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STYLE

여름을 식히는 속초의 메밀국수
더울 때 먹는 음식은 다양하다. 하지만 눈과 입, 마음까지 식혀주고 싶다면 살얼음이 동동 뜬 강원도 동치미 메밀국수만 한 게 있을까? 양양에서 속초를 거쳐 고성까지, 청정 강원도에서 찾은 메밀국수!
메밀은 ‘뫼(山) 밀’에 뿌리를 두는 단어다. 뫼가 이북에선 ‘모’로, 이남에선 ‘메’로 바뀌었기 때문에 ‘모밀’과 ‘메밀’의 발음이 혼용되었다. 표준어는 ‘메밀’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메밀은 산간 지역에서 잘 자란다. 우리나라에선 강원도가, 해외에선 네팔이나 부탄, 러시아, 일본의 홋카이도가 메밀로 유명하다. 척박한 산지에서 구하기 쉬웠기에 메밀은 허기를 달래주는 춘궁기 구황작물로 취급받았다. 기름진 포만감을 주지 않아 크게 인기 있는 식재료는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국내에 메밀 관련 기록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백제 유적에서 탄화한 메밀이 발견되지만 문헌에는 고려 말인 13세기에야 처음 등장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가에서 메밀을 언제부터 어떻게 요리해 먹었는지 불확실하다. 그저 오래전부터 강원도 일대에서 국수로 만들어 다양한 국물에 말아 먹었다고 추정할 뿐이다. 이웃도 섬처럼 떨어뜨려놓는 산악 지형의 특성 때문에 강원도에서는 메밀국수에 들어가는 육수가 지역마다 다르다. 남춘천 등 강원도 서쪽에선 돼지고기 육수를 뽑기도 하지만, 강원도 동쪽에선 동치미 국물을 주로 사용한다. 강원도 동부에서도 고성이나 속초 등 북쪽에선 맑은 동치미 국물을 많이 쓰고, 주문진에선 동치미 국물에 장조림 국물 같은 간장 양념을 첨가한다. 좀 더 아래에 위치한 평창에선 동치미 국물에 과일을 섞기도 한다. 강원도라고 모두 같은 강원도, 메밀국수라고 다 같은 메밀국수가 아닌 것이다.

한때 메밀의 ‘기름지지 않고 시원한’ 특성은 단점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영양과잉이 문제로 떠오른 요즘 들어 메밀이 재평가받고 있다. <동의보감>에는 메밀이 체내 습기나 열기를 배출하고, 소화 기능을 향상시킨다고 적혀 있다.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간세포 재생을 촉진해 여름철 만성 피로를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무더위 속에서 담백하게 힘을 내주는 21세기형 보양 식재료라고 할 만하다.

서울양양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여름 휴양의 도시 속초가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영금정의 시원한 파도 소리, 바라만 봐도 속이 뚫리는 설악산 울산바위, 여름 햇빛에 비늘처럼 빛나는 영랑호와 청초호, 아바이마을의 이북 음식들, 간만에 대풍을 맞은 오징어 회무침까지 올해도 속초의 여름 유혹은 뿌리치기 힘들다. 여기에 차가운 메밀국수 한 그릇까지 더하면 눈과 입은 물론 지친 마음의 열기까지 가라앉을 것이다.

이목리막국수
속초 이목리는 ‘배나무마을’이란 뜻이지만, 배꽃 흩날리는 화려한 풍경보단 한적한 시골 마을을 떠올리기 좋은 곳이다. 그래도 슬쩍 눈에 들어오는 울산바위의 장엄한 모습은 즐거움을 안겨준다. 이목리막국수는 규모로 보나 손님 수로 보나 속초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밀국수 식당일 것이다. 주말이면 제3주차장까지 꽉 찰 때도 많다. 심지어 이목리막국수 때문에 버스까지 대절해서 오는 이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양념장은 살짝 달짝지근하지만 동치미는 달지 않다.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동치미막국수와 명태회막국수 중에서 선택할 수 있지만 고명에 명태회를 얹는지의 차이일 뿐이다. 명태회막국수에는 동치미 국물을 한 국자만 부어서 자작하게 비벼 먹고, 동치미막국수에는 동치미를 더 많이 부어 말아 먹는다. 명태회는 2,000원에 추가 주문할 수 있으니 동치미막국수의 깔끔한 맛과 명태회의 새콤달콤한 맛을 따로 즐기길 권한다. 다시마에 싸 먹는 수육도 훌륭하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최근 속초에 있는 식당들은 일찍 문을 닫는다. 저녁 8시 30분까지 문을 여는 이목리막국수는 꽤 길게 영업하는 편에 속한다. 맛과 식당의 규모, 정원의 조경과 깔끔한 인테리어, 메뉴의 다양성, 영업시간 등 모든 면을 고려할 때 가장 취향을 타지 않는 식당이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이목로 104-43
전화번호: +82-33-638-3579
영업시간: 10:00~20:00
 

영광정막국수
양양 본점과 속초점을 선택해서 방문할 수 있다. 식당이 아주 넓은 편은 아니지만, 메뉴는 충분히 다채롭고 맛깔 난다. 블루리본 서베이에서 리본 두 개를 획득했고, 미식 평가 방송 <수요미식회>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1974년 함흥 출신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이북식 메밀국수 식당으로 문을 연 후 지금은 손자가 삼대에 걸쳐 푸짐한 인심을 얹어 운영 중이다. 감칠맛 나는 동치미 국물에 간양파를 섞어서 살짝 자극적인 양념장을 얹어준다. 김과 깨도 듬뿍 뿌려주는데, 동치미 국물의 시원한 맛에 집중하고 싶다면 주문할 때 빼달라고 이야기하는 게 좋다. 야들야들한 편육(돼지고기 수육)도 일품이지만 곁들여 나오는 보쌈김치와 명태회의 맛이 기가 막힌다. 명태회는 살짝 단 편인데 부드럽기가 비단 같다. 감자전은 바삭하면서 쫄깃한 두 가지 맛을 모두 살렸다. 메밀전병과 만두, 손두부도 나무랄 데 없다. 메밀국수 사리를 별도로 판매하지만 주문할 때 넉넉하게 달라고 하면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양이 나온다.

주소: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진미로 446
전화번호: +82-33-673-5254
영업시간: 10:00~19:00

금화정막국수
금화정막국수의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위해서라면 속초에서 20분쯤 이동하는 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10년 남짓 운영해온 금화정막국수의 영업 기간은 양양, 속초, 고성 일대 메밀국수 식당 중에서도 짧은 편이다. 하지만 이제 환갑을 맞은 금화정막국수의 사장은 식당 앞 마을에서 나고 자라면서 메밀국수로 동네잔치를 열던 광경을 똑똑히 기억하는 토박이다. 누구보다 고향의 메밀국수와 동치미 맛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이곳에선 식당 앞쪽에 방처럼 생긴 저온 숙성고를 만들어 동치미와 명태회의 옛 맛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하지만 끊임없이 쇄신하려 노력하는 식당이기도 하다. 무김치에는 비트로 색을 입혀 건강도 고려했다. 보기 좋은 무김치가 먹기도 좋아 맛이 아주 깔끔했다. 수육도 철판에 얹어 온기를 잃지 않도록 신경 썼다. 속초의 유명한 식당은 대부분 메밀을 80%가량 넣어 국수를 만든다고 하지만 후들후들한 정도가 제각각이다. 먹어보니 금화정막국수의 메밀이 가장 후두두 끊겼다. 메밀 순면을 좋아하는 이라면 이곳이 제격인 것. 여기에 양념장을 미리 넣지 않은 동치미막국수의 담백한 맛도 최고다. 금화정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가면 고성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밀국숫집 중 한 곳인 백촌막국수도 있다.

주소: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화원길 42-21
전화번호: +82-33-632-5466
영업시간: 10:30~18:00

진미막국수
원래는 양양에서 1992년에 시작했지만 2004년 속초 시내로 이전한 메밀국숫집이다. 청초호 인근인 엑스포공원에서 가까워 속초 시내에서도 접근성이 뛰어나다. 다른 식당의 동치미 국물이 새콤달콤한 편이라면 진미동치미메밀막국수의 경우는 짭쪼름한 맛이 강하다. 동치미에 고추를 삭혀 넣어서 그런지 무도 살짝 매콤하다. 동해안의 메밀국수치고는 슴슴하기보다 자극적이다. 반대로 양념장은 색깔은 빨개도 별로 맵지 않다. 면발에는 검은 점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데, 겉메밀을 섞어 빻아서 생긴 흔적이다. 속메밀만 갈면 좀 더 희고 부드러우며, 겉메밀을 섞으면 검고 거칠어진다. 다소 거친 맛이 잘 어울리는 ‘막’국수엔 역시 겉메밀 면발이 제격이다. 속초의 가장 중심부에 있는 메밀국숫집이지만 맛은 가장 독특하다. 새콤달콤한 동해안 메밀국수와 달리 달콤하면서도 짭짤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넉넉한 크기로 부친 감자전에는 대부분 이견 없이 만족을 표한다. 유명 닭강정집이 근처에 있으니 속초에서 마지막 끼니를 챙긴 후 기념 먹거리를 들고 서울로 출발하기 좋은 곳이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설악금강대교로 46-1
전화번호: +82-33-638-8294
영업시간: 11:00~19:00

속초에서 머물 곳: 롯데리조트 속초
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인 외옹치 언덕에 자리 잡은 롯데리조트 속초는 탁 트인 바다 전망으로 인기가 높다. 모든 객실에서 바다를 감상할 수 있으며, 최고급 시설을 갖춘 워터파크는 가족 단위 투숙객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 공간이기도 하다. 양양과 고성 모두 근거리에 있어, 다양한 막국수를 맛보러 손쉽게 다녀올 수 있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대포항길 186
문의: +82-1588-4355
홈페이지: 롯데리조트 속초
2020. 8 에디터:정재욱
글: 이중한
포토그래퍼:민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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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8
  • 에디터: 정재욱
    글: 이중한
  • 포토그래퍼: 민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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