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STYLE

입이 즐거운 제주 재래시장 탐식 투어
흑돼지 굽는 냄새와 감귤의 상큼한 단내, 그리고 해산물의 싱싱한 바다 내음까지. 제주의 시장에는 다양한 향기와 맛으로 가득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산, 이국적인 야자수, 검은 현무암과 대조를 이루는 벚꽃과 유채꽃 그리고 감귤나무, 파도치는 푸른 바다에 이르기까지 제주도는 아름답다. 많은 관광객이 제주도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수려한 자연환경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여행의 즐거움이 자연에서만 찾아오는 건 아니다. 현지 사람들의 삶을 체험하는 것도 여행의 매력이다. 재래시장은 여행지 사람들의 음식 문화, 놀이 문화, 생활상 등을 집약해놓은 공간이다. 제주도의 재래시장에서 제주도의 사람 내음 가득한 매력에 빠져본다.
제주동문시장
1945년에 들어선 동문시장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상설 재래시장이다. 1946년 4월, 모슬포에 국방경비대 제9연대가 창설되면서 제주와 내륙의 왕래가 잦아지자 일회용품 및 농수산 식품을 판매하는 노점이 동문로터리 일대에 생겨나면서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1953년과 1954년 연달아 대형 화재가 발생한 후 지금의 동문공설시장 자리로 옮겼으며, 2000년대 들어 현대화 확장 공사가 진행되었다. 시장 근처에선 제주목 관아와 오현단이 둘러볼 만하다.
제주목 관아는 조선 시대까지 제주 행정을 담당하던 중앙관청으로,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관덕정을 포함한 주요 행정 시설이 모여 있다. 2002년 12월 복원 공사가 완료되었다.
오현단은 조선 시대 제주도에 유배되었거나 관리로 부임되어 지방 발전에 공헌한 다섯 선현을 기리는 제단이다. 오현은 우암 송시열, 청음 김상헌, 동계 정온, 충암 김정, 규암 송인수를 가리킨다.

제주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제주동문시장 입구

오현불백의 돼지불백 한상차림

제주도 돼지의 맛, 돼지불백
동문시장 안에는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식당이나 간이점포가 많다. 하지만 제주도까지 와서 끼니를 대충 때울 수 없다면 공영 주차장 출구 근처의 돼지불백 식당인 오현불백을 찾아도 좋다. 만화가 허영만이 방송에서 소개한 후 더 유명해졌지만 그 전부터 제주 도민들이 아끼던 곳이다. 빨간 양념에 마늘과 파, 양파, 깻잎을 듬뿍 넣은 돼지불백은 전형적인 한국의 맛이라고 할 만하다. 차이라면 흔히 접하는 돼지고기에 비해 품질이 검증된 제주산 돼지고기만 사용한다는 점이다. 기호에 따라 낙지돼지불백과 한치돼지불백 그리고 일반 돼지불백을 선택하면 된다. 한상차림으로 나오는 반찬도 맛깔스럽다.
 

제주도 해산물이 가득, 전복뚝배기
제주도에서 위장은 늘 돼지와 해물을 놓고 고민하게 된다. 동문시장 앞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름난 오현불백 바로 옆에는 마찬가지로 유명한 해물뚝배기 전문점 어마장장이 자리하고 있다. 게, 홍합, 딱새우, 조개를 한가득 된장으로 끓여낸 해물뚝배기는 공깃밥 추가를 외치게 만든다. 전복뚝배기는 해물뚝배기에 살아 있는 전복 여러 마리를 더 넣은 것이다. 뜨거울 때 국물에 전복을 투하해야 한다.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고 딱새우를 추가 주문할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든다. 아이를 동반했다면 흑돼지돈까스를 주문하는 것도 좋다. 제육볶음을 포함한 기본 밑반찬도 넉넉하게 제공한다.
 

제주의 시장 길거리 음식에는 흑돼지와 해산물이 빠지지 않는다.

고기국수와 빙떡

시장 안 먹거리
동문시장에선 노포의 향토 음식과 최신 군것질거리를 함께 만날 수 있다. 순댓국 골목에선 50년 전통의 광명식당을 찾을 수 있다. 나란히 있는 성공식당과 준호식당도 유명하다. 제주도의 순댓국은 걸쭉하고 진한 게 특징이다. 시장 11~12번 출구 쪽에는 금복국수와 동진국수가 있다. 돼지 사골로 육수를 낸 고기국수가 유명한 노포인데, 멸치국수나 비빔국수도 맛있다. 금복국수의 창업자인 할머니는 100세인 지난해까지 가게에 나오셨다. 지금은 1970년대에 주방을 물려받은 며느리가 운영 중이다. 8번 출구 쪽에는 젊고 글로벌한 맛의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달걀말이 맛이 나는 계란만두, 오코노미야키의 축소판인 하나야끼, 태국식 꼬치구이인 무삥, 전복김밥, 멘보샤 등도 시장을 걸으며 입을 즐겁게 해줄 후보들이다.

제주동문재래시장
운영 시간 08:00~21:00
주소 제주도 제주시 관덕로14길 20
문의 +82-64-752-3001
홈페이지 제주동문재래시장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FC가 있다면 제주도에는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있다. 제주도 양대 축의 한쪽인 서귀포시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은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이다. 1960년대 상인들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서귀포매일시장이 형성되었고, 2000년대에 왕(王) 자 형태의 아케이드 공사를 마친 이후 돌아다니기 훨씬 편리해졌다. 2010년에는 올레길 열풍에 힘입어 서귀포매일올레시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서귀포 일대의 유명 관광지가 지척에 모여 있다는 사실이다. 서귀포의 지명은 진시황의 이야기와 연결된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서복에게 불로초를 구해 오라고 명령한다. 서복은 제주도 정방폭포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머물다가 불로초는 구하지도 못하고 떠난다. 이 설화에 따르면 ‘서’복이 돌아간(‘귀’) 항구(‘포’)가 서귀포의 어원이 되었다고 한다. 정방폭포는 물길이 바다로 바로 떨어지는 동양 유일의 폭포라서 느낌이 새롭다. 그 옆에는 서복설화를 담은 서복전시관이 있는데, 그냥 산책하듯 둘러보기 좋다. 천지연폭포는 인간계가 아니라 신선계라는 평가를 받곤 했다.
 

거대한 제주 갈치. 길이만도 1미터가 훌쩍 넘는다.

제주도의 귀족 생선 갈치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동문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다. 시장에서 군것질을 하기엔 나무랄 데 없지만 식당은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하지만 올레시장과 바로 맞붙은 곳에 갈치조림 전문 식당이 여러 곳 있다. 네거리식당이나 조림명가, 화정식당 모두 유명하고 갈치조림의 질도 좋다. 제주에서 잡힌 통통한 갈치를 사용해 부드러우면서 비린내가 없다. 많이 맵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먹기에도 부담 없다. 기본 반찬으로 나오는 생선구이도 맛있다. 하지만 갈치답게, 그것도 제주산 은갈치답게 식사 가격이 저렴하진 않다. 그래도 그 이상의 가치는 충분하다.
 

어느 시장에나 감귤과 한라봉, 천혜향 등으로 만든 음료가 즐비하다.

감귤류 삼총사
제주도에서도 서귀포는 감귤 농사의 중심지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을 걷다 보면 다양한 감귤류 군것질거리를 만날 수 있다. 한라봉 과자는 빵이나 만주에 가깝다. 한라봉 과즙이 첨가된 소는 만주의 그것에 비해 덜 달아서 먹기 편하다. 감귤 착즙 음료는 다양하다. 진지향, 천혜향, 청귤, 레드향, 한라봉 등의 서로 다른 이름을 달고 있지만 대부분 감귤 착즙액에 한라봉 등의 즙을 첨가했다고 보면 된다. 착즙 방법도 맛에 영향을 끼친다. 껍질까지 함께 짠 과즙에는 쌉싸래한 맛이 돌아서 호불호가 갈린다. 이 밖에도 초콜릿, 과즐, 젤리, 막걸리 등 감귤의 변신에는 끝이 없다.
 

서귀포에서만 만나는 이색 만두
감귤류의 새콤함이 싫다면 제주도의 고소함에 빠져보는 것을 권한다. 우도는 작은 섬이지만 토질이 비옥해서 어업보다 농업이 발달했다. 특히 우도에서 나는 땅콩은 작지만 고소한 맛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신맛을 좋아하지 않으면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선 한라봉 아이스크림 대신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을 선택해도 된다. 땅콩만두도 특색 있다. 만두피에 땅콩을 갈아 넣어 고소함이 폭발하는데, 만두 모양까지 땅콩처럼 빚어 눈까지 즐겁다. 김치만두와 고기만두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운영 시간 07:00~21:00(연중무휴)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중앙로62번길 18
문의 +82-64-762-1949
홈페이지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제주도에선 첨단과 전통이 묘하게 교차한다. 오일에 한 번 열리는 오일장은 제주도의 예스러운 모습을 대표한다. 제주도에는 28개의 재래시장이 있는데, 이 가운데 10곳은 상설 시장이 아닌 오일장이다. 제주민속·한림·대정·중문·서귀포·표선·성산·고성·세화·함덕오일장이 그들인데, 규모가 작은 오일장은 점심식사가 끝날 즈음에는 문을 닫는 분위기지만 가장 커다란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은 아침부터 여섯 시까지 사람들로 북적인다. 오일장에서 풍겨나는 정취는 상설 시장보다 훈훈하다. 일정이 허락한다면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은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다만 시장이 열리는 날에는 교통이 혼잡하므로 공항 탑승 시간을 고려해 일정을 여유 있게 잡는 것이 좋다.
 

춘향이네의 꼼장어와 몸국

시장에서 즐기는 흥겨운 한잔
시장 안에는 식당이 여러 군데 있는데, 춘향이네가 특히 유명하다. 식사 메뉴로는 순대국밥과 몸국이, 안주로는 모둠순대와 꼼장어 그리고 돔베고기와 파전이 인기다. 안주도 1만 원 정도라 늘 시장 방문객으로 북적인다. 회전이 빠른 가게인 만큼 얼큰하게 취하도록 마시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제주도 막걸리로 가볍게 입을 축이기엔 최고의 장소다. 맞은편에 있는 할망빙떡도 이름난 곳이다. 메밀전병으로 무나물을 감싼 빙떡은 제주도 토속 음식이다. 김치를 넣어 칼칼한 강원도의 메밀전병과 달리 맛이 슴슴하다. 따뜻하게도 먹고 식은 채로도 먹는다. 재래시장에서 느끼는 현지 음식의 즐거움은 여행의 묘미 가운데 하나다. 시장 음식이 싫다면 제주민속오일장 바로 앞 식당인 해오름의 제주흑돼지도 후회 없는 선택이다.
 

도너츠와 호떡 그리고 떡볶이
전국 어느 재래시장에서도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제주시민속오일장에서도 인기다. 특히 떡볶이와 도너츠를 판매하는 땅꼬분식은 제주민속오일시장에서 가장 손님이 많은 점포일 듯하다. 이곳의 꽈배기와 도너츠는 1980~1990년대로 타임슬립한 기분까지 들게 하는 ‘옛날 맛’ 분식이다. 바로 옆에 카세트테이프 가게가 있어서 추억 여행은 한결 더 깊어진다. 수산물 코너 근처의 몇몇 호떡 가게에도 손님들이 모여 있긴 마찬가지다. 내륙보다 크고 가격이 저렴한 제주도 호떡은 현지의 넉넉한 인심을 느끼게 해준다. 제주시민속오일시장에선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으니 현찰을 꼭 준비하자.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운영 시간 매월 2·7·12·17·22·27일 08:00~18:00
주소 제주도 제주시 오일장서길 26
문의 +82-64-743-5985
홈페이지 제주전통시장 블로그
 

JEJU TRADITIONAL MARKETS

2020. 5 에디터:정재욱
글: 이중한
포토그래퍼:김준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2020. 5
  • 에디터: 정재욱
    글: 이중한
  • 포토그래퍼: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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