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동티베트에서 영원을 묻다
동티베트는 티베트의 아류가 아니다. 오랜 세월 수행과 고행을 통해 영원을 묻는 수행자들이 찾는 곳이다.
캄, 동티베트, 쓰촨성
중국 서남부 일대에는 중국인이 장족(藏族)이라 부르는 티베트인이 살고 있다. 티베트는 현재 칭하이성에 편입된 암도(Amdo), 쓰촨성에 속한 캄(Kham), 그리고 티베트의 심장이라 일컫는 라사가 위치한 티베트 자치구가 있다. 동티베트라고 불리는 캄에는 ‘순결하고 아름답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곳은 쓰촨성에 편입됐는데, 정식 명칭은 간쯔장족자치주다. 남한 면적 5배 크기 정도 되는 쓰촨성의 절반에는 간쯔장족자치주에서 바로 티베트인, 장족이 살아간다.
팔미묵석공원

팔미 묵석공원으로 가는 길

“설산 안에 푸른 초원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 그곳에서는 300년을 살아도 젊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금과 곡식이 풍성하게 나온다.”
<잃어버린 지평선>에 묘사된 티베트 샹그릴라 중
동티베트로 가려면 쓰촨성 청두에서 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행자들은 허락된 시간대로 루트를 정한다. 여유가 있다면 차로 쓰구냥산을 넘어 7시간 넘게 달린다. 한시라도 빨리 동티베트를 만나고 싶다면 비행기로 1시간을 날아 캉딩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 해발고도 4,200m가 넘는 이곳에 도착한 여행자는 아름다운 풍광보다 먼저 찾아오는 고산병에 당황하기도 한다. 그래서 차로 이동하면서 서서히 해발고도에 익숙해지는 것이 낫다는 이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고생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티베트승려

야칭스(아청사)의 마니차 옆을 지나는 승려

티베트

가융장족 여인들

티베트

사찰로 오르는 입구

티베트 불교의 최대 수행처
동티베트 여행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을 물으면 많은 여행자가 야칭쓰(亞靑寺, 아청사)와 오명불학원(五明佛学院) 일대라고 답한다.
야칭쓰는 간쯔장족자치주 바이위(白玉, 백옥)현에 있는데, 티베트 불교 중 닝마파 승려들의 수행 장소로 유명하다. 4,000m 높이의 구릉지대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수행자 약 1만여 명이 모여 수행하고 있다. 이 중 60% 이상이 여성인데, 그래서인지 비구니가 많다. 수행자들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3년간 이곳에 머물며 수행에 정진한다. 
야칭쓰는 분명 티베트 불교의 성지지만, 중국 정부의 통제 아래에서 수행을 허락받은 곳이기도 하다. 원래 환생한 고승인 라마야추 린포체가 사찰을 세웠는데, 티베트 일대에서 그 가르침을 받기 위해 찾아온 승려들로 인해 작은 사찰 도시가 형성되었다.
야칭스

주변으로 야룽강이 흐르는 야칭스 전경

동티베트

야칭스

야칭스의 불자들

바람이 읽는 수행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작은 판잣집들이 숨 쉴 틈 없이 붙어 있고, 그 주변을 야룽강(雅礱江)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습을 멀리서 보면 마치 작은 섬처럼 보이는데, 그 판잣집 섬을 찾아 여행자들이 찾아온다. 술과 담배, 육식이 금지된 야칭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수행자들의 수행 장면이다. 이들은 야룽강 언덕 어디에서나 가부좌를 틀고 수행을 하거나 명상을 한다. 강가와 언덕, 다리 등에서는 오색의 타르초와 긴 깃발 룽다를 볼 수 있다. 타르초와 룽다에는 불경을 적어놓는데, 티베트인들은 여기 적힌 불경을 지나는 바람이 읽는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바람을 맞은 수행자는 불경을 읽은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또 사찰 안에서 사람들이 마니차를 돌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마니차는 라마 경전이 새겨진, 돌리는 경전이다. 이곳 사람들은 이 마니차 역시 한 바퀴 돌릴 때마다 경전을 한 번 읽은 것과 같다고 여겼다.
룽다

룽다 앞에서 불경을 외는 어린 수도승

“해발고도 수천 미터가 넘는 설산의 이름을 일명 ‘빵차’ 기사에게 물어보니, 이 친구 답변이 호방하다. ‘이름은 무슨… 그냥 산이지.’ 듣고 보니 살고 있는 동네 앞산과 뒷산 주변이 모두 저럴 테니 그 태도가 끄덕여진다.”
포토그래퍼 김준의 동티베트 여행기 중
마니차

마니차를 돌리는 불자

동티베트

평균 해발이 2,000m인 동티베트 일대

오명불학원

빽빽하게 집들이 들어선 오명불학원

거대한 수행 공동체 오명불학원
라룽가르 사원으로 불리는 오명불학원은 세계 최대의 티베트 불교 학원이다. 야칭쓰와 마찬가지로 간쯔장족자치주에 있는데, 이곳은 써다(色達)현에 위치한다. 써다현은 쓰촨성과 칭하이 사이 고원에 자라 잡고 있다. 처음에 고승 린포체가 32명의 제자를 두고 율법을 가르쳤는데, 이제는 4만 명에 가까운 수행자가 머무는 세계 최대의 불교 학원이 되었다. 수행하는 승려들이 직접 작은 쪽방을 지어 기거하는, 몰려 있는 이 쪽방의 수만 1만여 곳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수행자들이 교육과정을 직접 정해서 진행할 수 있는데, 어린이 대상 교육 프로그램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체험 수행 코스도 있다. 
여행자들이 오명불학원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놀랍고도 독특한 티베트식 장례를 보기 위해서다. 바로 ‘천장(天葬)’이다. 조장(鳥葬)이라고도 불리는데,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독수리 같은 맹금류에게 던져주는 풍습이다. 외부 시선으로 보면 잔혹하고 불쾌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들은 아주 자연스러운, 그저 배고픈 새에게 먹이를 주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라 믿는다.
천장

천장을 기다리며 몰려든 독수리 떼

“천장은 티베트인의 장례 의식이며, 불쾌하다고 느끼는 것은 3자, 관찰자의 시선이다. 천장은 공식적으로 중국 정부로부터 법률적 보호를 받는 의식이다. 호기심에 사진 촬영을 하거나, 독수리를 상해해선 안 된다.”
천장에 관한 안내문 중에서
쓰촨성

쓰촨성 아미산 인근에 위치한 한적한 여관

다시 듣는 캉딩의 연가
동티베트 여행을 마치고 청두로 돌아갈 때 다시 만나는 캉딩 공항. 캉딩은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큰 도시도 아닌데 많은 중국인이 캉딩을 알고 있다. 이유는 ‘캉딩정가’라는 오랜 민요 때문이다. 중국 음악 교과서에나 실릴 법한, 오랜 역사를 지닌 이 노래는 호수의 여신과 대장장이 소년의 못다 한 사랑 연가다. ‘캉딩정가’는 캉딩 인근의 아름다운 장소들을 노래하고 있다. 파오마산(跑马山), 난우쓰(南无寺), 무궈처(木格措) 일대는 노래만이 아니라 눈으로 직접 보면 더욱 감동할 것이다.
2019. 8 에디터:정재욱
포토그래퍼: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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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8
  • 에디터: 정재욱
  • 포토그래퍼: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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