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STYLE

10월에는 제주 갈치
제주도에서 갈치 풍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이 제주의 은빛 넘치는 갈치를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2020년 여름, 한국은 온통 비로 가득했다. 6월부터 8월까지 지겹도록 퍼붓던 빗줄기는 결국 태풍으로 마무리되었다. 충분한 일조량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을 농산물 작황 전망은 낙관하기 어렵다. 그래도 바다에서 전해진 좋은 소식도 있다. 올 2분기 제주도 어업 생산 동향은 작년보다 크게 증가했다. 2분기 제주도의 어업 생산량은 총 2만2,820톤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175톤, 16.2%가 증가했다. 어업 생산량 증대에 가장 크게 기여한 어종은 갈치(5,641톤)다. 지난해보다 59%나 많이 잡혔단다. 멸치(4,169톤)와 민어(270톤)의 조황도 좋았고, 양식 어종인 넙치와 돌돔, 전복류 등의 생산도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상황만 나아진다면 제주도로 가을 식도락 여행을 떠나도 좋겠다. 물론 택배 주문으로 집에서 안전하게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난류 어종인 갈치가 가을에 맛있는 이유
난류성 어종인 갈치는 따뜻한 해역이라면 어디든 서식한다. 북아프리카부터 중동과 남중국해를 거쳐 우리나라와 일본에 이르기까지 갈치는 상당히 넓은 바다에 분포해 살아간다. 비교적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를 선호하지만 산란기인 8~9월에는 얕은 곳으로 올라온다. 갈치 철을 여름이라고도 하고 가을이라고도 하는데 두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알이 찬 시기는 여름이다. 산란한 후에는 양분을 비축하는 습성이 있어서 살에 단맛이 오른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갈치 어획량이 크게 줄면서 7월을 갈치 금어기로 지정했다. 이제 갈치 제철은 10월로 보는 게 ‘옳을’ 것 같다.
물론 과거와 달리 이제는 냉동 기술이 발전하고 해외 갈치도 많이 수입하기 때문에 언제든 갈치를 먹을 수 있다. 제주 갈치가 품귀 현상을 빚자 세네갈 갈치가 대량 수입되더니 이제 아랍에미리트의 중동 갈치와 필리핀산 남태평양 갈치까지 우리 식탁에 오른다. 글재주까지 뛰어난 박찬일 셰프는 <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라는 책에서, 이탈리아 유학 시절 ‘싼 맛에’ 지중해산 갈치를 지겹도록 먹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떤 갈치가 맛있는 갈치일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신토불이’라는 말처럼 우리 입에는 우리 바다에서 난 갈치가 가장 맛있겠지만 세계인 모두의 보편적인 정답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외국산 갈치와 우리 갈치를 구분하는 방법은 있다. 우리나라의 주요 갈치 산지는 제주도와 부산, 여수 등 남해안이다. 제주도의 동쪽은 바로 일본이다. 가깝다 보니 우리 갈치와 일본 갈치는 한 종으로 묶인다(물론 같은 종 안에서도 차이는 존재한다).
다른 갈치는 대부분 ‘남방갈치’다. 남방갈치와 우리 갈치를 구분하기에 앞서 일단 우리 갈치부터 살펴보자.

갈치 백과
우리는 갈치를 은갈치, 먹갈치, 흑갈치로 분류한다. 그런데 우리 바다에서 잡히는 갈치는 색깔만 다를 뿐 종은 같다. 갈치는 수심 0~500m 사이에서 생활한다. 가장 깊은 수심으로 따지면 심해어에 해당하지만 우리가 먹는 갈치는 주로 수심 100m 정도에서 포획한다.
은갈치는 낚시로 잡아서 비늘이 손상되지 않았기 때문에 은빛 찬란한 자태를 뽐낸다. 반짝이는 은빛은 보기에도 좋을뿐더러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보기도 좋고 신선도도 좋으니 몸값이 비싼 건 당연할 터. 그래서 싱싱하고 두툼한 제주산 은갈치를 맛보려면 응당 그만한 투자가 필요하다. 먹갈치는 먹빛, 검은빛을 띤다. 원래 비늘이 검어서가 아니라 그물 속에서 몸부림치다 비늘이 떨어져나갔기 때문에 검어진 것이다. 깊은 바다에서 생활하던 놈이니 은갈치보다 더 억센 건 당연하다. 먹갈치는 은갈치보다 입이 크고 이빨도 날카롭다. 꼬리 지느러미가 없는 것도 먹갈치의 특징이다. 먹갈치는 은갈치보다 흔하다. 그렇다고 맛이 떨어진다고 볼 순 없다. 흑갈치는 낚시로 잡았지만 비늘이 원래 거무튀튀한 갈치를 가리킨다. 부산 지역에서 종종 잡히는데 제주도에서도 가끔 잡힌다.
‘풀치’도 갈치의 일종이다. 풀치는 갈치의 치어로, 얼핏 봐선 멸치로 오해할 수도 있다. 풀치는 햇빛에 말려서 양념에 무쳐 먹는다. 갈치의 살은 다 자라서도 부드럽기 그지없으니, 치어인 풀치야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풀치는 멸치볶음과 달리 불이 닿는 순간 살이 무너지듯 부서진다. 그래서 햇빛에 말려두었다가 먹을 때 바로 무쳐버리는 것이다. 풀치무침은 별미지만 지금은 맛보기 힘들다. 치어를 보호해야 해서, 멸치잡이에 잘못 잡혀 온 소량의 풀치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우리 바다에서 잡히는 갈치도 서식지와 서식 수심, 조어 방식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니 수입 갈치의 성격은 더욱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 갈치는 흰자위 위에 검은자위 눈을 가진 반면 외래종 남방갈치의 눈동자는 노란색을 띤다. 국산 갈치의 옆 지느러미는 은색이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연한 노랑으로 바뀌는 데 반해 수입 갈치는 연노랑에서 진노랑으로 변해간다.
수입 갈치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 종보다 크다는 사실이다. 크기 때문에 국산 갈치에선 흔히 나타나지 않는, 사람 이빨처럼 생긴 뼈가 자주 발견되곤 한다. 수입 갈치의 살을 바르다 보면, 사람의 송곳니나 어금니 비슷한 뼈를 발견할 때가 있다. 갈치 부위에 따라 나타나는 뼈의 모양도 다르다. 몸통에서 나오는 뼈는 송곳니를, 항문 부위에서 나오는 뼈는 어금니를 닮았다. 갈치가 육식 생선이기 때문에 사람을 잡아먹은 게 아니냐고 놀라는 이도 있다. 그건 아니니 걱정할 필요 없다. 깊은 바다에서 생활하는 갈치는 날개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근처의 일부 살이 석회질화해서 뼈처럼 바뀐다. 이를 ‘이석’이라고 하는데, 깊은 수심을 견디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측한다.

전통의 국민 생선에서 고품격 식재료로
지금은 고급 생선으로 취급받지만 갈치는 원래 서민 음식에 속했다. 조선 후기 정조 때 실학자 서유구는 물고기에 대한 서적인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를 집필하면서 “돈을 낭비하기 싫으면 소금에 절인 갈치를 먹으라”라고 했다. 갈치가 저렴한 생선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궁궐과 관청에 각종 도자기를 납품하던 공인 지규식은 1891년부터 1911년까지 20년간 개인 기록인 <하재일기(荷齋日記)>를 썼다. 이 책은 조선 후기의 풍속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요리의 종류는 알 수 없으나 술안주로 갈치 가격 1냥을 일꾼에게 지급했다는 대목이 있다. 냉면 한 그릇과 참외도 1냥씩이었고, 장례식에선 5냥을 부조했다. 갈치가 비싸진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상황이 바뀐 건 1990년대 이후다. 1980년대까지 갈치는 서민 음식으로 인기가 좋았다. 1980년대 이후 어획량이 점점 줄어들면서 귀한 몸으로 취급받기 시작했고, 급기야 아프리카와 중동, 남태평양의 갈치를 우리 밥상으로 초빙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모든 어류가 자신에게 적합한 수온을 찾아 이동하지만 갈치의 경우 좀 더 각별한 듯하다. 조선 시대에는 갈치가 우리의 모든 바다에서 잡혔는데, 계절에 따라 포획지가 다를 정도였다. 1980년대 이후 계속 줄어들던 갈치 어획량이 201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건 수온 변화 때문이다. 구워 먹고, 졸여 먹고, 국으로 끓여 먹고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갈치는 말 그대로 밥도둑이다. 단백질, 지방, 특히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 무기질도 다량 함유하고 있으며, 칼슘과 인 등 무기질이 풍부해 여성이나 노약자의 뼈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불포화지방산인 DHA는 성장기 아이의 두뇌 발달에 좋고, 올레산은 동맥경화 등 혈관 질환 환자에게 좋다. 10월의 제주 갈치가 기다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0. 10 에디터:정재욱
글: 이중한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2020. 10
  • 에디터: 정재욱
    글: 이중한
  • 트위터로 공유
  • 페이스북으로 공유
  • 핀터레스트로 공유
  • 링크URL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