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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hap news

[Insider Guide] 발레리노 김기민의 예술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나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자라는 설명보다 이제 김기민에게는 극장의 3층 관객들이 사랑하는 무용수라는 수식이 더 잘 어울린다. 러시아의 가장 영향력 있는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무용수라는 의미다. 김기민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소개했다.
즐겨 찾는 카페는?
커피 22’. 카잔 성당에서 그리보예도프 운하를 따라 걸어 내려가면 나오는 모던한 카페예요. 상트페테르부르크 특유의 클래식한 분위기가 아니어서 더 특별하죠. 현지인이 좋아하는데, 가끔 라이브 공연도 한답니다.
커피 22 Kazanskaya St., 22, St. Petersburg

© Coffeeat22 Instagram

지인이 왔을 때 찾는 레스토랑?
누군가 상트에 방문하면 ‘카페 고스티(Cafe Gosti)’를 자주 가요. 상트에서 가장 예쁜 레스토랑이 아닐까 싶어요. 러시아 스타일 음식과 디저트가 맛있죠. 호불호가 있긴 하지만 전 보르시라는 비트로 만든 수프를 좋아해요.
카페 고스티 Malaya Morskaya St., 13, St. Petersburg

© Gosti Instagram

상트에서 맛보는 특별한 맛은?
'호추 하르초(Khochu Kharcho)'라는 조지아(옛 그루지야) 레스토랑을 추천해요. 러시아에선 조지아 음식이 굉장히 인기가 많습니다. 호추는 ‘원하다(Want)’라는 의미고, 하르초는 조지아식 수프 이름이에요.
호추 하르초 Sadovaya St., 39/41, St. Petersburg
상트페테르부르크다운 풍경?
저녁에 네바강을 걸어볼 것을 추천해요. 예전에 형(김기완 발레리노,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과 함께 네바강을 걸었는데, 형이 2주간 상트에 머무는 동안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말했죠. 일정한 높이의 건물과 클래식한 조명으로 가득한 네바강을 보면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아름다운 도시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죠.

네바강 길에서 바라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아름다운 전경 © shutterstock

가장 좋아하는 산책길은?
주로 네바강을 따라 산책하거나 집 근처 노바야 골란디야(뉴 홀랜드 아일랜드, New Holland Island) 공원을 걸어요. 작은 섬을 공원으로 만든 곳인데, 산책하기도 좋고, 괜찮은 레스토랑이나 문화 공간이 많아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죠.
노바야 골란디야 Admiralteysky Canal Embankment, 2, New Holland Island, St. Petersburg
 

다양한 문화공간과 레스토랑, 산책로 등으로 구성된 노바야 골란디야 © shutterstock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추천 선물?
여성분들은 러시아 황실 도자기 임페리얼 포슬린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남성에게는 브랜디를 추천하고 싶네요. 아르메니아의 아라라트라는 도시에서 나오는 브랜디 ‘아라라트’가 워낙 유명하고 맛있습니다. 조지아 와인도 인기가 많고요.
 

아르메니아의 유명 브랜디 아라라트 © shutterstock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잠시 머물렀을 때 꼭 경험해야 하는 것은?
성 이삭 성당, 예르미타시 미술관, 마린스키 극장은 서로 거리가 멀지 않아 걸어서 둘러볼 수 있습니다. 이 3곳에서 건축과 미술과 공연 등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대표적인 예술 장르를 모두 체험할 수 있습니다.
성 이삭 성당 St Isaac's Square, 4, St. Petersburg
예르미타시 미술관 Palace Square, 2, St. Petersburg
마린스키 극장 Theatre Square, 1, St. Petersburg, 

성 이삭 성당에서 바라본 하늘

성 이삭 성당 © shuttestock

마린스키 극장 © shuttestock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예술의 도시라고 말하는 것은 발레나 건축, 미술 등 도시 전체에 예술적 분위기가 풍기는 것도 있지만, 그것을 대하는 관객의 모습에서 더 크게 느껴져요. 예술을 사랑하는 관객들의 모습 자체가 예술 같아요.”
발레리노 김기민
About Insider: 모든 예술 장르 한가운데 살고 있는 발레리노 김기민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최초의 동양인 남자 무용수이자 최초의 동양인 수석 무용수, 한국 무용수 최초로 브누아 드 라 당스(2016년) 최고 남자 무용수 수상, 그리고 마린스키 발레단의 유일한 20대 수석 무용수까지.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클래식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만큼 이러한 수식에 어깨가 올라갈 법도 한데, 김기민 본인은 이런 표현에 심드렁하다. 그에게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할 수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누군가 공연 중 그의 ‘그랑 주테(공중 도약, 양다리를 옆으로 일자로 벌려 높이 뛰는 동작)’를 보면 시간이 잠시 멈추는 것 같다고 했다. 그 유명한 장면을 영상으로 볼 수밖에 없었지만, 마이클 조던을 ‘에어 조던’이라고 부른 것처럼 그랑 주테와 김기민을 잇는 어떤 고유명사가 나올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잠시 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잠시 멈춰 있는 듯하지만, 그는 여전히 <돈기호테>, <젊은이와 죽음>, <지젤> 등 다양한 공연으로 관객을 열광시키고 있다. 아침 일찍이었지만 수화기 너머 상트에서 전하는 그의 목소리는 단정하면서도 밝았다.

돈키호테 공연에서 그랑 주테를 선보이는 김기민 © V.Baranovsky

Q. 현재 살고 있는 동네 풍경이 궁금합니다.
A.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플로샤즈 트루다(Ploshchad Truda)라는 곳에 살아요. 제가 공연하는 마린스키 극장이랑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죠. 성 이삭 성당과 마린스키 극장 중간쯤이에요.

Q. 출근하는 길이 낭만적이고 멋지겠네요.
A. 제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백야>를 가장 좋아해요. 이곳에서 읽었는데, 덕분에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어요. 제가 느끼는 상트의 느낌이 작품에서 묘사하는 분위기와 너무 잘 맞아떨어져요. 극장을 오갈 때 그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죠.

Q. 코로나19로 오랫동안 공연이 멈춘 상태여서 힘들었겠어요.
A. 지금은 <돈기호테>, <젊은이와 죽음>, <해적>, <지젤> 등 주기적으로 공연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코로나19로 4개월간 격리된 채 보냈죠. 팬데믹 전에는 몇 달간 하루도 쉬지 못하고 비행기로 이동하며 공연하는 생활을 계속했어요. 그러다 보니 몸이 망가져서 한 달간은 거의 집에서만 지내며 몸을 추스를 수밖에 없었지요. 물론 집에만 있더라도 긍정적 에너지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 전화로라도 지인들이나 가족과 소통했고요. 화상 채팅 앱으로 선생님과 무용단 단원들이 함께 연습하며 몸을 만들어가면서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Q. 마린스키라는 최고의 발레단 수석무용수, 그리고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자의 일상은 어떤가요?
A. 수석 무용수가 된 뒤로는 해외 발레단의 초청 공연이 많이 늘었어요. ABT(아메리칸발레시어터)에서 공연을 몇 번 했고, 파리오페라 발레단이나 런던로열과도 공연했죠. 이번 코로나19로 아쉬웠던 것은 ABT에서 나탈리아 마카로바라는 전설적인 발레리나의 <라 바야데르(La Bayadère)> 발레 40주년 공연 초청을 받았는데, 공연이 취소되면서 참여할 수 없었던 점이에요.

<백조의 호수> 공연 중 © N.Razina

Q. 발레리노로 활동하면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A. 어려서부터 발레를 하면서 ‘좋은 무용수가 되면 해외 많은 발레단에서 초대하겠구나’ 막연히 생각했는데, 마린스키에 입단하고 2~3년 후부터 기대한 그대로 지내고 있어서 참 감사해요. 열심히 한 것에 대해 인정받는 느낌도 들고, ‘더 많은 행복을 누리고 있구나‘라는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듭니다.

Q. 슬럼프도 있었겠죠.
A. 전 슬럼프가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주역이 되고 1년 정도 되니까 무얼 해야 할지, 목표가 없어진 것 같아 한동안 무섭기도 하더라고요. 그래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일을 찾아서라도 했어요. 주위 사람들도 제게 많은 도움을 주었고요. 덕분에 금방 극복했던 것 같아요.

Q. 다들 김기민은 발레리노로 타고났다고 얘기하는데요, 어떤 재능과 노력이 있었을까요?
A. 재능과 노력, 그리고 좋은 스승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운 좋게도 훌륭한 선생님을 만났고,그분이 저의 재능과 노력을 이끌어주셨어요. 사실 전문적으로 봤을 때 제가 발레리노로서 좋은 몸을 가진 것은 아니에요. 다리 형태나 뼈의 구조를 보면 타고난 몸을 가진 무용수가 있어요. 전 그런 케이스는 아니죠. 하지만 발레에는 신체적 재능도 중요하지만, 음악성이라는 재능도 필요해요. 감성이나 표현력, 점프력이나 여러 기술도요. 저의 단점을 가리고 장점을 찾아 살리려고 노력합니다.

<라 바야데르> 공연 중 © N.Razina

<라 바야데르> 공연 중 © N.Razina

Q. 가장 좋아하는 공연이 있나요?
A. <라 바야데르>요. 지금의 저를 있게 하고 유명하게 만들어준 공연이죠.

Q. 더 연구해서 잘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A. 지금 떠오르는 건 롤랑 프티의 <젊은이와 죽음>이란 작품이에요. 영화 <백야> 첫 장면에서 미하엘 바리시니코프의 공연으로 유명하죠. 그 작품을 너무 좋아해서 항상 연구하고 여러 가지 감정을 좀 더 완벽하게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요. 이번에도 공연을 하죠.

Q. 발레리노 김기민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이 많아요. 동양인 최초의 마린스키 입단, 최초의 동양인 수석, 국내 남자 무용수 최초의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자.
A. 최초라는 단어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오히려 요즘에는 꾸준함과 마지막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잘 마무리하고, 후배들에게 어떤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해요.

Q. 러시인의 공연 문화와 수준도 궁금한데요.
A. 정말 놀라울 정도로 높아요. 공연에서 의상이 마음에 안 들면 전화할 정도니까요. 러시아어로 “로자 트레츠예고 야루사(ложа третьего яруса)”라고 하는데, 3층 관객석을 말해요. 티켓이 저렴해 연세 많은 분이 많이 앉는 편인데, 이분들 관람 수준이 상당해요. 생각해보면 어려서부터 바리시니코프의 공연을 봐온 분들이니 눈높이가 얼마나 높겠어요. 저는 다행스럽게 ‘트레티예타시’ 무용수로 불리죠. 할머니들께서 처음부터 좋게 봐주셨어요.
 

예카테리나 궁전 안에서 © 김기민 사진 제공

Q. 앞으로의 계획은요?
A. 두 가지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목표가 끝없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잘하고 못하고는 이제 큰 관심이 없어요. 그냥 새로운 목표가 계속 생기면 행복할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주위의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요.  

마린스키 극장                                                         
주소 Theatre Square, 1, St. Petersburg
홈페이지 마린스키극장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 상트페테르부르크
롯데호텔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유명한 곳인 성 이삭 광장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다. 호텔은 1851년에 지은 역사 깊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으며, 인근에는 넵스키 프로스펙트 주요 거리와 예르미타시 미술관, 마린스키 극장 등이 자리한다.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총 10개 타입의 객실 150실을 갖춘 호텔 내부에는 다양한 레스토랑과 시설이 들어서 있다.

주소  2, Antonenko Lane, St. Petersburg
전화 +7-812-336-10-00
홈페이지 롯데호텔 상트페테르부르크 
2020. 11 에디터:정재욱
자료제공: 김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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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11
  • 에디터: 정재욱
  • 자료제공:
    김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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