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STYLE

뜨거운 부산, 시원한 크래프트 비어
여름의 부산은 수제 맥주의 성지다. 마니아들은 해수욕이 아니라 수제 맥주를 즐기기 위해 광안리와 송정을 찾는다. 수제 맥주가 뭐길래 여름의 부산을 떠들썩하게 할까?
여름은 맥주의 계절이다. 계절에 상관없이 치킨과 피자 그리고 골뱅이 무침을 무기로 사시사철 맥주를 소비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더운 여름이면 냉장고 안 차가운 맥주를 꺼내 “캬~” 하고 들이켜며 시원한 청량감을 즐긴다.
라거에서 에일까지
이 청량감은 맥주 중에서 주로 라거(Lager) 스타일 맥주에 어울리는 단어다. 할아버지부터 아버지를 거쳐 지금껏 우리가 주로 마시던 대량생산 맥주 대부분이 라거 스타일의 맥주다. 맥주의 본고장를 자처하는 독일과 체코에서 주로 발전한 방식의 맥주로 하면 발효 방식, 즉 가라앉은 효모로 발효시킨 맥주를 말한다.

전 세계에서 유행을 넘어 이제는 문화로 정착된 크래프트 비어, 이른바 수제 맥주는 라거가 아닌 에일(Ale) 맥주 스타일이 많다. 에일은 상면 발효, 다시 말해 발효액 표면에 뜨는 효모로 발효시킨 맥주다. 라거가 저온에서 발효시킨다면 에일은 상대적으로 상온에서 발효시키는데, 도수가 높고 쌉쌀하고 맛이 진하다. 영국인이 주로 즐기는 페일 에일 맥주가 수제 맥주 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IPA(India Pale Ale)는 미국 수제 맥주 시장이 열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혁명군에 다름없다. IPA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영국에서 동인도회사가 있는 당시 식민지 인도로 맥주를 수출할 때 상하지 않도록 홉을 많이 넣은 맥주다. 홉이 방부제 역할을 한 것인데, 덕분에 홉의 종류마다 향과 맛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수제 맥주가 세계적으로 정착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곳은 단연 미국이다. 페일 에일 맥주가 미국 시장에 건너가면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계기는 1970년대 홈 브루잉(자가 양조)의 합법화였다. 말 그대로 개러지 비어, 차고에서 시작한 소규모 양조장들이 생겨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미국에서 자라는 홉은 다른 나라에 비해 과일이나 꽃향기 등이 풍부했고, 그 특징을 살리는 맥주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IPA나 페일 에일 같은 에일 맥주가 미국 수제 맥주 시장에 확고히 정착하게 되었다.

“맥주에 대해 거짓말하는 사람은 적을 만든다.” - 스티븐 킹
맥덕의 성지, 부산
시기는 조금 늦었지만 국내에도 수제 맥주 바람이 불어왔다. 2010년대 초 공부를 하거나 해외 여행을 다녀온 이들이 소규모 양조장의 수제 맥주 맛에 눈을 뜬 것이다. 이들은 맥주가 소주에 타 먹는 저알코올 탄산음료가 아니고, 맛 또한 여러 가지로 다양하다는 비밀 아닌 비밀을 알게 되었다. 일명 ‘맥덕’으로 불리던 이들은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직접 맥주를 만들기로 하고, 머리를 맞대 데이터를 모으며 맥주 만들기에 돌입했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 머물던 몇몇 외국인도 고향에서 마시던 맥주 맛이 그리워 ‘차라리 내가 만들어 먹을까?’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직접 가게를 차려 맥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런 흐름이 서울, 경기뿐 아니라 부산 등에서 동시다발로 생겨나기 시작한다. 특히 부산에서는 광안리를 중심으로 수제 맥주 양조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바다 때문일까? 뜨거운 햇빛 때문일까? 아무튼 현재 부산은 국내 수제 맥주의 성지로 불린다. 이유가 있다. 미국 맥주 평가 사이트에서 2016년에 평가한 ‘한국 맥주 베스트 10’에 부산 출신 맥주 4종이 포함됐다. 이는 양조장 수에 비해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그 중심에 선 대표 양조장에 갈매기 브루잉, 고릴라 브루잉, 와일드 웨이브 등이 있다.

부산의 수제 맥주

갈매기 브루잉
갈매기 브루잉은 홉을 강조한 미국식 맥주를 선보이는 부산 최초의 수제 맥주 양조장이다. 2014년 부산 광안리에 처음 문을 열었다. 부산에 수제 맥주를 홍보하고 정착시키는 데는 갈매기 브루잉의 역할이 컸다. 캐나다와 미국, 스코틀랜드 출신 외국인들이 모여 시작했다.

대표 맥주는 '갈매기 IPA'. 은은한 감귤·솔 향과 IPA다운 진한 홉의 풍미가 조화로우며, 가장 인기 있는 맥주인 동시에 아시아 비어 챔피언십에서 수상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독일식 사워(Sour) 맥주인 고제에 유자, 천일염, 고수씨를 첨가한 ‘유자 고제’ 역시 산뜻한 신맛과 의외의 짠맛이 놀랍게 조화를 이루는 맥주로, 마니아들에게 매우 좋은 평을 받고 있다.

갈매기 브루잉은 맥주의 종류를 늘리기보다 선택과 집중에 주목하는 편이다. 이들이 수제 맥주 세상에서 흔한 컬래버레이션을 즐겨 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최근 부산 북구청과 함께 1919년 3월 29일 구포시장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을 모티프로 해 ‘구포만세329’란 IPA 맥주를 선보였다. 북구에서 재배한 밀을 사용했는데, 전체적으로 첫 향과 맛이 강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처음 생긴 광안 본점 외에 해운대와 남포동 등 부산 내 여러 가맹점을 두고 있다. 외부에서 찾는 주문이 늘어나다 보니 광안 본점의 양조장으로는 생산량을 맞출 수 없어, 양조장을 지난해 대저동으로 이전했다. 매장과 함께 양조장이 있을 때는 1층에 있는 양조장에서 일을 마친 브루어들이 2층 매장으로 올라가 맥주를 마시면서 퇴근 후 시간을 즐겼다. 그런 소소한 즐거움은 사라졌지만, 양조장 규모가 커지면서 대신 더 많은 사람이 퇴근 후 갈매기 브루잉의 맛을 경험하고 있다.

주소: 부산시 수영구 광남로 85, 2층(광안 본점)
전화번호: +82-51-627-4328
영업시간: 금·토 16:00~02:00 / 월~목·일 17:00~01:00
홈페이지: www.galmegibrewing.com

고릴라 브루잉
고릴라 브루잉 웹사이트에는 영국인 앤디 그린과 폴 에드워즈가 2015년에 설립했다고 설명한다. 설립자 앤디 그린 앞에 ‘영국인’을 강조한 까닭은 미국식이 주를 이루는 국내 수제 맥주 세계에서 영국 스타일의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물론 페일 에일이 영국을 통해 알려졌으니 미국식·영국식을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겠지만, 그만큼 홉과 몰트의 균형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경북 김천에 있는 농장에서 직접 생홉을 기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고릴라 브루잉은 부산에 가면 신나는 수제 맥주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맥주 문화’ 경험의 확장에 공헌한 전문점이다. 다양한 맥주 맛 외에 맥주를 통한 다채로운 즐거움에도 초점을 맞춘 것이다. 요가와 러닝 클럽, 여름 공연 등은 고릴라 브루잉 문화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곳에서는 하나의 대표 맥주가 아닌 스타우트, 페일 에일, IPA 등 구분없이 인기를 얻고 있다. 코어 라인업 외에 색다른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시즌 맥주를 많이 출시한 이유도 맥주 문화의 다양한 즐거움에 시선을 돌린 결과다. 고릴라 브루잉의 메뉴판을 보면 타 전문점보다 협업을 거쳐 완성한 맥주들이 눈에 띈다. 소주 배럴에 숙성시킨 스타우트나 부산 내 유명 로스터리 카페와 협업해 내놓은 사워 맥주, 사천의 후추를 듬뿍 넣은 마라맛 등과 같은 도전적 시도는 고릴라 브루잉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주소: 부산시 수영구 광남로 125 2층(광안본점)
전화번호: +82-51-714-6258
영업시간: 월~목 18:00~23:00 / 금·토 11:30~00:00(브레이크타임 15:00~17:00) / 일 11:30~23:00(브레이크타임 15:00~17:00)
홈페이지: gorillabrewingcompany.com

와일드 웨이브
송정은 부산 지역 여러 해변 중에서 서핑의 메카로 불리는 곳이다. 사람들은 해운대나 광안리 해변이 아닌 서핑을 즐기기 위해 송정 바다로 모여든다. 이곳에 와일드 웨이브가 있다.

부산의 수제 맥주 시장에서 와일드 웨이브는 매장의 위치나 맥주의 지향점에서 조금 다른 지점을 갖고 있다. 본점이 광안리가 아닌 송정에 위치하며, 페일 에일이나 IPA가 아닌 사워 맥주라는 조금 독특하고 마니아적인 맥주를 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광안리 펍에서 출발했지만, 당시엔 주로 위탁 양조를 진행했다. 레시피를 제공하면 전문 양조장에서 대신 만들어준 것이다. 그러다 2017년 송정에 자리 잡으면서 양조장과 펍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사워 맥주는 말 그대로 시큼한 맛이 특징이다. 젖산이나 다른 미생물의 번식을 돕는 오크 통에서 주로 숙성시키기 때문이다. 오래 숙성시킬수록 신맛은 더욱 강해진다. 처음 찾은 손님 중엔 맥주가 상했다거나 김치 맛이 난다고 직원을 부르는 이도 있다. 새콤이 아닌 ‘시큼’한 맛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적응하기 어렵지만, 그만큼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맥주다. 페일 에일과 IPA로만 알고 있던 수제 맥주 시장에 큰 틈새를 만들어내는 중이니, 맥덕들의 마니아 맥주로 부를 수 있겠다.

와일드 웨이브의 대표 선수는 단연 ‘설레임’이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수제 사워 맥주로는 최고로 인정받고 있으며, 국내 맥주 전문지가 시행한 설문에서 국내 수제 맥주 중 가장 맛있는 맥주로 선정되기도 했을 정도다. 물론 페일 에일과 IPA, 스타우트 등 다양한 맥주도 선보이고 있으니, 취향에 따라 혹은 추천받은 대로 단계별로 적응하면 된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사워 맥주를 선택할 것임을 와일드 웨이브는 믿고 있다.

주소: 부산시 해운대구 송정중앙로5번길 106-1
전화번호: +82-51-702-0838
영업시간: 평일 18:00~01:00 / 토·일 12:00~1:00
홈페이지: wildwavebrew.com

고릴라 브루잉 제준우 셰프가 소개하는 크래프트 비어를 쉽게 즐기는 방법
1. 먼저 맥주의 색을 눈으로 음미하세요.
2. 맥주잔을 잡아 윗부분을 막고 흔든 다음 코로 깊게, 혹은 짧고 빠르게 들이마시면서 몰트 향과 홉의 풍미를 느껴보세요.
3. 첫맛과 끝맛을 함께 기억하면 혀에 쌓이는 맛이 단계별로 느껴집니다.

맥주를 마실 때는 물이나 안주를 많이 먹지 않는 것을 추천해요. 맥주를 마시면 향이 쌓이면서 첫 모금과 마지막 느끼는 맥주 맛이 달라요. 중간에 안주를 먹거나 물을 마시면 입안이 씻기고 계속 쌓이던 맥주의 향과 맛이 사라지기 때문에 물이나 안주는 권하지 않아요.
물론 맥주는 안주와 즐기는 기쁨이 있으니, 첫 맥주를 그렇게 즐긴 다음에는 마음껏 안주와 함께 맛보세요. 페일 에일이나 IPA는 기름진 음식과 어울리고, 매운 음식과는 상극이니 피하세요. 흑맥주는 몰트 향이 강해 호떡이나 브라우니 같은 단 먹거리와 잘 어울립니다.
물론 정답은 아니에요. 그렇게 먹으면 실패한 확률이 적다는 얘기죠.
 

2020. 8 에디터:정재욱
포토그래퍼: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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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8
  • 에디터: 정재욱
  • 포토그래퍼: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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