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STYLE

세화씨문방구

제주의 문방구 탐방기
그동안 제주의 미식과 자연을 충분히 탐닉했다면, 이제 문구를 쇼핑할 차례다.
제주 여행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익숙한 관광지에서 눈을 돌려 개성 있는 가게들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는 주인의 철학과 취향을 담아 하나에 집중한 작은 공간들이 늘어난 덕분이기도 하다. 연필, 펜, 노트, 마스킹 테이프 등 문구를 수집하는 문구 마니아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을 지닌 문방구들도 제주에 있다. 여전히 제주까지 와서 왜 문방구에 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지금 소개할 3곳의 문방구에 가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게다가 문구류는 여행을 추억하는 가벼운 기념품으로도 적당하다. 비록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연필가게
‘연필가게’라는 이름 그대로 연필, 지우개, 연필깎이 등 연필과 관련한 모든 것을 판매하는 곳이다. 연필과 관련되지 않은 것은 찾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연필만 판매하는 것도 아니다.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는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알게 된다.

연필가게를 소개하기에 앞서 ‘여행가게’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연필가게와 한 건물을 나누어 쓰는 여행가게는 여행 책들과 전 세계 각지의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2017년 제주로 이주한 주인장 부부는 처음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서 여행가게와 북스테이를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금의 위치로 자리를 옮기며 여행가게 바로 옆에 연필만 따로 뺀 공간인 연필가게를 열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는 여행지에서 특정 물건을 사 와 수집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마그네틱이나 티스푼, 설탕 같은 것들···. 연필가게의 주인장들은 연필을 모았다. 연필가게는 부부가 여행을 다니며 모은 연필을 판매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그래서인지 연필을 좋아하는 사람의 진심이 공간 가득 느껴진다.

연필가게에서는 태국, 아프가니스탄 등 세계 각지의 연필을 만날 수 있다. 보기에 예쁜 연필, 가보지 않은 나라의 연필 등 오랜 시간 연필을 들여다보고 손에 쥐어보며 나만의 운명적인 연필을 찾는 즐거움이 있다. 그렇게 발견한 연필은 사용하지 않더라도 제주를, 여행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그 역할을 다한 것일 테다.
이곳에서는 ‘필사의 밤’이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연필을 테스트해본 후 하나를 골라 두 시간 동안 필사를 하는 것이다. 멀리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 그리운 요즘, 그 향수를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겠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929
문의 +82-10-2069-9298
인스타그램 @pencilshop_jeju
 
필기
종달리 종달초등학교 근처의 짧은 올레를 따라 들어가면 나오는 제주 돌집, 그곳에 필기도구를 판매하는 ‘필기’가 자리한다. 문구 마니아는 이곳에서 특히 지갑을 조심해야 한다. 연필, 노트, 나무로 만든 자, 지우개 등 주인장의 심미안으로 섬세하게 고른 탐나는 필기도구가 가득하기 때문. 책에 쌓인 먼지를 제거하는 북 브러시, 잘 펴지고 촉감 좋은 얇은 노트도 두고 나오면 눈에 밟힐 아이템이다.

필기의 특별한 점은 또 있다. 바로 타자기를 사용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문구류는 아니지만 타자기는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좋아하고 동경하는 물건이다. 갖고 싶지만 사용하지 않을 게 분명해 선뜻 구매하지 못하고, 빈티지 타자기를 볼 때마다 자판을 눌러보고 싶은 충동을 애써 자제하게 된다. 하지만 필기에서는 당당하게 타자기의 자판을 눌러볼 수 있다.

가게 한쪽에 나란히 놓인 작은 책상 위에 오래된 타자기 두 대가 있다. 예약한 후 2만5,000원을 내면 1시간 40분 동안 내가 그 책상의 주인이 된다. 주인장이 알려준 사용법에 따라 타닥타닥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간다. 타자기를 누를 때마다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여행이 선물해준 뜻밖의 신선한 경험이다. 타자기를 통해 나온 종이를 주인장에게 가져가면 봉투에 넣어 실링 왁스로 봉인해준다. 친구 혹은 연인이 함께 방문해 서로에게 편지를 써보자. 그날의 기분을 담은 일기나 좋아하는 책의 구절을 옮겨 적어도 좋다.
주소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종달로7길 8-1
문의 +82-10-9340-1342
인스타그램 @_pilgi
 
세화씨문방구
세화해수욕장은 제주 동쪽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수욕장으로 손꼽힌다. 그 아름다운 바다 근처에 ‘세화씨문방구’가 있다. 문 앞에서 먼저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털이 반지르르한 고양이다. ‘삼색이’라는 이름의 이 고양이는 세화씨문방구 주인장이 이 주변에서 처음 만나 지금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귀여운 고양이 삼색이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선 세화씨문방구에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문구류를 판매한다. 북 디자이너였던 주인장이 모든 제품을 직접 디자인했다. 연필, 노트, 달력, 마스킹 테이프, 그립톡, 손거울 등 다양한 제품에 주인장이 그림을 그려 넣었다. 아기자기한 그림의 대부분은 바다, 돌담, 돌하르방, 귤, 해녀처럼 제주와 관련한 것들이다.

언덕 위 건물 2층에 자리한 세화씨문방구의 넓은 창으로는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아마 세계에서 바다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문구점이 아닐까. 바다의 풍경이 더해져 문구류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 세화씨문방구는 제품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다. 아이와 함께 가족이 방문해 자신만을 위한 기념품을 하나씩 마련하기 좋은 곳이다.
주소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1450-1
문의 +82-10-6844-0601
인스타그램 @sehwasea.munbanggu
 

제주도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 제주
롯데호텔 제주는 500개의 객실을 갖춘 리조트 호텔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리조트 호텔 ‘더 팰러스 오브 더 로스트 시티’를 모델로 한 설계와 제주 천혜의 자연이 어우러져 이국적 분위기가 가득하다. 4개의 레스토랑과 라운지가 들어서 있으며, 사계절 온수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춰 제주를 즐기고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로72번길 35
문의 +82-64-731-1000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jeju-hotel
 
2021. 11 에디터:김혜원
글: 정다운
포토그래퍼:박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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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11
  • 에디터: 김혜원
    글: 정다운
  • 포토그래퍼: 박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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