백을 주거든요. 예를 들어 처음 루콜라를 키운 농부님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재배를 잘 하지 않는 채소잖아요. 이탤리언 요리사의 경우 이런 피드백을 줄 수 있죠. “제가 이탤리언 요리산데, 조금 더 매콤하고, 뒷맛은 고소하고, 식감은 더 아삭한 게 진짜 루콜라의 맛인 것 같아요.” 그럼 농부님이 그 맛을 내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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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식자재로 만든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 © 마르쉐@

Q. 그게 농법으로 가능한 거군요.
A. 네, 가능합니다. 노력해서 정말 맛있는 채소를 재배해요. 그런 식으로 요리사 사이에서 유명한 농부님이 되기도 하고요. 소비자는 ‘저 요리사가 이 채소로 저런 맛있는 요리를 했네. 나도 사서 요리해볼까?’ 생각할 수 있는 거예요.

Q. 장 보고 요리하고. 시장이 지속적으로 운영되려면 일상과 연결되어야 하는 거죠?
A. 맞아요. 장 보고 요리하는 게 생활이 되지 않으면 안 돼요. 장 보는 사람이 있어야 농부가 채소를 키울 수 있는 거잖아요. 모든 농부가 대기업에 납품해버리면 건강한 먹거리 체계 또한 유지되지 않을 거예요. 기업 논리로 변하니까요. 그래서 개인 소비자, 식당 소비자가 중요해요. 특히 저희 마르쉐@에 출점하는 작은 규모의 농부님들, 큰 단위의 유통망으로 넘길 수 없는 분들에게는 소비자와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아가는 게 중요하고요. 이번에 사과가 조금 못났어요. 그래도 작년에 그 사과 맛을 기억하는 소비자가 구매하거든요. 그 사과 맛을 기억하면서, 농부님을 응원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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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시장@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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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시장@혜화에서 판매된 쿠키와 케이크

Q. 홈페이지 소개 글에 있는 ‘아는 농부’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A. 자주 오시는 손님과는 자연스럽게 그런 관계가 돼요. 내가 아는 농부, 내가 아는 요리사요. 그런 관계가 서로에게 든든하죠.

Q. 마르쉐@ 시장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 재밌게 즐기는 팁을 준다면요?
A. 농부시장의 경우 맛볼 수 있는 요리도 다양하고, 공연이나 워크숍, 전시 같은 즐길 거리도 많아요. 장바구니는 필수고 개인 식기, 텀블러와 함께 정말 준비성 있는 분들은 돗자리도 가져오세요. 그리고 생산자분들한테 많이 물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여기서는 무엇이든 직접 물어볼 수 있어요. 두 번째 오시는 분이라면, 장을 보고 요리를 해서 먹어보았다면 농부님들께 피드백을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난번에 산 부추를 이렇게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고 말씀해주시면 농부님들이 정말 좋아하세요. 자랑도 하시고요. 그렇게 농부님들과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게 이 시장의 소소한 재미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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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시장@혜화 © 마르쉐@

마르쉐@
홈페이지 www.marcheat.net

농부시장@혜화
주소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8길 1, 마로니에 공원
일정 매달 두번째 일요일
시간 11:00~16:00

채소시장@성수
주소 서울시 성동구 성수이로14길 14, 성수연방
일정 매달 첫번째 토요일
시간 11:00~15:00

채소시장@합정
주소 서울시 마포구 토정로5길 12, 무대륙
일정 매달 네번째 화요일
시간 11:00~15:00
2019. 10 에디터:김혜원
포토그래퍼:안가람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2019. 10
  • 에디터: 김혜원
  • 포토그래퍼: 안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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