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STYLE

제주 토속 음식, 맛의 방주를 타다
오랫동안 잊히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제주의 식자재와 토속 음식이 있다. 이들을 계속 생산, 유지할 수 있도록 맛의 방주 프로젝트에서는 이를 기록하고 홍보 중이다. 알고, 기억하고, 먹어봐야 할 23종은 어떤 것일까?
잊히기 전에 보존하고 생산하자
노아가 방주를 만들어 자신의 가족과 동물을 대홍수로부터 구한다는 성경 이야기는 너무 유명하다. 이후로 방주(Ark)는 무언가를 구하거나 보존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인류의 식탁에도 보존해야 할 것들이 생겼다. ‘많이, 빠르게, 저렴하게’라는 자본주의의 효율성과 경제 논리에서 세계인은 엇비슷한 식자재와 음식을 먹고 있다. 그 개수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덕분에 자국에서 나는 고유 식자재와 음식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빠르게 소멸하고 있다.

국제 슬로푸드 협회에서 사라지기 직전의 지역 음식 문화와 식자재를 지켜내자는 ‘맛의 방주(Ark of Taste)’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맛의 방주 프로젝트에서 식자재 보존 원칙으로 삼는 것은 ‘특징적인 맛을 가지고 있는 것’, ‘지역의 환경, 사회, 경제, 역사와 연결되어 있는 것’, ‘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 것’, ‘전통 방식으로 생산한 것’ 등이다. 
맛의 방주 명단에 식자재와 음식을 등재하는 이유는 종자 은행과는 다르다. 종자 은행이 품종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작물의 종자를 저장 은행에 보관한다는 의미가 있다면, 맛의 방주 명단에 등재하는 것은 널리 알리고 홍보함으로써 소비자가 식자재와 음식을 찾고, 생산자는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해 생산을 지속하는 유통의 선순환 구조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이를테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관광지에 관광객이 몰리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먹지 않으면 식탁에서 사라진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2020년 12월 현재, 전 세계 150여 나라의 식자재와 음식 5,428종이 ‘맛의 방주’에 등재되었다. 한국은 2013년 제주 푸른콩을 시작으로 103종이 등재된 상태다. 이 중 제주에서 나는 식자재와 토속 음식은 모두 23종이다. 강술, 꿩엿, 댕유지 등 이름부터 낯선 음식과 식자재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제주 흑우
체구가 작은 토종 한우로 겉모습이 온통 검다. 조선 시대 왕이 직접 밭을 가는 친경(親耕)에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지만 일제강점기에 말살될 뻔했다. 1992년부터 제주에서 유전자원 수집과 혈통 관리 사업 등을 통해 개체수를 늘렸다. 올레산 함량이 높아서 담백하고 맛도 좋다. 2013년에는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되었다.

제주 꿩엿
말 그대로 날짐승 꿩으로 엿을 고았다. 쌀이 귀한 제주에선 차조로 밥을 지었다. 먼저 차조밥에 보리엿기름을 갠 후 삭혀 당화물을 만든다. 당화물에 잘게 찢은 꿩고기를 넣고 하루 이상 고아내면 꿩엿이 된다. 이름은 엿이지만 진한 잼 정도를 상상하면 된다. 설탕과 고기가 귀하던 시절,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고단백 보양식으로 생겨났다.

제주 댕유지
한국에선 제주에만 서식하는 감귤류로 당유자라고도 부른다. 당나라에서 들어온 품종일 수도 있으나 정확한 유래는 확인하기 어렵다. 커다란 열매는 복수박 만하다. 과육과 껍질을 모두 먹지만 시고 씁쓸한 맛이 강해 그냥 먹기보다는 주로 차로 끓여 마신다. 과일 가게가 아닌 약재상에서 감기 예방 약재로 구하기 쉽다.

산물
제주 재래종 귤 또는 귤나무를 가리키며, 진귤이라고도 한다. 과육도 먹지만 약간 오돌토돌한 껍질을 쌀뜨물에 담갔다가 말려서 약재로 썼다. 껍질이 더 귀한 대접을 받은 셈이다. 최근 이 껍질 효능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 고소리술
고소리술은 제주식 소주다. 원래 소주는 고려 시대에 몽고에서 전해졌다. 고려의 수도인 개성, 일본 정벌 본부인 경북 안동, 군마 목장인 제주가 소주 주요 산지로 유명해진 이유도 원나라 군의 대표적 주둔지였기 때문이다. 고소리술은 제주의 좁쌀을 고소리라는 증류기로 내린 술로, 안동소주와 함께 남한 지역의 양대 소주로 꼽힌다. 부드럽고 숙취 없기로 유명하다.

제주 재래닭
제주의 토종닭은 얼굴에 검은 깃털이 나고 목털도 많은 데다 꼬리가 길고 힘이 좋다. 살은 지방이 적어 쫄깃하다. 1970년대까지 제주에선 음력 6월 20일에 보양식으로 닭을 먹는 전통이 있어 이 재래종 닭이 사육되었다. 하지만 경제성 높은 교잡종 닭이 들어오면서 재래종 닭은 점점 보기 어려워졌다.

다금바리/자바리
미식가 사이에서 최고로 손꼽히며, 자연산 존재 유무를 두고 늘 횟집 식탁의 화제가 되는 생선이다. 어류도감에 등록된 다금바리와 자바리는 다른 어종인데, 제주에서는 자바리를 다금바리로 불러 늘 호칭과 정체성의 혼란을 불러왔다. 맛은 비리지 않고 깊고 담백하다. 크기에 따라 식용 부위 구분법이 다른데, 제주에선 산모에게 다금바리맑은탕을 끓여주는 풍습이 있었다.

제주 재래 돼지
제주 전통 흑돼지로 2,000~3,000년 전에 만주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한다. 일반 돼지와 달리 발육이 느려서 10개월 이상 키워야 한다. 다 커도 개량종보다 작다. 쫄깃한 맛이 일품이지만 경제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요즘 인기몰이 중인 흑돼지는 개량종인 버크셔로 재래 흑돼지와는 다르다. 돔배고기(도마수육), 몸국, 돼지고기엿 등 제주 향토 음식 재료로 사용하지만, 재래 돼지 자체가 귀해 주로 품종 유지 목적으로 사육하고 있다.

제주 오분자기
제주 방언으로 떡조개라고 부른다. 새끼 전복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종류가 완전히 다르다. 전복 껍질의 호흡 구멍은 살짝 솟아 있지만 오분자기는 편평하다. 구멍 수도 전복은 5개 이하, 오분자기는 6개 이상이다. 예전에는 귀한 전복 대용이었지만, 지금은 오분자기 수확량이 줄어들어 ‘오분자기 뚝배기’를 작은 전복으로 대체하는 현지 식당도 적지 않다.

제주 강술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고체 술이다. 제주에서 나는 차조를 갈아서 술떡(오메기떡)을 만들어 익힌 후, 토종 밀 누룩과 섞어 항아리에 담는다. 4개월간 발효시키고 건조하면 강술이 완성된다. 강술을 물에 희석하면 탁주가 되는데, 오래전에는 목동이 가지고 다니면서 마시던 도시락 음료였다.

제주 푸른콩장
제주 지역의 토종 콩인 푸른콩은 푸린독새기콩 또는 푸른독새기콩이라고도 부른다. 일반 콩보다 단맛이 강해 장으로 담근 후에도 일반 장과는 다른 맛을 낸다. 은은하게 단맛이 나 제주된장냉국, 제주식 물회의 베이스가 된다. 일반 장과 달리 메주와 간장을 분리하는 단계에서 곡류로 만든 누룩을 첨가해 맛과 영양을 보충한다.

골감주
제주식 토속 식혜다. 골은 엿기름을 가리키는 제주 옛말이다. 찹쌀로 낸 즙과 토종 호밀 삶은 물을 식혀 엿기름과 섞은 후 반나절 정도 두면 발효가 시작된다. 면포로 걸러낸 후 살짝 졸여두면 골감주가 완성된다.

구억배추
서귀포시 구억면에서 발굴해 복원한 전통 배추. 배추는 속이 꽉 찬 결구배추와 잎이 벌어져 속이 성근 불결구배추로 나뉘는데, 한반도 재래종은 대부분 불결구배추였다. 그래서 청일전쟁 무렵 중국산 결구배추가 수입될 때까지 우리의 주요 김장 재료는 배추가 아니라 무였다. 하지만 제주 구억배추는 결구배추인 데다 은은한 갓 맛까지 돌아 김장에 제격이었다.

제주 참몸
갈조류 식물인 참몸(참모자반)은 제주 음식에서 활용도가 높은 식자재다. 경조사에 돼지고기를 많이 사용하는 제주에서 돼지고기와 내장을 삶은 국물에 모자반을 넣은 몸국은 제주의 대표 음식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모자반은 지방 흡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 돼지고기와도 궁합이 매우 좋다. 다행스럽게 몸국은 제주에서 인기 음식이어서 여행자들도 즐겨 찾고 있다.

제주 순다리
남은 밥을 발효해서 만든 음료로 쉰다리라고도 한다. 밥이 쉬기 전에 보리나 밀 누룩을 넣고 삭혀서 만들었기 때문에 새콤하다. 보리밥으로 만든 순다리가 일반적인데, 쌀밥 순다리가 좀 더 달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제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음료였지만, 1970~1980년대 전기밥솥이 널리 보급되면서 자연스럽게 거의 사라졌다.

 

제주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 제주
롯데호텔 제주는 500개의 객실을 갖춘 리조트 호텔로 중문관광단지에 자리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리조트 호텔 ‘더 팰리스 오브 더 로스트 시티’를 모델로 삼은 설계와 제주 천혜의 자연이 어우러져 이국적 분위기가 가득하다. 호텔 셰프들이 엄선한 최상의 제주 현지 식자재로 요리한 140여 종의 메뉴를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더 캔버스(THE CANVAS)’에서 맛볼 수 있다. 사계절 온수풀과 헬로키티 캐릭터 룸 등 다양한 시설로 가족과 연인에게 사랑받는 호텔이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72번길 35
전화 +82-64-731-1000
홈페이지 롯데호텔 제주
2021. 3 에디터:정재욱
글: 이중한
자료제공: 이동혁(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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