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STYLE

다양한 종류의 김치 © 이종근

11월의 의식, 김장과 김치
한국인에게 김장은 겨울철 반찬을 저장하는 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1년 365일 식탁 위에 김치가 오르고 사계절 다양한 식자재로 김치를 담근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된 김장과 한국 식문화를 대변하는 김치의 가치를 들여다봤다.
배추김치

통배추김치

김치를 아시나요?
김치는 이제 해외에서도 그다지 낯선 음식이 아니다. 명실상부한 한식의 대표 주자로 해외 인기 유튜버들이 김치 만드는 법을 소개하는 일도 이제 낯설지 않다. 세계적 건강식 트렌드와 맞물려 발효 음식인 김치가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우리는 언제부터 김치를 먹어온 걸까? 김치의 기원은 채소의 소금 절임 방식에서 비롯한다. 김치는 한자의 ‘침채(沈菜)’가 변형된 것으로, 침채는 채소를 소금물에 담근다는 뜻이다. 고고학적으로는 삼국시대에 생채소를 소금이나 장에 절인 단순한 형태로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나복담저법으로 절인 무와 채소

<조선셰프 서유구의 김치 이야기>에 소개된 나복담저법(蘿蔔淡菹法)으로 절인 무와 채소들. 무를 한자어로 ‘나복’이라 한다. © 풍석문화재단음식연구소

김장은 긴 겨울을 대비한 것에서 시작됐다. 수분이 많은 채소나 어류, 육류를 오래 보관하려면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건조하거나 소금에 절이는 방법을 사용해야 했다. 한국을 포함해 계절이 분명한 중국과 일본 등의 동아시아 지역에서 절임 문화가 발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절임 문화권임에도 차이는 있다. 추운 중국과 한국의 북쪽 지방에서는 식초와 소금, 장에 절이는 절임류가 발달했고, 덥고 습한 일본은 쌀겨와 같은 곡물 지게미에 절인 단순 절임류가 발달했다. 김치는 무, 배추, 오이 등의 채소를 소금에 절이고 젓갈, 고추, 파, 마늘, 생강 등 여러 가지 양념을 버무려 담근 채소의 염장 발효 식품. 발효로 독특한 맛과 향을 더한 채소 식품은 김치뿐이다.
소금에 절인 배추

김치 양념

배추김치

소금에 절인 배추와 빨간 채소 양념이 만나 김치가 된다.

김치가 되는 재료들
대부분 김치 하면 고춧가루로 색을 낸 ‘빨간’ 김치를 떠올린다. 하지만 빨간 김치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조선 시대 임진왜란 이후 한국 땅에 고추가 들어오면서 음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겨자, 후추 등 즐겨 써오던 향신료 대신 고추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 채소를 소금물에 담가 생강, 천초 등의 향신료를 넣던 김치 절임에도 고추를 넣게 되었다. 그러나 고추가 김치의 대표 양념으로 자리 잡은 것은 고추가 들어오고 나서도 약 200년 후의 일이다. 1766년 영조 때 편찬된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고추를 양념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리는 방식은 19세기에 본격화되었으며, 이러한 김치가 전국적으로 퍼진 것은 20세기 중반으로 추정된다. 이후 고추가 들어가지 않은 그전의 김치는 백김치 형태로 남게 되었다. 또한 조선 말기에 한국에서 좋은 배추를 재배하고 배추를 주재료로 사용하면서 지금과 같은 김치의 형태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배추김치

전통상 위에 올라간 배추김치 © 이종근

김치는 지역과 가정의 생활 환경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정착했다. 동해에 인접한 함경도 지역은 김치에 젓갈보다 오징어, 생태 등의 해산물을 많이 넣었고, 평안도 지역은 삶은 꿩 살을 넣은 꿩김치가 대표적인 김치로 손꼽힌다. 강원도는 산간 지방과 해안 지방에서 나는 재료를 활용한 더덕김치, 오징어김치를, 더운 전라도 남쪽 지방에서는 젓갈과 고추 양념을 많이 사용해 국물이 진하고 감칠맛이 강한 김치를 즐겼다. 지역의 생산물과 어우러진 김치는 지역민에게 강한 자부심과 동질감을 느끼게 하며, 어려서부터 먹고 자란 김치의 맛은 어른이 되어서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복숭아물김치

참외김치

복숭아물김치와 참외김치 © 뮤지엄김치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
한국갤럽은 지난 5월 전국 만 13세 이상 남녀 1,700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물었다. 그 결과 ‘김치찌개’가 1위로 꼽혔다. 김치는 4위였다. 김치찌개의 주재료는 김치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 김치인 것과 다름없다. 2011년 문화재청이 시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95%는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이상 김치를 먹는다.
한국인은 모든 식자재를 김치로 만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김치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김치 박물관인 ‘뮤지엄김치간’의 인스타그램에는 우엉김치, 가지김치 등 전통 김치 레시피와 함께 복숭아물김치, 수박깍두기 같은 제철 과일을 활용한 김치 레시피가 올라온다. 뭐든 김치로 만들어 즐기지만, 현재의 한국인 대부분은 사계절 배추김치만 먹는다. 배추김치는 원래 겨울에 먹는 김치다. 11월에 수확한 배추로 김치를 담가 이른 봄까지 먹었고, 그것이 바로 김장 김치다. 김치는 크게 김장 김치와 계절 김치로 나눌 수 있으며, 주로 봄과 여름 김치인 계절 김치는 오래 저장하지 않고 담가 바로 먹는 김치로, 오이소박이나 열무김치 등이 있다.
김장

배추를 양념에 버무리는 모습

무형 유산으로서의 김장
매년 11월이면 한국 가정은 김장으로 주말을 보낸다. 부모에게서 독립한 많은 자녀가 이 의식을 함께 행하기 위해 11월 고향 집을 찾는다. 김장은 월동 준비의 일환으로 늦가을에 통배추김치와 동치미 등을 한꺼번에 많이 담그는 일을 말한다.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며, 대부분 11월, 늦게는 12월 초면 끝난다. 그리고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가 등재되었다. 김치가 아닌 김장으로서 말이다.
유네스코는 김장 문화를 한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해온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인정하며, 김장 문화에 대해 “김장을 잘 담고 김치의 참맛을 아는 미각을 갖는 것은 한국 문화와 생활방식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중략) 김장, 더 넓게 ‘김치를 담그는 것’은 한국인의 정체성에서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기록했다. 실제로 많은 아이가 학교에서 김치와 김장에 대해 배우고, 지역사회는 대규모 김장 행사를 조직해 김치를 담가 필요한 이에게 기증한다. 함께 모여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것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일이자 가족 및 사회 구성원의 유대감을 다지는 일이기도 하다.
배추 절이는 과정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과정, 중간에 소금물을 짜낸다. © 풍석문화재단음식연구소

식탁에 오르는 김치

매일 식탁 위에 오르는 김치

마당 한쪽에는 밤새 소금에 절인 배추들이 쌓여 있고, 중앙에는 배춧속에 들어갈 각종 채소와 향신료, 젓갈, 견과류와 과일류, 생선 등을 넣은 붉은 고춧가루 양념이 있다.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가족들은 저마다 분주하게 움직인다. 올해도 전국에서 펼쳐질 김장 풍경이다. 김장이 끝날 무렵 부엌에서는 삶은 돼지고기가 큰 접시에 담겨 나올 것이다. 절인 배추, 양념과 함께 돼지고기 보쌈을 먹으며 진정한 의식이 마무리된다.
김장 김치 경험하고 맛보기
인사동에 위치한 ‘뮤지엄김치간’은 김치 및 김장 문화를 연구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설립한 한국 최초의 김치 박물관이다. 다양한 김치를 보고 맛보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김치의 역사와 종류, 발효와 김장 문화 등을 전시하고 있으며, 통배추김치와 백김치를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한 후 직접 김치를 만들고 맛볼 수 있다.
뮤지엄 김치간

뮤지엄김치간 전시장 © 뮤지엄김치간

뮤지엄 김치간

영어로 진행되는 김치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관광객 © 뮤지엄김치간

뮤지엄 김치간

김치를 포함해 세계의 다양한 절임 채소도 소개하고 있다. © 뮤지엄김치간

주소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35-4 인사동 마루 본관 4∙5∙6층 뮤지엄김치간
문의 전화 +82-2-6002-6456, 이메일 museum@pulmuone.com
홈페이지 www.kimchikan.com
서울김장문화제

매년 11월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서울김장문화제. 올해는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열린다.

김장과 김치에 대해 더 알아보기
김치의 역사와 김치 조리법에 관심이 생긴다면 다음 두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김치견문록>은 1950년부터 김치 연구를 시작해 50여 년간 오로지 김치만 연구해온 김치 박사 1호 김만조 여사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책이다. 김치의 역사와 문화, 철학과 풍속이 담긴 이 책은 김치를 만드는 행위(김치 양념으로 쓰일 재료를 다듬고 배추를 절이고 김치를 땅에 묻는 것 등), 김치의 재료가 되는 채소들에 관한 이야기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냈다.
조선셰프 서유구의 김치 이야기

<조선셰프 서유구의 김치 이야기>에 실린 전통 절임법 재현 과정의 일부 © 풍석문화재단음식연구소

조선셰프 서유구의 김치 이야기

<조선셰프 서유구의 김치 이야기> 속 조리법으로 완성된 통배추김치 © 풍석문화재단음식연구소

<조선셰프 서유구의 김치 이야기>는 전통 김치의 조리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영조 때 인물인 서유구가 쓴 <정조지(鼎俎志)> 중에서 채소 음식에 해당하는 40가지 전통 음식을 복원해 수록하고, 이를 기반으로 현대화한 24가지 김치, 예를 들어 토마토김치, 과일김치 등의 조리법을 사진과 함께 담았다.
2019. 11 에디터: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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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11
  • 에디터: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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