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STYLE

서울의 다섯 가지 향기
향기가 우리를 과거의 어떤 순간이나 장소로 이동시킨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어떤 향기가 서울을 떠올리게 할까? 지금 당신을 서울의 어딘가로 떠나게 할 다섯 가지 향기.
럼버잭

1. 그랑핸드가 추천하는 향수 럼버잭, 그리고 서울의 위스키 바
럼버잭(Lumberjack)은 반전 매력을 지닌 향이다. 선택지가 좁은 남성 향 라인을 확장하는 동시에 대중적인 향보다는 호불호가 강해도 그만큼 매력 있는 향에 도전해 탄생한 향이다. 자작나무 숲과 야생적이고 거친 느낌, 그러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담겼다. 우디 계열이지만 매캐한 향이 특징이며, 중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할 때 제격이다. 럼버잭의 매력을 온전히 느끼려면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 첫인상이 강해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잔향의 부드러움을 경험하고 나면 남녀 모두 좋아하기 때문이다. 럼버잭이 안내하는 서울의 장소는 영화 <소공녀>에 등장하는 서촌의 위스키 바 ‘코블러’다. 코블러는 한옥에서 위스키를 마실 수 있는 매력적인 곳. 한옥과 위스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잘 어울리는 두 조합에 다양한 느낌으로 변주되는 럼버잭의 향도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그랑핸드

그랑핸드 북촌점 © 그랑핸드

그랑핸드

그랑핸드 북촌점 © 그랑핸드

럼버잭

그랑핸드 향수 럼버잭

그랑핸드는 향을 주력으로 다루는 브랜드가 드물던 2014년, 특별한 순간이 아닌 평범한 일상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향을 즐기고, 자신을 연출하는 또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서 향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목표로 탄생한 브랜드다. ‘솔직함’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이들은 그랑핸드의 결을 유지하기 위해 제품을 직영점에서만 선보인다. 첫 매장은 북촌에 자리 잡았는데, 공터에 직접 지은 한옥 건물을 사용한다. 프랑스 문화인 향수를 가장 한국적 건축양식인 한옥에서 볼 수 있도록 한 것만으로도 어떤 고집이 느껴진다. 그랑핸드의 향은 강하거나 독하지 않고 대체로 편안하다. 조향할 때 조금이라도 머리가 아프거나 향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세민하게 신경 쓴 덕분이다. 평소 향수를 잘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나 향수 입문자가 처음 쓰기 좋다.

그랑핸드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11길 19, 그랑핸드 북촌점
전화 +82-2-333-6525
홈페이지 granhand.com
시그니엘

2. 롯데호텔의 디퓨저 시그니엘 디퓨저 W.I.Wood, 그리고 서울의 호텔
호텔의 향기를 집으로 가져오면, 잠깐은 서울의 호텔로 여행 온 기분이 들지 않을까. 여기 우리를 호텔로 이끄는 향이 있다. ‘W.I.Wood(A Walk in the Woods)’라는 이름의 이 향은 탐스러운 과실 향과 향긋한 꽃향기, 그리고 은은한 나무 향이 어우러지는 우디 계열 향으로, 시그니엘 서울의 로비나 라운지, 객실을 거닐며 맡았던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향의 주인공이다. 롯데호텔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시그니엘의 가치와 서비스를 향기에 담고자 했다. 조향사는 “시원하게 펼쳐진 하늘 위 새하얀 구름 속, 그곳을 거닐며 바라보는 변화무쌍한 하늘의 아름다움과 특별한 아늑함”으로 이 향기를 표현한다(시그니엘 서울은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롯데월드타워 상층부에 위치한다). 향기를 맡는 순간 시그니엘 서울에서 누린 편안함이 되살아난다.
시그니엘

시그니엘

시그니엘 서울

호텔은 더 이상 단순히 숙박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호텔이 지역의 문화를 만들기도 하고, 호텔에 머무는 것이 하나의 경험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경험을 다양한 상품으로 판매한다. 호텔 굿즈가 여행지의 기념품이 되는 것이다. 롯데호텔에서는 식품과 리빙 등 롯데호텔에서 누린 다양한 상품을 온라인 e숍에서 선보이고 있다. 시그니엘 디퓨저 W.I.Wood도 그중 하나다. 온라인 숍 이외에 시그니엘 서울 라운지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시그니엘 서울
주소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300, 79층 시그니엘 서울 라운지
전화 +82-2-3213-1000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seoul-signiel
레필로그

3. 레필로그가 추천하는 향수 No.6, 그리고 서울의 미술관
레필로그가 향수를 제안하는 방법은 조금 색다르다. 향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아내 시향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떠한 상황을 연상하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향 자체를 기억하기보다 어떠한 환경에서 느꼈던 향을 좋음과 싫음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공감각적으로 구현해낸 향에서 자신에게 맞는 향을 찾을 수 있다. 그중 ‘No. 6(NC-17)’ ‘17세 미만 사용 불가라는 타이틀로 남녀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향수다. 사람들의 사랑, 기억, 추억에 기반해 더 많이 기억되고 더 많은 추억이 떠오르는 그 사람의 향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스파이시 머스크 향의 향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넓으면서도 갇힌 공간 속 작품 사이를 여유롭게 걷는 사람들. 그 순간 잊고 있었지만 강렬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No.6의 향이 스친다면 어떨까요?” 어쩌면 한 번쯤 부드러운 살결을 연상시키는 No. 6를 다양한 사람이 오가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느꼈을지도 모른다.
레필로그

레필로그 론칭을 기념해 챕터원 에디트에서 진행한 레필로그 전시 © 챕터원

레필로그

레필로그 No. 6 © 챕터원

레필로그는 2017년 출시한 디퓨저와 룸 스프레이를 시작으로 향에 대한 고민과 개발을 지속해온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챕터원’이 2020년 론칭한 향수 브랜드다. 시각적인 것 그 이상의 영역에 대한 시도로, 무의식에 기억되는 공간의 향을 넘어서 사람의 향에 주목했다. 공간에 향이 더해져 보다 복합적인 심상이 완성되듯,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하는 방법으로 향수를 다루고자 했다. 향수의 발향과 지속력을 더 오래 유지하기 위해 원재료 농도를 높이는 등 2년여간의 연구, 개발을 거쳤다. ‘No. 1’에서 ‘No. 6’까지, 시간, 공간, 기억, 상황, 사람과 추억이라는 키워드와 이야기가 담긴 총 6종의 레필로그 향수로 나만의 색깔을 드러내보자. 2021년에는 이 향들을 보디 라인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레필로그
주소 서울시 서초구 나루터로 65, 챕터원 에디트
전화 +82-2-3447-8001
홈페이지 chapterone.kr
논픽션

4. 논픽션이 추천하는 인 더 샤워, 그리고 서울의 공원
논픽션이 추천하는 향은 9월에 새롭게 론칭한 향수 ‘인 더 샤워(IN THE SHOWER)’다. 1년여의 연구 개발 기간을 거쳐 완성했다. 초기 개발 단계부터 논픽션 팀원들에게 열렬히 환영받은 향으로, 캄파리와 파촐리를 메인 노트로 하는 스파이시 우디 계열의 향수다. 축축한 나무, 땅, 숲 등을 연상시키는 이 향은 가을과 겨울로 넘어가는 이맘때 가장 잘 어울린다. 서울에는 나무와 숲을 느낄 수 있는 많은 공원이 있다. 그중 선유도공원은 폐쇄된 정수장 시설에 조성한 생태공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환경 재생 생태공원으로, 과거 정수장 건물이 자연과 공유될 수 있도록 개조를 최소화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있다. 인 더 샤워의 우디 향이 묵직하고 고요하면서도 거친 이 공원에 퍼져나간다.
논픽션

논픽션 한남점

논픽션

논픽션 향수 인 더 샤워

논픽션

논픽션 한남점

몸을 씻고 정돈하는 것은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일상의 의식이자 나의 가장 솔직한 모습과 마주하는 순간이다. 논픽션은 이러한 시간을 위해 탄생한 라이프스타일 뷰티 브랜드로, 향수와 보디 케어 제품을 주로 선보인다. 4종의 시그니처 향, ‘상탈크림’, ‘젠틀나잇’, ‘가이악플라워’, ‘포겟미낫’은 세계적인 조향 회사인 피르메니히, 만, 심라이즈의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해 완성한 것이다. 이 향들이 향수와 보디워시, 핸드크림 등 보디 케어 제품에 담겼다. 모든 제품은 설페이트, 파라벤, 프탈레이트 등 17가지 유해 성분이 첨가되지 않아 민감한 피부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논픽션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49, 3층 논픽션 한남점
전화 +82-2-790-4097
홈페이지 nonfiction.kr
모노룸

5. 모노룸이 추천하는 디퓨저 앤틱 샌달우드, 그리고 서울의 앤티크 가구 거리
빈티지 가구에 빠져 있던 ‘모노룸’의 두 대표는 작업실에 비치할 가구를 찾기 위해 한 달여 간 이태원 앤티크 가구 거리를 돌아다녔다. 앤티크 가구점에 들어서면 쿰쿰한 창고의 냄새, 나무 냄새, 어찌 보면 잘 숙성된 와인을 담고 있는 오크 통 냄새 같은 게 난다. 이렇게 묘한 냄새들 사이에서 가구 표면을 만져보면, 표면이 아주 부드럽게 닳아 있는 것이 느껴진다. 가게 주인은 이 가구가 만들어진 연도부터 수입된 지역까지 줄줄이 읊어댄다. 그런 설명을 들으면 가구와 함께 생활했을 사람들이 상상되면서 자연스레 세월의 흐름을 깨닫게 된다. 두 대표는 그때 느낀 감정과 기억을 담아 향으로 만들었다. ‘앤틱 샌달우드’는 향신료의 스파이시함과 나무 진액의 끈적하고 달큰함이 어우러진 향이다. 앤틱 샌달우드가 이태원의 한 앤티크 가구점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모노룸

모노룸

© 모노룸

모노룸은 ‘단 하나의 공간을 위한 향’이라는 콘셉트로 시작한 작은 향기 브랜드다. 그래픽디자이너 출신의 유호석·이나연 두 대표가 기획부터 조향까지 담당한다. 두 사람이 함께 운영하는 브랜드기에 서로의 취향과 생각이 브랜드에 많이 담겼는데, 사용하는 유리병이나 노즐, 뚜껑, 종이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두 사람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선택하고 완성한다. 모노룸은 네 가지 타입의 향을 캔들과 디퓨저, 룸 스프레이 형태로 선보인다. 그중 3시간 정도 연소하는 작은 크기의 티라이트 캔들은 잠깐 기분을 전환하고 싶을 때 유용하다. 그래픽디자이너답게 이들이 특별하게 디자인한 패키징 박스를 보는 즐거움도 있다. 박스를 묶은 리본 또한 이 두 사람이 그때그때 직접 묶는 것. 브랜드를 만드는 이들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 중요해 때로는 고생스러운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덕분에 우리는 더욱 아름다운 향기 브랜드를 곁에 두게 됐다.

모노룸
주소 서울시 마포구 어울마당로1길 19, 2층
전화 +82-2-6013-8446
홈페이지 www.monoroom.kr
2020. 10 에디터:김혜원
포토그래퍼:안가람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2020. 10
  • 에디터: 김혜원
  • 포토그래퍼: 안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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