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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대나무공예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 Quang nguyen vinh, Shutterstock.com

오래된 미래, 베트남 대나무공예 마을 탐방기
예로부터 하노이에는 성곽을 중심으로 큰 시장이 열렸고, 수공예 장인과 무역 상인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자연스레 도시 근교에 공예 거점 마을들이 자리를 잡았다. 여름색이 짙게 드리운 어느 무더운 날, 하노이 근교에 위치한 ‘대나무공예’ 마을로 여행을 떠났다.
베트남 사람들은 자연에서 얻은 질 좋은 재료를 기반으로 다양한 공예품을 만들어왔다. 더욱 특별한 점은 도자기, 목재, 금속 등 특정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장인들이 집단을 이루어 모여 살며 대를 이어 기술을 전수하는 ‘특산 공예 마을’이 많다는 것. 이 같은 공예 마을은 베트남 전역에 걸쳐 약 2,8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수도 하노이를 거점으로 베트남 북부에 밀집되어 있다. 그중 3곳의 대나무공예 마을로 안내한다.
 
꽃처럼 피어난 향: 꽝푸꺼우
하노이에서 차량으로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심과는 사뭇 다른 안온한 정취를 마주할 무렵, 난데없이 길가에 주렁주렁 피어 있는 화려하고 거대한 꽃송이들을 발견한다면 꽝푸꺼우(Quang Phu Cau) 마을을 잘 찾아온 것이다. 처음 보는 형태와 색감, 제아무리 무뚝뚝한 이라도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황홀한 아름다움의 정체는 바로 ‘향(incense)’이다.
꽝푸커우 마을 길 한편에 늘어선 향 © 전혜인

꽝푸커우 마을 길 한편에 늘어선 향 © 전혜인

꽝푸커우 마을은 베트남에서 첫손에 꼽는 대나무 향 제작 마을로, 역사가 족히 100년은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마을 전체가 온통 붉은색, 진분홍색, 연분홍색의 ‘대나무 향 송이’로 가득하다. 약 3,000가구가 대나무 향을 제작하고 있으며, 마을 전체가 하루에 사용하는 대나무양은 무려 200톤에 육박한다.
이토록 많은 양의 향이 필요한 이유는 베트남의 제사 문화와 관련이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절과 사원에서는 물론, 일터와 가정 등 사람의 손길이 닿는 거의 모든 공간에 제단을 두고 제사를 지낸다. 제단의 필수 요소가 조상께 올릴 음식, 그리고 향이다. 향을 피울 때 나는 연기가 산 자와 죽은 자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 향이 베트남 사람들의 일상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나무를 가는 막대 모양으로 가공하는 과정 © 전혜인

대나무를 가는 막대 모양으로 가공하는 과정 © 전혜인

염색 후 향료를 입히는 과정을 거쳐 아름다운 향이 탄생한다. © 전혜인

염색 후 향료를 입히는 과정을 거쳐 아름다운 향이 탄생한다. © 전혜인

향은 베트남 사람들의 일상 한편을 차지한다. © Tony Duy, Shutterstock.com

향은 베트남 사람들의 일상 한편을 차지한다. © Tony Duy, Shutterstock.com

베트남 전통의 대나무 향은 여러 단계를 거쳐 완성된다. 먼저 대나무를 얇게 자르고 동그란 단면과 매끄러운 표면이 되도록 다듬는다. 그 뒤 대나무 막대에 염료를 입혀 색을 낸다. 이때 대나무 막대를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바싹 말리는 공정이 필요한데, 염색된 대나무를 한 움큼 모아 동그랗게 펼쳐놓은 모습이 꽃송이를 연상시켜 꽝푸꺼우의 마스코트가 된 것이다. 대나무 막대가 열대의 태양을 머금고 바싹 마르면, 제사 때 연기를 피울 향료(incense paste)를 막대에 입힌다. 향료는 향과 대나무 톱밥, 접착제 등을 적절히 배합해 만든다. 마을 장인들의 손을 거쳐 이 모든 과정이 이루어지면, 드디어 그 유명한 꽝푸꺼우 대나무 향이 탄생한다.
 
수렵 도구에서 공예품으로: 투시
끝없이 펼쳐진 논 위를 바람이 훑고 지나가면 벼들이 사르락 소리를 내고, 새들은 사뿐 날아오른다. 하노이에서 약 60km 떨어진 흥옌성 투시(Thu Sy) 마을, 여느 시골 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이곳은 2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나무 어구 마을이다. 마을 주민 500여 명이 베트남어로 ‘도(Do)’라고 불리는 대나무 어구를 만든다. 투시 마을에서 베트남 전역에 공급하는 어구가 연간 65만여 개라고 하니, 자그마한 마을임을 감안할 때 실로 놀라운 생산량이다. 투시 마을의 어구는 어부나 농민들이 물고기, 장어, 게 등을 잡을 때 이용할 뿐 아니라, 최근에는 친환경 조명 장식이나 실내 조형물로도 사용해 도시 내 수요도 늘고 있다.
완성된 어구는 창고에 모아두었다가 자전거에 한가득 실어 장터에 가지고 나가 판매한다. © Supermop, Shutterstock.com

완성된 어구는 창고에 모아두었다가 자전거에 한가득 실어 장터에 가지고 나가 판매한다. © Supermop, Shutterstock.com

마을을 걷다 보면 얇은 대나무 줄기를 한 줄씩 교차하며 어구를 만드는 가족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조부모부터 어린아이까지, 3대가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손을 바삐 움직인다. 그들의 손끝에서 공예품이 하나둘 번듯한 모양새를 갖추어간다. 올록볼록 복잡한 모양의 어구를 익숙해진 감각만으로 능숙하게 만들어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손놀림을 어깨너머로 보며 손자들도 슬쩍 대나무 줄기를 잡아 한 줄 두 줄 꿰어본다. “내가 손자 나이 때인 까마득한 옛날에도 지금과 똑같은 풍경이었어요. 나도 다섯 살 때부터 할아버지 곁에 앉아 어구를 만들었답니다.” 손자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노인이 말한다.
뜨개질과 같이 어구 모양에 따라 직조 밀도와 방식을 조절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 전혜인

뜨개질과 같이 어구 모양에 따라 직조 밀도와 방식을 조절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 전혜인

어구를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준비물 © 전혜인

어구를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준비물 © 전혜인

투시 마을은 베트남 최대의 어구 생산량을 자랑한다. © 전혜인

투시 마을은 베트남 최대의 어구 생산량을 자랑한다. © 전혜인

투시 마을의 어구는 사람이 직접 수작업으로 만든 100% 수공예품이다. 제작 과정도 온전히 자연의 힘에 기댄다. 채취한 대나무를 얇게 자르고 다듬은 다음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태양 아래에서 말린다. 정성을 다해 손으로 어구를 일일이 직조한 후, 훈증 작업을 통해 빛나는 갈색으로 단장하면 투시 마을의 전통 대나무 어구가 완성된다.
묵묵히 자연의 곁에 머물며, 주어진 재료를 감사히 활용하고, 공동체 안에서 서로가 벗이 되어주며 사소한 것에도 큰 웃음을 나누는 것. 마을 사람들이 어구를 만드는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이 흘러나와 마음을 적신다. 오로지 인간의 손을 이용해 정직하고 소박하게 한 땀 한 땀 꿰어가는 투시 마을의 대나무공예는 온화하고 따스한 이곳 사람들을 닮았다.
 
대나무공예의 모든 것: 카인호아익
풀내음과 비슷한 시원한 대나무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온다. 하노이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30km 떨어진 곳에 각종 대나무공예로 유명한 카인호아익(Canh Hoach) 마을이 있다. 마을은 온통 대나무 천지다. 눈에 보이는 모든 집이 대나무를 이용해 무언가를 하는 중이다. 전문 가게나 공방뿐 아니라 일반 주택 앞마당에서도 주민들이 모여 앉아 대나무공예에 한창이며, 거리에는 대나무공예품을 운반하는 인력이 쉴 새 없이 드나든다. 마치 지역 전체가 대나무를 위한, 대나무에 의한, 대나무 마을과도 같다.
대나무를 구부려 새장의 프레임을 만든다. © 전혜인

대나무를 구부려 새장의 프레임을 만든다. © 전혜인

카인호아익 마을 사람들은 고품질 대나무를 이용해 각종 공예품을 생산한다. 대나무 등(조명), 대나무 도시락, 대나무 부채 등 빼어난 대나무 공예품 중에서 특히 정교하고 아름다운 품목으로 손꼽히는 것은 대나무 새장이다. 카인호아익 일대에서 만든 새장은 내구성이 뛰어나고 고급스러운 아름다움을 지닌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카인호아익의 새장이 베트남에서 일류로 꼽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마을의 새장 장인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요소는 원재료의 품질과 정교한 작업 과정이다. 카인호아익 사람들은 주로 까오방 등지에서 최상급 대나무를 가져온다. 대나무는 공예품의 재료인 만큼 마디 하나가 충분히 길어야 한다.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은 대나무 © 전혜인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은 대나무 © 전혜인

장인의 손을 거쳐 완성되는 대나무 공예품 © 전혜인

장인의 손을 거쳐 완성되는 대나무 공예품 © 전혜인

카인호아익 마을의 다양한 대나무 공예품들 © 전혜인

카인호아익 마을의 다양한 대나무 공예품들 © 전혜인

만족스러운 대나무를 얻었다면, 이제 공예를 위한 대장정이 시작된다. 먼저 대나무를 마디별로 잘라 12시간을 끓인 뒤 10~15일간 물에 담가놓는다. 이는 유연성과 내구성을 위한 작업이다. 이후 수일간 태양 볕에 말린다. 대나무가 바짝 마르면 얇은 조각으로 쪼갠다. 대나무 막대가 얇은 스파게티 면처럼 될 때까지 매무새를 다듬는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장인이 대나무 막대를 구부리고 엮는 공예를 시작한다. 바닥재에 고르게 구멍을 뚫고 얇은 대나무 막대를 구부려 새장의 프레임을 만들어 끼운다.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흠이 없고 대칭을 이루어야 하므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내려온 손 기술을 활용해 대나무 새장을 완성한 후, 마무리 단계에서는 대나무 새장 겉면에 장인의 숨은 비법을 한껏 발휘해 섬세한 장식을 새긴다.
새장은 많이 팔리는 날에는 하루에 3,000개 이상이 판매된다고 한다. 마을은 항시 전국 각지로 새장을 운반하는 차량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요즘은 많은 사람이 여러 용도로 대나무 새장을 찾는다. 목재의 따뜻한 느낌을 살린 인테리어에 대나무 새장이 고풍스러운 실내장식용품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 때문이다. 카인호아익의 새장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의 아시아 국가는 물론, 호주 등의 서양 국가에서도 찾는 고급 수공예품으로 명성을 더해가고 있다.
표면에 섬세한 조각이 새겨진 카인호아익의 새장 © 전혜인

표면에 섬세한 조각이 새겨진 카인호아익의 새장 © 전혜인

수백 년 이상 이어져 내려온 수공예 기술을 사용해 질 좋고 아름다운 공예품을 만들어내는 곳, 여름의 열기를 능가하는 이열치열 장인들의 열정과 정성이 뜨겁게 가슴을 적시는 베트남의 대나무공예 마을에서 우리는 오래된 것의 가치를 배운다.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재료,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기술, 선대에서 후손에게로 이어지는 가치관.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꿈꾸는,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평화로운 세상의 도래를 바라는 우리가 다시금 주목해야 할 가치다.
 
롯데호텔 하노이

롯데호텔 하노이

롯데호텔 하노이

롯데호텔 하노이

하노이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 하노이
하노이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롯데센터 하노이의 상층부에 위치한 롯데호텔 하노이는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수려한 전망을 자랑한다. 318실의 객실은 베트남 전통 문양을 차용해 디자인되어 아름답다. 베트남 특산물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들여온 신선한 식자재로 만든 환상적인 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과 하노이의 스카이라인을 조망할 수 있는 루프톱 바 등 여행자들의 입을 즐겁게 하는 요소도 가득하다.
주소 54, Lieu Giai St. Cong Vi Ward. Ba Dinh, Hanoi
문의 +84-24-3333-1000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hanoi-hotel
 
2021. 7 에디터:김혜원
글: 전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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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7
  • 에디터: 김혜원
    글: 전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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