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회귀하는 다양한 방식 중 사진은 오랜 시간 사람들 곁에 있었다.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활동이자 창구인 것이다. ‘와일드 포토그래피 홀리데이(Wild Photography Holidays)’는 여행자에게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그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10여 명이 모여 함께 여행을 떠나고, 각자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카메라를 꺼내 드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처음 시작은 2009년이었다. 산을 탐험하는 여행 가이드 제럴딘(Geraldine)과 사진작가 겸 촬영 수업을 진행하는 그녀의 남편 마틴(Martin)은 각자의 업무가 지닌 경계에서 벗어나 협업을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제럴딘은 자연 속으로 돌진해서 짧은 시간 감탄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좀 더 오래 머물고 느끼며 경험하는 시간을 사람들에게 선사하고 싶었다. 마음속 깊이 기억하고, 긴 시간이 지나 돌아봐도 생생하게 떠오를 기록을 만드는 일로 말이다. 경영과 아웃도어 활동에 탁월하던 아들 게리(Gary)의 도움으로 셋은 서로를 보완하며 오늘의 와일드 포토그래피 홀리데이를 완성해나갔다.

일반적인 와일드 포토그래피 홀리데이 프로그램은 이렇게 진행한다. 먼저 웹사이트로 예약을 마친 참여자에게 여행지에 관한 정보가 담긴 파일을 전달하는데, 이때 사진 촬영에 관한 지침과 필요한 촬영 장비,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방식 등을 안내한다. 그리고 여행지에서의 첫날 저녁, 호텔에서 다 함께 서로를 소개하는 식사 자리가 마련된다. 모두 둘러앉아 이번 여행이 어떻게 진행될 것이고, 이 지역에서 놓칠 수 없는 풍경이 어떤지 등을 이미지와 함께 설명하는 것이다. 프로그램 특성상 종종 날씨의 영향을 받기도 하는데,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실내에서 사진 수업을 한다. 특정한 상황에서 사진을 좀 더 효과적으로 찍는 방법을 비롯해 촬영 이후 보정 방식이나 참여자 개개인의 궁금증 등을 풀어주기도 한다.

여행하는 동안 최소한 한 번은 사진을 공유하는 시간도 갖는다. 모든 참여자와 지도자가 직접 찍은 사진을 한데 모아 잘 어울리는 음악과 함께 슬라이드 쇼로 감상하는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어떻게 다른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풍요롭고 평화로운 이 여정에 대해 제럴딘이 말했다. “우리의 목표는 서로에게 무언가를 적극적이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거예요. 저희가 ‘와일드 포토그래피 워크숍’이 아닌 ‘홀리데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여행의 근원적 즐거움을 찾으려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사람과 자연이 한곳에 모이는 이 순간에 관해 몇 가지 질문을 건네보았다.

Q. 다양한 지역에 프로그램이 있고, 프로그램마다 지도자가 배정돼 있어요.
A. 와일드 포토그래피 홀리데이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는 모두 우리의 오랜 친구와 동료들이에요. 서로를 잘 알고 있죠. 프로그램은 담당 지도자의 지역적 배경지식에 따라 정해져요. 조합이 좋은 두 지도자가 하나의 프로그램을 함께 이끌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이들의 강점은 참여자의 안위를 보살피고 안전을 지키는 데 있어요. 야생이나 외진 곳으로 가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더 많으니까요. 지도자들은 사진 전문가인 동시에 훌륭한 산악가고 스키어이면서 등산가기도 하죠. 그들은 자연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이 분야에 적합한 자격을 갖추고 있어요.

Q. 여행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이 왜 필요할까요?
A. 인간은 문서로서의 여행도 필요해요. 그런 면에서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은 누군가를 어떤 목적지에 가고 싶게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어요. 생생한 과거로 돌아가게 해줄 데이터인 셈이죠. 몇백 개의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를 보여주기도 하고요. 또한 사진은 여행자가 속도를 늦추도록, 길가에 멈추도록, 그리고 풍경에 녹아들도록 만들어요. 그것이 거대한 자연 앞이든 아주 시끄럽고 정신없는 시장 속이든 말이죠.

Q. 프로그램 여행지의 대부분이 자연과 가까워요. 다른 피사체와 다르게 자연을 촬영할 때 중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예를 들어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예상하며 해변에 가요. 그러면 그곳에서 아주 오랜 시간을 보내죠. 그때 저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의 것들이 풍경을 끊임없이 바꿔놓아요. 자연적인 빛이 그렇죠. 사진에서 빛은 전부예요. 여행지에서 자연광은 우리가 사진을 찍도록 허락해주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물론 날씨도 중요하죠. 평범한 풍경이 독특하고 비범한 장면으로 바뀌기도 하거든요. 하나의 극적인 장치가 되죠. 강한 바람이 파도를 거칠게 인도하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날리는 진눈깨비가 하늘을 웅장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우리는 다만 주어진 상황에서 장면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나타낼지 궁리할 뿐이에요.

Q. 야생을 촬영하는 사진가로서 필요한 태도가 있다면요?
A. 모든 여행가나 사진가는 항상 자연을 존중해야 해요. 저희도 이 여행에 꼭 숙지해야 할 지침을 세워놓고 있고요. 모든 참여자에게 중요성을 강조하는데요, 먼저 자연 속에서 촬영할 때에는 무조건 훼손을 최소화하려고 해요. 발자국 하나를 남기는 것도 조심스럽죠. 무언가를 밟고 올라가거나 꽃을 꺾는 일은 절대 있어선 안 되고요. 또한 물을 사 먹지 않고, 텀블러를 사용해 흐르는 물을 마시도록 해요. 저희가 찾는 곳은 물이 무척 깨끗해서 그대로 마실 수 있거든요. 오히려 가져온 물건을 씻느라 물을 오염시키는 일이 없도록 당부하죠. 지역을 그 자체로 이해하고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해요. 지역 문화와 종교를 존중하고, 현지인을 동의 없이 마음대로 촬영하지 않죠. 그리고 음식이나 기념품을 사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그 이득이 지역 공동체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지 상품을 구매하도록 하고 있어요.

Q. 와일드 포토그래피 홀리데이가 지향하는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지금까지 이어온 것을 앞으로도 지켜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많은 참여자가 우리를 통해 기억에 오래 남을 휴가를 보내고, 새로운 문화를 배우면서 아름다운 사진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바다와 가까워지는 것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프로그램. 미지의 바다 세계를 탐험하고 조개껍질을 모으는 일, 파도를 타며 춤추고 모랫바닥의 마블링을 느끼는 일 등으로 환상적인 여행을 채워나갈 것이다. 스페인의 끝자락에 위치한 이곳에서 바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아름다운 장면을 추억 속에 기록할 여행이 시작된다.

일정 2019년 4월 10~18일
인원 10명
가격 1인 2,200파운드(한화 약 328만 원)
홈페이지 wildphotographyholiday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