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서울에서 세계 여행하기
기내용 여행 가방 하나 들고 비행기에 올라 가이드북을 뒤적이는 대신,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자. 서울 속 세계 여행을 위한 지도가 지금 펼쳐진다.
이번 여행은 우리에게 여전히 비행기 티켓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작됐다. 목적지는 서울, ‘외국인 마을’이라는 설명과 함께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한 작은 동네들이다. 돌고 도는 유행처럼 과거 핫 플레이스로 주목받던 곳들로, 쉽게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이때 이 장소들을 다시 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단독주택과 아파트, 상가 등 여느 동네와 별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프랑스도, 일본도, 지금 여기 서울에 있다. 두 번 다시 올 일이 없을 것 같은 마음에 구매하곤 하던 기념품들로 배낭이 무거워질 일도, 익숙하지 않은 언어에 당황할 일도 없이, 가볍게 서울에서 세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무엇보다 낯선 동네를 산책하며 마주하게 되는 주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하던 기분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서래마을

서울 안 작은 프랑스, 서래마을

서울 안 작은 프랑스, 서래마을

봉주르, 프랑스 마을! 서래마을
‘프랑스 마을’ 혹은 ‘서울 안 작은 프랑스’라고도 불리는 서래마을에는 프랑스인이 많이 거주한다. 이곳을 상징하는 서울프랑스학교가 서래마을로 이전한 1985년부터 프랑스인들이 이곳에 모여 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프랑스인의 절반 정도가 서래마을에 산다. 얼핏 그저 평범한 서울의 여느 동네처럼 보이는 서래마을의 풍경은 아침과 저녁, 그리고 아이들의 등하교 시간 때면 달라진다. 서래마을 초입에 위치한 베이커리에서 바게트를 사 들고 집으로 향하고, 아이 손을 잡고 등교하고,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거나 한강으로 산책하러 나가는 프랑스인 주민들 덕분이다. 거리를 오가는 이들은 이곳을 강렬하고 이국적인 분위기로 만든다. 부모는 일터로, 아이들은 학교로 떠난 낮에는 경험하기 힘든 분위기다(그러니 아침이나 저녁 시간에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등교 시간 서래마을 거리 풍경

등교 시간 서래마을 거리 풍경

“‘프랑스 마을’을 생각하고 서래마을을 오시는 분 중 기대와 달라 실망하는 분이 많아요. 처음 오신 분에게는 겉에서 보이는 게 대부분이잖아요. 저희도 처음 이사할 곳을 찾기 위해 서래마을에 왔을 때는 생각보다 ‘프랑스 분위기가 안 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다른 동네들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서래마을에 다시 와서 여기 숍 공간도 보고 프랑스 학교 주변도 돌아다녀보니, 다른 동네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더라고요.” 프렌치 디저트를 먹기 위해 찾은 ‘마얘’에서 만난 오너 파티시에 김수진 씨에게 프랑스 마을로서 서래마을에 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마얘의 내부 전경

마얘의 내부 전경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밀풰이 바니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밀풰이 바니

김수진 씨는 남편이자 프랑스인 파티시에 로넌 마얘와 함께 서래마을에서 클래식한 프렌치 디저트 숍 마얘를 운영한다. 한국에 디저트 문화가 확산하기 전인 2014년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첫 가게를 시작해 2016년 8월 이곳 서래마을로 자리를 넓혀 옮겼다. 그들이 이곳을 선택한 데에도 서래마을이 프랑스 마을이라는 이유가 한몫했다. 마얘에서는 마카롱, 피낭시에, 케이크 등 프랑스에서 만날 것 같은 디저트를 판매하는데, 그중 진한 바닐라 크림을 올린 직사각형 모양의 바닐라 타르트 ‘딱뜨 바니’와 잘라 먹기 편한 사이즈의 ‘밀풰이 바니’가 유명하다. 서래마을에서 프랑스를 느끼고 싶을 때 가야 할 곳으로 빠지지 않으며, 오로지 이곳의 디저트를 맛보기 위해 서래마을 찾는 마니아도 많다.
몽마르뜨 공원의 장미 화단

몽마르뜨 공원의 장미 화단

몽마르뜨 공원 중앙에 있는 시계탑

몽마르뜨 공원 중앙에 있는 시계탑

서울프랑스학교

서울프랑스학교

프랑스의 이국적인 풍경을 지닌 공간으로는 ‘몽마르뜨 공원’과 ‘청룡놀이터’도 있다. 몽마르뜨 공원은 2000년 아카시아나무가 우거진 야산을 공원으로 새롭게 조성한 곳으로, 역시 프랑스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몽마르뜨 공원이라 이름 붙였다. 평일 오전 아침이나 주말, 실제 프랑스인과 한국인 주민들이 운동과 산책을 하기 위해 즐겨 찾는다. 청룡놀이터에서는 프랑스인과 한국인 아이들이 한데 뒤섞여 뛰어노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크리스마스 때면 열리는 프랑스 전통 장터로, 식료품과 음식을 판매하는 서래마을의 ‘크리스마스 마켓’도 빼놓을 수 없다.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이태원 언덕 위 이슬람 모스크
역사와 종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곳 역시 흥미로울 것이다. ‘지구촌 축제’가 열리는 이태원은 서울의 대표 다문화 지역이다. 이태원 언덕 중턱에 이슬람 모스크(이슬람교 예배당)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로 나와 우사단로를 따라 언덕을 오르다 보면 아랍어로 적힌 간판이 점점 늘어나고,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보았던 동그란 돔과 뾰족한 첨탑으로 된 거대한 건물,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이 등장한다. 서울중앙성원은 1976년, 한국 정부가 토지를 제공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이슬람 국가들이 건립 비용을 지원해 개원한 한국 최초이자 서울 유일의 이슬람 성원이다.
이슬람사원

우사단로

서울중앙성원 입구 너머로 보이는 풍경

서울중앙성원은 강의실과 접견실, 예배실과 상가와 아이들을 위한 이슬람 학교가 있는 부속 건물인 이슬람센터로 구성되어 있다.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인 이곳에선 한국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이슬람 예배 현장을 볼 수 있다. 단, 입장 시 복장에 주의해야 하는데, 반바지, 민소매 티셔츠 등 노출된 옷을 입었을 경우에는 경비실 옆 착의실에 구비된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또한 서울중앙성원 실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별도의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현재는 코로나19로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서울중앙성원은 예배를 위한 공간이다. 언제나 조용하고 깨끗해야 하는 장소. 푸른색 타일과 하얀색 벽이 이국적 정취를 자아내는 서울중앙성원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고 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서울중앙성원 1층의 상가

서울중앙성원 1층의 상가

우사단로

우사단로

우사단로10길에 자리한 음식점들

우사단로10길에 자리한 음식점들

서울중앙성원 주변에는 할랄 식료품점과 할랄 음식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 5년여 전에는 서울중앙성원부터 이어지는 이곳 우사단로10길에 젊은 예술가들의 특색 있는 공방과 숍이 들어서며, 경리단길과 함께 이태원의 주목받는 골목 중 하나였다. 현재 당시의 활기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예술가들의 공방과 서울중앙성원, 거리를 오가는 다양한 사람이 어우러져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서울중앙성원 근처에 ‘이태원 할랄 음식 문화거리’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앞으로 서울중앙성원 주변이 더욱더 이슬람 문화와 교류하는 장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동부이촌동 재팬타운의 먹자골목

동부이촌동 재팬타운의 먹자골목

동부이촌동 재팬타운의 기운
4호선 이촌역 4번 출구에서부터 시작되는 용산구 동부이촌동(이촌1동) 일대는 ‘리틀 도쿄’ 또는 ‘재팬타운’이라고 불린다. 재팬타운의 역사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부터 비롯한다. 그때부터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이 늘어났는데, 그중 많은 이가 1971년 중산층 대상으로 지은 동부이촌동의 아파트 한강맨션에 정착했다. 또 당시에는 강남구 개포동에 서울일본인학교가 있고, 대사관을 비롯해 한국에 주재원을 파견한 일본 주요 기업들이 강북에 자리하면서 등하교와 출퇴근이 용이한 중간 지점으로 용산구 동부이촌동이 환영받았다. 한국에서 일본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동네이니만큼 일본인들을 위한 식당과 상점, 편의 시설도 주변에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팬타운으로 널리 알려진 것과 달리 거리에서 현재 일본인을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서울일본인학교가 마포구 상암동으로 이전하면서 학교 주변으로 이사를 떠난 사람이 많고, 가족 단위로 한국에 거주하는 주재원 수 자체가 줄어든 까닭이다. 일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상가도 점차 줄었다. 동부이촌동 재팬타운 서울에서 일본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동네인가? 이 물음에 이제는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서울에서 일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동네 하면 여전히 동부이촌동이다. 한국어와 일본어가 병기된 간판과 아담한 규모의 상가처럼,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건물들이 한적하고 소박한 동네의 풍경과 기운을 만들며 이곳이 여전히 ‘재팬타운’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식자재를 판매하는 마트

일본 식자재를 판매하는 마트

“원래 동부이촌동에 오래 살았어요. 남편이 주재원이었거든요.” ‘스즈란테이’의 박영란 사장이 말했다. 스즈란테이는 동부이촌동에 몇 남지 않은, 일본인 셰프가 운영하는 일본 가정식 전문점이다. 은방울꽃(스즈란은 일본어로 은방울꽃을 뜻한다)이 그려진 간판을 지나 지하로 내려가면, 일본어로 쓰인 메뉴판과 밝지 않은 조도, 짙은 갈색 테이블에 마치 일본의 오래된 식당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스즈란테이는 일본 상사 주재원으로 한국에 와 냉동고 엔지니어로 일하던 미타니 마사키, 박영란 사장 부부가 운영한다. 후에 일본 본사로 돌아가지 않고 1990년대 후반, 동부이촌동에서 일본 식자재 유통 상점을 시작한 부부는 영업을 마친 늦은 저녁이면 한국에 주재원으로 홀로 온 일본인 지인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간단한 요리를 만들어 나눴다. 그러던 곳이 동네 맛집으로 입소문 나며 의도치 않게 유통 상점이 음식점이 되었다.
스즈란테이 내부. 한국어와 일본어가 병기된 메뉴판이 눈에 띈다.

스즈란테이 내부. 한국어와 일본어가 병기된 메뉴판이 눈에 띈다.

스즈란테이 내부

스즈란테이 내부

연식이 느껴지는 테이블과 소파

연식이 느껴지는 테이블과 소파

인기 메뉴인 도시락과 연어알 덮밥

인기 메뉴인 도시락과 연어알 덮밥

집에 놀러 온 친구에게 요리해주듯 한 게 간판도 없는 일본 가정식 요리 전문점이 된 것이다. 20년 전 부부의 음식점을 찾는 사람들의 80%는 일본인이었다. 현재는 줄어든 일본인 주민 수만큼 일본인 고객의 비율도 줄었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은 여전히 많고, 도시락, 돈카츠, 카레, 우동, 덮밥, 튀김, 고로케, 구이 등 메뉴의 가짓수 또한 여전히 다양하고 레시피는 초기 그대로다. “지금까지 믿고 찾아와준 단골손님이 많아요. 맛이 달라지지 않도록 신경 쓰며 저희가 앞치마를 벗지 못하는 이유도 그분들 때문이에요.” 주변의 풍경이 바뀐다고 해도 스즈란테이는 오래도록 이 자리를 지킬 듯하다. 언제든 동부이촌동에서 일본 가정집의 맛을 느낄 곳이 있다는 의미다.

동네에서 쉬어 간 곳
1.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우사단로10길 39
전화 +82-2-793-6908

2. 스즈란테이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촌로 245 로얄맨숀아파트 상가 C동 지하 1층
전화 +82-2-749-5324

3. 마얘
주소
서울시 서초구 사평대로22길 14
전화 82+2-749-1411
홈페이지 www.instagram.com/maillet_patisseriefrancaise
2020. 7 에디터:김혜원
포토그래퍼:해란 자료제공: 이동혁(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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