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STYLE

설원에서 태어난 와이너리
1890년 와인의 불모지라 여겨지던 니가타에서 탄생한 이와노하라 와이너리. 설립자 가와카미 젠베는 일본 풍토에 맞는 품종인 머스캣 베리A를 개발해 ‘일본 와인 포도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어느새 130년이 넘은 역사적인 와이너리에서 여전히 유효한 그의 유산을 생각한다.
태초부터 묵묵히 존재해온 자연을 활용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이와노하라 와이너리가 자리한 니가타현 조에쓰다카다는 예로부터 폭설과 홍수로 쌀농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대지주였던 가와카미 젠베는 우연히 해외에서 온 와인을 맛본 뒤, 지역 경제를 살릴 새로운 산업으로 포도에 주목한다. 당시 전국적으로 쌀이 부족했기에 정부에선 쌀로 빚는 술 대신 와인 양조를 장려하고 있었고, 포도는 거친 땅에서도 잘 자란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와노하라 와이너리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이와노하라 와이너리 포도밭과 머스캣 베리 A

일본의 포도로 빚는 일본의 와인
지금과 같은 농경 지식과 기술이 전무하던 시절, 서양과 전혀 다른 기후와 풍토에서 수입 묘목을 기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숱한 실패 끝에 1922년, 가와카비 젠베는 품종 개량으로 눈을 돌린다. 니가타현에서도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품종을 찾아내기 위해 무려 1만311회의 교배를 실시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머스캣 베리A, 블랙 퀸, 로즈 시오타 등 22가지 우량 품종을 탄생시켰는데, 그중 머스캣 베리A가 2013년 국제와인기구로부터 일본 고유 품종으로 인정받았다. 자연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발견을 이끌어낸 것이다. 오늘날 이와노하라 와이너리에서 모든 와인을 100% 일본 포도로 만드는 것도 그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눈, 이와노하라 와이너리의 개성이 되다
포도 재배를 어렵게 만들던 눈은 저온 발효를 가능케 하는 소중한 자원이 됐다. 눈으로 와인 발효 통을 감싸 보관하는 ‘설실’도 가와카미 젠베의 아이디어였다. 냉장 기술이 발달한 지금도 이와노하라 와이너리에서는 환경보호와 전통 유지를 위해 설실을 만들어 와인을 냉각하고 숙성시킨다. 이처럼 악조건도 축복으로 바꿔내는 지혜와 의지야말로, 가와카미 젠베가 남긴 유산이 아닐까.

눈으로 와인 발효 통을 감싸 보관하는 설실

2003년부터 20년 동안 이와노하라 와이너리에서 홍보와 기획을 담당하며 브랜드를 일궈온 이마이 게이스케로부터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Q. 이와노하라 와이너리만이 지닌 특별함은 무엇인가요?
A. 창립자가 만든 포도 품종으로 지금까지 와인을 제조한다는 점이죠. 전 세계 많은 와이너리가 샤르도네·피노 누아·카베르네 소비뇽 등 메이저 품종을 사용하는데, 저희 같은 사례는 다른 나라에서 찾기 힘들죠.

Q. 가와카미 젠베의 유산을 잇는다는 건 이와노하라 와이너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A. 가와카미 젠베는 와인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땅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도전 끝에 독자적 와인 재배에 성공하며 일본 와인에 관한 많은 자산을 남겨주었어요. 그 정신과 유산을 잊지 않고 발전해가며, 지역에 공헌하고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께 보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일본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의 매력을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고객에게 전하고 싶어요.

이와노하라 와이너리 창립자 가와카미 젠베 기념관

Q. 20여 년을 와이너리에서 근무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A. 2003년부터 2015년 3월까지 전국을 돌아다니며 와인 영업을 했는데, 당시 니가타 밖에서는 지명도가 그리 높지 않았어요. 일본 와인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적었고요. 또 와인은 기호성이 강하고, 자신만의 고집을 가진 분이 많죠.
그럼에도 저희 브랜드를 믿고 선택해주시는 팬을 만들어나가려면 상품 소개와 테이스팅 기회를 꾸준히 만들고, 시간을 들여 홍보하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고객과 교류하며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때 보람을 느끼고, 그 안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발견하게 돼요.

Q. 와인은 기호성이 강하다고 했는데, 반대로 막연히 어려워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요. 초보자 혹은 니가타에서 현지 와인을 처음 맛보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와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초보자에게는 단맛이 있는 와인부터 시작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와인 특유의 떫은맛이 적고, 가벼워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와인도 많거든요. 스파클링 와인도 마시기 편해서 추천합니다.
니가타에서 일식 요리를 드실 때는 저희 와이너리의 ‘미유키바나 레드’를 곁들여보세요. 밸런스가 좋고 부드러워 재료 본연의 맛을 강조하는 현지 요리와 궁합이 좋아요. 외국분들께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답니다.

국가등록유형문화재로 지정된 1호 석고(돌로 만든 보관 창고)

Q. 니가타를 상징하는 와이너리인 만큼 직접 방문하는 방법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아요. 별도로 투어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나요?
A. 와이너리 설립 때 돌로 지은 창고, 온도 관리를 위해 눈을 저장하고 있는 설실, 역사자료관, 그리고 포도밭 등을 견학한 후 와인 숍에서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코스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 견학은 예약제로 운영하며,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시음은 희망자에 한해 와인 숍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즐길 수 있다. 예약 및 문의는 전화로 접수한다.

Q. 니가타를 방문한 여행객에게 알려주고 싶은 나만의 명소가 있다면요?
A. 니가타에는 맛있는 라멘 가게가 많아서 저도 쉬는 날 자주 갑니다. 여러 종류가 있지만, 조에쓰 지역에서는 된장을 넣은 미소 라멘이 유명해요. 사골 국물에 간장으로 맛을 낸 ‘조에쓰 돈코쓰 쇼유 라멘’도 현지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채소와 가공품 등을 판매하는 직판장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 추천하고 싶네요.

이와노하라 와이너리
주소 니가타현 조에쓰시 기타가타 1223
문의 +81-25-528-4002

니가타현에서 머물 곳: 롯데아라이리조트
사계절이 뚜렷한 니가타의 자연 속에서 최상의 다이닝과 액티비티를 1년 내내 만끽할 수 있는 롯데아라이리조트. 4개 동으로 나뉜 프라이빗한 객실이 유럽 별장에 온 듯한 품격 높은 휴식을 선사하며, 다채롭게 마련된 미식 공간에서는 양식과 일식, 한식의 정수를 제공한다. 오케나시산의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하며, 머물기만 해도 즐거움이 끊이지 않는 프리미엄 리조트에서 특별한 휴가를 누려보자.

주소 니가타현 묘코시 료젠지 1966
전화 +81-255-75-1100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arai-resort
2023. 10 에디터:하재경
글: 이예은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2023. 10
  • 에디터: 하재경
    글: 이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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