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애호가 BTS RM의 발걸음을 따라, 삼청동 갤러리 전시 투어와 함께 방문하기 좋은 레스토랑과 카페, 바를 찾았다. 창 너머로 예술 작품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곳들이다.
“삼청동에는 청와대, 경복궁 같은 정통성을 지닌 건축물이 있습니다. 동시에 여러 국가의 대사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죠. 폐쇄성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삼청동 고유의 양면성을 한옥 속의 스칸디나비안으로 녹여내고 싶었습니다.”
삼청동에 스칸디나비안 레스토랑을 오픈한 연유를 묻자 돌아온 ‘만가타’ 김도형 셰프의 대답이다. 그의 말처럼 삼청동은 전통과 현대, 폐쇄성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곳이다. 한편 골목마다 자리한 유수의 갤러리와 더불어 2013년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삼청동을 문화 구역으로 더욱 확고하게 자리 잡게 했으며, 최근에는 미술 애호가로 알려진 BTS 리더 RM의 시선을 따라 다양한 세대가 갤러리 투어를 위해 삼청동을 찾고 있다. 문화적 감성이 풍부한 삼청동을 온전히 즐기고, 좀 더 완벽한 갤러리 투어를 위해. 갤러리와 미술관 관람 사이 전시의 감상을 이어나가기 좋은 공간들을 안내한다.
PKM갤러리에서 전시를 본 뒤 이곳에 앉아 커피나 식사를 즐기며 전시의 감동을 곱씹어보는 게 하나의 전시 관람 루틴이 됐다. PKM갤러리 밖으로 나와 왼쪽 코너를 따라 올라가면 PKM가든 레스토랑 & 카페(이하 PKM가든 레스토랑) 입구가 보인다. PKM가든 레스토랑은 ‘Dine to Art’라는 콘셉트로 전시를 관람하며 음료와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레스토랑 벽에 걸린 작품들은 1년에 두세 번 주기로 바뀌는데, 현재는 정희승 작가의 사진 작품이 메인 홀에 걸려 있다. 화이트 큐브 안에선 열 맞춰 자리한 모던한 테이블과 의자, 오픈 키친 너머로 보이는 스태프들의 분주한 움직임도 작품이 된다. 이곳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걸린 전망 좋은 레스토랑으로, 온전히 식사를 즐기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전면의 창은 푸른 잔디 정원과 함께 N서울타워와 도심을 한눈에 품게 한다.
작품들이 전시된 모던하고 단정한 실내
창 너머 탁 트인 정원이 해방감을 안겨준다.
PKM가든 레스토랑에서는 양식을 베이스로 한 개성 있는 요리를 선보인다. 인기 메뉴는 페이스트리 도우에 프로슈토와 대파를 올린 PKM스칼리온 피자. PKM가든 레스토랑을 이끄는 김의도 셰프는 피자에 뻔하지 않은 향과 신선함을 주고 싶어 대파를 떠올렸다고 한다. 대파의 매운맛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를 얇게 채 썰어야 하는, 손이 아주 많이 가는 메뉴다. 단짠 수제 데리야키 소스에 은근한 향과 아삭한 식감의 대파가 잘 어울린다. PKM가든 레스토랑 오픈 이래 꾸준히 사랑받는 시그니처 메뉴인 PKM가든 파스타도 빼놓을 수 없다. 루콜라가 가득 올라간 오일 베이스의 파스타로, 황태 스톡으로 감칠맛과 알싸함을 더한 매력적인 메뉴다.
투어 Tip. 삼청로7길을 따라 PKM갤러리, 바라캇 컨템포러리, 공근혜갤러리가 줄지어 자리한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7길 40 PKM갤러리
문의 +82-2-734-9466
인스타그램@pkmgarden
인기 메뉴인 스칼리온 피자
➋ 만가타
한옥에서 경험하는 이국의 맛. 낮은 한옥들이 지붕을 맞대고 있는 삼청동 골목에 조용히 자리한 만가타(mångata)는 김도형 셰프가 이끄는 스칸디나비안 레스토랑이다. 스웨덴어로 ‘호수 위에 비친 달빛’을 뜻하는 이름에는 그가 선보이고 싶은 음식과 공간에 대한 모든 대답이 담겨 있다. 검은 철문을 열면 작은 안마당이 보이고, 그 안쪽으로 기존 한옥의 요소는 그대로 보존한 채 노출 콘크리트 벽으로 마감한 내부 홀이 보인다. 차분한 원목 테이블, 은은한 조명과 더불어 이곳을 상징하는 투명한 구슬 오브제와 한쪽 벽면의 반원 공간이 색다른 멋을 연출한다. 음식은 기교 없이도 수려한 윤슬 같고, 공간 분위기는 달빛처럼 따스하고 평온하다.
만가타의 상징적인 반원 공간. 구슬 안쪽 빛이 반사되어 호수 위에 뜬 달처럼 보인다.
한옥의 요소는 살리고 벽면은 모던하게 마무리해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의 만가타 내부.
2020년부터 만가타를 통해 스칸디나비안 퀴진을 선보이고 있는 김도형 셰프는 재료의 특성을 극대화하는 발효와 염장을 스칸디나비안 퀴진의 매력으로 꼽는다. 만가타의 대표 메뉴는 매장에서 직접 만든 번트 치즈와 딜 오일을 이용한 새우 요리인 스카겐로라와 스웨디시 미트볼 쇳블라르. 특히 육즙을 머금은 미트볼은 오이 피클, 라즈베리잼, 으깬 감자와 함께 먹어야 그 풍성하고 조화로운 맛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만가타의 모든 요리는 원재료부터 시작해 저희의 손을 거쳐 완성됩니다. 깨끗한 소금과 물, 신선한 허브, 불, 그리고 시간과 정성이 만나 만가타를 이루죠. 비밀스러운 공간 속에서 모든 감각을 깨우는 스칸디나비안 퀴진을 만나보세요.” 김도형 셰프가 자랑스레 말한다.
투어 Tip. 만가타 주변에는 국제갤러리, 학고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바라캇 서울, 아트선재센터 등이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2길 40-5
문의 +82-2-722-8151
인스타그램@kdh_mangata
번트 치즈와 딜 오일을 이용한 새우 요리인 스카겐로라
스웨디시 미트볼 쇳블라르
➌ 토오베
키친 중앙에 놓인 붉은색 선반, 하늘색 다리를 가진 테이블과 노란색 의자, 40년 세월의 흔적을 지닌 회색 나무 문, 좁은 계단을 따라 건물 3층으로 올라가면 여러 색깔을 품은 작은 티룸 토오베(tove)가 나타난다. 토오베는 중국어로 ‘특별한(特别)’이라는 뜻. 중국에 머물며 일상에서 쉽게 접하던 차 문화에 매료된 이세희 대표가 누구나 편안하게 차를 즐길 수 있는 밝고 산뜻한 분위기의 귀여운 티룸을 오픈했다.
“무겁고 정형화된 차가 아닌 일상에서 쉽게 풀어나갈 수 있는 차”를 지향하는 토오베는 공간뿐 아니라 메뉴 선정과 플레이팅 등에서도 특별함을 드러낸다. 차와 함께 감자수프, 빵, 샌드위치 등을 페어링하고, 서울을 베이스로 한 젊은 세라믹 크래프트 스튜디오 ‘나이트프루티’, ‘히어리’, ‘이스트스모크’와 협업해 만든 다기와 접시를 활용해 감각적 플레이팅을 선보이는 식이다. 분홍색 숙우와 튤립 모양의 찻잔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토오베는 일본의 디저트 브랜드, 서울의 주얼리 브랜드와도 협업을 진행하며 ‘차’라는 장르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중이기도 하다.
토오베의 대표 디저트 메뉴인 레몬 젤리, 그리고 이 디저트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밀키우롱. 밀키우롱은 차갑게 마셔도 맛있는 우롱차로, 토오베의 베스트 메뉴다.
귀여운 다기에 진중한 마음을 담아 차를 소개하는 이곳에서는 다양한 대만 우롱차와 함께 중국의 홍차와 백차 등을 만날 수 있다. 메뉴에 없는 차도 여럿 구비하고 있으니, 차를 처음 접하는 이라면 추천을 부탁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4월, 토오베의 넓은 창 너머로는 새순이 돋기 시작하는 나무가 보인다. 차를 마시며 작품에 관한 감상을 곱씹거나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다.
투어 Tip. 서울공예박물관은 토오베에서 도보로 3분 거리.
주소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62-4 3층
인스타그램@room.tove
매장 한쪽에서는 토오베가 엄선한 다기를 판매한다.
원색으로 포인트를 준 토오베 내부 모습
➍ 텅 & 비어있는 삶
“공터라는 단어가 서울에서는 천연기념물처럼 희귀한 존재가 되었는데요, 이곳에서 바깥을 바라보고 있으면 광화문 빌딩 사이에서 용케 비어 있는 공터에 있는 기분입니다.” 텅과 비어있는 삶의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적힌 문장이다. 오래된 건물 7층이 텅, 비어있는 삶이 된 건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한층 전체를 쓰고 있는 텅과 비어있는 삶은 엘리베이터를 기준으로 오른쪽은 텅, 왼쪽은 비어있는 삶으로 불린다. 목가구를 활용한 ‘텅’과 블랙 컬러의 가구로 채운 ‘비어 있는 삶’. 공간의 분위기는 다르지만, 두 곳 모두 근사한 풍경을 조우하는 방식으로 꾸몄다는 점은 같다. 창가를 따라 자리한 바 테이블에 앉으면 북쪽으로는 창덕궁과 인왕산이, 남쪽으로는 운현궁과 N서울타워가 보인다. 여러 시대의 건축물이 겹겹이 쌓인 풍경이 묘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텅의 내부 모습
비어있는 삶의 내부 모습
텅과 비어있는 삶에서는 커피와 논커피, 차, 칵테일, 위스키, 맥주, 와인 등 선택지가 다양하다. 호지차의 은은한 향이 매력적인 시그니처 호지라떼는 오트밀크를 사용한 비건 메뉴. 누구든 이 공터를 찾아와 여유를 즐겼으면 하는 다정한 마음을 다채로운 메뉴로 표현했다. 메뉴의 주문과 픽업은 텅 한 곳에서 이루어진다. 텅에서 음료를 받고 비어있는 삶에서 맛보는 식이다. 내가 지금 딱 원하는 한 잔을 곁에 두고 근사한 풍경을 바라보며 복잡한 마음을 비우거나, 비운 마음에 무언가를 채울 수 있는 곳이다.
투어 Tip. 맞은편에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가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82 로얄창덕궁빌딩 7층
문의 텅 +82-2-766-1933, 비어있는 삶 +82-2-762-1933
인스타그램@tung_seoul, @beer_in_life
텅과 비어있는 삶의 박정봉 점장이 강력 추천하는 시그니처 음료, 키위 밀크.
반응이 뜨거운 시즈널 메뉴, 딸기 프레지에와 호지 라떼. 그리고 붉은색과 달콤한 포도 향이 매력적인 포필라즈 쉬라즈 진토닉.
창경궁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텅의 바 좌석은 항상 인기다.
➎ 법원
위스키 바 법원(Bourbon)의 이름과 공간에는 몇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얽혀 있다. 첫째, ‘법원’이라는 이름은 근처 헌법재판소를 보고 떠올린 것이다. 둘째, 법원은 ‘버번위스키’를 의미하기도 한다. 법원을 만든 이들이 과거 운영하던 바의 단골에게 버번위스키를 서비스로 내어주고 들었던 인상적인 질문(“요즘 법원에서는 위스키도 만들어요?”)에서 착안했다. 셋째, 손님을 응대하는 바 테이블이 없는 바다. 법원으로 탈바꿈하기 전 이곳은 30년 이상 운영하던 한정식 식당 우원이었다. 인근 현대 계동사옥의 직장인 손님이 많았는데, 밥 먹을 때만이라도 상급자 눈치 보지 말고 편하게 식사하라고 다다미식 방 구조로 공간을 나눴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의 상업 공간을 고민하던 이들은 이 구조를 그대로 살려 2층 규모의 6개 다다미방으로 법원을 만들었다. “‘법원’이라고 이름을 짓고 ‘버번’ 위스키를 판매하게 된 것은 동네와 공간 덕이죠. 고유성과 장소성이 있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법원을 운영하는 현현의 김강후 슈퍼바이저의 설명이다.
6개의 다다미방으로 나뉜 법원은 동선과 손님을 응대하는 방식도 세심하게 신경 썼다.
법원 외관
어린 쑥차를 위스키에 인퓨징한 쑥 위스키
법원에서는 한국에서 단독으로 소개하고 있는 킹스카운티 위스키를 비롯해 30여 종의 위스키를 판매한다. 그중 추천하는 것은 법원에서 인퓨징한 딸기 위스키와 위쑥키(쑥 위스키). 위쑥키는 쑥버무리, 밀크 초콜릿 노트를 지닌 어린 쑥차를 위스키에 인퓨징한 것으로, 향긋한 쑥 내음이 봄날과 잘 어울린다. 위쑥키와의 조화를 고려해 엄선한 디저트 3종, 쑥개떡과 호박고지, 약과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위쑥키 페어링 세트를 주문하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이 밖에 치즈 플레이트, 간단한 식사로도 충분한 애플파이와 미트파이 등의 안주 메뉴를 갖추고 있으며, 직접 만든 바질 페스토를 곁들인 바질 페스토 파르페가 별미다. 법원은 평일에는 오후 4시부터, 주말에는 오후 2시부터 문을 연다. 이 시간 법원을 방문하면 따스한 햇살과 함께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테이블 조명이 매혹적인 밤도 좋지만, 태양 아래에서 칵테일이나 위스키 하이볼을 마시며 카페처럼 이곳을 누려보는 것도 법원을 즐기는 방법이다.
투어 Tip. 법원에서 도보로 4분 거리에 뮤지엄헤드가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창덕궁1길 33
문의 +82-2-745-1933
인스타그램@bourbon.bar
위쑥키 페어링 세트. 쑥개떡과 호박고지, 약과가 함께 준비된다.
서울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 서울
을지로 입구 소공동에 위치한 국내 최고이자 대표적인 럭셔리 비즈니스호텔이다. 총 1,015실 규모의 객실은 인테리어 회사 네 곳이 참여해 설계하여 독창적이며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명동과 을지로, 청계천 등 서울 중심 관광지로의 접근성이 뛰어나 비즈니스와 관광 모두를 만족시킨다. 가족 모임과 럭셔리 웨딩, 대규모 국제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해외 국빈이나 VIP 고객을 모시기에 최적의 장소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