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EXPERIENCE

산성을 걷다 보니 백제가 보였다
백제의 마지막 수도 부여에서 백제의 마지막 흔적이 남아 있는 산성들을 걸었다. 오랜 역사를 만났다.
충청남도 부여군은 삼국시대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다. 당시 이름은 사비(泗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백제의 수도는 위례(서울 인근)에서 시작해 웅진(공주)을 거쳐 마지막 수도 사비(부여)에 이른다. 점점 남쪽으로 내려온 것이다. 이들 수도는 모두 아래로 넓은 평야를 두고, 위로는 강을 끼고 있다. 적의 침범을 막고 빨리 이동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한 것이다. 경주에는 신라의 흔적이 적지 않은 데 비해, 수도를 몇 번 이전한 탓인지 부여에는 백제의 유적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정심사지와 부소산성, 궁남지 정도가 백제의 그림자를 볼 수 있는 장소다. 그 대신 백제문화단지가 조성되어 680여 년의 백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부여에서 사비 시대의 백제를 직접 확인하려면 부여 일대 산성의 엷은 흔적을 따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시작은 부소산성이다.

부소산성 벽에서 바라본 부여 전경

부소산성은 안개가 잦은 아침에 산책하기 좋다.

부소산성 안에는 다양한 백제의 흔적이 있다.

마지막 흔적이 담긴 부소산성
부소산성은 백제 사비의 도성(都城)으로, 백마강 남쪽 부소산 둘레를 따라 쌓은 산성이다. <삼국사기>에는 사비성이나 소부리성으로 기록돼 있다. 부소산성은 이름 그대로 부여 시가지에 있는 해발 106m의 부소산에서 시작한다. 원래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성곽이 빙 둘러싸고, 다시 그 주위를 감싸게 쌓았다. 이렇게 이중으로 성곽을 올린 것은 적의 방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부소산성이 유명한 이유는 삼국시대 백제의 마지막 키워드가 담긴 곳이기 때문이다. 삼천궁녀와 낙화암, 그리고 계백과 성충, 흥수 등 백제 말 충신을 모신 사당 삼충사. 이런 역사의 단어가 부소산성과 맞닿아 있다. 삼천궁녀와 낙화암 이야기는 너무 유명해서 사실과 허구가 어느 정도 혼재돼 있다는 것을 잠시 잊기도 한다. 3,000명이나 되는 궁녀가 낙화암에서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여전히 물음표이지만, 이른 시간 안개 낀 부소산을 걷다가 낙화암에 이르면 궁녀와 백제의 멸망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궁녀들의 절개와 장군의 충심을 뒤로하고 부소산성은 이제 부여 군민들의 아침 산책로로 더 사랑받고 있다.
유사시엔 군사적 기능을 하기도 한 부소산성은 평소 후원 역할을 했다. 왕과 귀족들은 영일루와 백화정에서 부소산의 경관을 굽어보거나, 구드래 나루터에서 황포돛배를 타고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을 따라 펼쳐지는 절경을 즐기곤 했다.

건너편에서 바라본 낙화암

안개가 묘한 느낌을 주는 부소산의 아침

부소산 일대는 숲길이 아름답다. 산림청 주관 ‘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꼽혔을 정도다. 이 중 추천 1순위는 단연 태자골 숲길이다. 말 그대로 백제 태자들의 산책로였다고 전해지는데, 빽빽한 소나무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줄지어 늘어서서 하늘을 가리고 있는 풍경이 신비롭기 그지없다. 안개 낀 아침에 길을 걷는다면 그 풍경은 배가된다.
산성길은 세 가지 코스가 있는데 짧게는 1시간, 길게는 2시간 정도면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입구에서 시작해 삼충사와 영일루를 지나 태자골 숲길과 낙화암, 고란사를 지나는 1코스를 아침에 돌아볼 것을 추천한다.
주소 충남 부여군 부여읍 부소로 31
 

나성의 산책로

능에서 발견된 유물을 확인할 수 있다.

부여 나성 안에는 7기의 능이 있다.

백제의 견고함을 보여주는 부여 나성
나성은 수도의 외곽을 둘러싼 성()을 말한다. 부여 나성 역시 백제 수도 사비를 보호하기 위해 부소산성을 중심으로 시가지 외곽을 둘러쌓았다. 길이는 대략 8km에 이르는데, 방어 역할뿐 아니라 사비라는 도시의 안과 밖을 구분하는 역할도 함께했다. 사비로 수도를 옮긴 백제 성왕 시기인 530여 년 즈음에 쌓은 것으로, 국내에 현존하는 나성 중 가장 오래된 곳이다.
성의 바깥쪽은 급한 경사를 이뤄 외부에서 쉽게 올라올 수 없고, 안쪽 벽은 완만해 말도 달릴 수 있는 길을 냈다고 한다. 나성의 역할이 외곽 최전방 방어 시설인 만큼 안팎을 달리 설계하고 곳곳에 초소를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적이 쉽사리 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신라의 김유신 장군은 나당연합군을 통해 백제를 침공할 당시 “이 성은 과연 금성 철벽이다”라고 칭찬했다고 전해진다.
현재의 부여 나성터를 방문하려면 능산리고분군을 거쳐야 한다. 능산리고분군은 백제 왕들의 무덤, 즉 왕릉터다. 예전 백제 왕들은 왕실의 권위를 드러내려고 수도 한복판에 왕릉을 조성했다. 하지만 사비로 이전한 후부터는 능산리고분군에서 알 수 있듯 나성 밖에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모두 7기의 능이 있는데, 잘 다듬은 판석으로 벽과 천장을 구축해 매우 견고하게 지었다.
안타까운 점은 이 왕릉에 있어야 할 유물 대부분이 도굴되어 어떤 유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백제창왕명석조사리감이 이곳에서 출토되어 빛을 보게 된 대표 유물이다.

능산리사지 절터의 모습을 2D 일러스트로 재현했다.

능산리 1호분의 흔적

멀리서 바라본 능산리사지 터의 전경

능산리고분군을 지나 나성으로 가는 길에는 백제 시대 왕실 사찰인 능산리사지 절터를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터만 남았는데, 절터 앞에 당시 사찰 모습을 유추해 2D 이미지로 유리판에 새겨놓은 조형물이 꽤 인상 깊다. 이 절터에서 백제의 대표 유물 중 하나인 백제금동대향로가 발견되기도 했다.
능산리 고분군과 나성 모두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일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주소 충남 부여군 부여읍 능산리 67
 

성흥산성에서는 백마강과 부여 일대가 멀리 보인다.

산성 계단을 따라 오르면 사랑나무와 넓은 평지가 있다.

성흥산성의 성벽

젊은이들의 촬영 성지, 가림성(성흥산성)
성흥산성은 부여 시내에서 약 16km 남쪽에 위치한 산성이다. 백제 동성왕 당시 웅진성(공주)을 외부 침입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멀찌감치 금강 하류 부근에 떨어져 지었다. 돌을 쌓아 산성을 올렸는데, 길이가 1,200m 정도 된다. 오랫동안 성흥산성으로 불리다가 2011년부터 가림성으로 변경되어 불리고 있는데, 이 일대가 백제 시기에 가림군이었기 때문이다.
문헌을 보면 가림성을 쌓은 이는 위사좌평 백가라고 전해지는데 자신을 이곳에 보낸 동성왕에 앙심을 품고 난을 일으켰지만, 이후 왕위에 오른 무녕왕에 의해 평정되었다고 한다.
쌓은 연대를 알 수 있는 성곽이 많지 않아 역사적 가치도 크지만, 가림성이 유명해진 이유는 정작 엉뚱한 곳에 있다. 바로 ‘성흥산 사랑나무’라고 불리는 거대한 느티나무 때문이다. 가림성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길을 따라 400m가량 올라가면 기이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거대한 느티나무와 잔디가 제법 넓게 조성된 천연 평야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면서 성흥산성 사랑나무는 SNS의 포토 스폿이 되었다.

400여 년이라는 긴 시간을 살아온 22m 높이의 이 느티나무는 언젠가부터 사랑나무로 불리기 시작했다. 느티나무의 늘어진 한쪽 가지가 하트 모양의 반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젊은 연인들이 스마트폰으로 셀피를 촬영하고 이것을 반전해 하트 모양으로 편집하는 것이 유행이 되어버린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성흥산성 사랑나무를 검색하면 수많은 연인의 하트 사진이 가득하다.
특히 지난해에 방영한 인기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 이곳이 등장하면서 그 인기는 더욱 커져, 주말이면 좁은 주차장이 차량으로 줄을 잇는다.
그래서인지 사랑나무 아래에서 여러 포즈로 촬영하는 연인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좋다. 참고로 사랑나무 셀피를 가장 예쁘게 촬영할 수 있는 때는 겨울의 노을 질 무렵이라고 한다. 잎이 떨어져서 하트 윤곽이 비교적 뚜렷하게 잘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진정한 포토 스폿임이 분명하다.
주소 충남 부여군 임천면 성흥로97번길 167
 

백제문화단지 전경

고증으로 완성한 백제 시대의 목탑

백제의 역사를 재현한 백제문화단지
두 번의 수도 이전과 수많은 전쟁을 겪으면서 백제의 유산은 정작 흔적만 남아 있는 곳이 많았다. 그래서 1994년부터 2010년까지 17년간 백제의 흔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실제 공간으로 조성한 곳이 백제문화단지다. 이곳에서는 백제 초기인 위례성의 모습을 비롯해 사비궁과 능사 등 터만 남아 있던 곳들을 오랜 고증을 거쳐 실물 크기로 재현한 것이 놀랍다. 특히 백제 시대 목탑을 고증을 토대로 제작했는데, 그 높이만 무려 38m에 달한다. 백제인들의 당시 생활 풍습과 계급을 가옥 형태로 연출한 덕분에 다양한 계층의 생활상을 이해할 수도 있다. 볼거리뿐 아니라 직접 체험하며 즐길 거리도 다양한 것이 백제문화단지의 장점이다.
1400여 년 전의 화려하던 백제 문화를 이해하는 데 백제문화단지만 한 곳은 없을 것이다.
주소 충남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455
전화 +82-41-408-7290
운영시간 평일 09:00~18:00 / 금요일 및 주말 09:00~22:00
홈페이지 백제문화단지  
 

부여에서 머물 곳: 롯데리조트 부여
롯데리조트 부여는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의 부여 대표 리조트로 모두 310개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 말굽처럼 휜 형태의 건물 외관에는 우리나라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색깔을 조합한 300여 개의 패널이 붙어 있어 아름다움을 더한다. 특히 화려하고 멋진 리조트의 야경 이미지는 SNS 단골 소재. 역사 문화 탐방부터 레저와 휴식, 골프까지 함께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주소 충남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400
전화 +82-41-939-1000
홈페이지 롯데리조트 부여
 

BUYEO'S FORTRESS

2020. 11 에디터:정재욱
포토그래퍼:김준

Where to stay?

LOTTE HOTELS & RESORTS
  • 2020. 11
  • 에디터: 정재욱
  • 포토그래퍼: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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