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늘 청년들로 붐비는 냐남 북스 엔 커피 © 전혜인

하노이 젊은이들의 아지트, 로컬 서점
예로부터 한 도시의 문화를 주도하는 젊은이들은 서점에 모였다. 그리고 현재 하노이의 젊은이들은 ‘북웜’과 ‘냐남 북스 엔 커피’에 모인다.
파리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Shakespeare & Company), 런던 더 노팅힐 북숍(The Notting Hill Bookshop), 도쿄 쓰타야(Tsutaya), 포르투갈 리브라리아 렐루(Livraria Lello) 등 세계 각 도시에는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로컬 서점이 있다. 이들 서점은 단순히 책을 거래하는 판매점이 아니다. 유명 연사의 강연부터 신인 작가의 소규모 북 토크 이벤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유연한 플랫폼이자 특정 취미를 공유하는 서브컬처 집단의 아지트가 되기도 하고, 혹은 지역민을 한데 모아 이런저런 소식을 주고받는 ‘사랑방’이 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거점인 셈이다. 하노이에도 도시의 문화를 선도하는 개성 넘치는 서점이 있다. 지식에 목마른 사람, 문화 예술에 갈증을 느끼는 이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청량함을 선사하는 소형 서점 두 곳을 소개한다.
북웜 내부 전경. 수만 권의 책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 전혜인

북웜 내부 전경. 수만 권의 책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 전혜인

‘책벌레’가 만드는 더 나은 세상, 북웜
호수의 도시 하노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서호(West Lake)의 한 귀퉁이에 쭉박(Truc Bach)이라는 작은 호수가 있다. 열대의 녹음이 싱그럽게 우거진 자그마한 공원, 10~13㎡ 남짓의 카페와 술집이 한데 어우러져 고요하고 은은한 운치를 자아내는 동네다. 트렌디한 상점이 골목마다 한 집 건너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귀한 보물은 ‘북웜(Bookworm)’이다.
북웜은 로컬 서점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며 커뮤니티에 생기를 불어넣는 ‘작지만 큰’ 영어책 전문 서점이다. 가로 폭이 1m도 채 되지 않는 좁은 통로에 빈티지 간판이 걸려 있다.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 한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소박한 모양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길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이곳이 하노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골목 끝에는 널찍한 마당이 펼쳐진다.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지는 네모반듯한 마당은 한국의 ‘ㅁ’자 한옥 구조를 연상시킨다. 낡고 좁은 골목, 빛바랜 노란색 벽, 베트남 전통 장식, 긴 골목 끝에 기다리고 있는 마법 같은 공간. 이 모든 것을 합하면 비로소 하노이만의 독특한 감성이 완성된다.
북웜으로 이어지는 좁은 통로 © 전혜인

북웜으로 이어지는 좁은 통로 © 전혜인

북웜 입구 © 전혜인

북웜 입구 © 전혜인

길고 좁은 통로 끝에 펼쳐진 북웜의 마당 풍경 © 전혜인

길고 좁은 통로 끝에 펼쳐진 북웜의 마당 풍경 © 전혜인

두 개 층으로 이루어진 북웜에는 수만 권의 책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서점 어디를 둘러보아도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이 가득 꽂혀 있는 까닭에 ‘책에 파묻히는’ 기분이 들기도, ‘책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책이 많은 공간에는 유독 고요한 공기가 흐른다. 마치 책을 구성하는 종이 한 장 한 장이 외부의 소란스러움을 흡수하기라도 하듯. 북웜의 매력은 억지스러운 세련미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세월이 흘러 오래되고 낡은 공간과 손때 묻은 책들, 자연스럽게 먼지가 앉은 베트남 전통 장식품들은 언뜻 지인의 낡은 서재에 들어와 있는 듯한 묘한 착각과 함께 친숙한 편안함을 불러일으킨다.
테이블 위에 자연스럽게 놓여 있는 책들. 마치 누군가의 서재에 들어온 듯하다. © 전혜인

테이블 위에 자연스럽게 놓여 있는 책들. 마치 누군가의 서재에 들어온 듯하다. © 전혜인

하노이 최초의 영어책 전문 서점 북웜이 처음 문을 연 것은 2001년이다. 호주 국적의 작가 팸 스콧(Pam Scott)이 교민들의 독서 생활을 장려하기 위해 설립했고, 이후 2006년 베트남인 호앙반쯔엉(Hoang Van Truong)이 인수했다. 벌써 20년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북웜은 하노이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관광객, 영어 도서를 원하는 현지인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북웜은 소설, 정치, 경제, 예술, 문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장르의 책을 취급한다. 새 책과 중고 책 모두 거래하며, 때로는 하노이를 떠나는 외국인들이 기부하는 책도 받는다. 2층에 특별히 마련된 ‘베트남 방(Vietnamese Room)’에는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한 책, 베트남 문학, 베트남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사진집과 요리책이 가득하다.
서점 어디를 둘러보아도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이 가득 꽂혀 있다. © 전혜인

서점 어디를 둘러보아도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이 가득 꽂혀 있다. © 전혜인

각종 커뮤니티의 소식을 알리는 게시판 © 전혜인

각종 커뮤니티의 소식을 알리는 게시판 © 전혜인

북웜의 로고 © 전혜인

북웜의 로고 © 전혜인

북웜을 운영하는 호앙반쯔엉의 경영 철학은 북웜을 활발한 문화 교류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작가와 대중 사이의 소통 지점을 모색하고, 베트남 문화와 서구 문화가 결합하는 장을 베트남의 젊은 세대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동남아시아 최고의 소형 서점’이라는 북웜의 캐치프레이즈에 걸맞은 일류 서점이 될 수 있도록 그는 15년째 불철주야 매진하고 있다. 더불어 윤리적 기업의 소임을 다하고자 노력한다. 도움이 필요한 기관에 재정 지원을 하고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사회적 기업의 책무를 잊지 않는다.

북웜 하노이
주소 44 Chau Long, Truc Bach, Ba Dinh, Hanoi
전화 +84-24-3715-3711
홈페이지 www.bookwormhanoi.com

냐남 북스 엔 커피 외부 전경 © 전혜인

베트남 로컬 출판의 무한한 가능성, 냐남 북스 엔 커피
규모는 작지만 내실 있는 동네 서점에서 책과 출판업계 동향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는 것처럼, 진정한 베트남 책을 경험하려면 로컬 서점을 들여다봐야 한다. 하노이의 중심부 바딘구(Ba Dinh District) 장보(Giang Vo) 호수 근처에 현지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근사한 서점 겸 북카페가 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지만, 베트남 현지인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는 서점, 도서 출판·유통계의 절대 강자이자 무림 고수라고 할 만한 ‘냐남 북스 엔 커피(Nha Nam Books N’ Coffee)’가 그 주인공이다.
정갈하게 디자인된 외관, 모던하고 세련된 인테리어, 깔끔한 도서 디스플레이는 현대 도심 속 이상적인 작은 서점의 요소를 모두 충족시킨다. 서점 내부에 마련된 카페와 적절히 배치한 테이블은 개방형 서점 문화를 원하는 젊은이들을 사로잡기에 안성맞춤이다. 냐남 북스 엔 커피는 지적 자극을 원하는 젊은이들로 항상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단순히 책을 사는 행위를 넘어, 책 문화를 향유하기를 원한다. 커피를 마시며 구매한 책을 탐독하고, 함께 방문한 친구와 책에 관해 토론하고, 공부를 하거나 업무 처리하는 이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노이 청년들에게 냐남 북스 엔 커피는 서점이자 카페이고, 도서관이면서 공유 오피스인 것이다.
서점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청년 © 전혜인

서점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청년 © 전혜인

음료 주문을 받는 곳 © 전혜인

음료 주문을 받는 곳 © 전혜인

책 읽는 사람 © 전혜인

책 읽는 사람 © 전혜인

냐남은 사실 평범한 서점 겸 북카페가 아니다. 출판과 유통을 겸하는 종합 도서 기업이다. 본래 문화·미디어 콘텐츠 기업이던 냐남은 2005년 처음 출판 시장에 진출했다. 맨 처음 발간한 책 <발자크와 중국 소녀 재단사(Balzac and the Little Chinese Seamstress)>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고, 곧이어 발간한 <당투이쩜 다이어리(Dang Thuy Tram’s Diary)>가 50만 부 이상 판매되면서 베트남 출판업의 역사를 새로 썼다. 베트남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이다. 이후 밀란 쿤테라(Milan Kundera), 오르한 파묵(Orhan Pamuk), 하퍼 리(Harper Lee),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등 걸출한 해외 작가의 작품을 번역 출간하는 일에도 심혈을 기울여 베트남에 세계 문학을 소개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으며, 비문학 도서에까지 영역을 확장해 현재는 수백만에 이르는 넓고 두꺼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냐남 북스 엔 커피에 진열된 도서들 © 전혜인

냐남 북스 엔 커피에 진열된 도서들 © 전혜인

베트남 독자들에게 양질의 도서를 공급하며 15년간 꾸준히 성장한 덕에 냐남은 일류 출판·유통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베트남 전역에 17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출판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냐남은 책이 지닌 가능성을 믿고 전진하는 중이다. 세대를 거듭해 영향을 미칠 ‘유산으로서의 책’을 안정적으로, 오래,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것, 이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책의 진정한 가치를 전하는 것이 냐남의 비전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이 한 가지 더 있다. 냐남북스는 내용의 우수성은 물론이거니와 현대적 아름다움을 뽐내는 도서 디자인을 선보임으로써 베트남 도서 산업에 큰 획을 그었다. 로컬 도서뿐 아니라 냐남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번역 출간하는 해외 문학작품과 제반 디자인도 독자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고 있다.

냐남 북스 엔 커피
주소 115/D1 Tran Huy Lieu, Ba Dinh District, Hanoi
전화 +84-24-2247-8042
홈페이지 nhanam.vn

© 전혜인

서점을 방문할 때 반드시 특정 책을 구매하려는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왔다가 손길 닿는 대로 낯선 책을 집어 들고 펼쳐 보는 일이야말로 서점을 진정으로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 모르는 책을 만나는 일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설레는 일. 모든 책에는 하나의 온전한 세계가 담겨 있다. 우연히 펼친 새로운 책 속 세계가 당신의 삶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무한히 확장해줄 것이다.
나냠 북스의 인기 책 6
냐남 북스에서 제작하고 판매하는 인기 도서의 커버를 통해 베트남 책 디자인의 현재를 볼 수 있다.
© 전혜인

© 전혜인

(왼쪽 상단부터)
<억압한다고 해서 우리가 안 보이게 되는 것은 아니야>, 당호앙장 저
<비밀번호를 입력하시오: 라캉 정신분석학>, 라이어널 베일리 저, 비빅 역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저, 티엔응아 역
<정체성>, 밀란 쿤테라 저, 응안쑤옌 역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해민 스님 저, 응우옌비엣뚜아인 역
<제로 웨이스트 홈>, 베아 존슨 저, 도안텀-쯔엉후이 역

하노이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 하노이
롯데센터하노이 상층부에 자리한 롯데호텔 하노이는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수려한 전망을 자랑하며 베트남 전통 문양을 차용한 객실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하노이의 스카이라인을 조망할 수 있는 루프톱 바 ‘톱 오브 하노이’와 자연 속에 들어온 것처럼 몸과 마음을 릴랙싱할 수 있는 ‘에비앙@스파’ 등의 부대시설을 두어 여행자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주소 54 Lieu Giai, Ba Dinh, Hanoi
문의 +84-24-3333-1000
홈페이지 www.lottehotel.com/hanoi-hotel
2020. 9 에디터:김혜원
글: 전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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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9
  • 에디터: 김혜원
    글: 전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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