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부여 규암마을, 자온길로 다시 태어나다
오랫동안 잊혀 있던 마을,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규암리가 생기를 띠며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자온길 이야기가 있다.
규암리가 번성하던 시절
부여군 사람들은 금강 하류를 백마강으로 불렀다. 오래전부터 백마강 규암 나루 인근 마을에는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규암 나루는 전라도에서 한성까지 가는 물건을 배에 실어 나르던 ‘금강 수운’의 중심지였다. 당연히 마을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장()도 섰다. 여관과 선술집, 극장이 들어서며 활기가 넘쳐나던 시절이 있었다. 해방 전후 당시 규암 마을 가구수는 200세대에 이르렀다. 마을에서 열리던 오일장은 부여 본터 오일장보다 규모가 더 컸을 정도다.

시간이 지나고 인적이 드물어지면 번성하던 기억 역시 자연스레 잊히고 만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고 1960년대 중반 마을 인근에는 백제교가 조성되었다. 굳이 규암 마을을 거치지 않아도 곧바로 부여읍과 내륙으로 드나들 수 있게 된 것이다. 1990년대가 되자 물을 따라 운송하는 수운 기능까지 멈춰버리고 만다. 외지인들은 더 이상 규암 마을에 와야 할 이유를,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결국 하나둘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고, 빈집도 함께 늘어갔다.

부여의 명소 궁남지 전경

규암 마을 입구 풍경

마을에 생기가 찾아왔어요
그런 규암 마을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 쓰러져가는 건물이나 방치된 집들을 정비하고, 마을에 예쁜 카페와 주점, 그리고 서점과 게스트 하우스가 생겨나면서 주말이면 외지인이 찾아오면서 제법 여행지 같은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규암 마을이 이처럼 변화하게 된 건 공예 예술 그룹 ‘세간’의 자온길 프로젝트에서 비롯한다. 삼청동과 인사동, 헤이리 등에서 전통문화 편집숍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박경아 대표가 규암 마을에 새로운 공예 문화 공간을 조성하기로 계획하고, 마을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는 급격히 오르는 임대료 때문에 작가들이 거리로 쫓겨나지 않고, 되도록 기존 건물양식을 그대로 살려 아름다움을 유지하되, 무엇보다 지역 사람들도 좋아할 수 있는 공예 문화 마을을 조성하고 싶었다. 부여의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공부한 그는 당시 방문했던 규암 마을이 번뜩 떠올랐다. 규암 마을에는 근대기에 지은 개량 한옥과 일본식 주거 스타일이 혼합된 형태나 오래된 한옥, 해방 후 세운 개량 양옥 등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건물이 마을 곳곳에 남아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규암 마을과 삼청동 거리의 변화가 오버랩된 것이다.

규암 마을에는 사람들이 떠나 비어 있는 집이 많다.

자온길에 그려질 풍경
초기 계획처럼 아무리 오래된 건물이라도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건물이 간직한 역사는 유지하면서도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처음에 마을 분들이 다 말렸어요. 저 집을 부수고 다시 지어야지, 어떻게 살릴 생각을 하느냐고. 그런데 완성하고 나니 다들 멋있다고 무척 놀라워해요. 무모한 도전이랄 수도 있는 시도 덕분에 그냥 사라질 집들이 남아 있는 모습을 보면 보람이 크지요.”

현재 규암면 자온로와 수북로 일대에서 세간의 손길이 직간접적으로 닿은 공간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미 확보한 16채의 공간 중 서점과 공예 상점, 숙박업체, 카페와 식당 등 6~7곳 정도가 매일 혹은 주말에 운영하고 있다. 남은 공간들 역시 앞으로 시간을 두고 조금씩 변화해가며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그러면 여행자들은 부여에 백제 문화만이 아닌 다양한 문화 공간과 찾을 곳이 있다는 사실에 기꺼이 더 많은 발걸음을 하게 될 터. 그것이 세간이 처음부터 바라는 전통과 문화가 어우러진 시골 마을의 풍경이 아닐까.
“처음에 마을 분들이 다 말렸어요. 저 집을 다시 지어야지, 어떻게 살리느냐고. 그런데 공사를 완성하고 나니 다들 멋있다고 무척 놀라워해요.”

규암 마을에서 꼭 들러야 할 곳

수월옥
수월옥. 빼어날 수(秀)와 달 월(月)을 쓴다. 주말이면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카페로, 어쩌면 규암 마을을 넘어 부여에서 가장 핫한 공간일지 모른다. 인스타그램에서 수월옥을 검색하면 이곳을 방문한 인증 사진 후기가 가득하다. 배가 자주 드나들며 왕래가 잦던 예전에는 작은 요정으로 운영한 건물을 상량문과 서까래, 벽체만 남기고 양철로 감싸 완성했다. 양옥과 한옥, 다른 느낌의 건물 두 곳이 작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들어선 형태를 띠고 있다. 청자와 백자, 진사 등 커피와 차에 쓰이는 도자기잔 모두 국내 도예가의 작품이다. 부여의 소곡주를 마실 수 있는 주막으로도 운영할 계획이라는데,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기대가 된다.

주소: 충남 부여군 규암면 수북로 37
운영시간: 화~일요일 10:30~19:00
전화: +82-41-837-8203
 

책방 세:간
자온길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공간. 원래 ‘임씨네 담배 가게’였다가 현재는 부여 유일의 독립 서점으로 운영 중이다. 이곳엔 특히 전통 공예와 예술 관련 책이 많다. 비용 문제로 원래 남아 있던 물건과 목재를 사용했다는데, 덕분에 추억과 전통이 깃든 특별한 공간으로 완성됐다. 담배를 팔던 자리는 책방의 서가로, 담배장으로 쓰이던 진열장은 든든한 책장으로 새로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공사하면서 발견한 소쿠리들은 책을 올려놓는 진열대로 쓰고, 임씨 할아버지가 생전에 즐겨 타던 자전거는 서점 앞에 놓여 있어 곳곳에서 장소의 역사성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주소: 충남 부여군 규암면 자온로 82
운영시간: 매일 12:00~19:00
전화: +82-41-834-8205

규방산책(웃집)
규암 마을이 번성해서 사람들의 왕래가 잦을 당시 국밥집으로 운영하던 곳이다. 이를 리모델링해 전통 섬유 공예가가 작업하고 전시하는 공방으로 탈바꿈했다. 현재는 공예품을 전시·판매하는 것 외에 전체 공간을 빌려 숙박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사용 중이며, 침실 2개에 작은 다락방을 갖춘 복층 구조다. 전시되어 있는 섬유 공예 작품들은 부여 여행 기념품으로 선물하기에 좋다. 특별히 화려하고 편리한 공간이라기보다 힐링을 위한 쉼터로 추천하는 이가 많다. 웃집은 세계적인 건축 전문 블로그로 유명한 ‘아키데일리(ArchDaily)’에 소개되기도 했다.

공예상점 편지
규암 마을 최초의 우체국과 관사가 있던 자리에 연 공예 상점이다. 우체국에서 가전제품을 파는 마을 전파사로 바뀌어 운영되다가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 지금은 다양한 생활 도자기와 전통 소반, 천연 염색 원단으로 만든 의류와 소품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주말에만 운영한다. 구경하고 싶으면 책방 세간에 문의하면 된다.

이안당 전경

비 오는 날의 규암 나루터 모습

이 외에도 빵과 브런치를 내놓는 ‘다시 봄’, 한옥 스테이 ‘이안당’ 그리고 규암 나루터 등 둘러볼 곳이 꽤 있다.

부여에서 머물 곳: 롯데리조트 부여
롯데리조트 부여는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의 부여 대표 리조트로 모두 310개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 말굽처럼 휜 형태의 건물 외관에는 우리나라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색깔을 조합한 300여 개의 패널이 붙어 있어 아름다움을 더한다. 특히 화려하고 멋진 리조트의 야경 이미지는 SNS 단골 소재다. 역사 문화 탐방부터 레저와 휴식, 골프까지 함께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주소 충남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400
전화 +82-41-939-1000
홈페이지 롯데리조트 부여

2020. 9 에디터:정재욱
포토그래퍼: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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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9
  • 에디터: 정재욱
  • 포토그래퍼: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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